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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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초인의 탄생!

크워어어어어...

킬콩이 상위종 특유의 피어를 발산하며 이선희를 짓누르려 드는데, 그 순간 이선희 역시 기세를 드러내며 맞받아쳤다.

한 걸음!

그녀의 힐이 바닥을 찍는 순간, 주변 일대에 서리가 내리며 밀려들던 충격파가 사방으로 튕겨나갔다.

쿠쿠쿠쿠...

마치 지진이라도 발생하듯 주변 일대가 들썩였다.

단순한 기세 싸움만으로도 인간의 영역을 아득히 벗어나는 모습을 보여주는 가운데, 돌연 킬콩의 전신에 불길이 타오르기 시작했다.

좀 전의 기세 싸움에서 이득을 취하지 못한 게 불만인 것일까?

놈이 흥분하며 특유의 이능을 발산하기 시작한 것이다.

불락의 불길이 제 피부 위를 감돌며, 주변인의 접근을 막는 정도라면, 킬콩의 불길은 주변 일대를 통째로 휘감으며, 아예 통행 불가로 만드는 위력을 지니고 있었다.

아니나 다를까.

그 열기에 녹아버리기라도 하듯, 인근 수풀이 빠른 속도로 말라가는 가운데, 이선희가 재차 발뒤꿈치를 바닥에 찍으며 걸음을 내딛었다.

그 순간 바짝 말랐던 잎사귀 위로 이슬이 맺히기 시작했다. 빠른 속도로 서리가 내리고 녹아가는 과정이 반복되고 있던 것이다.

크워어어어어!

성난 킬콩이 간 보는 걸 그만두고, 과감히 달려들기 시작했다.

거기서 또 반전이 일어났다.

파앙...

이능계 능력자로써 거리 싸움에 능해야 할 그녀가 대뜸 돌진을 해 버린 것이다.

그리고,

원거리에서 얼음이나 날려 댈 거라는 모두의 예상을 깨버리는 화려한 액션이 시작됐다,

마치, 스케이트를 타며 빙판 위를 미끄러지듯, 순식간에 킬콩과의 거리를 좁혀버리는가 싶더니, 마치 인파이터 마냥 근접 거리에서 치고받는 박투가 펼쳐졌다.

통나무 같은 팔뚝이 휘둘러지고, 바위 같은 주먹이 떨어져 내리는 가운데, 이선희는 마치 춤을 추는 무희처럼 모든 공격들을 아슬아슬하게 피해내며, 손날을 휘저었다.

순간 순간 반짝이는 얼음 칼이 솟아나며 킬콩의 불길을 베어내는 게 보였다.

최상위 포식자인 킬콩이었다.

주변 일대를 숨죽이게 만드는 놈의 불길이란, 어중간한 거리에서 쏘아내는 얼음으로는 공략할 수 없는 종류의 것이었다. 그 때문에 선택한 근접 박투였다.

사람들은 잘 모르고 있지만, 그녀를 가르친 건 이선만이 아니었다.

김연희의 스승 이반나!

근접 박투의 스페셜리스트인 그녀 역시 이선희의 과거와 함께했다.

여제의 성장에 있어 지대한 영향을 준 것이다. 대외적으로 근접전을 보인 경우가 없었을 뿐, 이선희 역시 상당한 수준의 박투술을 마스터한 존재였다.

게다가 지금도 시간 날 때면 틈틈이 김연희와 자유 대련을 하며 단련을 이어오고 있는 만큼, 감각의 날 역시 예리하게 서 있었다.

순수 박투만으로는 이반나와 김연희 같은 스페셜리스트라 할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녀는 자신의 이능을 근접전에 활용할 줄 알았다.

-얼음방패로 막고, 얼음 칼날로 베고, 연계 좋네.

-와...저 두꺼운 방패가 저렇게 금방 녹아버린다고?

-킬콩 화력 미쳤다.

-얼음 결정 밟으면서 방향 전환 하는 거, 왤케 멋있누?

-것보다 근접전 잘하네.

사실, 인파이팅 보단 아웃복싱에 가까웠지만, 이마저도 충분한 박진감이 넘치는 거리였고, 지켜보는 이들로 하여금 수시로 숨을 멈추게 만드는 긴장감을 끌어냈다.

-우왓! 깜짝이야. 정타로 맞은 줄 알았잖아.

-슬로모션 오졌다. LBC가 작정하고 영화를 만들어 놨는데.

-허...저렇게 절묘하게 흘린 거였어?

-스키 타듯이 미끄러지는 회피 동작이 예술이네.

-바바리는 좀 벗으면 안 되나? 불안한데.

-듣기론 저거 아티팩트라는 이야기가 있어.

-매번 입는 옷이 다르던데?

-종류별로 구비했다더라.

-아...그럼 또 이야기가 다르지.

-돈 오지게 많나 보네.

-혜성 그룹 차원에서 지원하는데, 저 정도는 껌 값이지.

-그 껌으로 집 좀.

-나도...

실제로 이선희의 코트는 특수 아이템으로써, 종류도 하나가 아니었는데, 영상 촬영에서 사용된 건, 화력에 대한 내성이 있는 장비였다.

킬콩의 화력을 감당하기 위한 조치로써, 포스 낭비를 줄이기 위해 걸친 것이다.

그 영상을 보던 중, 강하나가 이야기했다.

“저거 내가 만든 거야.”

“...어?”

함께 영상을 시청하던 마루가 깜짝 놀라서 돌아봤다.

그들은 현재 자동차극장에서 첫 데이트 겸, 오늘의 하이라이트라 할 수 있는 다큐멘터리 2부, 초인의 탄생을 관람 중이었다.

“다른 코트도 전부, 내 작품이야.”

이어지는 강하나의 이야기에 마루는 잠시 그의 장구들을 떠올렸다. 확실히 그녀의 재주라면 저런 코트형 아이템을 만드는 게 불가능하진 않을 듯싶었다.

그렇다 하더라도 어떻게 여제의 장비를 맡을 수 있는 것인지, 게다가 그런 사실을 여태 비밀로 해 온 이유는 뭔지, 마루의 두 눈 가득 의문의 빛이 떠올랐다.

그 같은 마루의 표정에 강하나가 웃으며 말했다.

“선희 장비 중 절반 정도는 내가 만든 거야.”

이름을 부르는 모습이 너무나도 자연스러워, 결국 묻지 않을 수가 없었다.

“아는...사이였어?”

이에 강하나가 웃으며 답했다.

“원래 예쁜 애들끼린 좀 통하는 게 있지.”

물론, 진실은 좀 달랐다.

과거에 이선이 겪었던 문제, 능력의 폭주 현상으로 인해 맺어진 인연이었다.

원래는 별 문제 없었던 이선희지만, 이선이 떠난 뒤 맘고생이 심했던 것인지, 갑작스레 능력의 폭주가 시작됐고, 이를 컨트롤하는데 적잖은 고생을 해야만 했다.

이선이 그러했듯, 그녀 역시 자신과 상성이 맞는 화염계 능력자를 찾아다녔고, 그러다가 맺어진 인연이 바로 강하나였다.

화염계에도 종류가 다양한데, 상당수가 파괴에 집중되어 있는 반면, 강하나의 불길은 제작 및 상생에 중점을 두고 있는 만큼, 이선희의 냉기와도 균형을 맞추며 조화를 이룰 수 있었다.

그 같은 인연을 통해 서로를 더 알게 됐고, 장비 의뢰도 이어지게 된 것이다.

이선희의 코트에 대해, 사람들은 혜성에서 지원을 해 준 거라 알고 있지만, 저 장비들은 전부 이선희 개인 사비로 구입한 거였다.

물론, 강하나와의 친분으로 인해 싸게 구입하는 게 가능했고, 덕분에 각종 기사에 올라오는 다양한 코트 패션을 구비할 수 있었다.

이래저래 밝히기 어려운 내용들이 가득하기에, 적당히 둘러댈 수밖에 없었다.

“농담이고, 내가 이래봬도 꽤 알아주는 장인이잖아. 선희는 한국을 대표하는 실력자고, 의뢰 좀 주고받다가 친해졌지.”

확실히 그럴싸한 이야기였고, 마루도 고개를 끄덕이며 납득했다.

강하나의 이야기가 이어졌다.

“너한테 소개시켜주지 않은 건, 혹시라도 네가 박탈감을 느낄까 싶어서 자제한 거야.”

“아...”

문득, 마루는 과거의 자신이 떠올랐다.

동갑임에도 일찍이 각성한 것도 모자라, 천상계까지 노니는 이선희에게 질투심을 드러내던 자신의 모습, 그리고 술김에 강하나에게 이런 감정을 내보이던 모습 등, 꼴사나운 모습들이 제법 있었다.

‘그래서 승급 사실도 숨긴 거겠지.’

이젠 강하나가 A급 능력자라는 걸 알았다. 지금껏 이를 숨겨온 게 자신 때문이라 짐작하기에, 이선희에 관한 부분도 바로 이해될 수밖에 없었다.

사실, 강하나 입장에선 그 이유만 있는 건 아니었다.

‘괜히 찝찝해서, 숨긴 것도 있지.’

마루의 이상형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 첫 여자 친구도 이를 토대로 소개시켰던 것이 아니던가.

그 같은 의미에서 봤을 때, 이선희는 마루의 이상형에 딱 이었다. 그래서인지 소개시키고 싶지 않았던 마음도 컸던 것인데, 이제와 생각해보면 그냥 여자들은 전부 소개하고 싶지 않았던 것 같기도 했다.

당연히 이런 부분은 언급할 생각이 없었다.

“이젠 슬슬 밝혀도 될 것 같아서, 생각난 김에 그냥 알려주는 거야. 괜히 내 이름 들먹이면서, 혹시라도 선희 불편하게 하면 죽는다.”

“...공사 구분은 확실하니까 걱정 마셔.”

잡담은 거기까지였다.

슬슬 영상도 막바지에 이르고 있었기에, 하이라이트를 감상하기 위해서라도 지금부턴 집중해야 할 때였다.

다큐멘터리를 촬영하기 전, PP를 통해 상당한 모의훈련을 하며, 그녀만의 공략법을 완성하고 왔다고 했다.

그 덕분일까?

‘깔끔하네.’

마루는 영상 속 이선희의 모습에 감탄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언뜻 부상이 제법 보이긴 했지만, 상대가 킬콩이라는 걸 생각해 본다면, 저 정도는 경상 정도로 치부해도 될 터였다.

초인에 올랐다고는 하나, 그들 랭커들의 세계에서 봤을 땐, 갓 전입 온 신입이나 다름없는 위치였다.

헌데, 그런 그녀가 홀로 킬콩을 상대하는 걸 넘어, 저처럼 압도하는 모습까지 보여주니, 시청자들의 가슴이 널뛰게 하기에 충분했다.

아니나 다를까.

-주모, 셔터 내려!

-주모, 국뽕 한 사발 더!

-주모~!

-속보 : 주모 과로사로 숨진 채 발견!

-으아아앙! 주모오오~엉엉!

-주몽 : 나 부름?

각 사이트마다 난리가 났다.

잠시 후 하이라이트 액션이 펼쳐졌다.

크워어어어어~!

피범벅이 된 킬콩이 최후의 발악을 하듯, 강대한 화력을 일으키는데, 본인 스스로도 불태울 만큼 강렬한 겁화가 주변 일대를 휘감기 시작했다.

그 순간 이선희가 코트를 벗어 크게 휘젓기 시작했다. 그러자 덮쳐들던 불길이 거기에 휘말리듯, 고스란히 따라 움직이며 춤을 추는데, 이리저리 코트가 날갯짓을 할 때마다 불길의 색상이 변화를 일으키는 것이 아닌가.

점차적으로 파랗게 그리고 하얗게, 어느새 눈보라가 되어 그녀의 주변을 휘몰아치고 있었다.

“흐아아압!”

묵묵히 전투에 임하던 이선희가 처음으로 기합성을 내뱉는가 싶더니, 코트를 크게 회전시키며 킬콩을 향해 내던졌다.

그 회전력 속에, 눈보라가 눈 폭풍이 되어 코트를 타고 킬콩을 향해 뻗어나갔다.

그리고,

쿠쿠쿠쿠쿠쿠...

치열했던 격전이 끝을 맺었다.

* * *

많은 업계 관계자들은 다큐멘터리 2부를 보며 직감했다.

‘저 수준이면, 신입 랭커라고 볼 수 없겠는데.’

‘혜성의 독주 체제로 흘러가겠군.’

‘균형이 무너지는 건가.’

‘지금이라도 혜성에 붙어야 하나?’

기존 질서가 무너지고 새로운 규칙이 들어서리란 예감이 그들 머리를 휘몰아쳤다.

당연하게도 이를 보는 기존의 강자들의 반응이 좋을 리가 없었는데, 그들 중에서도 유독 격하게 반응하는 이가 있었다.

콰앙!

광호의 길드장인 강만기는 거칠게 책상을 내리치며 TV를 응시했다. 맘 같아선 당장 저 화면을 박살내버리고 싶었지만, 안타깝게도 그럴 순 없었다.

마지막까지 확실히 보고 살펴야 하기 때문이다. 영상은 또 다른 하이라이트라 할 수 있는 종장의 승급심사로 넘어갔고, 거기서 결국 초인의 탄생을 알리는 신호탄을 쏴 올렸다.

퍼펑...펑...퍼퍼펑...

실제로 정말 폭죽이 터져 나왔고, 창밖으로 거리 전체가 환호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우와아아아아~!

이-선-희! 이-선-희!

얼 음 여 제, 이 선 희!

난리가 났고, 그만큼 열불이 터졌다.

‘빌어먹을 년!’

그의 오랜 숙적 이선과 마찬가지로, 얼음여제 이선희 역시 제거대상 명단에 있는 존재였다.

시작은 이선과의 관계로 인해 발단된 것이었다.

각기 혜성 그리고 태호의 방계라는 그들이 사제의 연을 맺었음을 알게 되었고, 이를 빌미로 여러 작업들을 펼친 끝에, 기어이 이선을 해외로 쫓아내는 것까지 성공할 수 있었다.

그리고 어린 여제의 분노가 폭발했다.

어찌 알아냈는지, 그의 수작을 알아내버린 것인데, 당시 아직은 철없는 부분이 남아있던 이선희는 겁도 없이 그에게 찾아왔고, 그렇게 대외적으로 알려지지 않은 그 둘의 결투가 펼쳐졌다.

결과는?

‘으득...’

강만기에게는 그리 유쾌하지 않은 기억이었다.

패배하진 않았다.

하지만,

패배하지만 않았을 뿐이다.

아무래도 한 세대 이상, 10년이 넘는 경력과 경험의 차이가 있다 보니, 그가 패배 한다는 것 자체가 이상한 일이었다.

그러나 깔끔한 승부도 아니었다.

압도하지 못했다.

치열한 승부였고, 그나마도 마무리를 짓진 못했다.

당시, 이선과 이반나도 한국을 떠난 상황이었지만, 그들이 남겨두고 간 인연이 상당했고, 이들이 움직이며 어린 여제를 보호해준 것이다.

맘 같아선 뒤쫓아서 확실히 마무리를 하고 싶었지만, 그의 부상도 심각했던 터라, 결국 그렇게 놓아주고 말았다.

분명, 승자는 그였지만 무승부나 다름없는 결과가 되어버린 것이다.

굴욕이며 치욕이었다.

으득...

그렇게 세월이 흐르고, 그녀에게 따라잡힌 것도 모자라, 오늘 이렇게 추월당했다는 것까지 확인하게 되니, 치미는 분노를 주체할 수가 없었다.

콰앙!

방송이 끝나기 무섭게 결국 TV를 박살내 버렸다.

원래라면 이 정도로 감정이 들끓는 경우가 드물건만, 이선의 입국과 이선희의 추월까지, 여러 문젯거리가 한 번에 밀려들며, 그의 감정 선을 어지럽히고 있었다.

문득, 구정국의 보고가 하나 떠올랐다.

‘키홀에서 온 놈들이 이선의 자료를 요청했다고 했었지.’

뒤이어 언급한 내용도 이어졌다.

-과거, 피닉스와 제로원이 몇 차례 어울렸다는 자료를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그의 머릿속으로 의외의 인물이 떠올랐다.

“B급 A형, 정마루!”

존슨의 형제로 알려진 사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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