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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마족.

#12. 마족.

엔트라 데스크에 올라 있는 존슨의 게시글에는 마굴의 심처에 이르는 루트를 비롯하여, 새로운 이레귤러 현상인 마족의 분신화에 대한 설명이 제법 상세히 적혀 있었다.

하지만 딱 거기까지였다.

마족들의 능력치에 대한 설명까진 적혀 있지 않았다.

대부분 멀티 스킬을 보유하고 있는 마족들이다 보니, 이를 따로 구분해 가며 설명하기란 쉽지 않았고, 게다가 그럴 만한 시간적 여유도 부족했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존슨은 자신의 생명을 담보로 최종 봉인술을 발동할 계획이었던 만큼, 굳이 다섯 마족에 대한 상세 정보까지 서술할 필요는 없다 여기기도 했다.

이레귤러를 닫아 버리면 해결되는 일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봉인술은 실패했고, 이레귤러는 다시 열렸으며, 다섯 마족의 분신도 재차 넘어와 버렸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격전지마다 몸으로 겪으며 마족들의 스킬 정보를 뽑아내야 했는데, 그러다 보니 간혹 골 때리는 일을 겪기도 했다.

스스스스….

프링쿨스는 헛웃음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허… 이게 또 이렇게 되나?’

그를 쫓아온 마족의 능력을 보고 있노라니 헛웃음만 나올 뿐이었다.

스스스스스스….

놈의 주변으로 안개가 형성되고, 그 안에 다양한 그림자들이 퍼덕대는 게 보였다.

그건 마치,

‘다이애나?’

뱀파이어 퀸을 연상시키는 모습이었다.

물론, 차이점이야 있었다.

다이애나는 안개를 통해 환각을 일으키며 정신계를 공격하는 능력을 지녔지만, 저 안개는 실체를 지니고 있었다.

퍼드드득….

순간 안개에서 그림자 하나가 솟구친다 싶더니, 그대로 날아들며 그를 들이받으려 들었다.

박쥐의 형상을 하고 있었는데, 이를 쳐 내는 순간 안개로 화하며 흩어졌다.

저릿….

손끝에 남아 있는 묵직한 타격감에 새삼 놀라야만 했다. 그렇다고 거기에만 집중할 수는 없었다.

바삐 손을 휘저으며 흩어진 안개를 날려 보내는데, 이는 저 안개 속에 스며 있는 독 기운을 피하기 위함이었다.

초반에 이를 모르고 있다가 몇 호흡 들이켰고, 머리가 띵해지는 경험을 했기 때문이다.

말인즉, 저건 독 안개라는 의미였다.

상성이 좋지 않았다.

그는 거리를 좁히며 싸워야하건만, 저 안개 속으로 뛰어들다 보면 자연히 중독 현상이 일어날 수밖에 없었다.

다이애나의 안개는 정신방벽만 잘 치고 있으면, 어쨌든 버티며 밀어붙일 수 있었지만, 저건 달랐다.

포스를 둘러 커버하는 것에도 한계가 있을 터, 시간을 질질 끌면 위험하다는 결론 아래, 프링쿨스는 단기 결전을 준비했다.

아우우우우우~!

진한 하울링과 함께, 이미 늑대인간으로 변형되었던 그의 신체에 2차 변화가 발생했다.

우득… 뿌득….

앞의 형태가 인간의 모습이 상당 부분 남아 있었다면, 이젠 완전히 짐승이라 해도 될 만큼 거칠게 변한 것인데, 굳이 표현을 하자면, 이전까진 인간이 늑대의 탈을 쓴 느낌이라면, 이젠 늑대가 두 발로 서 있는 느낌이 강했다.

그는 이를 완전 야수화라 칭했는데, 다이애나와 결전을 할 때는 사용하지 못했고, 사용할 수도 없는 방법이었다.

이성의 끈이 완전히 사라져 버리기 때문인데, 환각계에 쉬이 넘어간다는 단점으로 인해, 섣불리 사용할 수 없는 야수화였다.

그의 변화에 마족의 두 눈에 이채가 스쳐 가는 가운데, 프링쿨스가 진짜 짐승처럼 사납게 울부짖는가 싶더니, 마치 짐승처럼 네 발로 대지를 박차며 달려들었다.

크와아앙~!

* * *

앞서, 일행들을 괴롭히던 고위종들의 출현에 한 차례 유추한 바가 있었다.

테이머!

저들 마족 사이에 몬스터를 컨트롤하는 능력자가 있을 거란 예측을 했었는데, 지금 그 정답을 눈앞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쓰바, 씨바!”

이반나는 연신 육두문자를 남발하며 달려드는 몬스터들을 쳐 내야만 했다.

그녀가 상대하는 마족이 바로 테이밍 능력을 보유하고 있던 것이다. 유인했다고 싶은 순간 웬 고위종들이 전방을 가로막는가 싶더니, 이내 그녀를 에워싸며 공격을 시작하는 것이 아닌가.

더욱 골 때리는 건, 마족이란 놈들은 대개 멀티 스킬 보유자가 많다는 점이었는데, 그녀가 상대하는 마족 역시 마찬가지였다.

‘이번엔 어디냐? 어떤 놈으로 위장했지?’

이반나의 시선이 주변을 매섭게 훑는 가운데, 그녀를 둘러싼 고위종들이 그 시선의 동선을 피해 가며 달려들었다. 마족의 컨트롤이 만들어 낸 일사불란한 움직임이었다.

평소라면 별거 아닌 듯, 가볍게 여겼을 놈들이었다.

물론, 레이드 클래스의 고위종이니 만큼, 어느 정도는 긴장감을 품었겠지만, 치열하게 상대할 만한 수준은 아니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녀를 둘러싼 모든 개체에 긴장하며 날카롭게 반응하고 있었다.

변형 능력!

혹은 변신이라는 말이 어울릴 정도로 뛰어난 능력을 지닌 마족 개체였는데, 이를 통해서 몬스터들 틈에 숨어서 마치 암살자처럼 그녀의 뒷덜미를 노리며 달려드는 까닭이었다.

그 때문에 달려드는 모든 개체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는 것이기도 했다.

심력 소모가 심했지만 어쩔 수가 없었다.

“거지 같은 조합이네. 썅!”

이러니 욕설이 입에 붙는 것이다.

워어어어어어….

또 다시 달려드는 고위종을 쳐 내며 등을 돌리려는 찰나, 왠지 손맛이 묘하게 가볍지 않았나 하는 의문을 느꼈고, 이를 깨닫기 무섭게 몸을 굴렸다.

아니나 다를까. 고꾸라졌다 싶었던 몬스터가 어느새 마기를 줄줄 흘리며 등 뒤를 쑤시고 들어온 것이다.

피해 내긴 했지만 완벽하진 못했던가?

촤악….

등판에 핏물이 솟았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머릿결을 타고 뒤로 넘겨 놨던 뿔이 일정 부분 가드 역할을 해 줬단 점이었다.

“따갑잖아. 이 새끼야!”

버럭 성질을 내며 사납게 쳐 갈기는데, 이를 맞은 것인지 막은 것인지, 거칠게 튕겨 나간 마족이 몬스터들 사이로 파고드는데, 그 순간 아차 싶었다.

‘젠장! 붙잡았어야 했는데.’

다급히 뒤따르며 고위종들을 헤집는데, 어느새 모습을 바꾼 것인지, 좀 전 몬스터의 형상은 찾아볼 수가 없었다.

“하…!”

기운이 쭉 빠질 것 같은 상황이었지만, 애써 감각의 날을 세우며 기세를 가다듬었다.

그러면서 생각했다.

찾을 방법이 없다면?

“싹 다 조지면 되지!”

적정 수치를 넘겨 버린 분노는 그녀를 폭주하게 만들기에 충분하고도 남았다.

붉은 코 사슴은 매우 사나웠다.

* * *

예상했던 그대로라고 해야 할지, 가시넝쿨은 너무나 매서웠다.

쫘악! 촤아아악!

하지만 마루의 가드도 만만치 않게 단단했다. 무려 여덟 개나 되는 넝쿨이 채찍처럼 휘둘러지며, 쉼 없이 그를 공격해 들어왔지만, 몽크라는 직업 특성상 이런 상황에 방벽 세우는 것 정도는 일도 아니었다.

하지만 방벽의 특성상 전진이 쉽지 않다는 단점도 있었는데, 대개 단단해지는 만큼 자세의 고정률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처맞기만 하다 끝나겠네.’

이를 해소하기 위해, 마루는 약간의 편법을 사용하기로 했다.

PP의 일반적인 몽크라면 사용할 수 없는 방법이었는데, 이곳은 게임이 아닌 현실이었다.

처걱, 착….

어느새 그의 손에 들린 G―eye가 각도를 잡고 있었다. 한데 그 자세가 특이했다.

분명 총구는 마족을 노리고 있는 게 맞았다.

단지, 그 앞에 기이한 방벽이 하나 세워져 있었는데, 이는 바로 그의 다른 손이었다.

왼손의 한가운데, 성흔이 새겨진 장소에 총구를 들이밀고 있는 것이다.

‘후우….’

이를 악물며 다가올 고통에 대비했다.

그리고는 방아쇠를 당겼다.

타앙… 타타타타타탕….

한 번도 아니고, 마치 난사를 하듯 수십 차례 쉼 없이 갈기는데, 그 순간 성흔을 꿰뚫고 지나간 탄환에 빛이 깃들었다.

“크흐으읍!”

고통 속에서도 마루는 사격을 멈추지 않았다.

타타탕… 타타타탕….

마족의 두 눈 위로 커다란 당혹감이 깃드는 게 보였다.

가시넝쿨로 급히 가드를 세우며 날아드는 탄환을 쳐 내고 있는데, 놀랍게도 그 와중에 넝쿨이 크게 뜯겨 나가는 것이 아닌가.

G―eye의 기본적인 화력에 더해, 특수탄이라는 요소 그리고 성흔을 통해 진하게 깃든 성력까지, 삼박자가 고루 갖춰진 덕분에 말도 안 되는 관통력이 생성된 것이다.

추가적으로 마루가 꾸준히 부여하고 있는 총기 관련 스킬도 위력에 영향을 주고 있었다.

그 두툼하던 가시넝쿨이 하나둘 해체되고 있지만, 마루 역시 무사하진 못했다. 어느새 왼손이 넝마가 되어 버린 것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방아쇠 당기는 일을 멈추지는 않았다.

흥미로운 건, 아공간에서 탄창을 빼는 작업이었다.

그의 왼 손바닥과 연결되어 있건만, 구멍이 나고 넝마가 되어 버리면서, 아공간의 상징인 [@]가 사라져 버린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아공간은 제 역할을 착실히 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덕분에 영화 속 무한 탄창에 가까운 액션을 보여 줄 수 있었고, 마족은 더 이상 가시넝쿨로 재미를 볼 수가 없었다.

“크으….”

마루가 신음성을 게워 내며 권총을 집어넣었다. 완전히 해체된 가시넝쿨 너머, 마족의 당황 어린 얼굴이 눈에 들어왔다.

이에 히쭉 웃어 보인 마루가 오른손 가운데 손가락을 성흔 사이로 쑤셔 넣었다.

퓨웃!

검결지 스킬을 통해 발사된 검기가 성력을 휘감은 채, 재차 마족을 괴롭혔다. 그 모습에 만족하며 손가락을 뺀 뒤, 총격의 제물이 된 왼손을 살폈다.

완전 넝마가 되어 있었는데, 크게 걱정하진 않았다.

퐁….

포션이 있기 때문이다.

따로 성력을 활용한 치유 스킬이 있지만, 온전히 전투에만 투자하고 싶은 탓에, 포션을 통한 일부 회복으로 만족했다.

완치가 되진 않았지만, 넝마가 됐던 손에 감각이 꽤 돌아왔고, 추가적으로 포션의 강제적인 회복 진행으로 짜릿한 마비가 발생하며, 통증이 상당 부분 날아갔다.

게다가 [삼고―고고] 스킬의 특성상, 이런 고통은 새로운 성력으로 전환되기에 충분했다.

과연, 왼손이 한층 묵직해지는 게 느껴졌다.

쾅! 쾅!

양 주먹을 거세게 맞부딪치니, 성력이 서로 교차되며 균형을 맞춰 나갔다.

* * *

신기한 일이었다.

‘허… 앉은 자리에서 천 리를 본다는 게 이런 건가?’

존슨은 포스를 채워 넣는 와중에, 신비로운 경험을 하고 있었다.

이게 그의 감각인지 아니면 저 높이 불꽃을 피워 내는 신비로운 새의 시야인지 모르겠지만, 그는 현재 마굴 심처에서 발생하는 모든 사건 사고를 돌아보고 있었다.

당연히 거기에는 반가운 얼굴들도 여럿 섞여 있었다.

‘이반나!’

그중 최고는 역시 연인의 모습일 것이다.

고생하는 연인의 모습 때문일까?

맘 같아선 당장 튀어 나가서 도와주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지만, 애써 꾹꾹 눌러 참으며 포스를 채워 넣었다.

사실, 저들과 함께 어울려 한바탕 놀아 보기에는 충분한 포스가 모인 상태였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지 않았다.

이유라면 여럿 있지만, 일단 첫 번째는 여전히 채워 넣을 공간이 넘쳐 나기 때문이었다.

‘뭐가 어떻게 된 거지?’

잠들어 있던 사이에 어떤 일이 있던 것인지 모르겠지만, 그의 육신은 놀랍도록 변화해 있었다.

그야말로 ‘진화’라는 말이 아깝지 않을 정도였는데, 이전의 그가 담아낼 수 있는 포스 용량이 호수였다면, 지금의 그릇은 마치 바다처럼 넓었다.

채우고 또 채웠건만, 여전히 여백이 넘쳐 났다.

‘이걸 전부 채우고 나면, 필살기도 여러 번 쓸 수 있겠는데.’

한 번의 주먹질에 기력 전부를 소모하게 만드는 권격이 떠올랐다. 새로운 벽 너머를 엿보게 해 주는 괴력의 일격으로서, 이 광대한 포스량을 생각해 봤을 때, 연타도 가능할 것 같았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여백을 빼꼭히 채우려는 욕심에 자리를 지키고 있는 건 아니었다.

존슨의 시선이 불길 건너, 검은 안개가 시작되는 지점으로 향했다.

이레귤러!

그 너머에서부터 흘러드는 불쾌한 숨결이 느껴졌다. 거기서 곧 다가올 미래를 직감할 수 있었다.

‘대격변!’

머지않아 최악의 사태가 발생할 터였다.

삐이이익….

문득, 머리 위에서 새가 울었다. 기이하게도 그 의미가 전해졌다.

‘대비하라는 건가.’

녀석도 그에게 경고를 하고 있었다.

연인과 동료 그리고 형제가 위기라는 걸 알지만, 그들이 잘 이겨 낼 거라 믿으며, 그는 그다음을 준비하고자 했다.

‘부디 버텨 다오!’

존슨은 달라붙는 불길을 더욱 깊이 받아들이며, 빠르게 포스를 채워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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