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 반응.
다큐멘터리의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당연할 수밖에 없었다. 세계 10위권 안에 드는 전력을 지녔음에도 불구하고, 초인이 없다는 점 하나 때문에, 그간 주변국에게 수시로 무시를 당하는 상황이 발생하지 않았던가.
특히, 자주 비교되는 일본의 경우만 해도 두 명의 초인을 보유하고 있는 상황이다 보니, 인터넷상에서는 이를 가지고 자주 놀림을 받는 경우도 많았다.
그들에 비한다면 이제 막 한 명의 초인이 탄생한 것뿐이지만,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기세가 오르기엔 충분했다.
-2부 반드시 본다!
-엉엉! 여제님. 믿었습니다.
-아직 이소희라고 판명 난 것도 아닌데, 설레발 자제하자. 이소희가 뭐 대단하다고, 울고불고 지랄병이 났네.
=1부를 보긴 했냐?
=난독?
=제대로 봤어도 이해할 생각이 없는 거겠지.
=말투 띠꺼운 거 보소.
=사회생활 가능?
=무시하는 게 답이다. 여기, 내 선에서 끝내자.
-그나저나 초인도 없이 매번 10위권을 지켰는데, 이젠 초인도 생겼으니, 어떻게 되려나?
-드디어 마의 구간을 넘는 건가.
-우리도 한 번 5위권에 안에 들어 보자!
-그런 건 모르겠고, 일단 일본은 좀 따라잡고 싶다.
-이번엔 잡을 수 있을 듯, 겨우 한 끗 차이니까.
두 명의 초인을 품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일본의 전력은 그들보다 한 단계 높을 뿐이었다. 그 때문에 이번에는 반드시 역전할 수 있을 거란 기대감이 컸다.
-중국이야 워낙 대가리가 많아서, 따라잡는 건 무리고, 그래도 일본 정도는 제쳐 볼 만 하잖아.
-고것들도 순전히 초인발로 순위권 지키고 있는 거지.
-순수 전력만 놓고 보면, 솔직히 우리가 압살 할 걸.
-A급부터 그 밑으로, 비각성 헌터까지. 우리나라 전력이 오지긴 하지.
그러면서 언급된 건 1부 스타트를 끊었던 인물, 혜성 특수 1팀의 신입, 정마루에 관한 이야기였다.
-CT헌터만 봐도 알잖아. 해외 경력 나올 때, 방광이 울드라. 지려버렸다! 일반 보병으로 뛴 적이 거의 없던데. 매번 완장 하나씩은 차고 있더라.
-우리나라 헌터들이 해외 용병업계에선 대우 좋음.
-일단 기본적으로 군필이잖냐. 따로 군사교육 받을 필요가 없으니까.
-몬스터 특수부대 나오면 가산점 추가!
-군사 교육이고 뭐고, 일단 삽질 마스터에 사체처리까리 마스터해서 오는데, 누가 싫어하겠누.
-하긴...
당연하다면 당연하게도 이와 관련해서 주변국의 반응도 뜨거웠는데, 개중 특히 난리가 난 건 일본이라 할 수 있었다.
-그래봤자 겨우 한 명 아닌가?
-7위와 8위 차이가 얼마나 큰 건데, 초인 한 명 정도로는 덮을 수 없어.
-게다가 써니를 봐봐. 결국 그녀도 한국을 떠날 거야.
-하긴, 조선 놈들은 대우가 형편없으니까. 결국 이번에도 초인을 놓칠 테고, 아예 10위권 밖으로 밀려나 버리겠지.
-조선 놈들의 한계지.
그렇게 부정적인 의견으로 애써 상황을 부정하는 가운데, 뜻밖의 인물이 그들 사이에서 급부상했다.
-아니, 것보다 존슨의 형제라는 저 놈은 뭔데?
-올 초부터 제법 뜨거웠어. 건가드 영상으로 이슈가 되기도 했고.
-아~! 그 영상, 그게 저 사람이었나?
-삶이 드라마네.
-스게!
-나고야 사태에도 참여했네요.
-교토 대란도 뛰었어.
-혼토?
-그 위험한 현장에 있었다니.
-말도 안 돼! 비각성 헌터가 거길?
-아니, 무슨 생각으로 뛴 거야?
-저 사람 제정신인가?
마루는 다양한 파견 임무를 수행했는데, 거기에는 일본과 관련된 것도 상당수 포함되어 있었다.
개중 교토 대란의 경우, 일본의 여러 각성 헌터들도 발을 빼며 뒷걸음질을 쳤던, 그야말로 대규모 웨이브의 현장이었다.
마루의 입장에선 그만큼 벌이가 짭짤해서 간 거였지만, 사건의 당사자들이 보기엔, 또 그렇지가 않았다.
-과연, 제로 원의 형제라는 건가.
-스바라시!
-저 헌터 대단하다.
-교토 대란은 인정할 수밖에 없네.
초인 이슈를 묻어버리려는 것인지, 아니면 제로원의 형제라는 인맥 파워 덕분인지, 마루는 그도 모르는 사이 옆 나라 일본에서 뜻밖의 인지도가 쌓여가고 있었다.
* * *
초인!
대격변 이후, 이들은 별 중의 별로 불리는 아주 특별한 존재로 여겨졌다.
그런 만큼 새로운 별의 등장은 전 세계적인 관심이 집중되는, 이벤트 중의 대 이벤트라 할 수 있었다.
아니나 다를까. 아시아의 작은 나라에서 새로운 랭커가 등장했다는 소식에, 전 세계의 이목이 한국이란 나라로 쏠리기 시작했다.
혜성은 바로 그 점을 노렸다.
“어차피 여제를 막는 건 불가능해.”
“...초인이니까.”
“그렇다면 오히려 이걸 이용해 먹는 게 남는 장사 아니겠어?”
“세계인의 이목이 집중될 거야.”
“이걸 기회로 크게 한 방 터트려 보자고.”
혜성은 그룹 차원에서 이번 사건을 컨트롤하기로 결정했고, 그렇게 LBC 방송사를 끌어들여 판을 한껏 키웠다.
초인이라는 이벤트를 통해 혜성을 제대로 홍보하겠다는 것인데, 그녀의 존재만으로도 충분히 홍보가 될 것이지만, 그 정도로는 만족할 수가 없었다.
그룹 차원에서 노리는 건, 예상을 한참 웃도는 수준의 홍보효과였다.
“여제가 저만큼 큰 건, 전부 우리 덕분이다!”
그러니 이 정도 이득을 취하는 건 당연하다는 게 그들의 주장이었다.
원래라면 여기서 이선희와 이런저런 마찰이 빗어져야 할 것이건만, 어쩐 일인지 그녀의 반응이 영 밋밋했다.
“이선, 그 놈 때문인가?”
“덕분에 정신이 없는 모양이야.”
“잘 됐군. 이참에 밀어붙이면 되겠어.”
“강행해!”
얼씨구나 좋다며 그룹이 움직인 것이다.
2부작으로 나눈 것도 이러한 계획의 일환으로써, 홍보 효과를 최대한 길게 뽑아내기 위함이었다.
확실히 그 덕분에 혜성의 이름이 자주 언급되고 있었는데, 1부작 당시에 중간 광고를 열심히 집어넣은 덕분인지, 그룹 차원의 인지도 역시 한층 더 상승하는 효과를 낳았다.
물론, 광고로 인해 집중력이 흐려지고 그 시간도 너무 길었다는 등, 불만도 여럿 끼어 있었지만, 충분히 감수할 만한 가치가 있었다.
하지만 상황은 조금 묘하게 돌아가서, 혜성이란 그룹 이상으로 인지도를 얻고 있는 사내가 있었으니, 그게 바로 CT헌터라고 불리는 마루였다.
당장 옆 나라 일본에서도 뜨거운 반응이 있었고, 그 정도는 아니지만 전 세계적으로 새롭게 유명세를 쌓아올리고 있을 정도였다.
기존 건가드 영상과 존슨의 형제라는 이미지 위로, 잘 알려지지 않았던 인생사까지 더해지니, 인지도가 단번에 서너 단계 이상 상승해버린 것이다.
한국 내에서는 충분히 옌예인 같은 인기를 누리고 있었지만, 아직 해외에선 그런 부분이 부족했는데, 이번 영상을 기준으로 외국에서도 그를 주목하기 시작한 것이다.
특히, 존슨의 형제치고 격이 너무 떨어진다며 불만을 표하던 이들도, 마루의 인생사를 보고는 제법 돌아서게 되었는데, 거기에는 마루가 행한 수많은 작전 역시 도움이 됐다.
-비각성자가 저렇게 많은 현장을 뛰었다고?
-과연, 존슨의 형제다!
-인정하게 만드네.
-인정!
혜성 그룹 입장에서는 적잖이 배가 아픈 상황일 수밖에 없었다.
정식 직원도 아닌, 용병 따위에게 스포트라이트가 집중되었기 때문이다. 물론, 김연희와 서지한 역시 인지도가 상승했지만, 가장 많은 효과를 본 건 결국 마루였던 것이다.
그룹차원에선 확실히 성공적인 홍보였지만, 과실이 나눠졌으니 속이 쓰린 결과이기도 했다.
하지만 마루입장에서도 좋아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인지도의 상승!
바깥세상에서 화제가 된다는 건, 이면의 관심도 끌어들인다는 이야기와 같기 때문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호...라쿤 저 놈이 저기 있었어?”
“존슨의 형제라는 게 저놈이었나? 폭스, 살아있었네.”
“초인 영상이라고 낚여서 빡쳤었는데, 머글 놈이 나올 줄이야. 큭...”
“그 사이 각성했나. 윈도 솔져!”
과거, 마루의 여러 암호명을 입에 담는 이들, 그의 악연들이 하나 둘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 * *
설마, 해외에서의 반응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을 거란 생각은 하지도 못했다.
그 때문일까?
“이 정도며 다행인가.”
마루는 국내 여러 사이트의 반응을 살피며 안도의 한숨을 쉬고 있었다. 아무래도 초인에 민감한 국가다 보니, 이선희에 대한 화제로 한가득인 까닭이었다.
만족스런 결과하며 히쭉 거리는데, 이런 그의 모습을 지켜보던 이선의 눈빛이 묘하게 빛을 발했다.
국내 반응에 집중하는 마루와 달리, 그는 미국에서 살아왔던 탓인지, 그 방면을 먼저 확인했고, 덕분에 해외의 반응을 아주 상세히 파악하고 있었다.
이걸 말해줄까 말까 하다, 좋아하는 모습에 그냥 알려주기로 했다.
‘영...면상이 맘에 안 드네.’
갑작스런 보모 생활에 대한 복수심이 아니었다.
“컥!”
아니나 다를까. 해외 사이트를 확인한 마루의 표정이 썩어 들어가기 시작했다. 막혔던 속이 뻥 뚫리는 기분이랄까?
‘후후...’
이선의 입가에 옅은 미소가 올라왔다.
“삼촌 다음 편 틀어줘 다음 편!”
문득, 품 안에서 초롱이가 꼬물대며 외쳐댔다. 어느새 보고 있던 만화가 끝난 모양이었다. 이에 TV를 조작해서 다음화로 넘겨줬다.
생각도 못한 보모 노릇이 당혹스럽긴 하지만, 마냥 싫은 것만도 아니었다. 이 작은 아이는 놀랄 만큼 사랑스러워서, 묘하게 사람의 마음을 끌어당기는 마력이 있었다.
게다가 함께하고 있노라면, 왠지 모르게 마음이 편해지는 그런 느낌도 커서, 난감하기만 하던 초반과 달리, 이제는 그도 제법 즐기고 있는 상황이었다.
* * *
저 멀리, 대륙 너머의 이야기였지만, 초인과 관련된 기사다 보니 자연스레 클릭하게 될 수밖에 없었고, 그 덕분에 반가운 얼굴을 볼 수 있었다.
“오우, 브라더!”
존슨은 히쭉 웃으며 다큐멘터리를 시청했고, 이내 고개를 끄덕이며 관련 반응들을 살폈다.
“이거, 이러다가 나보다 더 유명해지는 거 아니야? 하핫!”
흥겹게 웃는 그의 모습에, 곁을 지키던 사내가 물었다.
“좋으신가 봅니까?”
“당연하지. 마이 브라더 소식인데.”
그 말에 사내는 폰 위에 올라와 있는 얼굴을 확인했다.
‘B급 A형 정마루.’
존슨을 따르는 입장이다 보니, 자연히 관련 정보들이 머릿속에 입력되어 있었는데, 그 때문에 한편으로는 의아할 수밖에 없었다.
여느 네티즌처럼 격이 안 맞는다는 부분은 뒤로 하더라도, 일단 사내는 그나 존슨처럼 거대한 사명감에 의해 현장을 뛰는 헌터가 아니었다.
그동안 조사한 바에 의하면, 철저히 돈을 쫓는 물욕어린 느낌이 더 강했는데, 존슨이 이처럼 극찬을 하는 걸 봤을 때, 아무래도 그가 모르는 무언가가 더 있지 않을까, 그런 의문을 품게 될 수밖에 없었다.
관련한 생각이 깊어지려는 찰나, 존슨이 사내를 향해 물었다.
“그러니까 이 안쪽으로 ‘이레귤러’가 발생 중이란 말이지?”
“아...예. 저희 선에서 해결을 해 보려 했는데, 아무래도 쉽지가 않아서, 결국 이렇게 제로 원께 도움을 요청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너도 어렵든?”
“죄송합니다. 어떻게든 파고들어 보려 했는데...”
그리 말하며 쓰게 웃는데, 전신 가득 돌돌 말아진 붕대가 모든 상황을 설명해줬다.
어느 한 곳도 성한 데가 없었다.
존슨은 새삼 긴장어린 눈빛으로 전방의 정글을 살폈다. 등허리가 쭈뼛 서는 느낌이었다.
‘프링쿨스가 힘들 정도라니.’
사내, 프링쿨스는 알려지지 않은 이면의 랭커였다.
그렇다고 해서 범죄자라는 건 아니었다. 단지 세상 바깥에서 정의를 실현하고자 움직이다 보니, 자연스레 이면 생활에 적응해버린 것뿐이었다.
개인적으로도 얼굴이 알려지는 걸 싫어하는 성격이기도 했다.
프링쿨스라는 건, 일종의 암호명으로써, 그의 본명을 아는 이들은 몇 없었다.
그에게 이런 특이한 암호명이 붙은 건, 생긴 게 묘하게 프링쿨스라는 과자의 캐릭터를 닮은 까닭이었다.
스스로도 이를 아는 것인지, 자발적으로 그런 식으로 암호명을 붙이니, 너나 할 것 없이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어쨌든 그런 랭커 마저도 손발을 들게 만드는 현장이었다. 특히, 존슨과 달리 프링쿨스는 팀 단위로 움직이는데, 하나 같이 대단한 실력자들이기도 했다.
‘PNG 팀도 실패한 이레귤러란 말이지.’
들어가기 전 몇몇 영상으로 긴장을 푼 것도 잠시, 슬슬 진입할 시기가 왔음을 깨달았다.
저 멀리 동이 트고 있던 것이다.
‘이레귤러의 흐름이 약해질 시간대...’
존슨이 프링쿨스를 돌아보며 말했다.
“그럼, 좀 쉬고 있어.”
“...같이 들어가는 게 낫지 않겠습니까?”
“됐어. 그 몸으로 움직이면 골병나. 그냥 쉬어. 혼자서도 충분하니까. 여차하면 튈 건데, 내 속도 따라올 수 있어?”
“...”
“걱정 말고, 회복에나 신경 써.”
그러면서 경고하듯 말했다.
“혹시 모르니...일단, 대격변도 대비해 두고.”
프링쿨스의 표정이 바짝 굳었고, 그 모습에 존슨이 히쭉 웃으며 환기를 시켰다.
“뭘 그렇게 굳어있어. 그냥 해 보는 소리니까. 너무 걱정 말고, 내 사전에 실패란 없다는 거 알잖아? 그럼, 간다!”
특유의 미소를 남긴 채, 그렇게 정글 깊숙이 뛰어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