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로그인 더 헌터-126화 (126/325)

#1. 가상 서버.

존 실버!

퍼펙트 플레이의 아버지라 불리는 개발자로써, 그에 대한 정보는 극비로 취급되는데다가, 그나마도 WHA의 3대 협회장에 의해 대부분 파기되면서, 그에 대한 정보 대부분이 풍문 정도밖에 남아있지 않았다.

진위여부를 판가름하기 어려운 것인데, 개중 가장 신뢰도 높은 소문 중 하나를 꼽으라고 한다면, 그의 사망 설이었다.

그 때문에 묻지 않을 수가 없었다.

“살아...계셨습니까?”

마루의 물음에 실버 박사가 한 차례 웃음을 터트리더니 말했다.

“여긴 현실이 아니라네.”

그제야 아차 싶었다. 스스로도 꿈속이라는 걸 인지하고 있었으면서, 너무 놀란 나머지 이딴 질문이나 던져버린 것이다.

그러다가 문득 떠오른 게 있었다.

-꿈속에서 다른 세상을 훔쳐보는 거!

존슨이 그에게 해 줬던 이야기로써, 실버 박사의 스킬 특징이 떠오른 것이다. 그래서 다시 물을 수밖에 없었다.

“살아 계신 겁니까?”

똑같은 물음이었지만 실버 박사는 앞서 와는 다른 의미를 품고 있음을 알았다. 두 눈에 이채를 띄운 그가 웃으며 물었다.

“내 스킬에 대해 알고 있나?”

“...예.”

타인의 스킬을 허락 없이 알아낸다는 건, 예의에 어긋나는 행위이다 보니, 마루는 슬쩍 시선을 피하며 대답했다.

“존슨에게 들은 모양이군. 거 참, 그 친구가 거기까지 말해주다니. 자네가 어지간히 맘에 들었나 봐. 그렇게 미안해 할 것 없네. 그 친구가 믿는 사람이라면, 나도 믿으니까.”

그렇게 말한 실버 박사가 앞서의 질문에 답해줬다.

“일단, 질문에 답하자면 산 것도 죽은 것도 아니라고 해 주겠네.”

벙찌게 만드는 내용이었다.

‘이게 말이야 방구야?’

황당한 소리에 의아한 듯 바라보니, 실버 박사가 주변을 돌아보며 물었다.

“여기가 어디일 것 같나?”

꿈속이라는 대답을 하기도 전에, 실버 박사의 이야기가 이어졌다.

“현상과 환상의 경계라네.”

이해할 수 없는 대답이었다.

“꿈이라는 것 자체가 원래 교묘한 경계의 세상이지.”

그래서 꿈이라는 말인지, 아니라는 소린지, 의문만 겹겹이 쌓여가는 가운데, 실버 박사가 재차 이야기했다.

“뭐, 일반적인 기준으로 본다면 죽었다고 봐도 될 거야. 더는 현실에 육체가 남아있지 않으니까.”

그렇다는 건?

“유령 비슷한 걸로 보면 된다네.”

가만히 듣고 있던 마루가 잠시 주변을 훑어봤다. 꿈 속임에도 불구하고 생생한 감각으로 인해, 묘한 이질감을 느끼고 있던 까닭인데, 이를 상기하며 물었다.

“혹시...이곳은 PP입니까?”

너무도 뜬금없는 언급이었지만, 실버 박사의 표정에서 맥을 제대로 짚었음을 알았다.

적잖이 놀란 눈치였는데, 그러다 이내 실소를 터트렸다.

“설마, 거기까지 알아챌 줄이야. 생각보다 감이 좋군.”

그러면서 준비했던 고기를 그릇에 담아주며 말했다.

“PP는 PP인데, 굳이 비유하자면, 정식 출시 전, 알파버전이라고 보면 될 거야.”

대외적으로 알고 있는 베타 테스트 이전의 버전이었다.

게임은 상용화되기 전에 여러 테스트를 거치는데, 개발사 내에서만 자체적으로 확인하는 최초 과정을 알파 테스트라 불렀다.

그 말인 즉, 지금 이 공간은 바로 그 초기의 PP버전인 셈이었다.

‘게임과 꿈이 연결됐다고?’

이쯤 되면 궁금해지지 않을 수가 없었다.

“대체, PP의 정체는 뭡니까?”

“존슨이 내 스킬에 대해서도 설명해 준 것 같은데, 그렇다면 어지간한 건 전부 듣지 않았나?”

“...헌터 육성 프로그램을 말하시는 겁니까?”

“그렇지. 그나저나 좀 들어. 뜨거울 때 먹어야지. 그러다 식겠네.”

그 말에 고기를 한 점 입에 담는데, 남다른 향이 거짓은 아니었던 듯, 감탄이 절로 나오는 맛이 입 안을 장악하기 시작했다.

“어때? 이계산 흑우 맛이.”

“소의 한 종류인가 보군요.”

“그렇지. 드로그 고기라는 거네.”

“몬스터입니까?”

“그래. 아직 현실에는 등장하지 않았지만, 나중에 등장하고 나면 미식계가 깜짝 놀랄 걸. 흐흐!”

마루가 비록 미식가라 할 수는 없지만, 일반인이 입맛에도 특별한 감이 있었다. 실버 박사의 말처럼 미식가들이 환호할만한 그런 맛이라고 느꼈다.

그러다가 생각나는 게 있어서 물었다.

“알파 버전에는 비등장 몬스터가 전부 존재하는 겁니까?”

“허...눈치도 좋군.”

실버 헛웃음을 터트렸다.

기존의 PP에선 현실에 등장한 몬스터만이 새롭게 업데이트 되는데, 이곳 알파 버전에선 그런 제한 없이, 박사가 만들어 놓은 도감의 몬스터가 전부 존재했다.

“아마, 궁금한 게 많을 거라고 생각하네. 하지만 안타깝게도 전부 답해 줄 수는 없어.”

“...이유가 있습니까?”

“자네가 아직 자격을 충족하지 못했기 때문이지.”

그 말에 의문을 느끼는 찰나, 실버 박사가 바로 궁금증을 풀어줬다.

“아직 자네는 이곳에 올 수 있는 시기가 아니라네. 하지만 품 안에 있는 그거...”

실버 박사가 잠시 허공을 보며 무언가를 조작하는 듯, 손을 이리저리 움직이는가 싶더니, 이내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오염된 여의주라는 것, 그 특별한 물건 때문에, 멋대로 주파수가 맞아버린 게지.”

그래도 일단 찾아온 손님이기에, 식사를 대접했다는 것이다.

“따로 이곳을 찾아오기 위한 조건이 있습니까?”

그 말에 실버 박사가 웃으며 답했다.

“당연하지. 게다가 정식으로 나를 만나러 올 경우엔, 아주 큰 보상이 기다리고 있으니까. 기대해도 좋을 거야.”

보상이란 소리에 마루의 눈에 기대감이 어렸다.

“하하! 이 속물적인 친구, 표정이 너무 노골적이잖나.”

“크흠...”

뒤늦게 민망함을 드러내는 마루의 모습에, 실버 박사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책망하는 건 아니니 걱정 말게. 존슨 그 사람이 형제라고 부를 정도면, 자네가 그릇된 사람이 아니라는 것 정도는 알 수 있지.”

새삼스레 존슨의 이름값이 실감됐다.

“존슨 그 친구처럼 죄다 퍼주는 것보단, 적당히 챙길 줄 아는 게 좋아. 듣자하니 이반나와 드디어 맺어진 것 같던데, 그 아가씨가 고생이 많겠어. 하핫!”

실버 박사는 한 차례 시원하게 웃은 뒤, 보상에 대해 언급했다.

“만약, 정식 루트를 밟아서 내게 찾아온다면, 내 재산은 전부 자네 것이 될 걸세.”

“......”

순간 마루의 사고가 정지했다.

“쿨럭! 히끅...”

뒤늦게 헛기침과 함께 뜬금없는 딸꾹질이 시작됐다. 그만큼 놀랐다는 의미였는데, 그도 그럴게 실버 박사의 재산이 뭘 의미하는가.

‘어...억만장자!’

억 소리가 절로 나왔다.

사실, 그마저도 작게 표현된 것으로써, 아마 단숨에 세계에서 손꼽히는 부호가 될 게 분명했다. 어쩌면 세계 제일의 부자가 될 수도 있었다.

딸꾹...이끅...

마루의 반응에 실버 박사가 웃었다.

“내 꿈을 이뤄줄 친구인데, 보상이 조촐할 수는 없잖나.”

문득, 떠오르는 게 있었다.

“...로그인 더 헌터?”

가까스로 가슴을 진정시킨 마루가 존슨에게 들었던 걸 입에 담았고, 실버 박사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조건은 간단하다네.”

그러면서 손가락 세 개를 세웠다.

1. 현실에 스킬 구현할 것.

2. 스킬의 한계를 넘을 것.

3. 자신의 한계를 넘을 것.

그러면서 손가락 두 개를 접는 실버 박사.

“자네는 1번과 2번은 전부 클리어 했지. 게다가 보아하니 오늘 뭔가 좀 특별한 일이 있던 것 같은데, 여의주라는 게 거기서 힘을 써서, 이렇게 멋대로 주파수를 맞춰버린 거야.”

쌍둥이를 가르치며 한 걸음 내딛은 걸 말하는 듯싶었다.

놀라운 이야기가 이어지는 와중에, 마루가 묘한 표정으로 남은 손가락 하나를 바라봤다. 그 시선에 실버 박사가 아차 하는 눈빛으로 급히 손가락을 감췄다.

“이런, 가운데 손가락이...크흠! 어쨌든, 마지막 3번만 클리어 한다면, 자네는 이곳에 다시 찾아올 수 있을 걸세.”

그 물음에 마루가 물었다.

“1번은 알겠는데, 2번과 3번은 뭡니까?”

“2번, 스킬의 마스터 등급을 넘어서는 거지.”

‘아...’

마루는 존슨의 도움으로 인해, 마스터한 스킬들이 전부 벽을 넘었던 걸 떠올렸다.

“3번, 한계를 초월하는 거라네.”

초월이란 단어에서 이해가 됐다.

‘랭커!’

초인이 돼야하는 것이다.

언뜻 간단한 조건처럼 보이지만, 셋 다 말도 안 되는 것들뿐이었다.

마루도 여의주의 도움이 있었기에 스킬 구현이 가능했던 것 아닌가. 물론, 여동생을 통해서도 알 수 있듯이, 몇몇 스킬은 구현 가능성이 있는 것들도 존재하긴 했다.

하지만 과연 이를 찾아내서 현실에 적응시킬 가능성이 얼마나 될까?

게다가 스킬의 벽을 넘고 자신의 한계를 초월한다?

“이런 이야기를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는 것 같은데요?”

“아! 그 부분도 포함하면 네 가지겠군. 아무 정보도 없이 위의 세 가지를 해결하는 거야.”

새삼스레 깨달았다.

‘이게 말이야 방구야?’

마루의 눈가에서 어이가 상실되는 가운데, 이를 본 실버 박사가 쓰게 웃었다.

‘밝히고 싶어도 밝힐 수가 없었지.’

지금도 그렇지만, 당시에도 수많은 제약들이 걸려있었던 터라, 가장 중요한 사안을 세상에 알릴 수가 없었다.

존슨 등 몇몇 친분이 있는 이들을 통해, 힌트 정도만 풀 수 있었는데, 딱 거기까지가 한계였다.

‘쯧! 너무 많은 차원을 훔쳐봤어.’

니체가 말했던가.

-괴물과 싸우는 사람은 자신이 괴물이 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만일 네가 괴물의 심연을 오랫동안 들여다보고 있으면, 심연도 널 들여다보게 될 것이다.

그 말처럼, 수많은 차원을 엿본 결과 그 역시 차원의 눈길에 갇혀버렸고, 그만큼 많은 제약을 품게 되어버렸다.

‘내 발목을 내가 잡은 격이지.’

이러한 진실을 전할 순 없었던 터라, 실버 박사는 가볍게 어깨를 으쓱이며 적당히 둘러댔다.

“내 전 재산이 걸렸는데, 문제가 쉬워서야 쓰나.”

확실히 그 말도 틀리진 않았던 터라, 결국 마루도 납득하며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하긴, 세계 1위 갑부가 되는 거니.’

그러다가 떠올린 의문을 물었다.

“저와 존슨에 대해서 아시는 것 같던데, 따로 정보가 있으신 겁니까?”

그 말에 실버 박사가 말했다.

“여기도 인터넷 돼.”

“......”

“말했잖아. 여긴 사후세계가 아니라니까.”

현상과 환상의 경계라던 게 떠올랐다. 게다가 비록 알파 버전이긴 하지만, 어쨌든 PP의 한 공간이라고도 했었다.

인터넷이 연결되는 게 마냥 이상하진 않았다.

‘PP가 꿈으로 이어지는 부분은 이상하지만.’

그 때문에 재차 물을 수밖에 없었다.

“대체, PP는 뭡니까?”

앞서 두루뭉술하게 넘어갔던 질문을 다시금 언급하니, 실버 박사가 쓰게 웃어버렸다.

“값이 꽤 나가는 정보야. 이걸 대답하면 자넨 여기서 바로 퇴장당할 걸.”

그 말에서 정보만큼 머무는 시간도 짧아지는 걸 알았다.

“정식 루트로 들어온 게 아니라, 잠깐 주파수가 맞아서 접속된 거라, 제대로 된 대답을 하기가 어려워.”

이를 통해 실버 박사에게 이런저런 제약이 걸려있음을 직감했다.

“간만에 만나는 사람이라, 좀 오래 대화하고 싶었는데...꼭 들어야겠나?”

그 말에 마루가 잠시 갈등하다 물었다.

“시간 좀 보내고 난 뒤에도 들을 수 있습니까?”

“안타깝게도 그건 안 된다네. 시간과 정보, 둘 중 하나만 택해야지.”

거서 결론이 나왔다.

“듣고 싶습니다.”

“...그렇다면 여기 이 고기나 마저 들게. 이 정도 먹을 시간은 있을 테니. 따로 준비한 게 많은데, 그건 나중을 기약하세나.”

그렇게 잠시 배를 채우며 소소한 잡담이 이어졌다.

“존슨 그 친구가 이반나와 맺어졌단 기사를 보고 깜짝 놀랐다니까. 젊을 적에는 바람기가 그렇게 다분했었는데, 허...수십 년이나 한 여자만 바라볼 줄이야.”

“바람둥이였다고요?”

“흐...그 친구 20대는 정말 화려했지. 데스워치 그 작자하고 아주 짝짜꿍이 맞아서, 매일처럼...”

생각보다 고기의 양이 많은 건 아니었던 터라, 오래지 않아 식사시간도 끝을 맺었다.

실버 박사가 분위기를 전환하며 입을 열었다.

“PP가 뭐냐고 물었지? 거기에 대해서 나는 PP의 서버에 대해 언급해 주겠네. PP는 세상에서 가장 완벽한 가상 현실게임이야. 게다가 전 세계인이 즐기는 게임이지. 과연, 이걸 위해 필요한 서버는 얼마나 방대해야 할까?”

그가 물었다.

“자네는 PP의 통합서버가 어디 있는지 아나?”

이에 마루가 열심히 고개를 갸웃거렸다.

“기밀이라서 대외적으로 알려지지 않은 것으로 아는데, 틀립니까?”

실버 박사가 웃으며 말했다.

“현실에 없으니까 밝힐 수 없는 거야.”

순간 말문이 막혀버렸다. 현실에 없다? 그 의미에 담긴 뜻 때문이었다.

“가상게임이니 가상 세계에 서버를 두고 있는 거지.”

실버 박사가 주변을 돌아봤다.

“마치...여기처럼.”

그리고는 또 묻는다.

“인터넷과 비슷하지만 일반인은 접속할 수 없는, 가상 서버로 돌아가는 특수 통신망 하면 떠오르는 게 없나?”

문득, 머리를 스쳐가는 게 있었다.

“설마...”

“눈치 챘나 보군.”

마루가 경악성을 터트렸다.

“엔트라넷!”

그 순간 잠에서 깨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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