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로그인 더 헌터-124화 (124/325)

#24. 피크닉.

솔직히 욕심이 안 난다고 하면 거짓말일 것이다.

혜성 특수 1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파티들 중 하나가 아니던가. 그런 팀의 팀장을 맡는다?

욕심이 안 나는 게 이상한 일이었다.

그래서일까?

“해 보죠!”

결국, 마루는 이선희의 제안을 수락하고야 말았다. 차후 그만의 팀을 만들게 된다 하더라도, 혜성 특수 1팀의 팀장을 맡아본다는 건, 커다란 경력이며 경험일 게 분명했다. 이만한 제안을 거절한다는 것 자체가 멍청한 짓이었다.

그리고 선택한 첫 번째 걸음이 바로 돌 굴리기였다.

[굴러온 돌로 박힌 돌 뽑아내기!]

조금 웃기는 작전명과 계획으로써, 그의 사람을 하나 둘 심어서 팀 내에서 활동 폭을 늘리려는 것이다.

가계약 당시 이런 부분도 언급을 하기도 했다.

-특수 1팀의 팀장자리를 저 혼자서, 겨우 1년 만에 컨트롤 한다는 건, 솔직히 불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니 지원군이 필요하다며, 낙하산 인사 좀 뽑게 해 달라고 당당히 요구했다.

그에 관해서는 따로 김연희와 이런저런 의견을 나눈 바도 있었다. 김연희가 따로 2차 면접을 본다는 걸로 합의를 보며, 마루에게 스카웃 권한이 일부 허락된 것이다.

그 권한을 발동시키며 레베카에게 제안하는 거였다.

“슬슬 너도 밖으로 나와서 활동하는 게 어때?”

이에 레베카가 당혹감 어린 표정을 지어보였다. 각성을 한 이후 평생을 음지에서 살아왔고, 남은 평생도 음지에서 살아갈 거라 생각해 왔던 만큼, 그의 제안이 너무나 뜻밖이었던 까닭이다.

마루는 그냥 운만 띄우는 정도로 끝낼 생각이 없었다.

“혜성의 특수팀에 자리가 날 것 같은데, 현장 뛸 때마다 거리 조절하기도 힘들잖아. 그냥, 차라리 당당하게 옆에서 호위하는 게 어때?”

그러면서 또 언급했다.

“언제가 됐건 나는 나만의 팀을 만들 생각이 있어. 그 때 너도 같이 있었으면 좋겠다.”

그러니 이참에 손발을 맞춰보는 게 어떠냐면서, 마루가 연달아 제안을 하는데, 그러면서도 크게 밀어붙이지는 않았다.

일단 그녀도 생각할 시간이 필요함을 알기 때문이었다.

“혼자서만 생각하기 어려우면, 성녀님께도 상의해 보고, 신중히 결정해 줬으면 좋겠다.”

내심 기대하는 마음도 컸다.

짧은 만남이었지만, 성녀 레아라면 분명 그녀를 음지에만 두려 하지 않을 거라 믿었다.

애초에 동생이 응달 속에서 살아가는 걸 좋아하는 형제자매가 어디 있겠는가. 그녀라면 분명 긍정적인 반응을 보여줄 게 분명했다.

물론, 만에 하나의 가능성을 제외하진 않았다.

‘안 된다고 하면...’

그때를 대비해서 열심히 입을 풀어놨다.

‘이빨 좀 까려면, 주둥이가 유연해야지.’

* * *

사체처리업체 바이트의 3팀은 최근 들어 적잖은 관심 속에서 살아가고 있었다.

“CT헌터가 작년까지만 해도 저 팀에 있었다며?”

“듣기로는 처리 팀 에이스였다더라.”

“맨손으로도 뼈를 바른다던데.”

“전설이래.”

등등, 마루와 함께했던 인연으로 인해 이목이 쏠리는 것인데, 그 덕분이라고 해야 할까?

“오늘도 공짜 술 좀 먹겠어.”

“으히히! 마루 그 친구 덕분에 요즘 아주 살판난다니까.”

“나 좀 봐봐 살이 뒤룩뒤룩 찐 거.”

“역시 공짜 술이 최고지!”

바이트 3팀의 일원들은 소소하게 재미를 보고 있었는데, 마루와 관계된 스토리를 하나 둘 푸는 것만으로도, 밥값이며 술값 등, 얻어먹는 게 많았던 것이다.

개중에 몇몇은 인터뷰를 했다는 소리도 있었다.

워낙 은밀히 행동하는 마루의 성향으로 인해, 개별적인 인터뷰를 따기 어려웠던 탓일까?

신문사들은 그의 옛 인연들을 통해, 이런저런 기삿거리를 만들어 내고 있었다.

긴 경력과 다양한 경험 때문일까?

그만큼 흥미요소가 다양했고, 신문사 입장에선 무명 배우가 만들어내는 드라마틱한 스토리텔링 이상으로 매력적인 소재일 수밖에 없었다.

다큐멘터리가 나간 뒤, 마루보다는 이선희의 관심도가 더 크게 상승한 건 사실이지만, 이는 국내에만 제한된 이야기일 뿐이었다.

해외의 반응으로 살펴본 결과, 오래지 않아 마루의 인지도가 뻥튀기 될 것임을 직감하며, 일찌감치 그의 기사를 선점하고자 이렇게 뛰어다니는 거였다.

경력만큼 이야기도 많았던 터라, 기자들의 흥미를 유발하는 요소도 상당했다.

덕분에 바이트 3팀은 뜻밖의 부수입까지 올리니, 연일 싱글벙글한 모습으로 출근길에 오를 수 있었다.

팀장 김태식은 한숨을 푹 내쉬며 이런 상황들을 전부 지켜봤다.

‘쓸데없는 소리는 하지 말라고 그렇게 이야기를 했더니. 하긴...돈 들이밀면 어쩔 수 없나.’

물론, 그들이 아니더라도 결국 다른 루트를 통해 풀려날 스토리긴 했다. 처리업계 쪽에서는 알게 모르게 이름깨나 날렸던 탓이다.

“나중에 기사 나가기 시작하면, 마루 아재가 찾아오는 거 아니야?”

그러면서 생각했다.

‘차라리 내가 먼저 찾아가?’

과연, 그건 자진납세를 위해서일까, 그도 아니면 다른 이유가 있는 것일까?

* * *

임지현은 오늘을 무척이나 기대하고 있었다.

‘기다리고 기다리던 아트님과의 외식!’

아트, 아이언슈트가 그들 쌍둥이 남매에게 밥을 사겠다고 약속한 날이기 때문이었다.

‘고급 레스토랑에서 스테이크!’

‘영화도 한 편 보자고 할까?’

‘밥 먹고 술은 어떠려나?’

‘그러다가 으헤헤헤...아잉~!’

몸을 비비꼬며 자신만의 세계에 빠져있던 그녀는 이내 임수현을 노려보며 생각했다.

‘저것만 없으면 완벽한 데이트인데. 뒷목을 빡?’

동생을 기절시키고 혼자 나가는 계획까지 세웠지만, 안타깝게도 실패하고야 말았다.

휙! 탁!

과감한 시도는 그대로 잡혀버렸다.

“뭐야?”

“...요즘 피곤해 보여서 안마 좀 해주려고.”

“살기를 느꼈는데?”

“착각이야.”

“어디서 개수작이야!”

임수현도 보통 실력자가 아니었던 탓에, 중간에 커트 당해버린 것이다. 그리고 이를 매우 다행스런 결과라 여겼다.

“크아아아아악!”

“워어어어...”

그도 그럴게 주변을 에워싸고 있는 이 많은 몬스터들을 보라. 현재 그들 남매가 있는 장소는 마수지대였고, 그 중에서도 깊숙한 상위종의 영역이었다.

혼자선 감당할 수 없는 장소였던 것이다. 그 살벌한 기세 속에서 쌍둥이는 공통되게 생각했다.

‘외식이라며?’

그에 대한 대답은 입장 전에 언급된 바가 있었다.

“밖에서 밥 먹으면 그게 외식이지.”

그러면서 직접 싼 수제 도시락도 보여줬다.

“외식은 피크닉이 제 맛이야.”

아이언슈트, 마루는 그리 말하며 쌍둥이들을 마굴로 밀어 넣었다.

비싼 스테이크를 써는 걸 상상했건만, 펄떡거리며 살아 숨 쉬는 몬스터를 써는 현실이라니, 그야말로 악몽이 따로 없었다.

남매는 뒤통수가 얼얼해지는 걸 느껴야만 했다.

그들 모습에 마루가 만족스런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저 정도면, 혜성 특수팀에도 부족하진 않겠는데.’

레베카와 마찬가지로, 저들 역시 그의 팀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테스트를 하는 중이라 할 수 있었다.

이를 위해서 오늘 하루는 휴가를 받은 것이기도 했다.

여전히 그의 컨디션이 6점대에 머무는 걸 알았지만, 지금껏 풀타임으로 뛰어왔던 만큼, 하루 빼는 정도는 일도 아니었다.

‘아직 B급이긴 하지만.’

스킬의 재현 이후 남매는 포스 활용이 한층 매끄러워졌다고 했었는데, 그 말이 과언이 아닌 듯, B급 이상의 실력을 보여주며 달려드는 몬스터들을 처치하고 있었다.

등급과 무관하게 A급에 턱걸이 정도는 한다고 봐도 될 만한 수준이었고, 저 정도라면 특수 1팀에 결코 부족하지 않는 실력인 건 확실했다.

‘그러려면 일단 마스크를 벗어야 하는데.’

팀을 짜기 위해서는 얼굴을 드러낸 필요가 있었지만, 일단은 좀 더 보류할 생각이었다.

‘면접까지 확실히 통과하고 나면.’

특수 1팀에 합격한 뒤에 보여도 충분했다.

‘그나저나...좀 미안하긴 하네.’

마루는 둘이 멋지게 차려입고 나왔던 모습을 떠올리며 쓰게 웃어버렸다. 현재 쌍둥이의 몰골에서 그 멋진 스타일은 한 점도 남아있지 않았다.

하이힐을 또각거리며 왔던 임지현의 경우, 멋대로 단화가 되어버린 구두를 신은 채, 이리저리 날뛰고 있었고, 정장을 차려입었던 임수현은 어느새 런닝 바람으로 널뛰는 중이었다.

그 와중에 도시락 내용물이 떠오르며, 슬며시 양심통이 올라왔다.

‘겨우 김밥만 싸온 건 너무했나.’

게다가 인당 한 줄이었다.

‘2줄은 쌀 걸...’

너무 조촐한 외식이었다.

* * *

결국 남매의 바람대로 됐다고 해야 할까?

“맘껏 시켜!”

마루가 제대로 된 음식점으로 그들을 데려간 것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냥 기뻐할 수가 없었다.

일행의 몰골이 그러했다.

동네 미친년 같은 몰골의 임지현과 동네 바보 스타일의 임수현, 거기에 아이언슈트 가면을 쓴 웬 미친놈까지, 주변 시선에 프라이가 될 판이었다.

그나마도 고급 식당으로 들어가려는 걸, 말려서 포장마차로 들어온 거였다. 어쨌든 제대로 된 음식이 나온다는 점에서

‘이 꼴로 레스토랑을 들어갔으면...’

‘으으...상상만 해도...’

이번만큼은 임지현도 마루에 대한 콩깍지가 한 꺼풀 깎여나갈 정도였는데, 맘 같아선 이 식사자리를 거절하고 싶었지만, 안타깝게도 그럴 수도 없었다.

꼬르르르르륵...

꾸르륵...

점심을 겨우 김밥 한 줄로 때운 뒤, 해가 떨어질 때까지 계속 마굴을 돌았기 때문이었다. 전투 중에 지갑도 넝마가 되어버려, 주머니엔 한 푼도 없는 상황이었다.

‘배...배고파...’

‘밥! 밥! 밥! 밥...’

마치 게임처럼 마굴을 돌려버리는 탓에, 그야말로 넉다운 직전이었다. 정말 게임이었더라면 간단한 물약 하나로 공복을 채울 수 있겠지만, 이곳은 현실이었고 그러다 보니 한 끼 식사가 간절할 수밖에 없었다.

“맘껏 먹어!”

음식이 나오기 무섭게 남매는 달려들었고, 정말 게걸스럽게, 마치 물을 마시듯 음식들을 흡입하기 시작했다.

그 모습에 마루는 괜히 더 미안해졌다.

‘역시 두 줄은 싸야 됐나.’

사실, 그렇게 초라한 점심이 될 예정이 아니었다.

좀 더 화려하게 반찬통까지 크게 준비해 놨었건만, 뜻밖의 변수가 발생해버린 건가.

새벽 내 도시락을 싼 뒤, 간만에 늦잠 좀 자고 일어났더니, 이게 웬일?

도시락이 사라져버린 것이 아닌가.

식탁에 남은 처량한 쪽지 한 장.

-잘 먹을 게!

이선이 도시락 통을 가져가버린 것이다.

시간대가 안 맞았던 터라, 따로 일정을 언급하지 않아서 발생한 돌발 상황이었다.

초롱이와의 놀이공원 외출을 위해 마루가 준비해 준 것으로 착각한 듯, 그대로 들고나가 버린 것이다.

‘새벽 내내 싸 놨더니...’

허탈한 감도 있었지만, 덕분에 둘이 즐거울 거라 생각하며 애써 웃을 수 있었다.

챱챱챱챱...

쩝쩝쩝쩝...

쌍둥이들의 몰골을 보고 있노라면, 웃음이 쏙 들어가긴 했다.

* * *

“어때? 맛있어?”

이선의 물음에 초롱이가 활짝 웃으며 답했다.

“마시써!”

“마루 삼촌이 요리는 참 잘하지?”

“응! 응!”

신난다는 듯 고개를 크게 위아래로 흔드는 모습이, 도시락의 퀄리티를 증명해줬다.

‘새벽 내내 뭐하나 했더니만.’

아침에 일어났을 때, 식탁 가득 차려진 도시락에 깜짝 놀라야만 했다.

초롱이가 좋아하는 고기도 종류별로 가득 있었다.

‘거 참, 은근히 세심하다니까.’

웃음이 절로 나왔다. 어찌나 푸짐하게 싸 놨던지, 점심에서 그치는 게 아니라 이렇게 저녁까지 해결할 정도였다.

사실, 성인 3인 기준으로 한 끼 식사량이었지만, 아이와 성인 둘이 먹으니 두 끼니로 이어진 거였다.

“많이 먹자.”

이선과 초롱이는 그렇게 놀이공원 피크닉을 즐겼다.

* * *

한국은 지난 승급사태 이후 수많은 외국 헌터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었는데, 최근 유독 이면의 주민들이 유입되는 경우가 늘어버린 탓일까?

특히 더 경계망이 촘촘해진 장소가 있었다.

인천공항!

심혈을 기울인 덕분일까?

그곳 감시망은 여느 대 길드의 본진 못지않은 수준으로 고 퀄리티를 자랑할 정도였다.

그 때문인지 외국 헌터들에게 있어, 한국이란 나라의 첫인상을 아주 강렬하게 심어주는 효과도 발생했다.

“휘유...한국이란 나라가 이 정도였나?”

이면의 주민, 에드는 곁눈질로 공항의 감시망을 살피며 작게 탄성을 내뱉었다. 그러다가 자신과 비슷한 반응을 보이는 이들 몇몇을 발견하고는 눈을 빛냈다.

그들 역시 이면의 문제아들임을 알아챈 까닭이었다. 유독 감시망과 퇴로를 우선시 살피는 시선처리란, 딱 동종업계 종사자의 모습이었다.

곳곳에서 느껴지는 불편한 감시의 눈길 탓일까?

빠르게 공항을 벗어난 그가 시원한 바깥바람을 온몸으로 맞은 뒤, 주변을 쭈욱 훑으며 입을 열었다.

“여기 있단 말이지. 윈도 솔져!”

그러다 암호명이 아닌 본명이 떠올랐다.

“정마루.”

그 이름을 입 안에서 돌리고 있을 즈음, 차량 한 대가 그의 앞으로 멈춰 섰다. 한 발 앞서 들여보냈던 그의 팀원이 보였다. 짐을 트렁크에 넣은 뒤 탑승했고, 이내 차량이 출발했다.

그가 떠난 자리로 그와 비슷한 대사를 중얼거리는 이들이 연달아 등장했다.

“여기가 라쿤의 나라인가.”

“여기 폭스가...”

“기다려라 머글...”

옛 악연들이 하나 둘 찾아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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