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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그인 더 헌터-172화 (172/325)

#22. 미션 클리어.

#22. 미션 클리어.

두 번째 방문인 탓일까?

‘알파 플레이!’

마루는 자신이 PP의 초기 버전의 세상, 실버 박사의 공간으로 들어왔음을 알 수 있었다.

‘어떻게?’

그에 대한 의문은 첫 방문 당시를 떠올리니 답이 나왔다.

‘이번에도 성장과 연결된 건가.’

생각과 함께 자신을 돌아보는데, 점차적으로 번져 가는 미소가 입꼬리를 광대까지 밀어 올리고 있었다.

“큭… 큭큭… 크흐흐… 푸하하하하하!”

가슴이 뻥 뚫리는 시원한 웃음과 함께 환호성을 터트렸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랭커!

세상의 정점이라 불리는 경지에 올라서 버린 상황에서, 어찌 가만히 있을 수 있겠는가.

존슨과 사일론을 통해, 여전히 위가 있음을 알았지만, 그에 대해서는 나중에 생각해 봐도 될 일이었다.

당장 대외적인 정점은 일단 랭커가 맞았다.

“하하하하하하!”

그는 한참 동안 산천초목이 떠나가라며 미친 듯 웃음을 터트려 댔다.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언제까지 그렇게 웃어 댈 생각인가?”

어느새 다가온 것인지, 실버 박사가 그리 말하며 손을 흔드는 게 보였다. 그의 세상이기 때문인지, 아니면 다른 무언가가 있는 까닭인지, 말을 건네기 전까지는 그의 등장을 알아채지 못했다.

이에 화들짝 놀란 마루가 얼굴을 붉히더니, 민망하게 뒷머리를 긁으며 말했다.

“오… 오셨습니까?”

“바로 찾아올 줄 알고, 찻잎 새로 띄웠다가 하도 안 와서 혼자서 후루룩하고 왔다네.”

마루가 어색하니 웃었다. 그 모습에 실소한 실버 박사가 그의 전신을 쭈욱 훑어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정말, 벽을 넘었군.”

그러더니 놀랍다는 얼굴로 마루를 바라봤다.

“드디어 세 가지 조건을 전부 클리어했군.”

과거, 실버 박사가 언급했던 3가지 특수 조건이 떠올랐다.

1. 현실에 스킬 구현할 것.

2. 스킬의 한계를 넘을 것.

3. 자신의 한계를 넘을 것.

쌍둥이를 통해 1번의 스킬 구현을 했었고, 스킬 숙련 마스터 등급을 넘어서며 2번을 클리어했으며, 오늘 드디어 랭커가 되어 자신의 한계까지 넘으니, 3번마저 깔끔히 해결된 것이다.

그 말인즉,

‘꿀꺽….’

실버 박사의 재산이 그의 것이 된다는 뜻이었다.

‘세계 최고… 부자… 꿀꺽!’

쉼 없이 마른침을 삼키는 마루의 모습에 실버 박사가 실소를 흘렸다. 눈빛이나 표정 몸짓 등에서 그가 생각하는 바가 너무 노골적으로 묻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정말이지, 존슨 그 친구와는 영 딴판이야.”

“크흠! N극과 S극 같은 사이죠.”

“하하하하!”

결국 웃음을 터트린 실버 박사가 마루를 향해 말했다.

“3가지 조건을 전부 클리어했으니, 약속대로 내 재산은 전부 자네 걸세.”

마루가 주먹을 불끈 쥐며 환호했다.

“야~호!”

“흐… 덕분에 난 이젠 알거지가 됐는데. 너무 좋아하는 거 아닌가?”

이에 다급히 환호성을 삼키던 마루가 문득 떠오르는 게 있었던지, 묘한 눈빛으로 실버 박사를 바라봤다. 그 안에 담긴 의미를 읽어 낸 듯, 실버 박사가 웃으며 물었다.

“왜? 망자가 돈 놀음 하려는 것 같아서 이상한가? 전에도 말했지만 유령 비슷한 거지, 정말로 죽은 건 아니라고.”

마루가 헛기침을 하며 말했다.

“크흠… 그러시다면 용돈 정도는….”

“용돈? 큭큭큭큭! 자네 참, 욕망에 너무 충실한 거 아닌가?”

실버 박사가 고개를 절레절레 저어 버렸다.

“그냥 해 본 소리니까 신경 쓸 거 없네. 것보다 바깥세상 이야기나 좀 들려주겠나?”

마루가 아차 싶은 얼굴로 실버 박사를 바라봤다. 초인이 되었다는 생각에 취해 깜빡하고 있던 게 떠오른 것이다.

이레귤러, 대격변, 사일론!

그의 다급해 보이는 표정에 실버 박사가 말했다.

“시간은 걱정 안 해도 되네. 시스템을 살짝 조정해 놔서, 한참 떠들다 나가도 밖에서는 아주 잠깐일 테니까.”

그러며 재차 이야기를 재촉하는데, 이에 마루가 뒷머리를 긁으며 물었다.

“인터넷 되신다면서요.”

“에이, 눈으로 보는 것과 귀로 듣는 건 차이가 있는 법이야. 게다가 자네 보상 줘야지.”

다시금 실버 박사의 재산으로 생각이 닿았다.

“자네한테 건네려면 시간이 좀 필요하니까. 그동안 이야기나 나누자는 걸세.”

그 순간 마루가 그대로 착석하는 게 보였다. 이에 실버 박사가 실소하며 말했다.

“찬데 땅바닥에 앉지 말고, 내 집으로 가세나.”

“오~! 이번에도 흑우 좀 먹는 겁니까?”

전에 먹었던 드로그 고기 생각에 절로 군침이 돌았다. 엉덩이를 털고 일어난 마루가 실버 박사의 뒤를 따랐다.

* * *

일방적으로 몰아붙이는 모양새였던 만큼, 언뜻 기세를 잡았다고 여겨질 수도 있었다.

‘젠장! 쉽지 않네.’

하지만 이는 외적인 이미지일 뿐, 실제로는 여전히 박빙인 상황이었다.

존슨은 조금씩 지쳐 가는 걸 느끼면서 단단한 가드 너머의 사일론을 바라봤다.

스킬을 통해 흐름을 잡은 덕분에 가까스로 우위를 점할 수 있었지만, 사일론의 경험치는 조금씩 그 같은 흐름을 되찾아 가며, 상황을 그에게로 끌어가고 있었다.

이제야 알게 된 사실이지만, 그는 공격수가 아닌 수비수 타입이었다.

‘쯧! 실버 박사의 정보가 사실이라면, 확실히 그쪽이 더 이야기가 맞긴 하네.’

수세에 몰렸을 때, 더욱 위력적으로 변하는 것이다.

‘이대로라면 위험한데.’

자칫 흐름이 다시 넘어가면서, 역공의 발판이 마련될지도 모르는 상황, 그는 박사의 정보를 결국 꺼내기로 결정했다.

파파파파파팍….

공방이 나눠지는 가운데, 존슨이 입을 열었다.

“반인반마!”

짧게 속삭이듯 뱉은 한마디일 뿐이었지만, 의미는 충분히 통했던 것일까?

퍼버벅!

일순, 사일론의 손발이 꼬이는가 싶더니, 간만에 깊고 진한 권격을 허락하는 게 보였다.

―으으으음….

고통에 신음하는 사일론이 자세를 잡기 전, 재차 달려들며 손발을 어지러이 놀렸다.

[스킬 : 패스트 맨]

승부수를 띄워야 할 때인 만큼, 몇 번 안 남은 신규 스킬을 싹 털어 내며 타이밍에 혼선을 준 뒤, 매서운 공격을 쏟아부었다.

패스트 맨의 장점이라 한다면, 마치 가속 중 급제동이 걸리는 것 같은 타이밍 오류를 줄 수 있다는 것인데, 그러면서도 제동으로 인한 힘의 분산은 1도 없다는 게 장점이었다.

말 그대로 존슨의 시간만 아주 잠시 되감겨지는 것이다 보니, 상대 입장에서나 급제동이지 존슨의 입장에선 아주 단순한 스트레이트일 뿐이었다.

물론, 스킬 발동으로 인해 존슨 역시 미묘한 타이밍의 오류가 발생하긴 하나, 상대하는 입장과 비교한다면, 그야말로 천지 차이라 할 수 있었다.

게다가 이제 막 시운전을 하는 정도이지 않던가.

차후 시간을 들여 스킬에 익숙해지고 노하우가 쌓이다 보면, 더욱 효율적이고 위력적으로 사용할 수 있을 터였다.

뻐벅… 퍼버버벅!

사일론은 노련한 전사답게 금세 평정심을 되찾았지만, 이미 그즈음에는 수차례 치명적인 타격들이 내부를 깊이 뒤흔들고 지나간 뒤였다.

“푸후우우우….”

패스트 맨 스킬이 바닥났을 때, 존슨이 숨을 크게 몰아쉬며 한 호흡 쉬어 가는 타임을 가졌다.

그가 이런 여유를 부릴 수 있는 건, 저 앞으로 크게 너부러져 있는 사일론의 모습 덕분이었다.

아직 승부가 난 건 아니지만, 그의 상태가 정상이 아니라는 건 충분히 전해지는 모습이었다.

승부수를 띄우며 내질렀던 모든 권격은 그가 데스워치에 최후를 선사했던 필살의 일격으로서, 한순간에 쏟아 낸 기력이 실로 어마어마해서, 일순 현기증이 일며 탈진 증상마저 밀려들 정도였다.

숨 고르기 덕분인지 정신이 일부 맑아지는 걸 느낄 때였다.

―하… 하하하하하하!

문득, 너부러져 있던 사일론이 크게 대소하는 것이 아닌가. 그 뜬금없는 모습에 존슨이 바짝 긴장했다.

* * *

실버 박사와의 만찬은 즐거웠다.

“드로그 고기 말고도 이렇게 맛있는 게 많을 줄이야. 이계는 정말 별세계인 모양이네요.”

“포인트는 조미료 없이 자연의 맛으로 이런 감칠맛이 난다는 거지.”

“양념도 필요 없이 육질이… 햐~!”

비로 현상과 환상의 경계인 가상 현실일 뿐이지만, 그 맛은 분명 진실된 거였기에, 더더욱 이를 제대로 맛볼 수 없다는 게 아쉽기만 할 따름이었다.

식사를 하며 이런저런 바깥 이야기를 나누는 한편, 마루는 그간 궁금했던 것들도 하나둘 끄집어냈다.

“PP는 대체 뭡니까?”

과거에도 던졌던 질문이 재차 튀어나왔다. 이에 실버 박사가 물었다.

“전에 들은 거로는 부족했나?”

“그때는 정식으로 접속한 게 아니었으니까요.”

대답 역시 단편적이었다는 의미였다.

“흠… 자네는 조건을 모두 클리어했으니.”

여전히 몇몇 제약이 남아 있긴 하나, 어지간한 건 대답해 줄 수 있겠거니 하며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열었다.

“전에 말했지만, PP는 엔트라넷의 서버로 운용되는 특수 게임이라네. 개발자로서 이야기하자면, 정말 꿈처럼 완벽한 시스템이지.”

그리 말하는 실버 박사의 얼굴 한편으로, PP에 대한 강한 잠시간 자부심이 떠올랐다.

“PP에 대해 알고 싶다면, 일단 엔트라넷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네.”

그가 물었다.

“엔트라넷은 대체 뭘까? 생각해 본 적 있나?”

당연했다. 누구나 한 번쯤은 관련한 의문을 제기해 봤을 것이다. 당장 지금 이 순간에도 여러 포털 사이트에서는 그에 관한 토론으로 이야기꽃을 피우고 있을 터였다.

“신… 적인 존재의 안배 아닌가요?”

“정답이네.”

실버 박사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21c에 뜬금없이 신화나 전설이 뭔 말이냐 싶겠지만, 당장 현실이 판타지인데, 신이 등장해도 이상할 건 없지.”

그러며 또 묻는다.

“보통, 서버를 돌리려면 방대한 전력이 필요하지. 그렇다면 엔트라넷 서버는 어디서 에너지를 끌어오는 걸까?”

이 부분에선 말문이 턱 하고 막혀 버렸다.

엔트라넷과 달리 그 서버에 대해서는 떠들어 대는 곳이 없기 때문이었다. 애초에 PP의 서버가 엔트라넷에 기반을 두고 있다는 것 자체도 최근에서야 알게 된 내용이지 않던가.

마른침만 꼴깍대는 그의 모습에 실버 박사가 웃으며 말했다.

“PP라네.”

“…예?”

벙찌게 만드는 대답이었다.

PP의 서버가 엔트라넷에 있다고 하더니, 엔트라넷 서버는 PP를 통해 전력을 공급받는다?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 그거하고 비슷해. 뭐, 차이가 있다면, 여기서는 엔트라넷이 먼저인 건 확실하다는 정도지만.”

단지, 그렇게 엔트라넷을 통해 PP가 운용되기 시작한 이후로는, 둘 사이의 우위가 사라졌다는 게 중요했다.

“PP를 이용하는 수십억 인구의 사념들이 서버의 전력 역할을 하는 거라네. 중간에 정화 과정도 좀 있긴 한데, 사실 그 부분은 나와 무관한 거라, 깊이 있는 대답은 불가능하네.”

충격적인 내용의 연속이었다.

“PP가 뭐냐고 물어봤었지? 내 개인적인 입장에서 본다면, 언제나 주장하듯 ‘헌터 육성 프로그램’이야.”

하지만 좀 더 높은 곳, 저기 저 하늘 너머의 존재의 관점에서 본다면?

“외부의 적들을 막기 위한 바리케이드라네.”

“그게, 무슨…?”

“재미있는 걸 하나 더 알려 줄까? 던전은 어디서 시작되는 줄 아나?”

이번에도 마루는 입만 뻐끔대야 했다. 그 모습에 히쭉 웃어 보인 실버 박사가 답을 내어 줬다.

“엔트라넷이라네. 던전도 PP처럼 엔트라넷에 기반을 두고 있는 거지. 재미있는 건, PP에서 뽑아낸 에너지가 던전으로도 넘어간다는 점이야. 그 많은 던전을 커버라는 동력이라니. 흐흐… 내가 만든 게임이지만, 정말 멋지게 잘 뽑아냈다니까.”

짧은 자화자찬 끝에 다시금 이야기가 이어졌다.

“PP는 사실 던전을 보조하기 위한 용도로서 만들어진 게임이라네.”

바로 앞에서 말한 것처럼, 던전 유지를 위한 전력을 뽑아내고자, PP라는 가상 서버를 운영한 것이다. 던전이란 바리케이드를 보강하기 위해 제작됐다고 봐도 무방했다.

“PP가 흥하는 만큼 던전의 안전성도 높아지는 거지.”

실버 박사는 이를 일부 꼬아서 ‘헌터 육성 프로그램’이라는 ‘이스터 에그’를 심어 놨다고 했다.

“대표는 따로 있다지만, 어쨌든 개발자는 나니까. 개발자 권한으로 이 정도 메시지는 담아도 괜찮잖아.”

그리 말하며 히쭉 웃어 보였다.

‘대표는… 신이겠지?’

너무나도 커져 버린 스케일 앞에, 마루는 연신 마른침만 꼴깍거릴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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