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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헌터 육성 프로그램!

#17. 헌터 육성 프로그램!

개리와 포더!

이들은 키홀에서 알아주는 실력자들로서, 둘 사이에는 제법 재미난 역사가 얽혀 있었다.

개리 포더!

영국의 유명한 마법 영화의 주인공 이름을 각자 암호명으로 사용하고자 했고, 그 때문에 서로 마찰을 빗다가 기어이 한바탕 어우러지기까지 하는데, 놀랍게도 그 승부의 결과가 무승부였다.

워낙 성질이 있다 보니, 관련해서 몇 차례 더 부딪치게 되고, 결국 길드장인 바이퍼까지 나서서 중재를 하니, 각자 성과 이름을 나눠 개리와 포더를 사용하기로 하는데, 여기서 또 문제가 발생했다.

누가 개리며 누가 포더냐는 걸로 다투게 되고, 여기서는 제퍼드가 등판하며 그들은 합죽이로 만들어 버렸다.

이러다가 사달이 나겠다 싶었는지, 결국 사다리 타기로 결정을 했고, 그렇게 각자 개리와 포더로 나눠지게 된 것이다.

재미있는 건 그렇게 앙숙처럼 지내던 이들이건만, 각자 네임을 나눠 가진 이후로는 더없이 친한 사이가 되었다는 점이었다.

이리저리 다투며 미운정이 들어 버린 것이다.

키홀 최고의 우정이라고도 불리는데, 더욱 흥미로운 건 그들의 연계 상성이 좋아서, 함께하면 1+1은 2라는 공식이 아닌, 3이나 4의 특이 공식의 상승 작용까지 발생하고는 했다.

하지만 각자 팀이 생기고 활동 구역까지 벌어진 이후, 함께 행동하는 경우가 줄어들 수밖에 없었는데, 그 때문에 이번 임무가 흥분될 수밖에 없었다.

“이게 얼마 만이야?”

개리의 의문에 포더가 손가락을 헤아리다 말했다.

“같은 임무 배정받은 건, 얼추 2년 만인 것 같은데.”

“그때도 구역은 달랐잖아.”

“그럼 3년? 아니, 4년인가?”

반가운 마음에 얼싸안고 비행 내내 술까지 기울였다.

그들 팀원들도 팀장들의 우정 때문에, 각기 사이가 나쁘지 않아서인지, 각자 어울리는 모습을 보여 줬다.

키홀 전용 비행기다 보니, 누구 눈치 볼 것 없이 먹고 마시며 그렇게 맘껏 즐기면서, 한국까지 다다를 수 있었다.

한껏 만취한 상태가 되어 있던 그들이지만, 비행기에서 내릴 때는 맨 정신으로 멀쩡히 하차했는데, 이는 단숨에 알콜을 분해해 주는 약물 덕분이었다.

“이번에 체크해야 하는 놈이 누구라고 했었지?”

“존슨하고 그 형제인지 뭔지 하는 놈. 술 덜 깼냐?”

“흐… 약 빨고 깬 김에, 독한 거로 한 병 더 부었지.”

개리의 대답에 포더가 고개를 휘휘 저어 보였다. 원래부터 술이라면 환장하는 친우인 만큼, 그러려니 하며 다시금 이야기를 이어 나갔다.

금세 취기가 올라와 버린 개리 때문인지, 그 대부분은 포더가 중심이 돼서 진행되는 가운데, 문득 개리가 뜬금없는 의문을 내비쳤다.

“그러고 보니, 써니가 한국에 들어와 있다던 것 같은데, 따로 문제 될 일은 없으려나? 꺼억….”

“어후… 썩은 내, 똥물을 퍼마셨나. 위세척 좀 해라. 어우….”

포더가 손을 휘휘 저으며 한마디 타박을 한 뒤, 의문에 대해서도 답을 해 줬다.

“조심하면 돼. 혜성도 들춰 보긴 할 거지만, 써니와 관계있는 건 거기 여제라고 불리는 여인이니까. 그 여자만 무시하면 별 문제 없을 거야.”

고개를 끄덕이던 포더가 물었다.

“한데, 정말 써니가 한국에 있을까?”

“쓸데없는 소리 그만하고, 집중해!”

개리는 어깨를 으쓱이며 옆으로 새 나가려는 이야기를 바로잡은 뒤, 다시금 일정에 대해 논하기 시작했다.

* * *

최근 인터넷상에 기이한 소문 하나가 퍼지고 있었다.

[이선의 방한?]

그와 관련한 이야기들이 하나둘 올라오는 것인데, 소문의 출처라는 게 또 놀라웠다.

―혜성에서 흘러나온 소식이라던데?

―광호가 아니라?

―이게 또 모르는 소릴 하네. 원래 써니는 혜성하고 좀 복잡하게 얽혀 있는 사이라고.

―광호 출신 아니었나?

―그러니까 그게 어떻게 된 거냐 하면… 옛날 옛적… 써니와 선희가 살았는데….

김연희는 눈살을 찌푸리며 각종 포털 사이트에 올라오고 있는 이선의 과거지사를 살폈다.

언뜻 진실로 보이는 것도 상당했지만, 그 대부분이 헛소리들로 가득했는데, 몇몇은 이선희도 지저분하게 얽혀 있다는 식의 내용들이 끼어 있는 터라, 분노를 끓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이야기의 흐름이 전달된 과정은 짐작할 수 있었다.

일단 이선의 등장은 혜성 특수 1팀이 전부가 알고 있지만, 그들의 입은 철저히 봉쇄해 놓은 상황이니 만큼, 이 방면으로는 크게 의심하지 않았다.

전부 믿을 만한 이들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어디에서 새 나간 것일까?

‘감식반이겠지.’

당시 사건을 조사하던 조사팀에서 이선의 흔적을 읽어 냈을 터, 그게 상부로 보고되는 과정에서 몇 차례 꼬이며, 결국 외부로 알려졌을 거라는 게 그녀가 예상하는 유출 루트였다.

‘일부러 유출했을 수도 있고.’

왠지 그 방면이 더 가능성이 높아 보이기도 했다.

“…그래도 어째, 예전보단 반응이 좋네.”

그 이유에 대해서도 모르지 않았다.

평소라면 광호에서 관련한 모든 정보를 통제하며, 여론을 부정적으로 만들려 애썼겠지만, 지금은 그들도 정신이 없는 상황이다 보니, 이선과 관련한 정보를 제대로 컨트롤하기가 어려운 것이다.

키홀과 엮여 있던 이번 사건을 어떻게든 은폐하려고 이리저리 뛰어다니는 만큼, 이선에 대해 신경 쓸 겨를이 없을 터였다.

게다가 그들 역시 이선의 등장에 관해서는 뒤늦게 보고받았을 터, 이래저래 대처에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었다.

배로 복잡해진 저들의 상황을 봤을 때, 일부러 유출한 것 같다는 예감이 더 강해졌다.

여론 몰이는 타이밍을 놓친 만큼, 일단 과거 내용 중에서 ‘진실’과 연관된 부분만 집중적으로 통제하려는 듯, 관련한 내용들만 유독 커트되는 걸 확인할 수 있었다.

‘이참에 작업을 좀 해서 광호에 물 좀 먹여 봐?’

그러다가 이내 고개를 저어 버렸다. 이선희도 같이 언급되며 쓸데없는 화제 몰이가 될 가능성이 컸고, 만약 일부러 유출한 거라면 윗선에서 허락할 리가 없는 부분이기 때문이다.

원래 이런 작업은 슬쩍 미끼만 던지는 거지, 직접적으로 그물질을 해선 안 되는 것이다.

‘에휴… 대체, 이 인간은 어디서 뭘 하고 있는 거야?’

그와 관련한 이야기가 점차적으로 화제가 됨에 따라서, 이선희의 얼굴빛도 어두워지는 걸 확인할 수 있었다. 그 때문에 더더욱 짜증만 몰아칠 뿐이었다.

도통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이선으로 인해, 스트레스만 쌓이는 나날이었다.

* * *

왔을 때도 그러했지만, 가는 순간에도 존슨은 아무런 소식 없이 그렇게 조용히 떠났다.

물론, 주변에 알리지만 않았다는 뜻이지, 마루 입장에서는 그렇게 난리가 아닐 수가 없었다.

“으악! 냉장고를 싹 털어 갔잖아?”

정말로 전부 비운 건 아니었지만, 개중 유독 비싼 식재료들만 쏙 골라 간 것이다. 거기에는 이선에게 몸보신하라며 사 놨던 특급 한우도 포함되어 있었다.

“와… 투 플을 건드려? 이 양반이 선을 넘네.”

나중에 만나면 가만두지 않겠다며 이를 가는 그 모습에 이선이 쓰게 웃으며 고개를 저어 보였다.

그러면서 존슨과 나눴던 대화를 떠올렸다.

―실버 박사에게 받았던 은혜를 갚고 싶다면, 지내는 동안 저 녀석 좀 살펴 줘.

뜬금없는 소리에 의아해하니, 존슨의 이야기가 또 놀라웠다.

―실버 박사의 꿈을 이뤄 줄 녀석이야.

그 부분에서 깜짝 놀라야만 했다. 그래서일까?

‘정마루.’

새삼 그를 보는 눈빛이 달라질 수밖에 없었다.

존슨에게 듣기론 실버 박사와 따로 관계가 있는 것 같진 않다고 했다.

‘그렇다는 건, 그저 박사님의 유지 속에서 놀다가 이상향에 닿았다는 건데.’

더욱더 마루의 존재가 신비롭게 여겨지는 순간이었다.

실버 박사!

그에게는 유독 더 특별한 사람으로서, 과거 미국으로 이민을 하던 당시, 그의 재능과 미래를 보며 미국에선 환영 의사를 보였지만, 사실 그 무렵 이선은 터지기 직전의 화약고와 같은 상태였다.

당장 현실이 위기였던 시기였다.

스스로 통제하기 어려운 스킬 탓에, 매번 들끓는 삶을 살아오던 그가 아니던가.

이를 해소하고자 이선희를 제자로 들여, 그녀의 냉기 스킬로 자신을 다스려 왔던 것이기도 했다.

냉기 계열이라고 무조건 상성이 맞는 것도 아니었다. 오히려 상극 현상을 일으키며, 그의 열기를 더욱 거세게 만들 뿐이었는데, 그 때문에 더더욱 이선희의 존재가 특별했던 거였다.

한데, 그런 요소가 사라져 버렸으니, 언제 폭발해도 이상할 게 없는 상황이었다.

거기서 등장한 게 바로 실버 박사였다.

―어우, 이러다 폭발하면 여럿 다치겠네.

단번에 이선의 상태를 알아본 그는 특별한 장치를 개발해 줬고, 이를 통해서 들끓는 열기를 다스리다가 벽을 넘게 된 것이다.

그렇게 초월자의 반열에 오른 뒤, 불길을 완벽히 제압하고 컨트롤하게 됐으며, 이후 미국의 세 번째 히어로라는 자리까지 오를 수 있었다.

실버 박사는 그의 인생에 걸쳐 특별함으로는 손에 꼽히는 은인이라 할 것이다.

한데, 그의 꿈을 이뤄 줄 존재라니.

존슨의 형제라는 것만으로도 그는 충분히 관심의 대상이었지만, 이제는 그 이상으로 특별해질 수밖에 없었다.

‘바로 떠날 생각이었지만.’

원래의 계획은 며칠 정도만 머물며 체력만 좀 회복하고 떠날 계획이었다. 하지만 존슨의 이야기를 듣고 생각이 달라졌다.

이선희를 생각해서라도 바로 떠나는 게 맞지만, 아주 잠시, 조금만 더 머물러도 되겠다는 생각을 했다.

‘팔이 나을 때까지만.’

최상급의 포션을 사용한 만큼, 그리 오랜 시간은 아니리라.

‘혹시… 어쩌면….’

만약이라는 가정일 뿐이지만, 실버 박사라는 변명에 기대서, 이러다가 ‘그녀’를 만나게 되는 것 역시, 아주 조금쯤은 기대하고 있는지도 몰랐다.

정마루!

그는 혜성의 특수 1팀이기에.

* * *

한 명 보냈더니 한 명 채워진 느낌이랄까?

마루는 존슨의 빈자리를 매우고 있는 이선을 바라보며 쓰게 웃어 버렸다.

“뭘 그렇게 봐?”

그의 물음에 어깨를 으쓱이며 답했다.

“아무것도 아니야.”

새삼 느끼는 거지만, 목소리가 예술이었다.

‘와… 진짜 미친 마성의 톤이다.’

같은 남자이기에 더더욱 매력적으로 느껴지는 허스키 보이스였다.

그 때문인지 존슨과 달리 좀 딱딱한 느낌도 있었지만, 그것도 일주일가량 흐르니, 제법 적응되며 거리감이 상당 부분 줄어 있었다.

흘러가는 상황으로 짐작건대 존슨도 그 타이밍을 보다가 떠난 게 아닐까 싶었다.

“출근?”

이선의 물음에 마루가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얼추 내부적으로 정리가 끝난 모양이야. 오늘부턴 나오라네. 바르다 길드 빠져나간 자리도 채워야 해서, 한동안은 바쁠 거야.”

“수고해라.”

“사골국 끓어 놨으니까. 알아서 챙겨 먹고.”

“OK!”

그렇게 간단히 인사를 나눈 뒤 밖으로 나왔다.

어쩌다 보니 새롭게 받아들인 동거인이지만, 선뜻 그를 쫓아낼 수가 없었다. 랭커라는 부분이 걸리는 것도 있으나, 그 이상으로 신경 쓰이는 건, 바로 이선의 과거에 관한 부분이었다.

이 바닥에서 제법 굴렀고, 이면에도 한 발 담갔던 경험이 있는 만큼, 그는 지워져 버린 이선의 과거도 꽤 상세히 알고 있었다.

‘생각해 보면 참… 짠한 양반이긴 하지.’

그의 과거가 떠오르며 괜히 더 신경 쓰게 만들었다.

‘들어오는 길에 고기나 좀 사 올까?’

그래서 더 챙겨 주는 것일지도 몰랐다.

여느 때처럼 CT에 올라타 시동을 건 뒤 이동을 시작하는데, 본의 아니게 붙어 버린 유명세 때문일까?

“CT헌터다.”

“오오… 정말로 저걸 타고 가는구나.”

“나 얼굴 나오게 한 장 찍어 줘.”

“그렇게 잘생기진 않았네?”

“바이크하고 어울린다.”

“얼굴색이 배달톤이네.”

“그건 무슨 톤이냐?”

“있어, 그런 게.”

신호 대기에 걸릴 때마다 알아보는 이들이 나왔다. 유독 그를 알아보는 이들이 많은 이유라고 한다면, 역시나 바이크 때문이리라.

한때는 전국 방방곡곡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배달계의 경주마였지만, 지금은 단종이 되어 버린 탓인지, 오히려 클래식 계열로까지 분류되는 바이크였다.

그런 만큼 희귀성이 남달랐고, 그 때문에 잠깐만 멈춰 있어도 단숨에 알아보는 것이었다.

‘이 고물을 찾는 사람이 늘었다던데.’

바이크 가게 사장인 김근식에게 들은 이야기였다. 마루 때문에 CT―Back의 가격도 뻥튀기 됐다나 뭐라나.

헛웃음만 나오는 이야기였다.

귀지를 채워 넣는 속닥거림이나 주변의 불편한 시선 등을 의식하고 싶지 않아, 이런저런 잡생각들로 머릿속을 채우는데, 그러다보니 최근에 들은 기묘한 이야기가 하나 떠올랐다.

―PP는 보통 게임이 아니야.

그건 존슨이 떠나기 전, 마지막으로 나눴던 대화로, 사실 이는 수시로 머릿속을 맴도는 내용이기도 했다.

―헌터 육성 프로그램!

존슨이 정의한 PP의 개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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