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로그인 더 헌터-165화 (165/325)

#15. 격변.

#15. 격변.

아드리안 데일!

WHA 2대 회장은 어찌 보면 현 시대 헌터 업계에 있어, 가장 막강한 영향력을 지닌 인물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업계의 중심이라 할 수 있는 WHA를 지금 수준으로 세우고, 관련해서 각종 체계를 잡은 인물이기 때문이다.

대외적인 지지도야 존슨을 따라잡기 어려울지 모르나, 업계 내부만으로 기준을 둔다면, 그의 발언권이 오히려 우위에 있을지도 몰랐다.

그런 그가 갑자기 기지개를 켜며 사방에 목소리를 내고 있었다.

“대격변이 발생할 거다.”

갑작스런 사건 보고에 모두가 놀랐다.

게다가 하필이면 알 만한 이들 사이에선 화제가 되고 있는 산타카타리나에 대한 정보가 언급되니, 누구 하나 경시하지 못한 채 그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일 수밖에 없었다.

각국 단체 및 네임드들의 동요가 발생했다.

“정말일까?”

“그 작자가 헛소리하는 인간은 아니야.”

“마족 다섯이라니. 미쳤네.”

“그 숫자면 역대 최악 아닌가?”

더욱 골 때리는 건 촉박한 시간이었다.

“당장 대비하라고?”

“최소한의 준비 기간도 없이?”

“산타카타리나에 있는 놈들만 난리 났네.”

실제로 마굴 주변의 많은 헌터들이 바삐 짐을 싸기 시작하면서, 적잖은 소란이 발생 중이기도 했다.

정보 통제를 통해 그들을 일종의 바리케이드로 사용하려 했지만, 워낙 갑작스레 발생한 사건이다 보니, 쉽지 않은 일이었다.

대개 이런 상황에선 강제 동원령이 발동되지만, 그곳 주변에는 이면의 문제아들이 상당 부분 엮여 있는 터라, 발 빼는 그림이 너무도 당연하게 그려지고 있었다.

“젠장! 돈 되는 것들만 챙겨.”

“대격변을 어떻게 버텨.”

“적당히 끝날 때쯤에 복귀하자고.”

“마무리만 어울려도 수입 짭짤하니까. 눈치껏 간 보고 움직여.”

“그럼, 나중에 보자고.”

당연히 이에 대해서 태클을 거는 이들도 상당했고, 그로 인한 다툼도 곳곳에서 발생하지만, 워낙 대대적인 움직임이다 보니 결국 막을 수 없는 흐름이었다.

그로 인해 브라질 정부와 관련 업계의 단체들만 골머리만 앓고 있었다.

“빌어먹을! 갑자기 대격변이라니. 너무 뜬금없잖아?”

“데일 전 회장에게 확실한 정보를 확인하고, 주변 국가에 계속 지원 요청 때려!”

“마굴 주변에서 발 빼는 놈들 잘 체크해 놔. 개자식들, 반드시 죽여 버릴 테다.”

워낙 갑작스런 소식이었던 탓에, 이래저래 소란이 더해지는 가운데, 데일을 향한 의심의 목소리마저 섞여 나오고 있을 때, 데일이 입을 열었다.

-인디안 존슨의 경고다!

그간 생사 여부로 인해 화제가 되었던 존재, 현 시대를 대표하는 영웅의 이름이 나온 것이다.

“제로 원?”

“살아 있었다고?”

“젠장!”

“브라보!”

“믿고 있었다고.”

그것은 존슨의 생존 소식으로 이어졌고, 동시에 데일의 정보에 대해 일말의 의심마저도 지워버리는 흐름으로 이어졌다.

환호 속 일말의 아쉬움이 섞여 나오는 가운데, 부수적인 효과가 연달아 이어졌다.

“그렇다면 1선은 존슨이 치고 있는 건가?”

“제로 원이라면 할 만하지!”

“움직여!”

“데일과 존슨이 합을 맞추는 건가?”

“오랜만에 좋은 구경하겠는데.”

수많은 헌터들이 바삐 움직이기 시작했다.

“가자! 산타카타리나로.”

* * *

아티팩트라는 건 던전에서만 얻을 수 있는 아주 특별한 물건이었고, 그런 만큼 하나같이 남다른 재주나 괴력들을 보여 주고는 했다.

그중에서도 워리어가 사용하던 건, 특히 더 괴력에 가까운 물건이었다.

쫘아악!

토비는 드디어 갈라지기 시작하는 마족의 신체를 보며, 새삼 아티팩트의 퀄리티를 실감했다.

그가 사용하는 것도 상당히 좋은 물건이지만, 연계에 특화되어 있는 면모가 강했는데, 워리어의 아티팩트는 정면 대결을 선호하는 물건답게, 아주 묵직한 한 방, 한 방을 선사해 주고 있었다.

“크아아아아악!”

비명성을 내지르는 마족의 모습이 보였다.

어느새 핏물로 전신을 도배하고 있었다. 이는 그의 포스를 한껏 탐식한 아티팩트가 제 역할을 톡톡히 한 결과였다.

점차적으로 승부가 넘어오고 있음을 알았다.

하지만 그 표정이 그리 밝진 않았는데, 당장 눈앞에 비치는 현상에 현혹되기보단, 그 너머에 있을 ‘진실’에 집중하기 때문이었다.

‘분신이 이 정도인데, 만약 본체였다면?’

이 새로운 현상을 명확히 정의할 수 없기에, 더더욱 불안감이 커지는 것이기도 했다.

지금 승리를 한다고 해서, 저 마족과의 승부가 끝나는 게 아니었다. 그의 정보가 분신을 통해 본체에게 넘어갔을 터, 만약 이레귤러가 열린다면, 그럴싸한 정보를 수집한 진짜가 등장할 게 분명했다.

‘당연히 저놈보다 강하겠지?’

내심 기대하고 있는 건, 분신의 피해가 본체에도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하는 점이었다.

실제로 비슷하게 분신 계열 스킬을 지닌 이들의 경우, 분신의 피해가 본신에 축적되는 경향이 있다는 걸 생각해 봤을 때, 일정 부분 기대해 볼 만하다고 여겼다.

‘이레귤러는 어느 정도로 진행됐으려나?’

그는 ‘다음’을 계산하며 머리를 바쁘게 돌리면서도, 승리를 가져가기 위해 착실한 칼질을 반복했고, 그로 인해 커져 가는 마족의 비명 속에, 승부는 막바지를 향해 달려갔다.

* * *

프링쿨스 팀에서 조장급의 포지션을 잡고 있는 이들의 경우, 각기 따로 팀을 운영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뛰어난 실력 및 경력을 지니고 있었다.

그런 의미에서 봤을 때, 조장급 중에서도 탑이라 할 수 있는 헤더의 오더란, 완벽 그 자체라 할 수 있었고, 덕분에 팀은 마족과의 전투 내내 착실히 승리 공식을 쌓아 가며, 상황을 유리하게 유도해 나갔다.

“크아아아아~!”

문제가 헤더에게 있음을 알게 된 듯, 마족도 그녀를 집중해서 노리지만, 오히려 이를 미끼로 삼아 낚아 올리면서, 새롭게 판을 짜 버리니, 마치 도마 위 생선마냥 열심히 퍼덕거리다가 호흡이 가빠지는 흐름으로 이어졌다.

게다가 헤더의 오더가 아니더라도, 각기 나름대로 상황 및 흐름을 읽는 눈들이 남다른 경력자들이다 보니, 언제 어느 때건 유연하게 대처하며 흐름의 연계를 매끄럽게 이어 붙이는 게 가능했다.

그 때문일까?

“지금, 스킬 3연계 끝났다. 반격! 전력 개방!”

헤더의 시기적절한 오더 속에서, 무자비한 폭격이 쏟아지고, 결국 마족의 분신은 처절한 비명과 함께 한 줌 먼지가 되어 사라졌다.

“푸후우우우….”

“고생했어!”

“어우, 뒈지는 줄 알았네.”

“흐아! 분신이 이 정돈데, 본체는 얼마나 골 때릴까.”

“갑자기 현타 오네. 아직 끝난 게 아니었지.”

“하… 2차전….”

팀원들의 추욱 처진 모습에 헤더는 적절한 조치를 취해 줬다.

“쉴 시간이 어딨어. 정비해야지!”

이럴 땐 정신없이 몰아치는 게 답이었다. 덕분에 투덜대면서도 각기 자리를 잡으며 무구를 손질하면서, 잠시나마 헛생각들을 털어 낼 수 있었다.

그와 동시에 다음을 준비하기 위해 수색조를 따로 움직이며, 이레귤러를 향한 길목의 정비 작업도 수행했다.

추가적으로 프링쿨스를 비롯한 각 전장에 대한 정보 수집도 병행하고자 했는데, 언제든 지원을 보낼 수 있게끔 각을 잡아놓으며, 한편으로는 그들이 복귀하면 바로 출발할 수도 있게, 모든 준비를 마쳐 놓고자 한 것이다.

그즈음, 최초의 복귀자가 등장했다.

‘이반나!’

과연, 역시, 등의 소리가 그들 사이에서 맴도는 가운데, 그녀 역시 프링쿨스 팀을 보며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서로를 믿고 인정했기에 이런 상황을 당연하다는 듯 받아들인 것이다.

이반나는 그들 틈에 끼어서 한 차례 호흡을 골랐다. 그 모습에 헤더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다른 전장을 지원하러 움직일 줄 알았더니, 바로 자리를 잡는 게 의아했던 것이다.

그녀의 표정을 읽은 이반나가 실소하며 답했다.

“다른데도 대충 상황 끝났어.”

그러니 이렇게 쉬는 것이 아니겠는가. 이에 헤더가 깜짝 놀라서 주변을 살폈다. 이는 그녀만이 아니라 팀원 모두가 공통되게 보이는 반응이었다.

그들 팀장과 부팀장을 믿고 있었기에 걱정을 하진 않았다. 하지만 나머지 한 명, 마루에 대해서는 확신을 갖지 못했기 때문이다.

‘버티기만 해도 충분할 줄 알았더니.’

‘끝났다고?’

‘벌써?’

‘맙소사!’

이반나가 그들의 반응을 보며 웃었다.

“말했잖아. 보통 놈이 아니라고.”

새삼 상기해야만 했다.

‘제로 원의 형제!’

그럼에도 완전히 믿지 못하는 이들도 있었지만, 이마저도 오래 가진 않았다.

하나둘 복귀하기 시작하는 랭커들, 프링쿨스와 토비의 뒤를 따라 기어이 마루까지 돌아온 까닭이었다.

‘What the…?’

‘정말로 끝낸 거야?’

‘이겼다고?’

‘그놈이 유독 약했나?’

‘Jesus…!’

마루는 한껏 지친 몰골로 돌아와, 경악하는 이들 사이로 조용히 파고들며 휴식에 들어갔다.

그런 그의 모습을 3인의 랭커가 묘한 눈빛으로 바라봤다.

‘저 방향이란 말이지….’

그들은 각기 다른 방향에서 전투를 치렀고, 그 거리도 어마어마했다. 하지만 랭커의 남다른 감각으로 커다란 파장 정도는 감지 가능했고, 이를 통해서 대략적인 승부의 판세 정도는 읽어 낼 수 있었다.

‘가장 먼저 끝냈다고?’

3인의 랭커는 새삼 놀랍다는 얼굴로 마루를 바라보는 중이었다. 가장 의외의 결과였기 때문이다.

특히, 그가 왔던 방향에서 발생했던 놀라운 파동, 그건 그들이 랭커이기에 더더욱 전율할 수밖에 없는 종류의 것이었다.

마지막 일격, 그 흐름을 기억하고 있기에, 마루를 보는 눈빛에 커다란 파문이 일 수밖에 없었다.

흥미로운 건 이후로도 이어졌다.

‘다 죽어 가던 것 같은데?’

‘벌써 회복된다고?’

‘회복계 특화 스킬이라도 있는 건가?’

3인의 랭커는 조용히 숨죽이며 마루의 모든 행동들을 눈에 담았다.

한 차례 가만히 숨만 고르는가 싶더니, 어느 시점부터 몸을 이리저리 움직이는데, 그때마다 눈에 띄게 안색이 좋아지는 걸 보며, 그의 상태 변화를 짐작할 수 있었다.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문득, 랭커들의 시선이 한 방향으로 돌아갔다.

마루도 연공법을 멈추며 자세를 가다듬는데, 이들의 공통된 반응에 프링쿨스 팀 역시 각자 무구를 챙겨들고 있었다.

그렇게 경계의 날을 세우고 있을 때, 저 먼 하늘로부터 그림자 하나가 떨어져 내리는 게 보였다.

이제 막 20대나 되었을 법한 청년이었다.

차악!

상당한 거리와 높이였건만, 깃털처럼 안착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그 때문에 경계심이 한층 높아지는 가운데, 돌연 경계를 푼 이반나가 눈을 빛내며 웃는 것이 아닌가.

“너 이 꼬맹이!”

그녀의 반응에 적이 아니라는 걸 알았지만, 그럼에도 프링쿨스 팀은 긴장감을 일부 남겨 놓은 채, 경계를 완전히 풀진 않았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였다.

“레오?”

뒤늦게 알아본 듯, 프링쿨스마저 미소를 지어 보인 것이다. 그 이름에 팀원들 몇이 더 반응했고, 이내 비슷하게 웃어 보이며 다가갔다.

“정말, 레오라고?”

“리마리오?”

“이게, 뭐야?”

“뭐 이렇게 컸어?”

프링쿨스 팀은 기본적으로 존슨을 따르는 이들이니 만큼, 그의 형제와 관련된 인연들도 제법 알고 있었고, 그 때문에 WHA의 2대 회장인 데일의 수제자를 몰라볼 수가 없었다.

“하하! 오랜만이네요. 이모, 아저씨들.”

레오가 활짝 웃으며 이반나와 프링쿨스를 비롯하여, 몇몇 팀원들과 인사를 나눴다.

“이모라니. 언니라고 부르라니까.”

“에~이. 나이 차이가 있는데. 게다가 부를 거면 언니가 아니라. 누나죠.”

“…그러게. 예전엔 예쁘장해서 언니라고 해도 될 것 같았는데, 그새 냄새나는 사내놈이 돼 버렸네.”

“끄응….”

레오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그 모습에 이반나가 웃으며 물었다.

“아니, 것보다 언제 이렇게 큰 거야? 전에 봤을 땐 코나 먹는 꼬맹이였던 것 같은데.”

이반나의 말에 레오가 어색하게 웃었다.

“몇 년 전 일인데, 아직까지… 하하!”

“그래도 이건 너무 큰 거 아니냐?”

“3년이나 지났잖아요.”

실버 박사의 유산을 체득하는 과정 중, 많은 변화가 있었는데, 개중 하나가 외형적인 변화였다.

과거에는 곱상하니 예쁘장한 미소년이었건만, 이제는 선 굵은 남자로 변해 버린 것이다. 게다가 신장도 커져서 160대 중반대에 걸쳐 있던 체구가 180을 훌쩍 넘겨, 190에 가까워져 있었다.

그러니 이반나를 비롯한 팀원들이 몰라볼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와 친분이 없는 팀원들도 기본적인 정보 정도는 지니고 있었던 터라, 적잖이 놀란 얼굴로 바라보는 가운데, 마루는 묘한 눈빛으로 그를 관찰 중이었다.

‘뭐지?’

분명히 처음 보는 얼굴이었다.

‘레오 리마리오!’

사진으로 본 적은 있었다. 어쨌든 WHA 3대 회장의 장남이지 않던가. 물론, 저런 외형이 아니라, 소녀 같은 외형과 체형의 어릴 적 모습이었다.

결국, 첫 대면이라는 의미이건만, 이 감각은 뭘까?

‘…이 익숙한 느낌은 뭔데?’

때마침 레오의 눈길도 그에게 닿고, 둘의 시선이 얽혀들 즈음이었다.

쿠쿵….

갑작스런 진동과 함께 거대한 땅울림이 터져 나왔다. 모두가 깜짝 놀라 고개를 한 방향으로 돌렸다.

이 지진의 근원지.

“불기둥이?”

“사라진다!”

저 멀리 하늘 끝까지 닿을 듯 솟아 있던 불기둥이 떨어지고 있었다.

이어지는 거대한 파장!

“이건?”

3인의 랭커가 동시에 외쳤다.

“대격변!”

결국, 최악의 상황이 발생해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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