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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그인 더 헌터-156화 (156/325)

#6. 그림자 사슬.

#6. 그림자 사슬.

변형 능력의 특징이라고 해야 할까?

야성의 감각이 올라오며 결국 하울링을 터트리게 만들었다. 그리고 바로 그 같은 부분 때문에 빠르게 수인화를 풀어야만 했다.

치열한 격전을 거친 이후에는 특히 더 짐승의 본능이 살아나는 탓에, 더 버티고 있었다간 승리감에 도취된 야성의 본능으로 인해, 옛 형제의 연인을 물어뜯고 싶어질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그의 이 같은 변화에 다이애나가 물었다.

“쿨럭… 살려 주려고?”

프링쿨스는 형제의 마지막을 떠올렸다.

[그녀에겐 비밀로 해 줘.]

[미안하다!]

[부디, 그녀를 지켜 다오.]

입술을 짓씹은 그가 힘겹게 한마디 게워 냈다.

“골드가 주는 목숨이야. 의미 있게 살아.”

그 이름을 입에 담는 것 자체가 너무도 힘겨웠음에, 성급히 발길을 돌려 도망치듯 자리를 떠나야만 했다.

망연히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던 다이애나는 핏물 사이로 무거운 한숨을 토해 내며, 하늘을 올려다봤다.

마수지대의 어두운 마기로 인해, 마치 저 어딘가의 먼지 가득한 하늘처럼 흐릿하기만 할 뿐이었는데, 돌연 차오르는 물기가 그마저도 어지럽히고 있었다.

* * *

신기한 일이었다.

‘이게 왜?’

마루는 제 손에 들린 사신의 낫을 바라보며 눈을 동그랗게 떴다. 리퍼에게 관절기를 들어가던 중, 손목을 비틀다가 튕겨 나간 낫에 저도 모르게 손을 뻗었다.

그가 여태껏 살아왔던 밑바닥의 전장은 적의 무기도 내 것처럼 활용하는 게 일상이다 보니, 습관처럼 내민 손짓이었다.

타인의 스킬로 발동되는 무구인 만큼, 이는 무의미한 행위여야 옳았다.

한데, 이게 웬일?

그 순간 사신의 낫이 마치 자석처럼 손안으로 빨려 들어오는 것이 아닌가.

무의식중에 이를 잡고 그었다.

서걱….

그렇게 전투가 끝났다.

‘…아니, 주인이 사라졌는데, 아직까지 남아 있는 이유가 뭔데?’

황당해서 낫을 보고 있노라니, 그의 전신을 휘감고 있던 그림자 사슬이 휘리릭 손을 타고 올라오며 사신의 낫을 휘감았다.

직감적으로 낫의 소유권이 그림자 사슬에게 넘어왔음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새로 그림자 사슬의 주인이 된 그가 사신의 낫을 부릴 수 있게 된 것이다.

마루는 남다른 감각을 통해, 그림자 사슬 내부에 일렁이는 포스를 읽어 낼 수 있었다.

그림리퍼!

자세한 이유는 모르겠지만, 왠지 그의 기운이 잔뜩 담겨 있었는데, 짐작건대 이를 통해서 사신의 낫을 뺏어 온 게 아닐까 싶었다.

이쯤해서 떠오르는 의문이 하나 있었다.

“이건, 대체 뭐지?”

그림자 사슬의 정체에 대한 것으로, 정확한 명칭도 모르고 있는 터라, 연신 뒷머리만 긁적일 수밖에 없었다.

현무의 기운에 환장하는 아티팩트라는 것, 그 정도가 당장 파악한 전부였다.

생각해 봤자 머리만 아픈 터라, 일단은 주변 정리에 집중하기로 했다. 그렇게 리퍼의 품을 뒤져서 전리품을 챙긴 뒤, 다른 이들과의 합류를 위해 바삐 자리를 벗어났다.

* * *

기간트와 이반나의 격돌은 그야말로 백중세라는 말이 딱 어울렸다.

파팡… 파파파팡….

이리저리 날래게 움직이며 정신없이 타격을 몰아치는 이반나, 이를 단단히 가드하며 받아 내는 한편 틈틈이 반격을 내지르는 기간트.

일진일퇴의 공방이 오가는 가운데, 둘 모두 한계를 실감하는 시간이 찾아왔다.

치열함만큼 빠른 속도로 포스가 고갈된 것이다. 마침 비슷한 수준이었던 터라, 서로 간격을 조절하는 타이밍도 비슷했다.

그 때문일까?

서로 눈짓을 나누는가 싶더니, 훌쩍 물러서며 거리를 둔 그들은 크게 한 방을 노리며 마지막을 준비했다.

더 이상 포스가 소모되었다간, 각자 필살이라 할 만한 일격을 노릴 수 없단 판단을 내린 것인데, 이때부터 치열한 눈치 싸움이 시작됐다.

“크으… 크….”

“하아악… 후웁… 후우욱….”

급히 호흡을 다듬으며 짧게나마 컨디션을 조절하는 가운데, 선수를 친 건 먼저 숨결이 정돈된 기간트였다.

바람처럼 날아드는데, 마치 벌집에 쏘이기라도 한 듯, 그렇잖아도 거대한 주먹이 더욱 크게 부풀어 오르는 게 보였다.

단숨에 거리가 확 좁혀지는 찰나, 이반나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그와 동시에 언뜻 거칠어 보이던 숨결이 거짓말처럼 바로 잡히는 게 보였다.

절정의 순간 호흡 조절을 통해 미끼를 던진 것이다. 별거 아닌 듯 보이지만, 이런 소소한 반전들이 때론 치명적 함정으로 작용하는 경우가 적잖았다.

선수를 잡았지만 역으로 카운터가 준비 중인 상황이었다.

움찔!

찰나의 순간 진퇴 여부의 고민이 있었던가?

기간트의 어깨에 힘이 들어가며 흔들리는 게 보일 때, 이반나가 머리를 들이밀었다.

머릿결을 타고 등 뒤로 넘어갔던 뿔이 어느새 바짝 세워져 있었다. 이를 본 기간트가 주춤했던 기세를 재차 끌어 올리듯 포효했다.

“이. 반. 나―!”

그와 동시에 거대화한 기간트의 주먹이 천둥신의 망치처럼 벼락처럼 떨어져 내리고, 이를 정면으로 돌파하려는 듯 이반나의 박치기가 포탄처럼 쏘아졌다.

쿠르르르르릉….

거대한 폭발성과 함께, 사방으로 흙먼지가 피어나는 가운데, 이를 헤치며 튕겨 나가는 그림자가 하나 있었다.

유달리 거대한 음영에서 정체가 짐작됐다.

기간트!

“커허어억….”

핏물을 토해 내며 저 멀리 튕겨지는 가운데, 기간트의 두 눈 가득 진한 흔들림이 깃들었다.

‘아파! 죽는다. 죽어?’

“싫―어!”

알 만한 이들은 다 아는 기간트의 버릇이 하나 있었는데, 그는 결정적 위기의 순간이 다가올 때면, 매번 비슷한 선택을 내리고는 했다.

휙, 파아아앙…!

아니나 다를까. 튕겨지던 신형을 대뜸 뒤집는가 싶더니, 그대로 도주를 선택하는 것이 아닌가.

‘쯧!’

뒤늦게 흙먼지를 튀어나온 이반나가 저 멀리 사라지는 기간트를 보며 입술을 짓씹었다.

실로 간발의 차이로 득을 보았지만, 뒤를 쫓아갈 만한 기력이 남아 있질 않았다. 허탈함에 한숨을 푹 내쉬는 찰나였다.

탕… 타앙… 타아아앙….

어디선가 터져 나온 총성과 함께, 저 멀리 도주하던 기간트의 신형이 고꾸라지는 것이 아닌가.

단번에 그 정체를 알아봤다.

‘마루?’

짧게나마 여정을 함께하며 익숙히 들었던 총성이기 때문이다. 아니나 다를까 저 멀리 마루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기이한 건 저격 포인트를 유지하는 게 아니라, 날듯이 달려오고 있다는 점이었는데, 그러며 꾸준히 방아쇠를 당겨 대니, 결국 기간트도 도주를 포기하며 뒷걸음질을 쳐야만 했다.

이반나의 눈가에 불이 들어왔다.

뭐가 어찌 됐건 지원군이 등장한 데다가, 잠시나마 기간트의 퇴로까지 차단한 상황이었다.

놓칠 수 없는 기회였다.

우우웅….

이미 바닥인 기력을 박박 긁어모으며 포스를 끌어 올렸다. 그에 따라 지친 듯 풀 죽어 있던 그녀의 뿔이 매섭게 각을 잡았다.

“흐아아아아압!”

기력을 쥐어짜 내듯, 억지로 게워 내는 기합성과 함께 그녀의 신형이 포탄처럼 쏘아졌다.

꽈르르릉….

* * *

위기가 연속되다 보니 자연스레 겸손해진 것일까?

개성 가득하던 워리어 파티는 점차적으로 튀는 행동들을 자제하기 시작했고, 그로 인해 제법 그럴싸한 호흡 연계를 맞출 수 있었다.

하지만 그즈음에는 이미 프링쿨스 팀에게 완전히 흐름이 넘어가 버린 터라, 가드를 바짝 세운 채 버티기에 돌입하는 게 그들이 할 수 있는 최선이었다.

절망적인 상황이지만 누구 하나 희망을 버리지 않았다.

무려, 랭커 4인의 파티가 아니던가.

그렇게 버티고 또 버티다 보면 누군가가 나타나서 상황을 뒤집어 줄 거란 믿음이 있었다. 그 때문에 이를 악물며 버티기에 들어간 것이다.

“좀만 더 버텨!”

“곧 리퍼 님께서 오실 거다.”

“워리어 님을 믿어!”

랭커 대전 중인 기간트와 퀸을 당장 부를 순 없지만, 그게 아닌 나머지 둘에게는 기대해도 되기에, 그렇게 외쳐 대며 악으로 깡으로 버티고 또 버티는데, 그들을 기겁하게 만드는 얼굴이 등장해 버렸다.

“헉! 프… 프링쿨스?”

상대하는 팀의 실질적 리더가 나타난 것이다. 토비가 지휘하던 때보다 한층 상황이 어려워진단 의미이기도 했다.

“설마, 퀸께서….”

“아… 안 돼!”

뱀파이어 퀸의 팀원들이 일제히 비명을 내지르는 가운데, 이를 잠시 지켜보던 프링쿨스가 목소리를 높였다.

“지금이라도 항복하는 놈은 살려 준다!”

언뜻 눈치를 보는 게, 그의 등장으로 사기가 꺾인 게 분명해 보였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저하는 건, 아직 3인의 랭커들이 더 남아 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오래지 않아 이들을 좌절하게 만드는 상황이 발생했다.

“토비?”

“어… 어떻게?”

“말도 안 돼!”

“워리어 님이 졌다고?”

아직 토비가 랭커인 걸 모르는 탓에, 더더욱 그의 등장이 이해되지 않았는데, 그런 그들을 확실히 꺾어 놓으려는 듯, 토비가 자신의 허리춤을 두드렸다.

그게 결정적이었다.

‘워리어 님의 아티팩트!’

토비의 허리춤에는 워리어가 사용하는 장검이 채워져 있던 것이다.

툭… 투둑… 쿠웅….

하나둘 병장기를 내려놓으며 백기를 들기 시작했다. 그 모습에 프링쿨스가 고개를 끄덕이며 팀원들에게 신호를 보냈고, 이내 각성 특수 포박술이 이어졌다.

원래라면 전부 베어 버려야 할 것이나, 그러자면 적잖은 피를 흘려야 할 터, 아직 여정이 한참 남아 있는 만큼, 결국 적당한 선에서 마무리를 지을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걸리는 점도 있었다.

다이애나!

그녀 때문에 퀸의 팀원들을 죽이기가 어려웠다.

어쩌다 보니 오해를 풀게 된 지금, 그들 관계는 상당히 어정쩡한 게 사실이었다.

하지만 이 와중에 팀원들을 전부 베어 버린다면?

관계 개선은 더 이상 기대하기 어려울 터였다. 상황이야 어찌 됐건 그의 형제가 마지막 순간 눈물로 부탁했던 여인이었다.

퀸의 팀원들을 구제하기 위해서라도, 상황을 정리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포박술을 지켜보던 프링쿨스가 토비에게 말했다.

“좀 더 부탁하마.”

“맡겨 주십시오!”

그렇게 전장 정리를 토비에게 넘겨준 뒤, 이반나를 돕고 마루의 안전을 확인하려 움직이려는 찰나였다.

“허….”

멀리 놀라운 광경이 눈에 들어왔다.

이반나와 마루!

그 둘이 같이 달려오고 있던 것이다.

느낌이 왔다.

‘끝났구나!’

지긋지긋한 전장의 막이 내려가고 있었다.

* * *

산타카타리나는 남미에서 손에 꼽히는 마수지대였다. 그렇다 보니 그 외곽 경계선을 시작으로, 수많은 길드의 관계자들이 자리를 잡고 있고, 게다가 국가적으로 시행하는 여러 숙박 사업 등, 다양한 관련 시설들이 설치되어 있었다.

브라질에서 좀 나간다 하는 단체라면, 일단 한자리씩 꿰차고 있는 게 바로 산타카타리나 마수지대의 경계 지역이었다.

그런 만큼 다양한 볼거리들과 즐길 거리가 제법 마련되어 있었는데, 눈이 즐거워지는 풍경 속에서도 유독 불편한 기색을 드러내는 이가 있었다.

“후우… 이런 쓰레기 같은 놈들, 싹 쓸어버려야 할 텐데.”

나직한 혼잣말을 입에 담으며, 곳곳에 보이는 도박 시설들을 경멸의 눈초리로 흘겨보는 건, 이제 막 20대나 되었을 법한 청년이었는데, 기이한 건 이러한 불손한 눈빛과 말투 등에도 불구하고, 누구 하나 그에게 태클을 거는 이가 없다는 점이었다.

이는 청년이 작정하고 발산하는 기세 때문이었다.

놀라울 만큼 패도적인 기운으로 주변을 압살하고 있던 터라, 감히 그 불손한 태도에도 조용히 고개만 박을 뿐이었다.

그 거친 기세는 이 험한 산타카타리나와 제법 잘 어울렸는데, 하지만 그는 이런 분위기를 매우 싫어하는 편이었다.

이면의 세상이란 것 자체를 경멸하기 때문인데, 이는 그의 정체와도 관련이 있었다.

레오 리마리오!

WHA의 2대 협회 회장의 수제자이자, WHA의 3대 협회장의 장남, 그게 바로 청년의 정체였다.

눈살을 찌푸리며 주변을 쭈욱 돌아보던 것도 잠시, 레오는 멀리 보이는 마굴의 입구를 바라보며 작게 한숨을 뱉어 냈다.

“후우… 삼촌….”

인디안 존슨을 떠올린 탓인데, 괜히 가슴이 떨리는 걸 느꼈다.

‘…정말 돌아가신 건 아니죠?’

짧게 입술을 짓씹던 그가 흔들리는 마음을 다잡고자, 한층 패도적인 기세를 흩뿌리기 시작했다.

“히익….”

“사… 살려 주십시오!”

이에 기겁한 주변인들이 하나같이 바닥에 머리를 박는 가운데, 이를 본 레오가 짧게 콧방귀를 뀐 뒤, 성큼성큼 마굴 입구를 향해 걸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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