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로그인 더 헌터-151화 (151/325)

#1. 격돌.

#1. 격돌.

무려 랭커가 넷이나 있는 파티였다.

그 같은 무리를 건드린다?

‘미친 짓이지.’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프링쿨스는 과감히 방아쇠를 당겨 달라 부탁했다.

―차라리 지금 잡아야 합니다. 더 깊은 심처로 들어가면, 접근도 쉽지 않을 겁니다.

저 문제아들을 존슨의 무덤에 닿게 할 수는 없다며, 이곳에서 직접 처리하겠다고 한 것이다.

데스크라는 특수한 통신 매체를 생각해 봤을 때, 확실히 지금 커트하는 게 맞긴 했지만, 상대가 상대인 만큼 망설여지는 건 어쩔 수가 없었다.

‘랭커를 넷이나 앞에 두고도 흔들림이 없었어.’

프링쿨스와 팀원들이 보여 주던 눈빛이나 태도 등에서 자신감을 읽었고, 그 때문에 더는 말리지 않았다.

‘이쪽도 이반나까지 포함하면 랭커가 둘이니까.’

마루는 그리 생각하는 한편, 여차하면 자신의 본 실력도 드러낼 것을 염두에 두고 있었다.

그 역시 프링쿨스의 이야기처럼, 저 이면의 문제아들에게 존슨의 무덤을 허락하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과거, 제퍼드를 상대하던 당시보다 발전한 지금, 적어도 랭커 한 명을 상대로 충분한 시간 벌이는 할 수 있을 터였다.

그렇게 각종 저격 장비를 세팅한 뒤, 방아쇠를 당겼다.

GB―eye만이 아니라, 따로 여분으로 준비해 놨던 장비까지 꺼낸 뒤, 무려 4개의 저격 총으로 9연발 스토킬 연사를 쏟아 낸 것이다.

그렇게 총 36발의 저격이 대기를 갈랐다.

* * *

그야말로 돌발 상황이었다.

퍼퍼퍽! 퍼퍽! 퍼퍼퍼퍽!

생각지도 못한 저격 앞에 난다 긴다 하는 최정예의 요원들이 일제히 무너지는 게 보였다.

“이런, 빌어먹을!”

“습격이다!”

“젠장! 어디냐?”

“누. 구? 후우우욱!”

워리어를 비롯한 랭커들이 급히 주변을 돌아보며 감각의 날을 세우는 한편, 각자 팀원들의 상태를 확인하는데, 다행스럽게도 목숨을 잃은 이들은 한 명도 없어 보였다.

정예 중에서도 최정예답게, 그 짧은 순간에 포스를 끌어 올리며 가드를 세운 것이다.

물론, 무사하다고 하기 어려운 이들도 몇몇 보이고, 하나같이 팔이나 다리 부위에 마비 증상을 비치기도 했지만, 그래도 일단 사망자는 없었다.

흥미로운 건, 랭커 4인은 쏙 피해서 저격을 했다는 점이었다.

“우릴 노렸으면, 좀 더 빨리 반응했을 텐데.”

워리어의 이야기에 뱀파이어 퀸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머리를 잘 쓴 거지.”

그림리퍼 역시 의견을 내어놨다.

“저희만 피했다는 건, 저흴 알고 있단 뜻이겠군요.”

“온다. 적. 죽인다! 후욱… 후욱….”

기간트가 문득 기세를 피워 내며 한 방향을 노려봤다.

저 멀리, 하늘 높이 솟아오른 나무를 박차며 달려오는 일단의 무리들이 보였다. 딱 그들의 경계 감각 너머에서 대기하고 있던 듯, 이제야 겨우 체크할 수 있었다.

뱀파이어 퀸의 두 눈에 불꽃이 튀었다.

“프링쿨스!”

지난 악연 때문인지, 단번에 그들 정체를 알아본 것인데, 이를 들은 나머지 세 랭커의 표정이 잠시 굳어졌다.

쉽지 않은 팀이라는 걸 알기 때문이었다.

‘느낌이 안 좋은데.’

워리어는 프링쿨스 팀의 과감한 돌입에 놀랐다. 저들이 보통 솜씨가 아니라는 건 알지만, 그래도 무려 랭커가 넷이나 있는 파티였다.

‘뭘까?’

의문을 내비치는 와중에, 문득 저 뒤로 등장하는 뜻밖의 얼굴에 눈을 동그랗게 떠야만 했다.

“이반나?”

프링쿨스와 어깨를 나란히 하며 달려오는 여인의 정체가 놀라웠다.

“이. 반. 나! 훅… 후욱!”

기간트가 한껏 흥분하며 덩치를 부풀리는 게 보였다. 그의 스킬인 신체 변형 [거인족]이 발동되고 있었다.

그렇잖아도 2m 남짓의 커다란 체형을 지니고 있었건만, 어느새 3m에 이르는 거인이 되더니, 사방팔방 자신의 존재감을 한껏 드러내기 시작했다.

그 모습에 워리어가 짧게 혀를 찼다.

‘하필….’

프링쿨스와 뱀파이어 퀸의 악연처럼, 기간트와 이반나 역시 그리 좋은 관계는 아니었다.

과거, 이반나가 가장 활발하게 활동하던 무렵, 한차례 기간트의 조직을 붕괴시킨 적이 있던 것인데, 하필 그 당시 기간트는 초인의 벽을 넘기 위해, 일종의 폐관 수련을 하던 상황인지라, 제대로 대처할 수가 없었다.

이후로 이반나를 쫓아다니다가 존슨에게 걸려 호되게 당한 게 그들 악연의 허무한 결말이었다.

그렇게 엔딩이 난 줄 알았던 스토리가 이곳에서 속편을 찍으려 하고 있었다.

‘쯧! 저렇게 제멋대로 움직이다니.’

이미 출발해 버린 기간트의 모습에 한숨만 나올 뿐이었다. 어느새 뱀파이어 퀸 역시 내달리고 있었는데, 겹겹이 한숨만 쌓이게 했다.

다행이라 한다면 그들의 팀원들은 자리를 지키고 있다는 점이었다. 애초에 움직이기도 애매한 상황이었다.

어느새 포위망을 갖추고 있는 프링쿨스의 팀 때문이었다.

‘일단, 여기는 나와 리퍼가… 어?’

워리어의 두 눈이 동그래졌다. 어느새 그림리퍼가 자취를 감춘 것인데, 그런 그의 귓전으로 날아드는 텔레파시가 있었다.

―저격수들을 처리하고 오겠습니다.

이는 엔트라 스토어의 귓말 아이템으로, 가격은 그리 높은 편이 아니라서, 제법 유용하게 사용되는 아이템이었다.

‘저격수라….’

나쁘지 않은 선택이라 여겨 고개를 끄덕였다.

‘보통 놈들이 아니었지.’

이 부분에서 워리어 일행들은 오해를 하고 있었다.

조금 전 개전의 포격이 ‘다수’에 의해서 발생한 저격이라는 착각이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그 많은 수의 저격이 한 개인에 의해서 이뤄졌다고 볼 수가 없는 것이다.

일반적인 포격이라 여길 수도 없는 게, 놀라울 만큼의 정확도를 보여 줬기에, 몇몇 최상위급 저격수들의 고속 연사 정도로 생각하는 게 가장 타당했다.

‘리퍼의 솜씨라면, 금세 정리하고 오겠지.’

워리어는 작게 고개를 끄덕이며 자신이 해야 할 일을 했다.

지휘관!

현재 그는 파티의 유일한 변속기였다.

* * *

프링쿨스는 팀의 지휘권을 부팀장 토비에게 넘겼다. 뱀파이어 퀸이라면 단숨에 그의 팀을 알아볼 터, 다이렉트로 그에게 달려들 확률이 높은 만큼, 일찌감치 지휘권을 넘긴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프링쿨스!”

그녀가 달려오는 게 보였다.

‘쯧!’

짧게 혀를 차며 팀원들과 거리를 벌렸다. 랭커들의 격전은 주변에 끼치는 영향력이 막대하기에, 따로 전장을 두고자 한 것이다.

이반나 역시 기간트의 접근에 맞춰 방향을 전환하는 게 보였다.

한 차례 토비와 시선을 맞춘 뒤, 프링쿨스 역시 크게 방향을 돌렸다. 주변 일대에 심상치 않은 몬스터들이 상당수 깔려 있지만, 그들 두 랭커가 본격적으로 발하는 기세에 놀란 듯, 일제히 숨을 죽이며 웅크리는 걸 느낄 수 있었다.

쿠웅!

적당한 공터를 찾아 내려선 순간, 마치 폭격이 떨어지듯 뱀파이어 퀸이 요란하게 착지했다.

피어나는 흙먼지 너머로 그녀가 안광을 번뜩이는 게 보였다.

“후후… 그 맛있게 생긴 얼굴은 여전하군.”

과자 캐릭터를 닮은 그의 외형을 가지고 놀리는 것이었는데, 이에 프링쿨스가 웃으며 답했다.

“단짠의 조화로운 얼굴이라며, 여성들이 좋아하긴 하지.”

“흥!”

여유 있게 받아치는 그의 태도가 맘에 안 드는 듯, 뱀파이어 퀸이 기세를 끌어 올렸다.

“많이 변했군. 예전에는 여자와 눈만 마주쳐도 벌벌 떨더니.”

“언제적 이야기를 하는지 모르겠군. 아직도 과거에 얽매여 살아가는 거냐?”

“그래. 그이가 죽어 버린 시점부터 단 한 걸음도 나아가지 못하고 있지.”

이에 프링쿨스가 고개를 저어 보였다.

“나이트 울프는 좋은 남자가 아니었어. 그놈의 바람기는 네가 더 잘 알잖아. 다이애나.”

“그 이름으로 부르지 마!”

뱀파이어 퀸, 다이애나가 버럭 성을 내지르며 능력을 끌어냈다.

푸스스스스스….

그녀의 주변으로 안개가 피어나기 시작했다.

뱀파이어 퀸!

그건 그녀의 별명임과 동시에, 그녀가 지닌 스킬 명칭이기도 했다.

물론, 조금의 차이가 있긴 했다.

[스킬 : 뱀파이어]

퀸이라는 단어는 차후 그녀가 붙인 것이지만, 랭커에 이른 존재감으로 인해, 모두가 고개를 끄덕이게 만들었다.

본격적으로 능력을 발휘하니, 마치 영화 속 흡혈귀처럼 송곳니도 솟아나기 시작하는데, 저 이빨에도 아주 특별한 능력이 담겨 있었다.

정신 지배!

일종의 노예가 되는 것인데, 상대 수준에 따라 영향력이 달라지긴 했다. 프링쿨스쯤 되는 실력자라면, 정신 지배가 아닌 감각 둔화 정도로 변형되는 것이다.

안개화를 비롯해 송곳니의 정신계 능력까지, 언뜻 멀티 능력자처럼 보이지만, 저 안개화 역시 정신 지배의 일종이라는 걸 생각한다면, 결국 한 가지 스킬의 분할 능력으로 구분될 뿐이었다.

프링쿨스 역시 스킬을 끌어 올렸다.

뿌득… 뿌드득….

그는 신체 변형 계열의 능력자였는데, 이를 보는 다이애나의 동공에 옅은 흔들림이 일었다.

[스킬 : 실버 울프]

그녀의 연인과 꼭 닮은 스킬, 그게 바로 프링쿨스의 능력인 까닭이었다. 차이가 있다면 은빛 늑대와 금빛 늑대의 차이 정도이리라.

바로 그 부분이 그녀를 더욱 분노하게 만드는 것이기도 했다.

‘친구라고 했으면서!’

마치 쌍둥이처럼 닮은 능력 때문인지, 자주 어울리던 그들이 아니던가. 그러더니 돌연 서로의 목을 물어뜯는 반전을 보여 줬다.

변화를 마치고, 완벽한 늑대인간이 된 프링쿨스가 하늘 높이 포효했다.

아우우우우우….

그의 하울링에 맞춰, 거대한 파동이 주변을 뒤흔드는데, 그건 마치 ‘피어’를 발산하는 것 같아서, 그렇잖아도 숨죽이고 있던 일대의 몬스터들이 걸음아 날 살리라며 도주하게 만드는 계기가 됐다.

푸스스스….

그 파동에 안개가 일부 흩어졌지만, 다이애나의 손짓에 의해 다시금 모여들며 그녀를 휘감았다.

그렇게 안개를 두른 채 포스를 흘려보내니, 희뿌연 안개 사이사이 검은 그림자들이 퍼득거리기 시작하는데, 그 형상이 마치 박쥐를 닮아 있었다.

“그이의 무덤에 네놈의 가죽을 바치겠다!”

성난 외침과 함께 다이애나가 손을 휘젓고, 안개 속에서 무수히 많은 박쥐 떼가 솟구치며 프링쿨스를 향해 날아들었다.

“크르르르….”

마치, 진짜 짐승이 된 듯, 프링쿨스가 으르렁대며 자세를 잡더니, 이내 안개의 소용돌이 속으로 뛰어들었다.

* * *

마루는 일찌감치 전장의 변화를 눈치채고 있었다.

‘그림리퍼라고 했지?’

4인의 랭커들에 대한 정보는 이미 머릿속에 입력하고 있었는데, 그중에서 암살 계열이라던 랭커가 자취를 감춘 것이다.

‘어디로 간 거지?’

그에 대한 의문은 오래지 않아 해결할 수 있었다.

‘날 찾고 있구나!’

저격을 할 때, 의도적으로 탄환의 방향을 다각도로 조절했다. 그렇게 몇몇 방향에 포인트를 두고, 그 연장선상에 따로 트랩을 설치해 놓기까지 했다.

이를 도와준 건 프링쿨스의 팀원들로, 각자의 진입 루트로 이동하며 준비한 물건을 어떤 식으로 설치하라는 등, 세세한 지시를 내려놓은 것이다.

그렇게 깔아 놓은 트랩 몇 개가 박살 났다.

몬스터들이 건드렸을 수도 있지만, 이반나를 비롯한 여러 랭커들이 작정하고 기세를 피워 낸 시점부터, 주변 일대는 몬스터 공백지대가 되어 버린 상태가 아니던가.

가능성이 낮은 이야기였다.

‘벌써 5번째 트랩을 건넜나.’

총기 옆으로 세워 둔 마석이 하나씩 부서지는 것으로 위치 파악이 가능했다.

말만 트랩일 뿐, 일종의 경보장치 수준이었던 터라, 별다른 피해를 입히기는 어려웠다. 직접 설치한 게 아니라 타인의 손을 빌려서 설치한 것이다 보니, 딱 거기까지가 한계였다.

마루는 손님을 맞이하기 전, 남은 탄환을 전부 쏟아부을 기세로 빠르게 연사를 시작했다.

스토킬, 스토킬, 스토킬….

쉼 없이 이어지는 9연발 사격의 연사 속에서, 순식간에 수백 발의 탄환이 발사됐다.

이번에는 파동 능력자의 도움이 없었던 탓일까?

투투투투투투투투….

그 총성이 요란히 울려 퍼지며 그의 위치를 알려 줬다. 아니나 다를까.

‘온다!’

마루는 등골이 오싹해지는 감각을 느끼며, 급히 저격 포인트에서 벗어났다.

파파파팍!

그 순간 날아든 섬광이 그가 있던 자리를 난도질했다.

허공에 떠오른 상태에서 그 궤적을 쫓아가니, 저 앞으로 검은 가면에 후드를 쓴 그림리퍼가 거대한 낫을 들고 서 있는 게 보였다.

가면 너머로 피어나는 섬뜩한 안광을 직시한 순간, 문득 마루는 전신이 경직되는 걸 느꼈다.

‘스킬?’

의문을 느끼는 찰나, 그림리퍼의 낫이 허공을 갈랐다.

으득!

강하게 기운을 끌어내며 몸부림을 치자, 속박되었던 몸뚱이가 자유를 되찾는데, 그 즈음에는 이미 섬광이 목전에 다다른 뒤였다.

‘할 수 없나.’

마루가 기운을 끌어 올렸다.

[사신 변환 ― 현무]

최근 들어 드디어 100%의 진행률과 함께 계승을 완료한 스킬, 현무의 방어기를 앞세웠다.

카아아앙….

양팔을 두드리는 아찔한 통증과 함께 그의 신형이 쭈욱 밀려나며 허공을 유영했다.

이를 본 그림리퍼의 두 눈 부릅 떠졌다.

‘맨몸으로 그걸 막았다고?’

회심의 일격이라 할 수 있건만, 그게 막혀 버린 것이다.

‘장비? 스킬?’

의문이 이어지는 가운데, 안정적으로 바닥에 착지한 마루가 경계 태세를 취하며 호흡을 고르는 게 보였다.

그리고 이제야 그 얼굴을 제대로 확인한 그림리퍼의 동공이 크게 흔들렸다.

‘CT헌터?’

근래 가장 핫한 저격수가 아니던가. 리튜브 스타로서 인지도 역시 확확 올리고 있다 보니, 모를 수 없는 얼굴이었다.

자연스레 좀 전의 모습이 떠올랐다.

그의 공격을 양팔을 교차해 막아 내던 모습인데, 다시금 의문이 이어졌다.

‘장비? 스킬?’

가드를 할 때, 마루의 전신에서 피어나던 검은빛 아우라를 떠올렸다.

‘…스킬!’

등허리가 짜릿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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