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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첫 경험!

#11. 첫 경험!

이제는 은퇴한 WHA의 2대 회장, 아드리안 데일은 쉼 없이 올라오는 보고서를 뒤로한 채, 잠시 티타임을 가지면서, 저 멀리 산타카타리나의 상황을 머릿속으로 그려 냈다.

‘그동안 숨죽이고 있던 놈들이 제법 움직이는 것 같던데….’

짐작건대 프링쿨스 팀과 한차례 마찰이 발생하지 않았을까 싶었다.

‘어느 정도 수준일진 모르겠지만, 프링쿨스 그 녀석이 견적 하나는 잘 내니까. 적당히 잘 해결하겠지.’

그러면서 떠올린 건 제자에 관한 생각이었다.

‘흠… 잘하고 있으려나?’

내심 걱정이 됐다.

실력은 문제 되지 않았다.

오랜 시간 잡아 놓고 고행을 시키며, 실버 박사의 유산을 그 천부적인 몸뚱이에 때려 박았다.

당장 실력도 A급의 수준급 헌터였지만, 박사의 유산을 제대로 구현하는 몸뚱이의 경우, 실력 이상의 능력을 보여 줄 수 있었다.

그런 만큼 관련한 걱정은 크지 않았다.

‘간만의 외출이라서 너무 흥분하면 안 될 텐데.’

일단 다행이라 한다면 따로 붙여 놨던 눈길을 통해, 별문제 없이 산타카타리나 마굴로 진입했다는 점이었다.

그가 각성자 우월주의라면, 제자인 레오의 경우에는 범죄자를 극도로 경멸하는 성향을 지니고 있었다.

짐작건대 제 부친인 3대 회장이 이면의 문제로 골치를 썩이는 모습을 지켜봤기 때문이라 여겼다. 이 부분은 내심 미안하긴 했다.

그저 몸짓만 불리는 데 신경을 쓰다 보니, 여러 다양한 골칫거리를 다음 3대로 물려줘 버린 것이다.

“크흠….”

보는 이가 아무도 없건만, 괜히 헛기침이 나왔다.

제자의 성향 때문에 마굴 주변 시설에서 문제를 일으킬까 걱정했건만, 아무래도 그 부분은 무사히 넘어간 듯싶었다.

그래도 안심하긴 일렀다.

‘분명, 날뛸 것 같은데.’

쓸데없는 심력 소모 때문일까?

후루룩….

티타임이 생각보다 길어지고 있었다.

* * *

레오는 새삼 깨달았다.

“여기가 산타카타리나.”

남미 전체에서 손꼽히는 마굴이라는 건, 세계적으로도 순번을 정할 수 있단 의미이리라.

어지간한 마굴은 명함도 못 내미는 것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너무 쉽잖아!”

자신의 강함을 새삼 실감하는 순간이었다.

스승, 데일 밑에서 제대로 즐기지도 못한 채, 수년간 고행을 한 보람이 있다 여겼다.

“푸하하하하하!”

크게 웃음을 터트린 그가 이리저리 손발을 휘젓는데, 그럴 때마다 달려들던 몬스터들이 곤죽이 되어 죽어 나갔다.

기이한 건, 그 손짓 발짓 사이로 발현되는 능력들이었다.

화르르륵….

불길이 쏘아질 때도 있고,

촤아아악!

물 폭탄이 터지기도 하며,

쿠르르릉~!

땅거죽이 뒤집어지는 등, 실로 다양한 능력들이 그의 몸짓 속에 피어나고 있었다.

멀티 스킬!

모두가 꿈이라고만 여기던 다중 스킬이 그의 행위 곳곳에서 묻어 나오고 있던 것이다.

“그나저나 대체 심처는 어디쯤이야?”

존슨이 올린 게시글을 토대로 이동을 거듭하고 있긴 하나, 상당히 두서없는 내용이다 보니, 전문가가 아니라면 제대로 파악하기 어려운 면이 있었다.

스승에게 도움을 얻어 따로 지도를 만들긴 했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았다.

‘길이 좀 바뀐 것 같기도 하고….’

어느 시점을 기준으로 점차적으로 몬스터들의 움직임이 달라지고, 숲 전체의 흐름이나 분위기에 변화가 발생하는 것 같더니, 예정된 길이 조금씩 비틀리고 있었다.

자칫 지도가 무용지물이 될 수 있는 만큼, 몬스터와의 마찰은 적당히 자제하기로 했다.

‘스트레스 해소는 여기까지!’

지금부터는 오직 이동에만 전념하기로 결정을 내렸다.

파파파팡….

그의 신형이 바람을 타고 오르는가 싶더니, 저 높은 하늘을 가르며 날아가기 시작했다.

* * *

프링쿨스 팀원들 중 대격변을 겪어 보지 않은 이는 한 명도 없었다.

그런 만큼 마족을 눈앞에 두고서도 하나 같이 침착한 표정으로 진형을 갖춰 나가고 있었다.

“일단 세 종류인가?”

그러면서 마족에 대한 분석도 놓치지 않았는데, 팀원의 탱킹 능력을 앞세우며 확인한 결과, 현재까지 마족이 보여 준 능력은 총 3종류였다.

‘충격파, 칼바람, 레이저.’

토비를 대신해서 지휘권을 잡고 있는 여인, 헤더는 원래 강화계의 곁다리 총기 능력자로서 현장에 뛰다, 사념 폐해를 극복하기 위해 총화기를 버린 뒤, 궁수로 전향한 헌터였다.

강화계 총기 능력자가 대개 그러하듯, 남다른 시야를 지니고 있었는데, 이를 통해서 마족의 모든 동작을 세세히 보고 분석하며 파헤치는 작업을 반복 중이었다.

“근육 수축! 충격파 대비.”

덕분에 놈의 동작의 세세한 변화를 통해, 어떤 능력이 발현될지도 일부분 체크하는 게 가능했고, 덕분에 팀원들은 한층 수월하게 공방을 거듭할 수 있었다.

우워어어어어!

예고했던 그대로 충격파가 터져 나왔다. 마치 피어처럼 터져 나온 포효가 일행들의 발목을 묶지만, 이미 대비하고 있던 만큼, 빠르게 털어 내며 다시금 달려들 수 있었다.

이후에도 헤더의 시기적절한 지시는 조금씩 팀을 유리한 방향으로 이끌었다.

‘날개를 털었어?’

“칼바람 대비!”

이내 주변의 바람들이 폭풍우가 되는가 싶더니, 매서운 칼날처럼 일행들을 뒤덮었다.

충격파에 칼바람, 거기에 마지막으로 한 가지 더,

“레이저 온다!”

놈의 동공이 일순 붉게 변한다고 여긴 순간, 시뻘건 광선이 쏘아졌다.

그 위력은 놈의 공격들 중 가장 위협적인 만큼, 막기보단 피하는 걸 선호하지만, 타이밍을 놓쳤을 땐 탱커들이 앞장서서 가드를 세울 수밖에 없었다.

이는 후방의 동선을 정확히 캐치하고 있어야 가능한 연계로서, 이들이 최고 중에서도 최고라 할 만한 이유가 바로 이런 부분에서 드러나고는 했다.

안 보고도 정확히 막아야 할 때와 흘려야 할 때, 그리고 피해야 하는 타이밍을 캐치하기 때문이다.

마치 한 몸처럼 유기적으로 돌아가는 그들의 연수합격은 점차적으로 마족의 당혹감을 일깨우며, 놈의 동요를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다.

‘놈! 지난번과는 다를 거다.’

헤더는 두 눈 가득 안광을 번뜩이며 마족을 노려봤다.

앞서 이레귤러 원정을 실패했던 건, 마족이 끼어 있는 걸 몰랐던 게 컸다. 하지만 지금은 놈들이 분신을 통해 간섭하고 있음을 알기에, 적절히 대처할 수 있는 것이다.

물론, 마족 다섯을 한 번에 상대해야 했다면, 연신 뒷걸음질 치기도 바빴겠지만, 겨우 한 개체를 커버하는 정도가 아니던가.

팀원이 전부 모여 있는 상황도 아니고, 팀장 프링쿨스와 부팀장 토비까지 빠져 있었지만, 그들만으로도 한 개체를 감당하는 것 정도는 가능했다.

‘본체도 아닌 분신 따위가….’

괜히 최정예로 불리는 게 아니었다.

헤더의 시야가 아주 잠시, 마족을 넘어 하늘까지 닿을 듯 솟아 있는 불기둥으로 향했다.

‘제로 원!’

그녀의 영웅을 위해서라도, 이 승부는 놓칠 수 없었다.

그리고 이는 그녀만이 아니라, 팀원 모두가 공통되게 지니고 있는 생각으로서, 이들 연계를 더더욱 끈끈하게 만들어 주며 마족을 몰아붙이게 만들었다.

“크아아악!”

당혹감 어린 마족의 외침이 터져 나오는 가운데, 프링쿨스 팀이 펼쳐 놓은 개미지옥이 점차적으로 놈을 나락으로 끌어 내리고 있었다.

* * *

마루의 두 주먹에서 신성한 아우라가 피어나는 가운데, 이마저도 완벽히 컨트롤하며 양 주먹 안에 완벽히 가둬 버리니, 더 이상 빛의 흔적은 찾아볼 수가 없었다.

하지만 그 안에 들끓고 있는 강대한 성력까지 감출 순 없어, 마족의 안색은 금세 하얗게 질려 버렸다.

주륵….

그림자 사슬 건틀릿 너머, 핏물이 여전히 흐르고 있었지만, 앞서 그 커다란 관통상은 찾아볼 수 없었다. 자그마한 흔적 정도만 남아 있었는데, 스킬은 이를 정의하길 ‘성흔’으로 분류했다.

이 상처가 완전히 사라지고, 핏물마저 멈추면?

‘성흔이 사라지기 전에!’

승부를 봐야 했다.

[태세 전환 ― 울프]

사신 변환이 아닌, 아직까진 좀 더 다양성에 앞서 있는 태세 전환을 끌어 올린 뒤, 네 가지 스킬의 연계를 빠르게 뒤집어 가며 스킬 중첩을 쌓아 올렸다.

그리고 다시 ‘울프’로 돌아온 순간, 전환의 연계로 ‘민첩’의 중첩이 정점을 찍는 걸 느끼며, 마루의 신형이 화살처럼 쏘아졌다.

파앙!

한 걸음에 마족의 지척까지 다다른 그가 빠르게 주먹을 내지르는 가운데, 마족의 신형이 어지러이 움직이며 그 모든 공격들을 피해 내는 게 보였다.

언뜻 보이는 표정이 ‘앗 뜨거라’ 하는 느낌이라고 해야 할까?

성력에 대한 강한 거부감이 전해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국 마루의 공격에 적중되는 건 피할 수 없었던 듯, 이를 막아 내는 마족의 양팔 위로 칠흑처럼 시꺼먼 아우라가 피어났다.

치지지직….

마치, 인두로 지지는 것 같은 소음이 새 나오는 가운데, 마족의 두 눈 위로 뇌전이 쳤다.

번쩍!

고통이 불러온 분노가 마족에게 저돌성을 심어 준 것이다.

이때부턴 마족의 반격이 시작됐다.

쿠릉….

어떻게 몸속에서 그런 소리가 날 수 있는지 의아할 만큼, 커다란 천둥성이 마족의 내부에서 일어난다고 여긴 순간,

꽈르르르르릉….

강대한 충격파가 터져 나오며 마루를 튕겨 냈다.

그 와중에 빠르게 연격도 쏟아 내는데, 양팔을 어지러이 교차하며 이를 막아 냈다. 그렇게 밀려난 마루는 전방을 보며 진짜는 따로 있음을 깨달았다.

파지지직!

검은빛 안개 같은 걸 휘감고, 그 사이사이 시꺼먼 뇌전을 번뜩이고 있는 마족의 모습을 발견한 까닭이었다.

푸후우우우….

숨결 사이사이 새 나오는 뇌기가 한눈에 봐도 짜릿하게 느껴졌다.

그 순간 마루는 기다려선 안 된다는 걸 깨달았다.

호흡을 타고 흐른 뇌기가 안개를 형성하는가 싶더니, 이내 뇌운이 진해지고, 뒤이어 뇌전의 굵기가 두꺼워지는 걸 발견한 까닭이었다.

미세한 색감 변화다 보니 놓치기 쉬운 부분이었지만, 남다른 감각으로 예민해져 있는 탓인지 이를 정확히 캐치해 낼 수 있었다.

재차 화살처럼 쏘아지며 접근을 하는데, 문득 마족의 어깨가 부푸는 게 보였다.

‘음?’

눈을 동그랗게 뜨는 찰나, 어깨가 쭈욱 늘어나며 포탄처럼 쏘아지는 게 아닌가.

‘이게, 뭔?’

파아아앙!

막고 난 뒤에야 깨달았다.

‘날개?’

어깨가 아니라 등 뒤에서 날개가 휘어져 들어오며, 그를 공격한 것이다. 보통 날개라 하면 저런 식으로 휘어지는 게 불가능할 터이나, 마족이란 존재는 일반적인 개념으로 설명해선 안 될 일이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저런 게 흔한 건 아니었다.

‘저것도 능력인가?’

뇌기 계열 한 가지로 정의할 수는 없었다. 고위종을 비롯하여 마족이라 불리는 놈들 중에는 멀티 스킬 능력자가 상당 부분 존재하기 때문이다.

일단 염두에 두며, 다시금 달려들었다.

휘리리릭!

이번에도 날개가 채찍처럼 휘어져 들어오며 그의 접근을 방해했지만, 이를 경계하고 있던 만큼 유연히 대처하며 깊숙이 파고들 수 있었다.

쿠웅!

달려들던 속도 그대로 땅을 찍으며 진각을 밟고 급제동, 그렇게 밀려든 반동을 한데 모아서 쭈욱 내질렀다.

퍼어어엉!

물론, 쉬이 먹힐 리는 없었는데, 마족은 아슬아슬하게 이를 피해 냈다. 하지만 실망하지 않았다.

권격의 충격파에 마족이 모아 놨던 뇌운이 크게 흩어지는 걸 본 까닭이었다. 애초에 그게 목적이었던 건데, 안타깝게도 흩어졌던 뇌운은 놈의 손짓에 다시 모여들고 있었다.

‘그래도 뇌기는 많이 깎였네.’

저 구름을 통해야만 제대로 된 뇌기가 발산되는 듯싶었다. 쉼 없이 두드리며 제대로 모일 기회를 주지 않으면 되는 것이다.

그리 생각하며 더욱 깊이 파고들 때였다.

푸부부북!

“크윽!”

마루가 신음성을 흘리며 훌쩍 물러났다.

‘빌어먹을!’

정말 생각지도 못한 공격으로, 마족의 전신 가득 뾰족한 가시들이 솟아 있는 게 보였다. 일종의 신체 변형 능력으로 여겨졌다.

‘더럽게 번거롭네.’

새삼 자신을 상대하던 랭커들이 떠올랐다. 그들 심경이 확 이해되는 순간이라도 해야 할까?

마족이라는 특수 개체는 처음 상대하는 것이니만큼, 당혹감이 클 수밖에 없었지만, 호흡을 가다듬으며 PP의 감각을 떠올렸다.

현실에서는 첫 경험일지 모르나, 게임 속에선 몇 차례 겪어 보지 않았던가.

‘할 수 있다!’

각오를 다지는 찰나,

촤르륵….

마족에게 변화가 발생했다.

뾰족이 솟은 가시들이 마치 덩굴처럼 엮이는가 싶더니, 그대로 모여들며 채찍처럼 늘어지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신체 변형이란 말로는 다 표현하기 어려운 변화였다.

이내, 어깨 위로 가시덩굴 여럿이 휘날리는데, 그 모습이 마치 미국 거미영웅 만화에 나오는 문어박사를 연상시켰다.

“미치겠네!”

결국 육두문자를 토해 내는 가운데, 이번에는 마족 측에서 먼저 공격을 개시했다.

가시넝쿨이 시야를 어지럽히며 날아드는 게 보였다.

쫘아아악!

매서운 채찍질이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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