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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그인 더 헌터-180화 (180/325)

#5. 트윈헤드 오우거!

#5. 트윈헤드 오우거!

대격변의 현장이었다.

존슨은 과감히 모습을 드러내며 전체적인 사기를 끌어 올리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지난 한국의 몬스터 웨이브처럼, 남의 잔치라면 모를까. 그게 아니라면 굳이 몸을 숨길 이유가 없는 것이다.

하지만 데일이 이를 말렸다.

―몸조리나 더 해!

―…눈치챘냐?

―브라더라며. 형제가 그 정도도 모를까 봐?

―흐…!

나름대로 숨긴다고 숨겼건만 벌써 2명에게 들켜 버린 것이다. 연기력이 부족했다고 하기보단, 상대가 안 좋았다.

제퍼드 수준의 초감각을 지닌 마루와 스킬 자체가 관찰에 특화된 데일, 그 둘을 속이는 건 쉽지 않았다.

추가로 한 사람 더,

‘달링도 살짝 의심하는 기색이긴 하던데.’

언뜻 긴가민가하는 눈치였지만, 능청스럽게 대처하며 느물거린 덕분인지, 다행히 잘 넘어간 듯싶었다.

물론, 그 같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지금쯤이면 눈치챘을 확률이 높았다.

변이 웨이브가 시작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몸을 숨기고 있는 그의 모습으로 인해, 이반나는 자신의 의심에 확신을 얻었으리라.

당장은 전장이 다시 열린 터라, 그를 찾아올 수 없겠지만, 짐작건대 다음 휴식 시간이 시작되면, 바로 찾아와서 한바탕 잔소리를 쏟아 낼 게 분명했다.

그런 이유로 지금은 좀 더 움츠릴 필요가 있었다. 게다가 데일의 경고도 있지 않던가.

―사일론까지 나왔다며, 어떤 변수가 더 있을지 모르니까. 최종 결전을 대비해서 조금이라도 더 기운을 비축해 놔.

충분히 합당한 이유였다.

반강제로 균열을 열고 분신만 겨우 넘겨 보냈던 사일론이었다. 그런 그가 다시금 튀어나올 리는 없겠지만, 일단은 기존 예상보단 경계수위를 높여 둘 필요는 있었다.

‘만에 하나라는 게 있으니까.’

그 때문에 현장의 사기를 끌어 올리기보단, 숨 고르기를 하며 조금이라도 더 컨디션을 높이는 데 집중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다른 랭커들처럼 뒷짐만 진 채, 후방에서 병풍처럼 서 있는 건 아니었다.

‘그런 건 내 스타일이 아니지!’

현장에 뛰어들어 이리저리 움직이며, 위기 상황의 헌터들을 적당히 도와주는 수준에서 손발을 놀리는 중이었다.

몸조리나 할 것이지 무슨 전투냐고 물을지도 모르지만, 딱 몸풀기 수준으로만 움직이는 만큼, 오히려 컨디션 조절에는 더 도움이 되고 있었다.

‘확실히 눈높이가 달라지긴 했네.’

아직 랭커이던 무렵에는 이 정도로 움직이는 건, 몸 풀기를 벗어나는 수준이었을 것이건만, 지금은 상태가 안 좋은 와중에도 충분히 여유가 있었다.

물론, 너무 뛰어난 활약을 하진 않았다. 괜히 이목을 집중시키는 건 피하기 위함이었는데, 그 와중에 뜬금없는 생각도 이었다.

‘괜히 들켰다가, 달링이 쫓아오면 안 되지.’

그렇게 숨 고르기를 하는 한편, 저 멀리 보이는 마루의 활약도 틈틈이 구경 중이었는데, 보고 있노라면 이 심각한 상황 속에서도 괜히 웃음이 나오고는 했다.

“아주 물 만난 고기처럼 놀고 있네.”

활어처럼 팔딱대는 마루의 활약에 세계가 놀랄 거라 생각하니, 묘하게 짜릿한 느낌마저 들었다.

그가 기대하는 건 민간의 반응만이 아니었다.

‘지금쯤이면 난리가 났겠지?’

한껏 무게를 잡으면서 뒷짐만 지고 있을 이들이 떠올랐다. 당장 이 현장에도 그런 이들이 제법 있지 않던가.

저 후방에서 턱을 떨치고 있는 몇몇 랭커들이 보였다.

그들의 벙찐 표정에 실소가 절로 나왔다.

* * *

난리가 났다.

“아이언슈트?”

“저거, 대체 누구야?”

“빌어먹을! 관련한 정보 좀 가져와 봐.”

“어디서 튀어나온 놈이야?”

각국 단체들에 비상이 걸렸다. 생각지도 못한 대어가 대격변의 현장에 나타난 까닭이었다.

“멀티 스킬 각성자라니.”

대격변이라고는 하나 모든 국가나 단체에서 현장에 적극 참여한 건 아니었고, 그런 이유로 지원이 형편없던 이들은 크게 후회하며 탄식을 연발했다.

“우리 측 요원이 있어야 접근이라도 하는 건데. 젠장!”

“지금이라도 요원들 파견 보내.”

“빨리, 빨리 움직여!”

그러면서 각국에 등록된 여러 헌터 정보들을 검색하며, 기본적인 체형 조사를 비롯해, 현재까지 드러난 스킬들과 엮여 있는 이들을 전부 뽑아내기 시작했다.

“저런 체형이 흔한 건 아니니까. 구분은 좀 쉽겠네.”

[펌핑] 스킬을 모르는 탓에, 그 같은 오해가 발생했고, 이러한 착각은 주요 정보에서 한없이 엇나가게 만들어 줬다.

딱 마루가 원하던 그림 그대로였다.

그들은 화면 속 아이언슈트의 활약을 보며, 그의 스킬만이 아니라 수준까지 분석 중이었는데, 그렇게 나온 결과물이 또 놀라웠다.

“최소 A급입니다.”

“하긴, 오우거도 맨손으로 때려잡았으니. 이상할 건 아니지.”

“아니. 그게 아니라. 발현되는 모든 스킬들이 최소 A급이라는 겁니다.”

“…지금까지 몇 종류의 스킬이 나왔지?”

“레이저? 염동력? 탱커에 괴력… 어쩌면 저 체형도 신체 변형의 일부가 아니냐는 분석도 있습니다.”

“빌어먹을!”

기존 자료가 헝클어질 수 있는 소리였음에, 욕지거리가 쏟아졌다. 이는 모든 단체의 공통된 반응이기도 했다.

“그래도 일단 외형 조사는 보이는 것에 집중하도록 하지.”

“괜찮겠습니까?”

“따로 신체 변형 능력자들만 추가하면 되는 거잖아.”

“아….”

“변형 이후의 외형을 기준으로 다시 구분한다고 생각하면, 조금 번거로운 수준일 뿐이야.”

단체들이 바쁘게 정보를 분석하는 와중에, TV 화면 너머로 새로운 상황이 발생하기 시작했다.

* * *

최전선을 뛰던 헌터들이 일제히 비명을 지르며 뒷걸음질을 쳤다.

“으아아아!”

“오우거 떼다.”

“튀어!”

그들이 상대할 만한 몬스터가 아니었다.

앞서 출현했던 오우거는 마치 선발대였다는 듯, 대량의 오우거 무리들이 우르르 쏟아져 나왔다.

놈들의 중심으로 두 개의 머리를 지닌 오우거가 보였다.

트윈헤드 오우거!

등장과 동시에 혼란에 빠진 풍경이 맘에 들었던 것인지, 놈의 머리가 함께 웃음을 터트리더니, 이내 거대한 포효를 터트렸다.

크워어어어어!

우워어어어어!

두 개의 머리에서 연달아 터져 나온 두 개의 피어가 사방으로 퍼져 나가며, 최전선의 헌터들을 일제히 무릎 꿇렸다.

뒷걸음질을 치던 이들 대다수가 거기에 포함되어 있었다.

다급히 제 다리를 두드려 대는데, 안타깝게도 굳어 버린 다리는 그들의 뜻을 따라 주지 않았다. 절망감이 그들의 어깨를 짓눌렀다.

후방에서 대기 중이던 랭커들이 하나둘 무거운 엉덩이를 떼려는 찰나, 새로운 포효가 터져 나왔다.

“우아아아아아!”

최전선의 한가운데, 아이언슈트가 하늘이 떠나가라 기합성을 터트리고 있었다.

그 순간 마치 거짓말 같은 일이 발생했다.

“어엇! 움직인다.”

“살았다!”

“튀어!”

다리가 굳어 버렸던 헌터들이 일제히 자리에서 일어난 것이다. 마치 앉은뱅이가 일어나는 것 같은 기적을 실감한 듯, 모두가 경이로움에 빠진 눈빛으로 마루를 바라보고 있었다.

‘이것도 스킬인가?’

‘항마? 아니면 버프? 어떤 계열이지?’

‘대체, 스킬이 몇 개야?’

‘아이언슈트! 멋져….’

마루의 포효가 신경을 거슬렸음일까?

크룩… 크워억!

트윈헤드 오우거가 뭐라고 입을 열고, 그와 동시에 오우거 무리의 일부가 마루를 향해 달려왔다.

4미터가량의 거구 어깨들이 우르르 전차처럼 밀려들고 있었다. 어지간한 헌터는 스치기만 해도 중상이리라.

그저 보이는 풍경만으로도 실로 어마어마한 압박감이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루는 뒷걸음질을 치지 않았다.

오히려 전진 또 전진이었다.

그 모습은 언뜻 계란이 바위를 향해 굴러가는 모양새였다.

무려 만 단위의 전력이 부딪치는 전장이건만, 수많은 방송국의 카메라들이 약속이나 한 듯, 마루 한 사람에게 포커스를 맞추며 모여들었다.

콰아아앙!

이내, 계란과 바위가 부딪쳤다.

그리고 충격적인 장면이 이어지는데, 바위, 오우거들이 일제히 튕겨 나가는 것이 아닌가.

채팅창이 난리가 났다.

―으아아아!

―벌크 버스터!

―아이언슈트!

―이거 방탄 계란이야!

설마하니 공포의 대명사로 불리는 오우거가 힘에서 밀리고 몸싸움으로 튕겨 나가는 장면을 보게 될 줄이야.

보는 이로 하여금 짜릿한 쾌감을 선사하기에 충분한 한 컷이었다.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콰득! 콱! 뿌드득!

마루의 주특기라 할 수 있는 근접전이 펼쳐지며, 놈들의 관절을 차례차례 박살 내는가 하면, 따로 무차별적인 권격을 쏟아부으며, 오우거를 상대로 절대적 폭력마저 선보여 줬다.

―아아… 내 빤스!

―멱 잡고 40대!

―오~우걱우걱!

―오우~꺼억!

마루는 전력을 개방하며, 그야말로 압도적인 무력을 보여 줬고, 그렇게 순식간에 오우거 여덟 개체가 짓뭉개졌다.

옛 영화 속의 상상력을 불러일으키듯, 마치 아이언슈트가 타이탄들의 무덤을 점령한 것 같은 모양새에, 수많은 헌터들의 사기가 한껏 치솟기 시작했다.

“우와아아아아~!”

“아이언슈트!”

“벌크버스터!”

그를 연호하는 와중에, 마루가 저 멀리 트윈헤드 오우거를 바라보며 손짓했다.

말이 통하지 않아도 그 수신호를 모를 수는 없었다.

아니나 다를까. 트윈헤드 오우거의 두 얼굴이 한껏 구겨지는 가운데, 놈이 훌쩍 뛰어오르는 게 보였다.

단숨에 거리를 격하며 마루에게 달려드는데, 일반적인 오우거보다 더 거대한 덩치 때문일까?

실로 어마어마한 위압감이 느껴졌다.

5미터는 되어 보이는 거구가 위에서 아래로, 그 거대한 주먹을 휘둘러 오는데, 이번에도 마루는 물러서지 않은 채 전진하며 맞섰다.

쿠우우웅….

주먹과 주먹이 격돌하고, 거대한 충격파가 그들 중심으로 동심원을 이루며 사방으로 퍼져 나갔다.

상대가 상대였던 탓일까?

‘크윽….’

이번에는 마루도 뒤로 물러나야만 했다. 그림자 사슬의 도움으로도 트윈헤드 오우거의 괴력은 감당할 수 없던 것이다.

전해지기로는 일반적인 오우거보다 배 이상 강대한 괴력을 지녔으며, 놈들을 압도하는 날렵함과 놀라운 유연성까지 지닌 게 바로 트윈헤드 오우거란 놈이었다.

이런 다채로운 신체 능력으로 인해, 지닌바 괴력을 더욱 증폭시킬 수 있는 조건마저 갖춘 것이다.

하지만 마냥 손해만 본 건 아니었다.

트윈헤드 오우거 역시 저릿한 손을 붙잡으며 놀란 기색을 보이고 있었다.

그러더니 자신이 놀랐다는 사실에 분노한 듯, 인상을 와락 구기는 와중에, 놈의 왼쪽 머리가 벌겋게 달아오르는 게 보였다.

와악!

뒤이어 버럭 외침이 터져 나오고, 그 순간 마루는 강대한 충격파가 전면을 휩쓸어 오는 걸 느꼈다.

양손을 교체해 막아 내는데, 어찌나 강력했던지 그대로 쭈욱 밀려나야만 했다.

그는 이 한 번의 공격을 통해, 눈앞의 트윈헤드 오우거가 보통 특이 개체가 아님을 깨달았다.

이는 관전자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지금 스킬까지 쓴 건가?

―미쳤네. 트윈헤드 오우거인 것도 골 때리는데, 거기에 특수 개체라고?

―저건 랭커급 아닌가?

―아… 아이언슈트….

―랭커들은 안 돕고 뭐 하는 거야?

기존 오우거보다 한 차원 높은 게 트윈헤드 오우거라면, 거기서 또다시 윗줄로 꼽히는 게, 이능 각성의 특수 개체였다.

남다른 항마력으로 인해 스킬이 잘 통하지도 않건만, 그 와중 제 놈은 역으로 스킬을 걸어오는 탓에, 까다로움이 배 이상 증가되는 것이다.

레이드 클래스 중에서도 최상위급으로서, 이런 개체는 마족들도 함부로 다룰 수 없다고 알려져 있었다.

마루는 머릿속으로 트윈헤드 오우거의 정보들을 주르륵 나열해 갔다.

‘괴력난신에 항마력도 있는데 이능까지 추가라….’

거기에 더해 남다른 재생력도 지니고 있어서, 놈들을 잡기 위해서는 마치 트롤처럼 머리를 베어 내야만 했다.

까다로운 점이라면, 머리 두 개를 전부 쳐 내지 않으면 금세 부활한다는 점이었다.

‘교활한 두뇌에 버프까지 있지.’

그 자존심 강한 오우거들이 트윈헤드 오우거의 밑으로 들어가는 건, 함께하면 제 놈들이 기세가 한층 강해지는 걸 알기 때문이었다.

마루는 감각을 열어 그를 주시하고 있을 여러 방송국의 카메라들을 캐치했다.

‘딱 좋네!’

슬그머니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그래. 이 정도는 돼야 데뷔전으로 딱이지.’

새로운 랭커, 그것도 멀티 스킬의 특수 초인의 탄생을 세상에 알리는 무대였다.

아주 화려한 데뷔전이 될 듯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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