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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그인 더 헌터-100화 (100/325)

100 / #25. 브라더!

존슨에겐 미안한 상황이었지만, 그래도 어쩔 수 없었다.

‘사기 하나는 바짝 끌어올렸네.’

현 시대를 대표하는 영웅의 등장이었다. 그만큼 효과는 확실했다.

이를 통해서 얻어낼 수 있는 건 그것만이 아니었다.

‘움직이는군.’

슬며시 후방으로 시선을 던져 보낸 그가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껏 뒷짐만 지고 있던 대형 길드와 네임드 급 헌터들이 하나 둘, 팔을 걷어붙이는 게 보였다.

제아무리 대 길드에 네임드 헌터라도, 결국 한국 내에서나 알아주는 그룹이며 명성이었다.

무려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대 영웅이 앞장서고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도 뒷짐 진 채 구경만 할 수는 없는 것이다.

원래라면 3차 웨이브 정도는 돼야 나섰을 본대가, 2차 웨이브부터 칼을 뽑아들고 있었다.

그 대신 존슨을 향한 불편한 시선도 늘어나긴 하겠지만, 마루는 그 정도는 웃음으로 흘려버렸다.

‘무려, 투 플 한우인데.’

게다가 너무 얌전떠는 것 역시 존슨답지 않다고 여겼다. 그 나름대로 남의 잔치에 포 뜨는 걸 싫어하는 성격임을 알지만, 상황이 엉망이니 이 정도는 무리해도 괜찮다고 여겼다.

이게 왜 남의 잔치냐고 묻는다면, 결국 이 역시 던전 현상이며 몬스터 사냥이기 때문이었다.

막아낸다는 전제 아래, 이곳은 말 그대로 노다지인 것이다.

웨이브가 끝난 뒤 정산 비율을 따질 때, 분명 존슨의 이름이 거론되면서 여러 길드가 눈살을 찌푸릴 게 분명했다.

‘그건 내 알 바가 아니고.’

마루는 시선을 돌려 주변을 살폈다.

시기적절한 존슨의 등장으로 인해, 한참 사기가 올라가고 있는데다가 네임드 길드 역시 움직임을 시작했다.

‘한 타임 쉬어도 되겠네.’

그렇다고 정말 휴식을 취하겠단 의미는 아니었다.

‘어디로 갔냐, 이 쉐끼들!’

좀 전, 그의 등 뒤를 위협하던 암살자들을 역관광하는 게 새로운 계획이었다.

저들이 암살 계열 스킬을 익힌 전문가들임을 알지만, 그도 나름 믿는 구석이 있었다.

‘여긴 난전이니까.’

비각성 헌터는 D급이 될지라도, 결국 이 바닥의 약자일 수밖에 없는 운명이었다.

오늘 웨이브에서 무수히 많은 비각성 헌터들이 고기 방패 역할을 담당해야 했듯, 그 역시 지난 세월 비슷한 경우를 수없이 거쳐 왔던 것이다.

무려 15년이었다.

군 시절 2년가량을 빼도 13년으로써, 난전 속에서 생존하는 법을 터득하기엔 차고 넘치는 시간이었다.

생존 법칙의 첫줄은 이러했다.

‘잘 숨어야지!’

난전 속 은신은 그도 제법 할 줄 알았다.

더군다나 지금은 PP를 통해서 관련 스킬까지 장착하고 있지 않던가.

‘쓰레기는 쓰레기통에!’

마루의 안광이 싸늘하게 빛났다.

**

어느 시점부터 그의 모습이 보이지 않음을 알았다.

“설마, 당했나?”

김연희가 깜짝 놀라서는 급히 마루를 찾아보는데, 곁에 있던 이소희의 한 마디가 그녀를 진정시켰다.

“존슨이 멀쩡해. 당한 건 아니야.”

그 말처럼 마루가 습격을 피하지 못했다면, 존슨이 먼저 움직였을 확률이 높았다.

태연히 주변 헌터들을 이끌며 전장을 누비는 모습에서, 일단 마루의 안위를 걱정할 필요는 없다 여겼다.

물론, 마냥 믿음만으로 결정내린 건 아니었다.

“아마도 당한 건, 마루씨가 아니라 습격자들 측일 것 같네.”

짧게나마 마루의 동선을 읽었고, 이를 통해서 역습을 준비했음을 짐작할 수 있었다.

안타깝게도 그 상세 내용까지는 파악할 수 없었다.

‘설마, 내 시야마저 벗어나는 은신이라니.’

전문적인 암살계열 스킬 각성자라 해도 믿을 정도의 몸놀림이었다. 그 정도 재주를 지녔기에 더더욱 안심할 수 있는 것이기도 했다.

“정신 차려. 지금 우리가 신경 써야 할 건, 한 개인이 아니라 팀이야.”

그 말에 김연희가 고개를 끄덕였다.

존슨의 등장으로 그들도 이젠 전선에 선 상황이 아니던가. 마루에 대한 관찰이 미흡해진 것도 그런 이유였다.

파도 속으로 뛰어든 만큼, 더 이상 마루에게 시선을 나눠서는 안 되는 것이다. 웨이브에 신경을 집중해도 모자랄 판국이었다.

존슨의 개입으로 예정보다 빠르게 진입이 이뤄졌고, 각 길드와 팀에 맞춰서 진형이 갖춰지는 중이었다.

그러면서 자연스레 하급 헌터들과의 자리 교체 역시 이뤄지는데, 이후 하급 헌터들은 후방에서 지원 사격 및 각종 보조적인 역할을 맡게 된다.

“집중! 집중!”

지금부터는 다른 곳에 한눈 팔 틈이 없었다. 각자 자신의 진형과 팀원 및 사람들을 지키기 위한 집중을 해야 할 때였다.

**

존슨의 등장으로 사기가 충천하며, 흐름이 한 순간 넘어오기는 했다.

하지만 그 이상의 어마어마한 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려웠다.

‘아니, 난 애초에 범위 계열이 아니라고.’

한 방에 쓸어주길 기대하는 어린 헌터들의 눈빛을 보고 있노라면, 괜히 더 무리를 하고 싶게 만들지만, 안타깝게도 그렇게 애를 쓰고 용을 써도, 광범위한 일격이 터져 나오지는 않았다.

그가 굳이 숨어서 활약한 것도 이런 이유였다.

‘별 차이가 없으니까.’

나서건 안 나서건 크게 다를 게 없었다.

철저하게 근접 무투계다 보니, 오히려 숨어서 활약하는 게 더 좋을 때가 많았다.

물론, 범위계열 공격이 전혀 없는 건 아니었다.

‘효율이 최악이라서 그렇지.’

데스워치에게 마지막을 선사한 일격도 마찬가지였다. 그 경우에는 일격과 전력을 맞바꾼다는 전제가 있어야 한다는 게 함정이긴 했다.

‘애초에 완성형은 그런 게 아니기도 하고.’

그 일격은 미완성의 작품으로써, 제대로 된 이상적인 그림을 그린다면, 산자락이 무너지는 게 아니라, 통로가 뚫렸어야 옳았다.

그 넓게 퍼져나간 파괴력을 한 점에 집중시켜서 쏘아내는 것, 그게 상상하고 있는 완성형의 일격이었다.

이래저래 당장 상황에서 쓸 만한 건 없는 것이다.

물론, 그의 등장이 지금처럼 사기를 끌어올리는 효과는 확실하기에, 상황이 다운된다 싶을 땐 과감히 전면에 나서는 경우도 종종 있었다.

‘마루 이 놈 때문에...’

눈치를 봤다가 적당히 이름 없는 실력자로 포장할 수도 있었건만, 뜻밖의 커밍아웃으로 제로 원이라는 이명으로 활약을 하게 돼버렸다.

‘이걸 어떻게 골탕을 먹여주지?’

전장을 휩쓰는 한편, 머릿속으로는 그럴싸한 복수를 계획하고 있는데, 문득 그의 시야에 잡히는 게 하나 있었다.

‘헬기?’

방송국에서 나온 것이다.

‘벌써 주파수를 맞췄나?’

몬스터 웨이브가 발생하고, 1차 웨이브까지 지나친 뒤, 어느새 2차 웨이브였다.

왜 이제 오는 거냐며 의문을 가질 수도 있겠으나, 저들 방송국 측의 상황을 알고 있다면, 오히려 벌써 왔다고 하는 게 맞는 표현이었다.

과거와 달리 마수지대 및 던전에서도 촬영이 가능해졌지만, 던전 웨이브에 한해서는 촬영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웨이브는 발생과 동시에 특수 파동이 꾸준히 발산하는데, 그건 각종 촬영장비에 여러 오류를 일으키고는 했다.

그 때문에 파동에 맞는 주파수를 잡고, 거기에 맞춰서 장비를 세팅하는 등, 적잖은 시간이 소요되는 것이다.

평균적으로 방송국 측에서 도착할 즈음이면, 2차 웨이브의 끝 무렵이거나, 3차 웨이브의 시작점인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대 길드나 네임드 헌터들이 그 즈음부터 움직이는 건, 이런 이유도 일부 포함되어 있었다.

방송을 타기 전까지는 괜히 무리해서 나설 필요가 없는 것이다. 대외적으로 얼굴이 나가는 타이밍이 돼서야, 아껴놨던 전력을 풀고는 했다.

나름 홍보성 효과도 노린 조치일 터였다.

방송국 측에서도 요란하기만 하고, 볼거리가 없는 초기 1차 웨이브는 거르는 추세다 보니, 이 대기시간을 오히려 반기는 분위기이기도 했다.

‘썩 맘에 들진 않지만.’

어쨌든 방송국 헬기까지 뜬 이상, 저들 네임드들도 확실히 제 몫을 할 거라 믿으며, 철저히 전방에만 신경 쓸 수 있었다.

그러다가 문득, 뭔가가 생각난 것인지, 존슨이 재차 방송국 헬기를 올려다봤다.

“흐흐...”

입 꼬리가 슬며시 올라가며, 음흉한 미소를 지어 보이는데, 알 수 없는 음모의 냄새가 진하게 풍겨왔다.

**

데일은 믿을 수 없단 얼굴로 주변을 살폈다.

‘말도 안 돼!’

아무리 돌아봐도 그의 팀원이 보이질 않았다.

‘...전부 당했다고?’

믿기지 않는 이야기였다.

특히, 놀라운 거라면 그의 팀원만이 아니라, 다른 팀 역시도 당해버렸다는 점이었는데, 그 중에서도 충겨적인 걸 꼽으라 한다면, 최초 스타트를 알렸던 사내의 죽음이 가장 큰 반전이었다.

‘바투가 당했을 때, 뺏어야 하는 건데.’

별 거 아닌 의뢰라고 생각했다.

‘C급 A형 정마루...겨우 하급 헌터인 줄 알았더니.’

지나고 보니 B급 어쩌면 A급이지 않을까 싶을 만큼, 압도적인 역량을 보여줬었다.

실질적인 의뢰의 핵심이라면, 혜성 길드의 웨이브 방해라고 여겼건만, 시작 전 간단한 몸풀기 의뢰에서 이렇게 막혀버릴 줄이야.

2차 웨이브가 시작되고, 일단 한 차례 발을 뺀 상태에서 상황을 살피고자 했다.

‘놈이 지치는 걸 기다릴 게 아니라, 그냥 거기서 도망쳤어야 돼!’

키홀의 이름값이 부담스러운 건 사실이지만, 그 이상으로 중요한 건 그들의 목숨 값이었다.

판단 미스의 결과는 처참했다.

‘도망쳐야 돼!’

그 순간 발목이 붙잡혔다.

누군가에게 정말 얽매인 건 아니었다. 알 수 없는 공포가 그를 옭아맨 것일 뿐이었다.

다른 팀원들도 이런 식으로 발을 빼다가 하나 둘 사라졌기 때문이었다. 혹시 자신도 그렇게 되는 건 아닐까?

그 같은 두려움이 매 걸음걸음마다 주변을 살피게 만들었다. 은신 스킬만 믿고 있기에는 이미 당한 이들이 너무 많았다.

그리고 이는 착각이 아니었다.

서걱!

섬뜩한 감각과 함께 발목 어림부터 아찔한 통증이 올라왔다.

“끄아아아아악!”

그의 비명성은 주변 몬스터들의 괴성에 막혀, 제대로 울려 퍼지지 못했다.

털썩...

무릎을 꿇고, 바닥에 쓰러지는 그의 눈앞에, 그토록 경계하던 목표물이 누워 있었다.

마치 뱀처럼 바닥을 기어서 다가오는가 싶더니, 한 줄기 섬광만을 남긴 채로 유유히 스쳐지나갔다.

푸슉...

솟구치는 핏물이 자신의 것임을 알았고, 열심히 양 손으로 이를 막아보려 노력해 봤지만, 도저히 멈춰지지가 않았다.

그렇게 목구멍에서 핏물을 쏟아내며, 서서히 죽음의 늪으로 가라앉았다.

**

방송국 측에서 도착하기까지 제법 시간이 걸렸지만, 실시간으로 현장 상황을 보고 받고 있었다.

각 방송국마다 채용되어 있는 헌터들을 통해, 일찌감치 한 자리 잡게 한 뒤, 기본적인 사항만 보고되는 것인데, 촬영장비와 마찬가지로 이 역시 파동 주파수 문제가 있다 보니, 통신계열 각성자들의 연계가 필수였다.

그렇게 알게 된 사실이 놀라웠다.

“제로 원이라니! 빨리 찍어요. 빨리.”

헬기 위 강소미 리포터는 단번에 존슨을 찾아낼 수 있었다. 애초에 그 주위로 뜨거운 환호가 뒤따르는 탓에, 모를 수가 없는 흐름이었다.

저 사내의 등장 소식에 방송국 측에서도 전력 서포터를 하며, 평소보다 빠르게 주파수를 잡고 달려올 수 있던 것이기도 했다.

“안녕하십니까! LBC방송국의 김소미 리포터입니다. 오늘은 몬스터 웨이브 현장에서 인사드리게 되었습니다.”

스태프의 사인에 한 차례 입을 푼 그녀가 빠르게 방송을 시작했다.

“현재 이곳은 혜성 길드가 커버를 맡고 있는 웨이브 현장으로써, 놀라운 소식에 이곳까지 한달음에 날아와야만 했습니다.”

그러면서 이미 찾아냈던 존슨을 집중 조명하기 시작하는데, 너무 집요하게 그만 찍어대는 통에, 스태프들이 당혹감을 드러냈을 정도였다.

몇몇 스태프는 그 즈음 직감적으로 알 수 있었다.

‘존슨 팬덤이 여기에...’

그녀가 왜 이리 달려오고 싶어 안달이었는지, 깨닫게 되는 순간이기도 했다.

-혜성도 띄워야지.

이런 식으로 메시지를 전하면, 그 때만 잠깐 혜성을 언급할 뿐이었고, 다시금 존슨에게로 방향이 전환되는 것이다.

그러던 찰나, 조명의 대상이 변경되는 상황이 벌어졌다.

2차 웨이브가 끝나고, 한 호흡 쉬어갈 수 있는 타임이 발생했을 때였다.

저 아래, 세계적인 영웅 인디안 존슨이 누군가를 향해 달려가더니, 너무나도 환한 얼굴로 덥썩 안기는 것이 아닌가.

그러면서 크게 외쳤다.

“브라더!”

하늘 저 너머, 헬기까지 닿기에 충분한 목청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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