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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그인 더 헌터-178화 (178/325)

#3. 변이.

#3. 변이.

마계에 대한 정보, 이는 3차 전직 이후부터 조금씩 오픈되도록 설정되어 있었다.

사일론에 대한 정보 역시 거기서 나온 것으로, 존슨은 통성명을 하며 그의 이름을 듣는 순간, PP를 떠올리고 실버 박사를 상기하며 이를 토대로 카드를 뽑아 놓은 거였다.

물론, 정보의 정확성에 대해서는 실버 박사도 마냥 확신하진 못했다.

[마계를 직접 관찰하는 건 불가능했지.]

그렇다고 해서 조사할 방법이 없는 건 아니었다.

[놈들과 접점이 있는 세계를 통해서 기본 정보 정도는 수집할 수 있었지.]

실버 박사는 그렇게 모은 정보들을 분류한 뒤, 3차 전직 시점에 맞춰 오픈되도록 마련해 놓은 것이다.

3차 전직 이후, PP에서도 한차례 대격변이 발생하는데, 그게 바로 ‘신대륙’으로 구분되는 마계였다.

아직까진 관련한 퀘스트가 풀리지 않았기에, 마족에 대한 굵직한 정보 일부만 오픈되어 있을 뿐이었다. 하지만 좀 더 시간이 지나고 레벨 제한도 확장되고 나면, 신대륙에 관해서도 개방될 예정이라고 했다.

‘설정이 참, 노골적이긴 해.’

따로 PP의 3차 전직에 관한 정보들을 수집해 보기도 했다. 3차 전직이 풀리고 1년이 넘는 시간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3차 전직자의 수는 그리 많지 않았다.

여러모로 퀘스트 자체도 복잡하지만, 추가적으로 3차 전직에 달하는 수준만큼의 경험치가 필요하다는 설정 등으로 인해, 고통과 고행의 시간이라 표현하는 이들도 상당했다.

오랜 과거, 20세기 후반과 21세기 초반에 선풍적 인기를 끌었던 게임이 떠올랐다.

린―이지(Lin―Easy)!

이름은 이지이지만 수준은 하드 했다던 그 게임.

‘거의 그 수준이랬지.’

게다가 얼마 안 되는 전직자들도 최대한 앞서 나가기 위해, 관련 정보들을 싸매고 있는 터라, 관련 정보를 구하기도 쉽지 않았다.

입맛을 다시며 몇 안 되는 정보라도 따로 저장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이런저런 활동으로 시간을 보내는 사이, 길고 긴 변이 활동도 막바지에 이르고 있었다.

* * *

몬스터들의 변이 시간은 제법 길었다. 그리고 그 같은 점이 헌터들을 더욱 당혹스럽게 했고, 또 두렵게 만들었다.

“대체 얼마나 많은 개체가 변하고 있는 거야?”

“젠장! 최종 웨이브가 얼마나 될지, 상상도 안 가네.”

“건너 건너 듣기로는 마족이 다섯 개체라더라.”

“그걸 이제 들었냐? 소문난 지 한참 됐는데.”

“후우… 토 나오네. 살아 나갈 수 있을까?”

“솔직히 괜히 왔나 싶다.”

몇몇 후회를 하며 탈영을 생각하는 이들도 상당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어이 자리를 지키고 있는 건, 과거 대격변을 제대로 막아 내지 못했을 때, 어떠한 참사가 발생했는지, 그에 관한 교육이 아주 철저히 된 까닭이었다.

이를 경험한 이들도 있지만, 그게 아니더라도 수많은 교육 과정에서 관련한 정보들을 주입하니, 뇌리 깊이 문제에 대한 인식을 확실히 하게 만든 것이다.

사실, 마루는 이 부분에 대해서 조금 더 깊은 진실을 알고 있었다.

[각성을 하는 순간, 일종의 사명감이 부여되는 거라네.]

실버 박사와의 대화로 알게 된 내용으로, 물론 그게 최면 수준이라 할 만큼 대단한 건 아니었다.

대격변 소식에 우르르 도주했던 이면의 헌터들만 봐도 알 수 있지 않은가. 그저 좀 더 관련해서 깊이 있는 생각을 하게 만드는 정도일 뿐이었다.

몇몇 정찰 부대가 움직이며 변이 중인 몬스터들을 살핀 뒤, 관련 정보들을 가져왔는데, 그 내용이 실로 놀라웠다.

“What the…! 오우거까지 변이를 한다고?”

“고위종까지 변할 정도면, 대체 등급이 어떻게 되는 거야?”

“와… 레이드 클래스까지 변한 사례가 있었나?”

“최초 아닌가?”

“일반 고위종이야 꽤 있었어도, 레이드 클래스까진 처음이지.”

“그래서 뭐로 변했는데.”

놀랍게도 트윈 헤드 오우거로 진화하는 걸 봤다는 것인데, 이는 실로 위험한 상황이었다.

무리 생활에 대한 개념이 없는 고위종들로 하여금, 한데 뭉쳐서 활동하게 만드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트윈 헤드 오우거란 그만큼 특별한 녀석으로서, 레이드 클래스 중에서도 상위로 분류되는 놈인 데다가, 두 개의 머리로 다양한 사고를 하며 교활하게 활동할 줄도 알다 보니, 까다로움도 배가 되는 녀석이었다.

게다가 항마력이 높아, 이능계 스킬이 아닌 강화계의 육체파가 담당해야 하는 번거로움까지 있었다.

이런저런 복잡한 이유로 인해 랭커들이 직접 움직이는 개체 중 하나였다. 어설피 건드렸다가는 피해만 커지는 부류이기 때문이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이런저런 불길한 소리들도 제법 떠돌았다.

“혹시, 드레이크도 튀어나오는 거 아니야?”

“그건 좀 아니지. 마족도 한 수 접어주는 놈들인데.”

“그래도 괜히 불안하긴 하네.”

“굳이 드레이크가 아니더라도, 용종이 나오면 귀찮아지는데.”

당장 와이번만 튀어나와도 상당히 골치 아플 터였다. 레이드 클래스 중에서는 급수가 낮은 편이지만, 중요한 건 비행 능력이 있단 점이었다.

이 난전 속에서 머리 위를 공략해 들어오는 고위종의 괴수라니, 상상만으로도 끔찍했다.

공중 계열 몬스터가 없는 건 아니지만, 용종은 남다른 외피의 단단함으로 인해, 특히 더 까다롭게 분류되지 않던가.

게다가 자연계 스킬에도 일정 부분 내성이 있는 터라, 준비 없이 돌발적으로 들이닥치면, 기존 등급보다 반수 이상 높여야 하는 게 용종이었다.

그 때문에 랭커들에 대한 의존도가 한층 더 높아지는 가운데, 존슨이 마루를 바라보며 물었다.

“정말, 그렇게 갈 생각이냐?”

이에 마루가 오히려 되물었다.

“왜? 이상해?”

“어!”

단호한 대답에 마루가 와락 인상을 구기는데, 그 모습에 존슨이 양팔을 벌리며 항복 제스처를 취했다.

“워~ 워~! 지금 너 더럽게 무서우니까. 인상 쓰지 마. 진정해! 침착해! 릴렉스~!”

마루는 현재 [펌핑] 스킬을 통해 근육을 한껏 부풀려 놓은 상황이었는데, 거기에 추가적으로 얼굴에도 약간의 변화를 가미한 상태였다.

[울긋불긋]

눈싸움 전용이라고도 불리는 스킬로서, 얼굴 전체의 윤곽을 좀 더 각지고 사납게 만들면서, 흉악한 이미지를 선보이는 스킬이었다.

이 상태로 바라보면, 일종의 기선 제압 효과가 있었다.

존슨이 웃으며 물었다.

“문신 같은 건 없냐?”

“신체발부수지부모. 몰라?”

“…나 외국인이야.”

“크흠!”

“모른다고는 안 했다. 크!”

고개를 절레절레 저어 보인 마루가 준비해 놨던 가면을 얼굴에 뒤집어썼다.

그 모습을 본 존슨이 물었다.

“어우, 타이탄의 몸뚱이에 아이언슈트 가면이라니. 이 무슨 끔찍한 혼종이냐. 솔직히 ‘벌크’ 가면이 더 어울리는 것 같은데.”

미국 유명 히어로 만화이자, 걸 크러쉬의 원조 격으로 불리는 걸크라는 만화가 있는데, 그것의 남성 버전이 바로 벌크였다.

“벌크 버스터라고 쳐.”

마루는 그리 말하며 그림자 사슬을 움직였다. 갑옷처럼 촤라락 그의 전신을 휘감으니, 정말로 만화 속 아이언슈트의 거대 병기인 벌크 버스터를 연상시켰다.

적당한 위장으로 자신을 감춘 것인데, 거기에는 다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

[이제 겨우 1년 차인 각성자가 벌써 랭커?]

쓸데없는 화제와 시선 몰이는 그를 궁지로 몰 수도 있었다.

실력을 숨기자니 주변 상황이 자꾸만 등을 떠밀어 댔고, 결국 본실력을 내기 위한 방편으로 가면을 쓴 것이다.

이게 최선이었다.

단기간에 B급까지 이르는 성장세만으로도 적잖은 관심을 받는 상황인데, 여기서 두 단계를 다시 뛰어 버린다?

‘여기서부턴 불문율 따위 씹어 버릴 놈들이 많으니까.’

규칙이라는 것도 일정 선을 넘기 전에나 지켜지는 것이었다.

그 선을 넘어 버리면?

‘눈에 뵈는 게 없어지지.’

게다가 그가 랭커가 된 이상, 불문율을 발아래로 둘 만한 이들이 움직일 확률도 높아진다.

물론, 그의 실력에 대한 진실을 아는 이들이 없진 않았다. 하지만 이는 전부 존슨의 주변인들이 아니던가.

그가 믿는 사람이라면?

‘나도 믿는다!’

마굴의 심처에서 실력을 드러내고 연공법을 전수한 것도 그런 이유였다. 존슨을 믿기 때문에, 그들을 향한 신뢰를 드러낸 것이다.

사실, 레오에 대해서는 여전히 미묘한 감이 있어, 연공법을 전수할 때 잠깐 갈등하기도 했지만, 그래도 일단 존슨을 향한 믿음으로 상쇄시켰다. 나름 입단속도 시키긴 했다.

그렇다고는 해도 만에 하나의 사태를 대비하고자, 가족들의 보안을 한층 업그레이드시킬 생각이었다.

실버 박사의 유산, 그리고 재산!

단 하루 만에 그는 세계에서 손꼽히는 갑부가 되어 있었다. 그 돈을 투자해서 보안을 업그레이드시킨다면?

‘엔트라 포인트도 팍팍 투자해서 스토어 물건도 잔뜩 사용하고.’

유통 기한을 비롯해서 이런저런 제약이 따르지만, 잘 활용한다면 그런 한계점을 일부 벗어날 수 있었다.

마굴에서 벗어나는 와중에 이미 이런저런 구상들을 잔뜩 해 놓은 상황이었다. 게다가 지금도 여전히 생각들을 거듭하며 머릿속으로 꾸준히 업그레이드가 이뤄지는 중이었다.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해.”

존슨의 물음에 상념을 털어 냈다.

“별거 아니야. 잠깐 쇼핑 생각?”

“…뜬금없네.”

고개를 갸웃거리던 존슨이 마루의 전신을 쭈욱 훑어보다가 물었다.

“전부터 정말 궁금했던 건데, 대체 스킬이 몇 개냐?”

어찌 보면 상당히 민감할 수도 있는 질문이지만, 이젠 마루도 어느 정도는 오픈한다는 느낌이다 보니, 슬며시 이를 언급하며 물어본 것이다.

이에 마루가 히쭉 웃으며 말했다.

“궁금해? 궁금하면 500억.”

“아니, 대체 언제 적 개그냐? 그리고 500원도 아니고, 억? 미친놈! 엿이나 먹어라.”

존슨의 가운뎃손가락을 벌떡 일으키는 기적을 행한 뒤, 마루가 재차 입을 열었다.

“양손 양발 다 합쳐도 부족할 만큼 많다고만 해 둘게.”

“허… 그게 가능한 거냐?”

“실버 박사의 유산이 뭐라고 생각해?”

“…PP?”

의문으로 답하던 존슨이 이내 뭔가를 깨달은 표정이 되더니, 이해했단 얼굴로 고개를 끄덕여 버렸다. 그 동공 한편의 흔들림에서 적잖은 경악성이 비쳤지만, 애써 모른 척해 줬다.

‘PP의 스킬이라면 뭐든 익힐 수 있는 건가?’

마루가 대답을 얼버무리는 이유도 알 것 같았다. 너무 스케일이 크다 보니, 섣불리 입에 담지 못하는 것이리라.

대충 윤곽을 확인한 것으로 충분하기에, 존슨은 그에 관해서는 더 이상 묻지 않는 거로 생각을 정리했다.

“내 이야기는 이쯤하고, 몸은 어때?”

마루의 물음에 존슨이 쓰게 웃었다.

“눈치챘냐?”

“승급하고 감이 뻥튀기돼서.”

사실, 이반나를 생각해서 멀쩡한 척 연기를 한 것이지, 사일론의 기운이 뱃속에서 요동을 치며 제법 내상을 입은 상황이었다.

그 때문에 마루가 전해 준 활력의 춤이 더욱 달가운 것이기도 했다.

“심각한 건 아니라서, 며칠 좀 쉬면 괜찮아질 거야.”

“지금 상황에서 퍽이나 쉬겠다.”

이에 존슨이 이두박근을 한껏 키우며 말했다.

“아직 팔팔하니까. 그냥, 속 좀 쓰린 정도야. 숙취 좀 진하게 왔다고 생각하면 돼.”

“그래서 해장은 할 수 있겠어?”

현재 전력을 돌려서 물은 것인데, 이에 실소한 존슨이 비슷한 방식으로 답해 줬다.

“한 그릇 뚝딱할 수준은 돼.”

“그게 어느 정돈데?”

“승급하기 전 수준?”

여전히 랭커급의 활약은 보여 줄 수 있단 뜻이었다.

“완전 괴물이잖아! 그 몸뚱이로 그게 가능해? 허… 해장을 술로 해도 되겠네.”

“원래 그런 거 아니냐? 국밥에 쐬주 한 잔, 캬~!”

“이 아저씨가 약수터 아재들하고 어울리는 것 같더니, 또 이상한 문화를 배웠네.”

“흐흐… 약수야. 약수!”

고개를 절레절레 저은 마루가 멀리 마수지대의 경계 너머로 시선을 던져 보냈다.

“슬슬 시작하려나 본데.”

승급을 하며 그의 감각은 제퍼드의 초감각에 버금갈 만큼 개발되어 있었고, 덕분에 별다른 스킬 없이도 탐색 계열 수준의 감지가 가능했다.

그런 그의 감각이 저 멀리 경계 너머의 불순한 움직임들을 캐치해 냈다.

“온다!”

수풀이 들썩이고, 경계 너머로 몬스터들이 고개를 내밀었다.

우워어어어어!

크워어어~!

개전의 포효가 터져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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