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전율!
#7. 전율!
오싹!
지켜보던 많은 랭커들이 일제히 몸서리를 쳤다.
‘으음….’
‘맙소사!’
‘저게, 무슨…?’
‘…말도 안 돼!’
소름 끼치는 일격이었다.
랭커라 불리기에 더더욱 선명히 전해졌다. 저 한 번의 권격 속에는 실로 어마어마한 의미가 담겨 있었다.
긴 시간 정체되어 있던 그들 세상에 돌멩이가 던져진 듯, 커다란 파문이 이는 걸 느꼈다.
게다가 당장 보이는 것만으로도 놀라운 결과물을 내보이고 있기도 했다. 그 강력한 트윈헤드 오우거가 흔적도 없이 사라졌을 뿐만 아니라 그 너머에 자리하고 있던 다른 오우거 무리까지 휩쓸려서 짓이겨졌다.
꿀꺽….
랭커들로 하여금 마른침을 삼키게 만드는 그런 광경이었다.
아이언슈트!
그들의 뇌리 깊이 그 존재감이 새겨졌다.
* * *
[개벽권]
그건 실로 특별한 스킬로서, 시전과 동시에 선택권이 주어진다.
[몇의 컨디션을 투자하시겠습니까?]
컨디션을 투자해서 위력을 상승시키는 스킬인 것이다.
이에 마루는 마굴에서부터 쭈욱 이어져 왔던 9점대의 최상의 컨디션을 과감히 내던졌다.
[컨디션 : 4]
상대가 상대인 만큼, 절반 이상 쏟아부으며, 단번에 몸 상태가 부상자로 분류될 정도로 다운됐다.
하지만 그 결과는 실로 놀라웠다.
“허….”
자신이 만들어 놓은 결과물을 바라보며 마른침을 꼴깍꼴깍 삼켰다. 가면을 쓰고 있다는 게 참으로 다행이었다.
만약 그렇지 않았더라면, 자신이 만든 결과물에 자신이 놀라는, 그런 꼴사나운 몰골을 전 세계에 생중계해 버렸을지도 몰랐다.
몸 상태가 급격히 다운되는 가운데, 마루는 각종 스킬의 가호로 일단 휘청거리는 건 막을 수 있었다.
애써 평정을 가장하고, 굳건함을 내비치는 가운데, 내부 깊숙한 곳에서부터 차오르는 기력을 느꼈다.
잠시만 버텨 내면 충분했다.
피로감이야 급격히 몰려들고 있지만, [도전자] 칭호의 효과로 인해 컨디션이 다운되는 만큼, 전체 능력치가 상승하기 때문이었다.
눈꺼풀이 무거워지는 만큼, 기력은 차오르는 기이한 감각 속에서, 전신 가득 괴력이 채워지는 걸 느끼며 주변을 쭈욱 돌아봤다.
수많은 시선들이 그를 향해 모여든 게 보였다. 이에 마루가 양손을 번쩍 들며 포효했다.
“우아아아아아~!”
그건 승리의 함성이었고, 이는 전장의 사기를 한껏 끌어 올리는 도화선이 되기에 충분한 위력이 있었다.
이와 반대로 몬스터들은 두려움에 떨었다.
* * *
트윈헤드 오우거가 한 개체만 있던 건 아니었다. 하지만 이능을 사용하고, 거기에 추가 이능까지 더해진, 랭커급의 특수 개체는 오직 한 녀석밖에 없었다.
전장 전역에 영향력을 줄 만한 녀석이었다.
그 같은 존재가 사라진 것이다.
이는 당연하게도 헌터들 측에 긍정적인 작용을 하며, 전장의 흐름을 완전히 가져와 버렸다.
―특수 개체를 한 방에?
―그게 가능한 일이냐?
―도대체 무슨 스킬이기에 저리 쎄누?
―뒤에 휩쓸린 다른 몬스터들은 억울하겠다.
―어구구구… 고래 싸움에 새우는 등이 휜다!
―랭커들 화면에 잡히던데, 죄다 벙찐 표정이더라.
―그럴 만도 하지. 특수 개체에 이능 더블이면, 랭커급이란 건데, 그게 한 방에 가 버렸잖냐.
―죄다 찔끔했을 듯.
당연하게도 이어지는 흐름이 있었다.
―세계 최강자 탄생인가?
―말 함부로 하지 마라!
―노르웨이의 알카서가 진짜지!
―장량도 있다.
―인디안 존슨 무시하냐?
―아… 제로 원은 인정.
누가 최강자인지 싸움이었는데, 갑자기 화제가 그쪽으로 몰린 건, 그만큼 아이언슈트가 보여 준 임팩트가 강했기 때문이었다.
첫 등장에 멀티 스킬을 보여 준 것도 놀라운데, 무려 그 수준은 랭커급이었다.
전율이 세계를 강타했다.
놀라운 건 이후의 상황이었는데, 여전한 모습으로 전투를 이어 가는 게 촬영된 까닭이었다.
몇몇 전문가들의 SNS가 난리가 났다.
―좀 전의 일격은 랭커라 해도 빈사 상태에 빠질 만큼 위력적이었습니다. 당장 몸져누워도 이상할 게 없는데, 여전히 저런 액션을 보여 준다고요?
―벌써부터 최강이니 뭐니 하며 말이 많은데, 저 모습은 확실히 그럴 만한 자격이 있다.
―감히 단언하건대, 랭커들 중에서도 상위권일 겁니다.
―저 정도 실력자가 갑자기 등장했을 리가 없지. 아마도 시야의 바깥에서 활약하는 숨겨진 실력자일 게 분명해.
이면 세상을 직접적으로 말할 수는 없어서, 슬쩍 돌려서 언급하는 이들이 제법 있었다.
당연히 이를 눈치챈 이들도 제법 있었는데, 그런 이들에 의해서 또 다른 화젯거리가 생성되기도 했다.
―그럼, 범죄자 아닌가?
―솔직히 얼굴 가리고 나타난 것부터, 좀 찜찜하긴 하네.
―당당하면 굳이 저렇게 꽁꽁 싸맬 이유가 있나?
―뒤가 구린 거지.
벌써부터 ‘까’부리들이 등장하는 가운데, 옹호하는 가드들도 움직였다.
―내 생각엔 멀티 스킬 각성자라 그런 것 같은데.
―세계 최초라서 불문율 컷 될까 봐 바리케이드 친 거 아닌가?
―솔직히 저 정도 멀티 스킬 보유자면, 뒷공작도 어마어마할 테니, 저 정도 가드는 당연하다고 본다.
―좀 더 싸매도 될 듯.
그렇게 다각도에서 아이언슈트를 중심으로 다양한 이야기들이 오고 가는 가운데, TV 속 변이 웨이브의 전장이 막바지를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 * *
“으아아아아아! 막았다.”
“이제 좀 쉬자!”
“더 이상 버틸 기력도 없다.”
헌터들이 일제히 무너지듯 바닥에 드러누웠다.
길고 긴 변이 웨이브가 끝났다.
마치 해일처럼 거센 물결이었던 터라, 후방에 새로운 저지선까지 세워 두고 있었건만, 놀랍게도 기존 저지선에서 잘 막아 낸 것이다.
물론, 아직 대격변이 끝난 건 아니지만, 한 건 했다는 생각과 함께 잠시간 긴장이 풀리기엔 충분했다.
그렇게 늘어지는 와중에, 대다수의 머릿속에 떠오르는 얼굴이 하나 있었다.
‘아이언슈트!’
그 덕분에 기존 저지선을 지켜 낸 것이다.
헌터들의 사기는 올리고 몬스터의 기세는 짓누르니, 그게 승부에 큰 전환점이 되면서 승리를 가져다줬다.
“후우… 얼마나 죽어난 거야?”
“시산혈해라는 단어가 딱 어울리네.”
“아직 끝난 게 아니라니.”
“하… 토 나온다!”
기본 웨이브와 변이 웨이브까지, 많은 헌터들의 희생이 뒤따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상당한 전력이 유지되고 있었는데, 이는 지금 이 순간에도 끊임없이 들어오고 있는 해외의 지원 병력 덕분이었다.
위험 지역임에도 방송사를 들이는 건, 이런 부수적인 효과를 얻기 위함이기도 했다.
세계 여러 단체에 전장 상황을 알리면서, 지원 여부에 대한 결정을 도와주는 것인데, 이번에는 멀티 스킬 각성자라는 변수가 더해지면서, 더더욱 많은 요원들이 산타카타리나로 향하는 중이었다.
상황이 그러하다 보니, 변이 웨이브로 인해 발생한 공백을 제대로 느낄 새도 없이, 빠르게 인원이 채워지고 있었다.
아이언슈트의 등장이 앞선 전장의 흐름만 가져온 게 아니라, 파견 병력을 뻥튀기시키는 의외의 결과까지 불러온 것이다.
그 모든 변화의 중심에 있는 존재, 마루는 전장의 한가운데에 서서 알 수 없는 요상한 체조를 반복하고 있었다.
4점대까지 떨어진 컨디션을 끌어 올리기 위한 조치로서, 연공법을 쉼 없이 이어 가는데, 활력의 춤과 달리 상위의 연공법들의 연속이다 보니, 거기서 발생하는 파장이 만만찮았다.
그 때문에 수많은 요원들이 그를 향한 호기심에도 불구하고, 선뜻 다가갈 수가 없었다.
언뜻, 접근 금지 신호를 보내는 것처럼도 여겨졌다.
그런 이유로 멀찍이서 지켜보기만 하는 가운데, 몇몇 기력을 회복한 헌터들이 마루의 움직임을 유심히 관찰하다가, 조심스레 따라 하기 시작했다.
휴식을 취하며 숨 고르기를 해도 부족할 시간에, 저처럼 끊임없이 몸을 움직인다?
뭔가 있다는 생각을 하게 만든 것이다.
그렇게 하나둘 따라 하는 이들이 생기고, 연공법에 심취해 있던 마루 역시 이들을 발견하기에 이르렀다.
“으아… 이거 왜 이렇게 동작이 어려워?”
“흉내 내기도 쉽지가 않네.”
“무슨 요가 같은 건가?”
“어억? 근육 꼬인다. 담… 담 왔어. 아악!”
몇몇 백기를 드는 이들이 발생하는 가운데, 문득 마루의 동작이 단순화되기 시작했다.
“어라? 이건 좀 쉬워 보이는데.”
“아까보단 괜찮네.”
“할 만한데.”
“나도 한번 해 볼까?”
그와 동시에 다시금 흉내 내는 이들이 늘어났다. 갑작스레 간결해진 몸놀림을 어찌 설명해야 할까?
이는 마치 흉내 내라고 신호를 보내는 것 같았다.
놀랍게도 이 신호는 현장 주변의 헌터들만 받는 게 아니었다.
TV!
방송국 카메라 너머 시청자들 역시 슬그머니 자리에서 일어나고 있었다. 화면 곳곳에서 헌터들이 흉내 내는 모습이 비쳐지니, 묘하게 몸이 근질거린 것이다.
그렇게 세계 각국에서 수많은 시청자들이 때아닌 체조를 시작했다.
* * *
상위 연공법은 내부 기운의 흐름만이 아니라, 외적으로도 복잡한 동작의 연속이었고, 그러다 보니 쉬이 흉내 내기가 어려운 면이 있었다.
마루는 그 때문에 하위 연공법으로 동작을 전환했다.
컨디션을 조절하기 위해서라도 상위 연공법에 집중하는 게 맞지만, 주변의 묘한 기류가 그에게 뜻밖의 영감을 주며, 그로 하여금 동작을 달리하게 만든 것이다.
많은 숫자는 아니지만, 꾸준히 그를 흉내 내는 이들이 늘어가는 가운데, 수많은 카메라가 이런 모습들을 촬영하는 걸 발견했고, 그게 결정적이었다.
‘어차피 리튜브로 시작할 생각이었지만.’
기왕이면 이를 기회 삼아서 예고편을 먼저 찍어 보자면서, 과감히 컨디션 조절을 포기했다.
물론, 하위 연공법도 어느 정도 도움은 되는 만큼, 완전히 포기한 건 아니었다.
게다가 이미 컨디션을 5점대로 올려놓지 않았던가. 일상의 6점대가 아니라서 꾸준히 눈꺼풀이 내려왔지만, 이 정도면 충분히 버틸 만한 수준이었다.
그는 동작 하나하나 음미할 수 있게, 천천히 확실한 각을 잡아 가며 연공법을 이어 나갔다.
하나를 제대로 전하는 게 중요하다는 생각으로, 가장 기본적이라 할 수 있는 회복계 연공법, 활력의 춤을 쉼 없이 반복했다.
아마 특별한 감각을 지니지 않고서야, 바로 무언가를 느끼는 이가 나오진 않을 것이다.
게다가 따로 그의 지도를 받는 것도 아니기에, 더더욱 시간이 걸릴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단 흉내를 내고 있다는 게 중요했다.
아무 의미도 없다며 바로 포기하는 이들이 상당수겠지만, 개중 몇몇은 집요하게 반복하는 이들이 나올 터, 마루의 목표는 그런 이들이었다.
그러려면 마루가 먼저 집요함을 보여 줘야 한다는 결론 아래, 그는 쉼 없이 활력의 춤을 반복했다.
* * *
기본 웨이브에서 변이 웨이브까지 걸린 시간이 상당했던 것과 달리, 변이 웨이브에서 마족들이 등장하는 최종 결전까지의 시간은 그리 길지 않았다.
변이 웨이브가 시작될 즈음, 이미 최종 결전을 위한 마족들의 등장은 마무리되기 때문이었다.
마족과 놈들의 군세가 저 깊은 심처에서 마굴 바깥까지 이동하는 시간, 그 시간이 변이 웨이브와 최종 결전 사이의 휴식 타임으로서, 변이 웨이브를 제대로 처리하지 못할 경우, 최종 결전과 겹쳐지는 상황도 발생할 수 있었다.
그 거대한 군세가 움직이며, 마수지대 내부에 숨어 있던 몬스터들까지 몰이 해서 나오는 터라, 변이 웨이브와의 겹침 사태가 발생할 경우, 대부분 기존 저지선을 빠르게 포기한 채, 2~3차 저지선을 새롭게 형성하는 게 보통이었다.
다행스럽게도 이번엔 그런 최악의 사태는 일어나지 않았고, 추가적으로 적잖은 휴식 시간도 마련됐다.
이를 통해 각자 컨디션을 조절하며 개별 정비를 하는데, 이런 일련의 과정이 대략적으로 마무리됐을 즈음, 기다렸다는 듯 마수지대를 넘어오는 대규모의 몬스터들이 있었다.
“왔다!”
마족들이 이끄는 군세들이었다.
최종 결전의 순간이었다.
랭커를 비롯하여 고위 단체의 대표들이 일제히 안색을 굳혔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마족이….”
“…맙소사!”
“다섯이 아니라, 여덟?”
기존 예상보다 반절 가량 더 늘어난 것이다.
절망적인 숫자였다.
앞선 전장에 투입되며 포스를 소모했던 랭커들이 인상을 와락 구기며, 괜히 움직였다며 후회를 거듭하고 있을 때였다.
“후우우우….”
무거운 한숨과 함께 ‘그’가 모습을 드러냈다.
“인디안 존슨?”
“제로 원!”
헌터들이 들썩이는 가운데, 믿기 어려운 광경이 펼쳐졌다.
그 거대한 몬스터의 군세가, 당장이라도 밀려들 것 같던 해일이, 마치 얼어붙기라도 한 듯, 그대도 멈춰 서고 굳어 버린 것이다.
이는 마족들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여덟이나 되는 놈들이건만, 눈치라도 보듯 존슨의 등장과 함께 한 걸음씩 물러나고 있었다.
거짓말 같은 풍경이었다.
그래서 더 전율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