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로그인 더 헌터-186화 (186/325)

#11. 귀국.

#11. 귀국.

대격변이 끝났다.

무려 10년 만에 발생한 사건이다 보니, 그만큼 화제가 될 수밖에 없었다.

대외적인 발표와 달리, 이면에서는 그사이에 3번의 대격변이 더 있었지만, 존슨과 같은 영웅들에 의해 세상에 알려지는 일 없이, 깔끔하게 초기 진압이 되긴 했다.

물론, 그런 사정을 다 떠나더라도, 역대 최악이라는 점에 관해서는 바깥과 이면 할 것 없이 모두가 인정하는 바였고, 충분히 떠들썩할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이번 대격변에는 다양한 화젯거리가 넘쳐 나기도 했다.

역대 최악이라는 걸 시작으로, 무려 12번에 달하는 웨이브에, 고위종의 변이가 발생하며 트윈헤드 오우거의 특수 개체가 탄생했던 것, 여덟 개체의 마족이 등장했던 사건 등등, 이래저래 말이 많은 건 당연했다.

―솔직히 마족 숫자 보고 브라질 망했다 싶었는데.

―그걸 막아 내다니.

―헌터들 희생이 컸지.

―아… 현재까지 집계된 사망자만 만 명이 넘어간다며?

―전력 손실이 크다.

대격변 현장을 뛸 정도면 상당한 경력과 실력을 갖춘 수준급 헌터라는 의미였건만, 그런 헌터 구간에 무려 만 명이나 공백이 생긴 것이다.

더욱 안타까운 건, 이제 막 집계가 시작됐단 부분으로, 앞으로 그 숫자가 배는 불어날 거란 점이었다.

―남미 헌터 업계는 한동안 피곤하겠네.

―것보다 남미 랭커들한테 실망이 크다.

―굳이 실망까지야. 존슨이나 아이언슈트에 비교돼서 그렇지. 그들도 할 만큼 했다. 괜한 소리 말자.

―그래서 다 죽어 가는데도 구경만 하나?

―마족 상대하는 것 봤잖아. 전력 유지해서 겨우 그 정도였지.

―그래서 더 실망이 큰 거야. 열 명이 겨우 네 개체한테 달려들었는데, 결국 피똥 쌌잖아.

―말은 바로 하자. 남미 랭커는 반절밖에 아니다.

존슨이 상위 개체 셋을 데리고 갔다지만, 애초에 나온 마족들 수준이 전체적으로 높았던 탓일까?

열 명의 랭커들이 달려들었음에도 불구하고, 결국 뒷걸음질을 치는 최악의 사태가 발생해 버린 것이다.

특히, 남미 계열의 랭커들의 경우, 브라질의 마르셀처럼 먼저 선공을 치며 움직였던 탓에, 좀 더 손해를 보는 위치와 이미지였고, 그 때문에 더더욱 시청자들을 실망감을 키울 수밖에 없었다.

막판의 변수가 아니었더라면, 정말로 치욕적이며 치명적인 결과로 이어졌을지도 몰랐다.

―이반나가 개입해서 살았지.

―의문의 랭커 둘도.

―이번 사건으로 확실히 알게 됐잖아. 보이지 않는 실력자가 많다는 거.

―그냥 소문인 줄만 알았는데.

―언제나 드러나는 건 빙산의 일각일 뿐이다.

사실, 현장에는 드러나지 않았지만, 이면의 랭커들도 제법 숨어서 활약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들은 마족과의 대전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는데, 그 이유가 실로 황당했다.

[오히려 마족 놈들 응원하면서, 랭커들 숫자가 줄어들길 원했을걸. 랭커쯤 되면 신분 세탁은 일도 아닌데, 굳이 이면에 남아 있는 이유가 뭐겠냐? 다 그만한 이유가 있는 거다.]

무려 인디안 존슨이 한 말이니만큼, 높은 확률로 들어맞을 터였다.

마루는 고개를 저으며 다른 내용들도 살폈다.

―듣기로는 이반나는 부상 때문에 몸 좀 사리고 있었다던데.

―존슨하고 같이 내부에서 이레귤러 커버 치고 있었다잖아.

―다른 두 명도 존슨처럼 움직이는 봉사자들이란 말이 있어.

―가디언즈?

―어, 쒸… 가디언즈는 인정!

이름 없는 영웅, 언성 히어로라고 불리는 존슨의 보이지 않는 조력자들에 대해선, 이미 알게 모르게 상당 부분 전파된 상태였고, 어느새 관련해서 나름의 별명도 붙었으니, 그게 봉사자들 혹은 가디언즈였다.

그동안 말만 많았던 존재들의 등장이니만큼, 확실히 화젯거리가 될 수밖에 없었다.

―아직 확정이 난 것도 아닌데, 설레발들은.

―충분히 의심할 만한 상황이니 그렇지.

―건너 건너 들었는데, 맞다더라.

―그놈의 건널목 썰은.

―뭐가 됐건, 신규 랭커가 3명이나 등장한 거니까. 화제 몰이는 확실하지.

이반나와 함께 등장했던 2명 외에, 나머지 한 명도 언급되는데, 사실 그 부분이 이번 사태의 가장 큰 화젯거리이기도 했다.

―아이언슈트!

―영상 다시 돌려 보는데, 진짜 멋지더라.

―그래서 요즘 피겨값 떡상 중이잖아.

―특히, 벌크버스터가 매섭게 오르더라.

―마족 뚜까 패는 것도 멋지긴 한데, 그것보단 오우거를 힘으로 압살하는 장면이 진짜지!

―그건 정말, 볼 때마다 지려 버림.

등장부터 마무리까지 임팩트가 너무 컸던 탓에, 대격변의 무수한 사건들 속에서도 최고의 화젯거리로 떠오르며, 매 순간 사람들의 관심을 끌어들이고 있었다.

―최초의 멀티 스킬 각성자라, 상위 길드에서도 눈에 불을 켜고 찾아다니는 것 같던데.

―아직 소식이 없는 게, 그쪽도 막막한 것 같던데.

―띨빡아! 생각이란 걸 좀 해라. 알아냈어도 그걸 공유하겠냐?

―부럽… 난 스킬 하나만 있어도 좋겠다.

―멀티 스킬이라니. 그것도 그냥 더블이 아닌 것 같던데.

―빈부 격차가 너무 심한데.

―부익부 빈익빈!

묘한 부분에서 악의적인 분위기가 형성되기도 했지만, 일단 전체적으로는 띄워 주는 느낌이 더 강했다.

‘아이언슈트를 입은 게 답이었나.’

마루는 여러 댓글들을 살피며 고개를 끄덕였다.

과거, 한차례 크게 포텐을 터트린 이후, 꾸준히 사랑을 받아 오고 있는 게 바로 아이언슈트라는 캐릭터였다.

그 이미지를 고스란히 현실로 불러들이고 물려받은 듯, 마루의 아이언슈트는 수많은 사람들의 동심을 자극하며, 그렇게 피어난 애정 속에서 한껏 인지도를 부풀리는 중이었다.

‘생각보다 반응이 더 좋네.’

그러며 다른 화젯거리도 간단히 살펴보는데, 아이언슈트 다음으로 많이 이야기되는 건, 이런 대사건이라면 빠질 수 없는 인물에 관한 거였다.

인디안 존슨!

―아니. 이레귤러 커버 치고 와서 마족을 셋이나 상대한다는 게 말이 됨?

―이제는 인정하자. 세계 최강은 누구?

―인디안 존슨!

―제로 원! 0101010101010101~!

―대격변 끝난 뒤에도 안 나타나서, 이번엔 정말 죽은 줄 알고 걱정했더니, 멀쩡히 공항에서 손 흔드는 거 보고 샤우팅 터져 버렸잖아.

―머리 어쩌냐. 제로가 돼 버렸네.

―후광 장착!

―너무 거룩해지심.

―그저 빛! 빛! 빛!

여기저기서 굴려지는 모습 때문일까?

마루는 존슨을 위해 아낌없이 스킬을 발휘해 주기로 결정했다.

[모발도발]

머리 상태가 어떤지는 모르겠지만, 죽어 버린 모발도 깨우는 기적의 스킬이니만큼, 최악의 상황이더라도 효과는 확실할 터였다.

댓글 중에는 데일에 대한 의문도 제법 달려 있었는데, 그가 격변의 마지막까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로 인해 현장에 없었다는 말까지 나올 정도였는데, 공항에서 존슨과 함께 이동하는 모습이 찍히면서, 그 역시 어떠한 활약을 하지 않았을까 하고 생각할 뿐이었다.

―아드리안 데일인데. 구경만 했으려고.

―존슨이나 이반나처럼 따로 뭔가 했을 듯.

―의형제들의 화려한 액션 좀 보나 했더니.

―그래도 간만에 같이 있는 거 보니까. 좋긴 하네.

그렇게 댓글창을 살피고 있을 때였다.

“뭘 그렇게 보고 있어?”

옆에서 날아드는 물음에 마루가 어색하니 고개를 돌렸다.

얼음여제 이선희!

그녀가 곁으로 다가온 것이다.

이번 대격변에서 그녀 역시 놀라운 활약으로 세계를 들썩이게 만들어 놨었다.

―여제하고 마족 붙는 거 보고 싶었는데.

―그 대신 고위종은 싹 쓸어 줬잖아.

―솔직히 여제가 전방 책임져 줘서 그나마 피해 줄인 거지.

―메인이벤트에 참여 안 해서 그렇지, 활약은 제일 많이 했다. 이 부분은 인정하자.

―인정!

랭커들 중 포스 고갈로 드러누운 건 그녀가 유일했으니, 더 말해 무엇하랴.

그런 여제의 친근한 접근에 마루의 얼굴 가득 당혹감이 드러났다.

‘영 적응이 안 되네.’

그가 이렇게 당황하는 이유는 별거 아니었다.

[나이도 같던데, 공적인 자리가 아니면, 서로 편하게 대하도록 하죠.]

이선희가 먼저 말을 놓자며 손을 내민 것인데, 직장 상사인 데다가 한때는 동경하고 때론 질투도 하던 헌터였던 탓인지, 그 손을 바로 잡지는 못했다.

하지만 이어지는 재촉에 결국 맞잡으며 말을 놓을 수밖에 없었다.

특히, 강하나와의 관계가 결정적이었다.

[듣기로는 하나와도 아는 사이라면서요.]

생각해 보면 연인의 오랜 친구가 아니던가.

“아직 어색한 모양이네?”

이선희의 물음에 마루가 어설피 웃었다.

“하하… 아직 반나절도 안 지났잖아.”

그 말에 이해한다는 듯 이선희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한국으로 돌아가면 기자들이 꽤 따라붙을걸.”

“…나한테?”

“ADC 카메라에 잠깐 촬영됐더라. 이미 한국 쪽 방송국은 그 영상 가지고 기사 만드느라 바쁜 모양이야.”

대격변에 파견을 간 헌터들은 하나같이 기사화되기에 충분했건만, ADC에 얼굴까지 올렸으니, 충분히 화제가 될 만했다.

마루는 적잖이 놀란 얼굴로 이선희를 바라봤다. 자신과 관련된 기사를 확인하지 못했던 터라 몰랐던 것이다.

확인하지 않았다고 보는 게 옳았는데, 대격변에서 저격수의 인지도는 높지 않기 때문에, 굳이 확인할 필요성을 못 느낀 것이다.

대격변의 최전선, 가장 치열한 전장이 모든 방송국의 주된 관심사건만, 후방에 관심을 두는 방송사가 있었다?

생각지도 못한 부분이었다.

“원래 ADC가 좀 특이해.”

전투가 한창일 때 전장 외곽, 경계선을 찾아다니면서 촬영하는 팀도 그들뿐이었다.

‘ADC 방송국이라….’

마루는 이내 고개를 끄덕여 버렸다. 생각해 보면 이런 전장에서 비각성 헌터들의 실태를 찍어 주는 것도 그들 정도였던 것이다.

“…특이하긴 하네.”

“어쨌든 촬영된 건 잠깐이지만, 그래도 임팩트는 화려하게 찍혔더라.”

백발백중의 신들린 저격 쇼를 보여 줬다. 대격변의 현장에서 저격수들의 인지도가 낮다고는 하나, 그 정도쯤 되는 액션을 보여 준 만큼, 짧게나마 시선을 강탈하기엔 충분했다.

게다가 ADC가 비주류를 모델로 촬영을 진행했다고는 하나, 그들은 상당히 알아주는 대형 방송사였다.

“피곤하겠네.”

마루의 이야기에 이선희가 웃으며 말했다.

“매니저라도 붙여 줄까?”

이는 이전부터 이어져 왔던 물음으로서, 한국 내에서 마루의 인지도가 연예인급이 되어 버린 터라, 길드 차원에서 지원을 제안한 것이다.

물론, 이번에도 마루는 고개를 저어 보일 뿐이었다.

“번거롭게 그럴 필요 없어.”

굵직한 비밀을 품고 있는 만큼, 주변에 사람이 많아지는 건 조심하고 싶었다. 게다가 기자나 사람들의 시선에도 제법 익숙해지지 않았던가.

적당히 빠져나가는 건 일도 아니었다.

“길드 차원에서 해 주는 기본 케어만으로도 충분해.”

좋지 못한 기삿거리는 일찌감치 찍어서 해결해 주는데, 그것만으로도 많은 부분 도움이 됐다.

냉정하게 본다면, 그는 여전히 ‘용병’일 뿐이니만큼, 그 정도로 해 줄 이유는 없는 만큼, 여러모로 편의를 봐주는 거나 마찬가지였다.

마루의 대답에 이선희가 고개를 끄덕이는가 싶더니, 돌변하듯 안광을 번뜩이며 그에게 물었다.

“피닉스는 어때?”

“쿨럭!”

막 커피 한 모금 입에 머금던 마루가 생각지도 못한 일격에 사례가 들려 버렸다.

흥미롭다는 듯 그를 바라보던 이선희가 물었다.

“언제까지 숨길 생각이었어?”

“커헉… 컥….”

물론, 사례가 들려 콜록대는 마루는 대답을 할 수가 없었다.

“좀 더 기다렸다가 물어볼까도 싶었는데, 이제 말도 놨으니까. 친구 사이에 이 정도는 물어도 되잖아?”

왠지 이것 때문에 거리를 좁힌 건 아닐까 싶은 의심마저 들었다.

“혹시나 해서 말하는데. 하나와의 관계 때문에 말을 놓는 거니까. 이상한 오해는 할 거 없어. 게다가 피닉스와 함께 사는 거, 이미 알 만한 사람은 다 알잖아.”

확실히 틀린 말은 아니었다. 발록의 등장 당시에 아주 화끈하게 알려지지 않았던가.

결국 이선희가 따로 물을 챙겨 주고 난 뒤에야 기침을 멈춘 마루가, 조심스레 그녀를 바라보며 물었다.

“…쫓아낼까?”

“말만이라도 고맙네.”

“진심인데. 부탁하면 잘 포장해서 택배로 보내 줄 수도 있어.”

이에 실소를 흘린 이선희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됐으니까. 이거나 좀 전해 줘.”

그러며 쪽지 하나를 건네는데, 이를 본 마루가 의아한 얼굴로 바라봤다.

“궁금하면 봐도 돼.”

“아니, 그건….”

“아무 내용도 없으니까. 괜찮아.”

그 말에 펼쳐 보니, 정말로 아무 내용도 담겨 있지 않은 백지였다. 의아해서 이선희를 돌아보는데, 그녀의 표정에서 장난기가 싹 사라진 걸 보며, 고개를 끄덕인 채 품에 넣었다.

이후로는 둘의 공통적인 연결 고리인 강하나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이어졌고, 그렇게 수다를 떠는 사이 어느새 비행기는 한국에 도착하고 있었다.

그리고,

“에라, 이 화상아. 거기가 어디라고 가!”

마루는 공항에서 기다리고 있던 모친에게 등짝 스매싱을 맞아야만 했다.

“아악! 엄마야, 구레나룻! 구레나룻!”

이어진 구레나룻 트위스트는 그의 키를 반 뼘가량 더 성장하게 만들어 줬다. 랭커고 뭐고 눈물이 찔끔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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