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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그인 더 헌터-102화 (102/325)

#2. 실버.

돈까스!

아마 남녀노소 누구 할 것 없이, 좋아하는 음식이지 않을까 싶다.

이 돈까스란 녀석을 조금이라도 더 맛있게 즐기는 방법은 별 거 없었다. 고기를 정성스럽게 손질하는 게 포인트였다.

육질의 부드러움, 그거야 말로 먹는 재미를 증폭시키는 요소가 아닐까?

물론, 등심과 안심 등으로 어떤 부위의 고기를 사용하느냐에 따라서도 맛이 달라지긴 하지만, 이는 손질과 손맛에 따라서 충분히 해소되는 문제라고 봤다.

그렇다면 손질은 어떻게 하면 될까?

아주 간단했다.

두드리면 되는 것이다.

아주 열심히 신나게, 많이 집요하게, 치고 또 치면서 아주 다져놓으면 되는 것이다.

고기망치를 사용해도 되고, 그게 없다면 다 마신 빈병도 나쁘지 않았다.

그 즈음에서 문득 주먹도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갑자기 이런 생각을 하는 이유?

“으...으으...”

마루는 반쯤 몽롱해진 얼굴로 전방을 바라봤다.

“벌써 끝이야? 이제 막 땀 좀 나는 것 같은데.”

폴짝 거리며 얄밉게 웃고 있는 존슨이 보였다. 평소라면 한 소리 해주고 싶겠지만, 저 사내의 사나운 주먹에 돈까스 혹은 떡갈비마냥 아주 곤죽이 되어버린 까닭이었다.

사실, 다진다는 의미에서는 떡갈비가 좀 더 제격이겠지만, 마루가 직접 만들어 본 기억이 돈까스를 먼저 떠올리게 만들었다.

‘말도 안 되는 괴물이구나. 정말...’

황당한 건, 존슨은 스스로 한 말처럼 땀 한 방울 안 흘리고 있다는 점이었다.

마루 입장에선 그저 어이가 없을 뿐이었다. 이제 A급에도 오른 만큼 어느 정도는 자신감을 내비치고 있기도 했다.

‘그런데 이렇게까지 일방적이라니.’

문득, 앞서 웨이브 사태의 막바지가 떠올랐다.

거기서 존슨이 보스 몬스터를 홀로 ‘가지고 놀던’ 모습이 생각난 것이다.

농담이 아니라, 정말로 농락해버렸다.

어찌나 압도적이었던지, 혜성 길드를 비롯한 여러 네임드급 헌터들마저, 그저 멍청하니 방관만 할 정도였다.

혜성길드가 유독 분통을 터트리는 것도 그 때문이었다. 가장 중요한 보스 몬스터에 대한 지분 대부분이 존슨에게 넘어가 버린 것이다.

당시 담당구역의 웨이브 관리자가 혜성이라는 걸 생각해 본다면, 그들 입장에선 화병이 나도 이상하지 않았다.

지금 각종 매체에서 그에게 열광하는 이유가, 바로 그 말도 안 되는 광경을 생생한 라이브로 목격했기 때문이었다.

세계 최강을 논할 때, 항상 존슨이 언급되는 건 전부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

마루의 솔직한 심경으로는 굳이 논할 이유도 없다고 여겼다.

‘데스워치에게 보여줬던 그 일격!’

그걸 감상하던 순간, 이미 순위 매기기는 끝났다고 여겼다.

“끝이야? 벌써 GG?”

깐죽거리는 음성으로 약 올리듯 주변을 맴도는 존슨의 모습에 불끈 오기가 솟구치며, 기어이 마루를 일으켜 세웠다.

“이제 시작이야!”

성질이 나서 외치긴 했지만, 솔직히 이미 무릎이 풀린 상황이었다.

“좋아! 그거지. 컴 컴!”

존슨이 그리 말하면서 훌쩍 들어왔다. 말과 행동이 따로따로였지만, 이미 예상하고 있었다. 앞서 대련에서 충분히 보여줬던 모습이기 때문이다.

오른쪽으로 간다면서 왼쪽으로 왔고, 화려한 돌려차기라고 외치면서 어퍼컷이 올라오고는 했다.

초반에는 몸 따로 말 따로, 황당한 그 전술에 잠시 당황하며 당기도 했지만, 그 정도는 마루도 즐겨 쓰던 것이라, 금세 적응하며 대처할 수 있었다.

뻗어 오는 주먹질이 매서웠다.

가속계열 스킬을 발동시키며 급히 피해내지만, 그 순간 매섭게 내지르던 스트레이트가 관절기로 전환하며, 마치 그의 덜미를 잡기 위한 동작이었다는 듯, 자연스런 연계가 진행되었다.

그가 무서운 건 바로 이런 점이었다.

저 말도 안 되는 권격을 자유자재로 조절하며, 모든 공격에 물 흐르는 듯한 연계를 이어나가는 것이다.

마치, 자신의 육신을 완벽히 통제한다는 느낌으로써, 생각하는대로 몸이 따르는 경지가 저런 게 아닐까 싶었다.

특히나 놀라웠던 건, 공중에서 허공을 딛고 방향전환을 할 때였다.

좀 더 정확히는 근육의 반동을 이용한 동작 전환이 방향까지 비틀어버린 것이리라. 거기에 감탄하다 한 방 맞기도 했었다.

어쨌든 그런 이유로 피했다고 안심하는 순간 당하고야 만다.

이걸 적응하기까지 곤죽이 되도록 맞고 또 맞으며 다져져야 했던 만큼, 이제는 피한 이후도 생각하며 움직였다.

“호?”

연계기 마저 빠져 나가는 모습에 존슨이 짧게 감탄사를 내뱉는데, 그 와중에도 이미 새로운 연계 동작이 이어지는 탓에, 마루는 이를 만끽할 여유가 없었다.

피하고 피하고 또 피하며, 쉼 없이 물러나며 몸을 빼내는 가운데, 반격의 실마리를 잡기란 여간 어려운 게 아니었다.

‘어쩔 수 없나...’

아무래도 꼬불쳐둔 쌈짓돈까지 꺼내야 할 모양이었다.

순간, 마루의 눈빛이 돌변하고, 기세마저 크게 변화를 거듭했다.

[태세전환]

그의 필살기가 모습을 드러냈다.

‘드디어!’

존슨의 입 꼬리가 올라갔다. 앞서 대련으로 마루의 숨겨진 실력을 충분히 감상할 수 있었고, 이를 통해서 그가 총기류 각성 따위와는 한참이나 먼 존재임을 알게 되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묘한 찝찝함을 느꼈는데, 지금 이 순간 그 부분마저 해소될 것임을 직감했다.

“그래, 와라!”

외침과 달리, 이번에도 먼저 달려드는 존슨이었다.

* * *

20년 남짓, 그의 마음을 받아주기까지 걸린 시간이었다.

너무나도 긴 시간이었다.

그 때문일까?

“우리 지금 만나! 당장 만나!”

이반나는 수시로 존슨에게 연락을 취하며, 지난 시간에 대한 미안함을 보답해주고자 했다.

물론, 그저 보상을 위한 만남은 아니었다.

그녀도 정말 그를 원하기에 함께하는 걸 즐기는 것도 있었다. 사실, 어쩌면 그 부분이 더 컸던 걸지도 몰랐다.

생각해보면 그녀 역시 20년만의 연애가 아니던가.

지난 시간동안 주변을 서성이던 남성이 없진 않았으나, 어느 하나 마음에 드는 경우가 없었다.

하필이면 첫사랑이자 옛사랑이 너무 강렬한 상대였다.

이선!

그만큼 그는 매력적인 남성이었다.

특히, 다른 무엇보다도 매력적인 목소리를 지녔는데, 지금껏 그보다 더 멋진 음성을 지닌 사내는 만나 본 적이 없었다.

이 정도쯤 하면 감이 잡힐 것이다.

“나는 목소리 집착증이 좀 있나 봐.”

그녀의 이야기에 존슨이 웃어버렸다.

“알아. 그래서 내가 이렇게 목소리를 조절하는 거 아니겠어? 마수지대에서 폭포수만 보이면 뛰어들어서 목청을 가다듬었다니까.”

확실히 생각해 보면 지난 20년 사이, 그의 목소리도 제법 많은 변화를 거듭했음을 느꼈다.

이제 와서 보니 여러모로 매력적인 보이스라는 느낌이 들었다.

그에 대한 사랑의 효과 때문인지, 아니면 그의 말처럼 정말로 노력의 성과인지 알 수는 없지만, 분명히 그가 멋진 남자라는 건 사실이었다.

특히, 요즘은 그녀와 만날 땐, 복장도 제대로 갖추고 나오면서 괜히 흡족하게 만들었다.

저 복장들이 전부 마루의 옷장에서 나왔다는 건 비밀이었다. 마침 체격이 비슷해서 발생한 사태였다.

‘제대로 꾸미면, 확실히 잘 생겼다니까.’

아무래도 목소리에 대해서 매력을 느낀다지만, 역시나 잘 생긴 남자가 싫은 건 아니었다. 그런 의미에서 봤을 때 꾸미고 나오는 존슨은 할리우드 배우가 부럽지 않았다.

180을 훌쩍 넘기는 훤칠한 키에, 제법 굵직한 선이 매력적인 얼굴, 시원하게 웃는 미소 속으로 언뜻언뜻 비치는 개구쟁이 같은 장난기 등, 여러모로 매력 포인트가 묻어나는 사내였다.

이런 사내건만, 마음을 허락하기까지 왜 이렇게 오래 걸렸을까?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것이다.

우선적으로는 국가 간의 사정이라는 부분으로써, 그녀는 러시아를 대표하는 랭커였고, 존슨은 미국을 대표하는 랭커였다.

오랜 과거로부터 그리 친밀한 관계는 아니었고, 지금도 마찬가지인 사이였다. 이 부분은 각성자들의 세계로 넘어가면 더욱 그런 경향이 강했다.

그 때문에 선뜻 그와의 만남을 허락하기가 어려웠던 부분도 컸다.

과거와 달리 지금은 무국적자라지만, 여전히 그의 곁에는 미국의 이미지가 강하게 남아있긴 했다.

그리고 항상 그들 사이에 그림자처럼 끼어있던 존재, 이선의 영향력도 무시할 수가 없었다.

그와 함께하고 있노라면 항시 이선의 얼굴이 떠오르고는 했는데, 과거에는 셋이 함께 어울려 다니던 시절도 있던 탓에, 더더욱 그런 경향이 컸던 걸지도 몰랐다.

이 즈음 깨달았다.

‘그러고 보니, 언제부터 선의 얼굴이 안 떠올랐던 거지?’

이제와 생각하니 그 기간이 꽤 됐던 것 같았다. 이미 존슨이 그녀의 마음속에 들어온 지도 상당시간 지났다는 의미였다.

‘그걸 이제라도 깨달은 건, 선이를 직접 만난 덕분인가.’

아무래도 서로가 불편해져 버린 탓인지, 이래저래 피해온 기간이 너무 길었다고 여겼다.

그렇게 생각을 이어가던 중, 가장 결정적인 이유가 떠올랐다.

“전부, 너 때문이잖아!”

갑작스런 그녀의 성질에 깜짝 놀란 듯, 양 손 가득 아이스크림을 들고 오던 존슨이 떨떠름한 얼굴로 물었다.

“뭐...뭐가?”

“허구한 날 밖으로만 싸돌아다니니까. 만날 시간이 없는 거 아니야?”

잠깐씩 얼굴 비치러 왔다가도, 오래지 않아 새로운 마수지대를 찾아 떠나버리니, 어찌 그에 대한 마음을 확인할 수가 있었겠는가.

그런 의미에서 이번이 특이한 상황이라 할 수 있었다. 대개 일주일 정도만 머물러도 오래 지냈다고 보는데, 어느새 한 달을 훌쩍 넘긴 상황이었다.

“어우, 내가 잘 못 했으니까. 일단 이것 좀 먹고 화 풀어.”

제대로 이야기를 듣기도 전에, 무조건 자기가 문제라며 약한 소리를 하는 그의 모습과 아이스크림의 달콤함 때문일까?

화르륵 올랐던 성질도 사르륵 녹아버렸다.

그러다가 주변 시선을 느끼며 다시 눈살을 찌푸려야만 했다.

“저기 저 남자, 배우인가?”

“기럭지 봐. 모델인 것 같은데?”

“비율이 깡패네.”

“꿀꺽...”

제대로 꾸미고 다닐 경우, 존슨의 매력이란 어지간한 연예인은 명함도 못 꺼낼 정도였다.

그 때문에 그의 엉망인 몰골에 대한 충격이 큰 것이기도 했다. 평소에는 잘나고 멋진 사진만 봤던 이들이기에, 거지같은 모습의 존슨은 충격적일 수밖에 없었다.

‘수염은 또 왜 잘라서는...’

이전에는 그렇게 자르라고 재촉을 해 놓고선, 막상 자르고 나자 이처럼 불만을 표하는 것이다.

몇몇 그가 인디안 존슨임을 알아보기 시작할 즈음이면, 빠르게 자리를 피하고는 했다.

각자 나름대로 선글라스에 복장의 커버력으로 작게나마 위장을 한 상태였음에도, 워낙 빛나는 외모의 소유자들이다 보니, 결국 발각되는 건 어쩔 수가 없었다.

그 와중에 한 장 두 장씩 찍히는 사진들이 각종 사이트에 도배가 되고는 했는데, 평소 마루가 접하는 소식지도 이런 종류였다.

자리를 옮겨가는 와중에 그녀가 물었다.

“요즘 제퍼드는 좀 어때?”

“평소와 똑같지.”

“그 형제인지 제자인지, 애매한 녀석을 노리는 게 사실이야?”

“느낌적인 느낌?”

그 정도면 충분했다. 존슨의 감은 예리한데가 있기 때문이다. 마냥 감에만 의존하는 게 아니라, 전체적인 구도를 구상하고 살피는 머리도 있는 만큼, 충분히 믿어도 됐다.

“정말 궁금해서 묻는 건데, 마루라는 그 녀석, 괜찮은 거 맞아?”

신뢰성의 유무에 대한 궁금증이 아니었다. 존슨의 안목을 의심하지는 않기에, 그런 부분은 이미 건너뛴 상태였다.

그녀가 묻는 건 실력에 관한 것이었다.

“이번에 승급 준비한다는 이야기는 들었는데, 그래봤지 B급 아닌가? 제퍼드가 노리는 거면, 그냥 안전한 곳에 보내놔야 하는 게 낫지 않을까?”

“보이는 게 전부가 아닌 녀석이야.”

굳이 모든 부분을 오픈하지는 않았다. 마루의 정보는 마루 개인의 것이기 때문이다.

그녀와 연인 관계가 되었고, 자신에 관해서라면 얼마든지 전부 알려줄 수 있지만, 그건 그에게만 제한되어야 했다.

하지만 일정부분 힌트는 줄 수 있었다.

“실버 박사가 꿈꾸던 이상향...그게 그 녀석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더라.”

순간적으로 이반나의 얼굴 가득 경악성이 떠올랐다.

존 실버!

그는 한 단어로 정의할 수 있었다.

퍼펙트 플레이의 아버지!

PP를 만든 사내, 그가 바로 존 실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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