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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그인 더 헌터-163화 (163/325)

#13. 띠링!

#13. 띠링!

토비의 스킬은 수색 정찰에 특화되어 있었다.

[스킬 : 뮤트(Mute)]

주변 소음을 완벽히 통제할 수 있는 탓인데, 그 때문에 암살 계열에도 한 발 걸치고 있을 정도였다.

그런 의미에서 봤을 때, 현재 상대하고 있는 마족은 제법 상성이 나쁘지 않다고 여겼다.

“크아아아아~!”

마치 피어를 내지르듯 분노하며 사방팔방 뒤집어 놓는 놈의 모습이 보였다.

한 덩치 하는 모습으로 쉼 없이 주변을 때려 부수는데, 저처럼 잡음이 가득한 곳이라면, 더더욱 그가 파고들기 편했다.

물론, 저 많은 파편을 헤집고 들어간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지만, 사실 크게 상관없기도 했다.

가드만 잘하면 되기 때문이다.

저런 식으로 시야가 어지러운 상황에선, 스킬을 통해 주변 소음을 완벽히 잡아 버릴 경우, 정면으로 뚫고 들어간다 할지라도 들킬 일이 없었다.

기세를 감추는 것도 일이긴 하나, 어지러이 퍼진 기운의 파장을 잘 타고 넘으면, 적당히 속여 넘길 수 있었다.

‘후우… 성격이 보통이 아니네.’

그 덕분에 상황이 더욱 편하게 느껴지긴 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쉽다는 의미는 아니었다.

놈의 외피는 그야말로 최고 수준으로 단련된 강철과 같았다. 어찌나 단단한지 쉼 없이 두드리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쉬이 흠집이 나질 않았다.

파파파팟….

또 다시 그의 검격이 놈의 전신을 휘젓고 지나갔다.

“크아아아아악!”

일방적으로 두드려 맞고 있다 보니, 놈의 분노가 그만큼 커지고 있는 것이기도 했다.

지금껏 지켜본 결과, 놈은 일반적인 마족과 달리 멀티 스킬 보유자는 아닌 듯싶었다. 마족이라고 해서 무조건 다중 스킬을 발현하는 건 아니었다.

간혹 한 종류의 스킬만 발동하는 경우도 많았는데, 그럴 경우에는 일반 헌터들의 생태계와 비슷하게, 진화 과정을 거친 것 같은 모습을 보여 주고는 했다.

뿌득… 뿌득….

아니나 다를까.

놈의 근육이 부푸는 모습이 보였다.

‘골 때리네.’

이미 저런 과정이 두 차례 이어졌건만, 거기서 또다시 근육이 부푼 것이다. 그럴 때마다 외피가 더욱 단단해지는 만큼, 슬슬 그도 접근을 신중히 해야 할 듯싶었다.

‘좀 더 신중하게, 크게 한 방씩 노려야겠네.’

그러며 허리춤에 걸린 장검을 떠올렸다. 그의 무구가 아닌, 워리어가 사용하던 장검으로, 아티팩트의 특성상 남다른 강도와 파괴력을 지니고 있었다.

‘내 스타일은 아닌데….’

포스를 빨아들여 응축한 뒤 발산하는 아티팩트의 특성을 떠올렸다. 그만큼 피로감이 크다는 단점도 있었고, 손에 익지도 않아서 사용을 자제했지만, 슬슬 상황 변화를 꾀해야 할 듯싶었다.

그는 조심히 검의 손잡이를 잡은 뒤 포스를 흘려보냈다. 과연, 기다렸다는 듯 그의 기운을 탐욕스레 먹어치우는 게 느껴졌다.

실로 불쾌한 감각인지라 눈살이 절로 찌푸려졌다. 뿐만 아니라 묘하게 어깨가 무거워지는 것도 알 수 있었다.

‘워리어 그놈은 이런 걸 어떻게….’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다시금 조용한 세상 속으로 몸을 던져 넣었다. 아티팩트가 준비되기 전까진, 좀 더 기존 방식을 유지해야 할 듯싶었다.

“크워어어어어!”

그를 찾듯, 마족의 피어가 사방을 크게 뒤흔들었다.

* * *

여덟 개나 되는 바리게이트를 치워 버린 덕분일까?

콰아아앙… 쾅! 콰쾅!

마루는 거침없이 접근할 수 있었고, 그렇게 퍼붓는 공격 앞에 마족은 연신 뒷걸음질을 칠 수밖에 없었다.

치지지직!

“크흐읍….”

성흔이 닿을 때마다 새 나오는 마족의 신음성 가득 괴로움이 느껴졌다.

수십 합의 근거리 공방을 거듭한 결과, 마루는 마족이 타격전에 약하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채찍질을 할 때와 달리, 근접전이 본격화되자 점차적으로 손발이 꼬이는 모습을 보여 줬기 때문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날랜 몸놀림과 몸 빼는 재주는 상당해서, 유효 타격을 먹이기가 쉽진 않았다.

스킬 [필살]의 [약점 검색]을 동원한다 할지라도, 그곳에 제대로 한 방 먹이는 게 여간 어려운 게 아니었다.

게다가 감도 좋았다.

‘약점 검색에 반응한다고?’

딱 그의 스킬이 발동하는 타이밍에 그 부위를 커버치는 모습에서, 마족이란 존재가 생각 이상으로 까다롭다는 걸 알게 되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스킬을 포기하기보단, 이 역시 활용하며 연계의 일부분으로 사용했다.

[필살 ― 약점 검색]

스킬의 발동과 함께 반응하는 놈의 모습을 보며, 그건 미끼였다는 듯 다른 방향에 권격을 꽂아 넣는 것이다.

“키에에에에엑!”

놈의 비명이 터져 나왔다.

제대로 들어간 건 아니지만, 성흔의 성력이 쭈욱 빠져나가는 거로 봐선, 타격 외적인 부분에서 깊이 있는 일격이 된 듯싶었다.

파파파파파팡….

기회를 놓치지 않으려는 듯, 마루는 쉴 새 없이 몰아치며 타격을 집어넣었다. 그에 따라 성력이 쭉쭉 빠져나가는 게 느껴졌고, 마족의 괴성이 한층 심각하게 울려 퍼졌다.

그 와중에 놈의 눈빛을 봤다.

마치 뭔가를 결심한 듯한 표정을 짓는가 싶더니, 이내 앞서 그를 밀어냈던 충격파가 재차 터져 나왔다.

쿠르르릉….

이번엔 낌새를 눈치채고 잘 방비할 수 있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밀려나는 건 어쩔 수가 없었다.

‘어떻게 돼 먹은 몸뚱이야?’

재차 느끼는 것이지만, 배 속에서 저런 소리가 난다는 게 신기하긴 했다.

‘응?’

그렇게 다시금 달려들려는 찰나, 놈이 주변으로 흩뿌려 놨던 뇌운이 몰려드는 게 보였다.

호흡을 통해 형성됐던 것들이, 다시금 놈의 호흡을 쫓아 되돌아가고 있었다.

오싹!

그 모습에 어째서인지 등줄기가 서늘해지는 걸 느꼈고, 더 생각할 것도 없이 한 줄기 바람이 되어 화살처럼 쏘아졌다.

그리고,

스팟….

뇌전 그 자체가 되어 버린 마족이 그를 스쳐 지나갔다.

꽈르르르르릉….

뒤늦게 쫓아오는 천둥성이 뒤집어진 그의 육신 위를 두드리며 후폭풍을 때려 박았다.

“크흐으읍!”

가까스로 몸을 바로 세운 마루가 뒤를 돌아보니, 언뜻 일그러진 형체 속에서 끊임없이 뇌기를 일으키는 마족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저런 기술을 왜 아끼고 있었나 싶었더니, 얼핏 보이는 표정에서 답을 알 수 있었다.

‘부담이 큰 모양이네.’

한껏 구겨진 얼굴이 성흔을 때려 박던 것 이상으로 괴로워 보였다.

이는 실제로도 착각이 아니었는데, 원래대로라면 뇌운을 모아 하늘 높아 쏘아 올린 뒤, 손짓만으로 뇌전을 부리는 게 본래의 재주였다.

하지만 상황이 맞질 않아, 어쩔 수 없이 차선으로써 쌓아 둔 뇌기를 흡수하며 변형을 한 것인데, 그 강대한 뇌기만큼 내부가 타들어 가는 고통을 겪어야만 했다.

그리고 이런 아픔은 분노로 이어지며, 더욱 큰 무리를 하게 만들었다.

변형의 변형을 연계하게 한 것이다.

파츠즈즈즈즉….

‘어?’

순간 마루의 동공이 크게 흔들렸다. 놈의 육신이 줄기줄기 나눠진다고 여긴 순간, 전의 악몽을 떠올리게 만드는 풍경이 펼쳐진 까닭이었다.

가시넝쿨?

아니다.

굳이 표현하자면 ‘뇌전의 채찍’이 어울릴 터였다.

‘피곤하게 하네.’

마루가 핼쑥해진 얼굴로 자세를 가다듬을 때, 마족의 신형이 움직였다.

전과는 달리 채찍만 날려 대는 게 아니라, 직접 접근을 시도하는데, 고통스러운 얼굴에서 빠른 시간에 승부를 보겠다는 의지가 느껴졌다.

뇌기를 잔뜩 머금은 채찍에 거부감이 일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루 역시 전진을 서슴지 않았다.

정면 대결?

오히려 환영하는 바였다.

촤좌좌좍….

뇌전을 머금은 채찍들이 먼저 날아들었다. 거기서 마루 역시 약간의 변화를 줬다.

촤라락….

건틀릿의 형태를 취하고 이던 그림자 사슬을 다시금 방호복으로 돌린 뒤, 일정 부분 방어력의 비중을 높인 것이다.

[태세 전환 ― 터틀]

일단 방어력을 앞세워 이를 커버하고,

[태세 전환 ― 버드]

틈틈이 회복력을 올려서 내딛는 걸음에 힘을 실어 준 뒤,

[태세 전환 ― 스킨]

염동 계열 장풍을 비수처럼 찔러 넣으며 길을 열었다. 그렇게 틈이 보이면?

[태세 전환 ― 울프]

벼락처럼 달려들며 주먹을 찔러 넣었다.

쿠웅….

놈 역시 맞받아치는 모양새에, 일순 어깨가 휘청거렸다. 짜릿한 뇌기가 침투하며 마비 증상도 함께 올라왔지만, 이럴 땐 팔이 아니라 어깨로 휘두르면 될 일이었다.

존슨과의 수련이 그로 하여금 몸 쓰는 다양한 법을 일깨워 줬기에, 당황하지 않으며 전신을 활용했다.

허리의 반동으로 몸을 밀어 넣고, 어깨를 흔들면?

주먹은 따라올 뿐이었다.

뻐벅!

튕겨지던 권격이 재차 내밀어지는 모습에 깜짝 놀란 듯, 놈이 가드를 세우지만, 이미 그 사이로 파고든 일격이 턱을 으깨고 있었다.

‘아니?’

착각이었다.

마치 잔상처럼 흩어지는 모습에 깜짝 놀라야만 했다.

‘손맛은 진짠데?’

그 같은 의문은 오래지 않아 해결됐다.

놈의 형성이 고장 난 TV 속 화면처럼 일그러지며 흩어졌다가 모인 것이다. 말 그대로 뇌전 그 자체가 된 것 같은 모양새였다.

일종의 유체화라고 해야 할까?

“크아아악!”

터져 나오는 비명을 통해, 저 상태가 적잖은 고통이 동반되는 걸 알 수 있었다.

그 같은 분노는 놈의 전신을 뜨겁게 달궜고, 시꺼먼 뇌전이 활활 타오르며 놈의 형상을 완전히 휘감기게 만들었다.

뇌전의 채찍까지 그 안에 거둬들인 찰나,

‘온다!’

놈이 마치 포탄처럼 쏘아지는 게 보였다.

쿠르르르르릉….

막았다고 여긴 순간,

콰아아앙….

그 역시 포탄처럼 튕겨져 나갔다.

겨우 자세를 바로잡지만, 그즈음 또다시 시야를 채우는 시꺼먼 뇌전을 확인할 수 있었다.

퍼엉… 펑… 퍼어어엉….

막고 튕기고 또다시 막고 튕겨나길 수차례, 마루는 결국 바닥을 요란히 뒹굴면서 한바탕 핏물을 게워 내야만 했다.

“우웨에에엑….”

이 말도 안 되는 몸통 공격에 잠시 기세가 꺾일 뻔했지만, 애써 이를 악물며 자세를 바로잡았다.

뇌전에 둘러싸진 마족의 표정을 상기한 효과가 컸다.

‘놈도 지쳤다!’

그러니 꺾일 이유가 없었다.

‘버틴다!’

그리 생각하며 재차 격돌을 이어 가는데, 몇 차례 더 부딪치고 나니 살짝 생각이 달라졌다.

“우웨에엑!”

뇌전이 되어 달려드는 그 속도는 흘려 내기도 어려워, 결국 정면으로 받아 내는 수밖에 없었고, 그러다 보니 빠른 속도로 몸이 망가지고 있었다.

‘젠장! 이러다 내가 먼저 나가떨어지겠네.’

양손을 내려다본 그가 성흔의 흔적을 살폈다. 아직 여유가 있는 듯 보였지만, 이를 온전히 활용할 만한 시간이 없을 듯싶었다.

“후웁!”

마루는 양손을 교차시킨 뒤, 격하게 마찰했다.

파바바박!

‘요래, 요래, 요래….’

그 순간 성흔과 성력이 한쪽으로 넘어갔다.

우우우웅….

양쪽에 나눴을 때와 달리, 안으로 거두기 어려울 만큼 강대한 성력으로 인해, 그의 오른 주먹 가득 빛무리가 새 나오기 시작했다.

이에 마족의 신형이 주춤거렸다.

한 데 모인 성력과 성흔의 증폭 효과가 생각 이상으로 강렬해, 일시지간 놈을 움츠리게 만든 것이다.

덕분에 호흡을 가다듬을 수 있었다.

마루 역시 놀랄 정도로 넘쳐나는 성력으로 인해 잠시 놀랐던 탓에, 그 잠깐의 타임이 단비처럼 소중했다.

그 상태에서 주먹을 강하게 움켜쥐며, 누군가의 얼굴을 떠올렸다.

‘형님!’

인디안 존슨이 보여 줬던 그 절대적인 일격!

그걸 따라잡는 건 말이 안 되지만, 상상하며 흉내 내려 하는 것만으로도 큰 도움이 될 것 같았다.

남다른 스탯으로 개발된 뇌가, 시야 한편에 그의 모습을 완벽히 재생하는 가운데, 온몸이 크게 수축되며 미세한 근육 한 부분까지 완벽히 비틀어졌다.

마치 빨래를 짜듯 전신을 비틀어 놓은 상태에서, 오직 한 부위, 오른쪽 정권만이 정자세를 취하고 있었다.

위화감을 감지한 것일까?

뇌전의 구체 속에서 마족이 주저하는 걸 느꼈다. 이에 마루가 왼손을 들어 가운뎃손가락을 바짝 세운 뒤, 앞뒤로 까딱이며 물었다.

“쫄았냐?”

말은 통하지 않지만 의미는 전달됐는지, 뇌전이 거세게 일어나며 검은 구체가 크게 부푸는 게 보였다.

그리고,

꽈르르르르릉….

천둥성과 함께 벼락이 쏟아졌다.

이에 마루가 온몸을 비틀림을 반동 삼아서 오른 주먹을 쭈욱 내뻗었다.

그 끝에서 성력이 성흔을 타고 환하게 뻗어 나갔다.

번쩍!

마굴의 어두운 하늘에 섬광이 펼쳐졌다.

[특수 스킬이 생성됩니다.]

그 와중에 환청처럼 울려 퍼진 알람이, 그가 살아 있음을 알게 해 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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