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 각성의 길!
#14. 각성의 길!
이걸 과연 어그로라고 해야 할까?
―제목에 솔직해 버리네.
―오우거와 팔씨름하는 영상이라니.
―와… 오우거 눈빛 봤냐?
―몬스터가 저렇게 순한 거 처음 봤다.
―얼굴 봐라. 얼룩덜룩한 게, 젖소인 줄 알았네.
―얼마나 뚜까 맞았으면, 저렇게 얌전하누?
관심도를 올리기 위해서 자극적인 제목을 씌워 놓은 것인 줄 알았건만, 실제로 제목 그대로의 영상이 올라온 것이다.
[오우거와 팔씨름을 해 보았다.]
최근 유행을 타고 있는 아이언슈트 갑주가 등장하고, 상대로 오우거가 등판하더니, 그대로 팔씨름을 해 버리는데, 놀라운 건 이어진 결과였다.
―오우거 발라당 뒤집히는 거 봐라.
―능력이야? 아니면 아티팩트야?
―둘 다 아닐까? 오우거를 힘으로 이긴다는 게 말이 되냐?
―불가능한 건 아니지. 당장 최근에 아이언슈트도… 어?
―어라?
화제가 되는 건 순간이었다.
―진짜 아이언슈트?
―랭커가 리튜브를 왜 해?
―방송 출현 정도는 가끔 하잖아?
―그거야 메이저에서 노는 거고.
―진짜로 진짜일까?
―일단 좀 지켜보자.
반응은 빠르게 올라왔고, 이를 지켜보며 순차적으로 영상을 풀었다.
[와이번 길들이기!]
[트롤에게 풀을 먹여 봤다.]
[사이클롭스 눈 깔아!]
자극적인 제목임에도 불구하고 논란이 되지 않는 건, 앞서와 마찬가지로 제목에 충실한 내용물 때문이었다.
―와이번 타고 마수지대 횡단 뭐냐?
―부럽다!
―트롤 육식 아니었음?
―울면서 풀뿌리 먹는데, 와… 몬스터가 짠할 수도 있다니.
―오우거처럼 트롤도 착한 눈 보소.
―착한 눈은 사이클롭스가 갑이지.
―덩치만큼 눈깔도 커서 그런지, 유독 더 순해 보이긴 하더라.
―고위종들을 저렇게 줄줄이 찍어 누른다고?
―이건 빼박이다!
영상의 주인공이 ‘진짜’라는 결론과 함께, 수많은 사람들이 관련 계정으로 찾아들었다.
당연하게도 거기에는 각국 단체의 요원들도 다수 섞여 있었다.
“슈트 분석 어떻게 됐어?”
“완벽합니다. 대격변에 등장했던 아이언슈트 본인이 맞습니다.”
“대체, 이유가 뭐야? 갑자기 리튜브라니?”
“…….”
수많은 요원들이 분석을 거듭하며 이유를 파헤쳐 봤지만, 마땅히 정의를 내리기가 어려웠다.
“관심종자라서 그런 게 아닐까요?”
그나마 나오는 결론이 이 정도였는데, 그리 명쾌한 해답은 아니었다.
“그런 놈이 가면은 왜 쓰고 다니는데? 게다가 저렇게 꽁꽁 싸매고 다니는 이유가 뭐야?”
“…….”
결국 막바지에 이르러선 침묵만 이어질 뿐이었다.
“아니, 대체 뭐가 아쉬워서 랭커쯤 되는 놈이 리튜브나 하고 있는 거야? 관심병이 있으면 차라리 메이저로 올라오든가.”
그러면서 한편으로는 계정에 대한 뒷조사도 들어갔다.
“이면의 전문가가 끼어 있는 것 같습니다.”
“불가능한 건 아니잖아? 우리도 전문가는 많아!”
“그게… 쉽지가 않습니다.”
“어떻게든 찾아내!”
각국 단체에도 관련한 전문가들이 넘쳐 났건만, 기이하게도 명확한 정보를 뽑아낼 수가 없었다.
이 부분은 상황을 진행했던 레베카 역시 적잖게 놀라야만 했다.
“어떻게 된 거예요?”
그녀의 물음에 마루는 어깨를 으쓱였다.
“자세히는 말하기 어렵고, 그냥 이 방면의 최고와 인연이 닿았다고 해 둘게.”
얼마나 대단한 실력자기에 저 많은 국가의 요원들을 바보로 만들어 버리는 것일까?
더욱 놀라운 건 계정에 대한 소유권마저 완벽히 가져갔다는 점이었고, 그로 인해서 애초에 작업을 맡았던 전문가마저 붕 뜬 상황이 돼 버렸다.
아마도 이 계정을 아이언슈트가 운영하고 있다는 것도 모를 터였다. 레베카는 간만에 호기심이 올라왔지만, 마루의 반응에 애써 억누를 수밖에 없었다.
‘미안하게 됐네.’
그녀 모습에 내심 찔렸지만, 마루는 고개를 저으면서 마음을 다잡았다. 밝힐 수 없고, 밝혀서도 안 되는 정보이기 때문이다.
마루의 계정을 관리해 주는 건 아주 특별한 존재였다.
알파9!
기이한 이름이라 여길 수 있지만, 그 정체를 알게 된다면 납득하며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다.
‘실버 박사님의 또 다른 유산.’
PP의 초기 버전인 알파 세상을 담당하는 인공 지능, 그게 바로 마루의 계정을 비호하고 있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실버 박사에게 물려받은 재산 역시 알파9에 의해서 관리되고 있기도 했다.
인공 지능의 특별함도 있지만, 그 이상으로 특수한 기능을 지니고 있는 만큼, 마루는 자신의 계정이 결코 걸리지 않을 거라 확신하고 있었다.
엔트라넷과의 연동!
그게 바로 알파9의 특수 기능으로서, 인터넷 계정을 완벽한 익명제의 엔트라넷으로 경유해버리는 것이다.
환상계를 경유해서 계정이 운영되는 만큼, 현상계의 요원들로서는 찾아낼 방법이 없을 터였다.
인공 지능 알파9의 역할은 그저 계정을 감춰 주는 정도에서 끝이 아니었다.
아이언슈트 관련 콘텐츠가 홍수처럼 쏟아지는 시기였다. 그런 상황 속에서 마루의 영상이 빠른 속도로 인지도를 쌓아 올릴 수 있는 건?
전부 알파9의 지원 덕분이었다.
내용이 워낙 특별하다 보니, 결국에는 뜰 수밖에 없는 영상이었지만, 알파9가 따로 서포터 하며 꾸준히 영상을 메인으로 올려 보낸 것이다.
단순하게 리튜브의 알 수 없는 알고리즘의 결과물로 오해하는 이들이 많지만, 정보 단체에 소속된 이들은 이게 전문가의 솜씨라는 걸 단번에 알아채곤, 발 빠르게 추적을 하는 중이었다.
하지만 알파9에 의해 허탕만 치는 중이었고, 어느새 알파9는 ‘자비드’란 별명으로 각국 정보부에 등록되어 있었다.
이는 아이언슈트 영화에서 주인공을 보조하는 인공 지능의 이름이었는데, 그저 단순히 영화를 연상해서 떠올린 이명이건만, 그들은 자신들도 모르는 새 정답을 뽑은 상황이었다.
물론, 그 사실을 모른다는 게 포인트긴 했다.
마루는 다양한 영상들을 올리며 사람들의 반응이 올라오는 걸 살폈다.
오우거를 비롯하여 여러 고위종들을 압도하는 영상들이 줄줄이 이어지는 만큼, 그가 진짜라는 이야기가 떠돌며 하루가 다르게 조회수가 늘어나더니, 순식간에 억 단위에 이르렀다.
그야말로 최단 시간 1억 조회수 돌파 기록을 찍은 것인데, 바로 그 시점에서 마루는 특별한 영상을 하나 올렸다.
[특별 게스트 출현 ― 세계 최강 헌터!]
언제나처럼 자극적인 제목이었고, 사람들을 난리를 치며 영상을 클릭했다.
―와! 어그로 심각하네.
―누가 감히 세계 최강을 논하는가.
―아이언슈트 실망인데.
―일단 누군지 확인이나 하자.
―씹고 뜯고 맛보고 뭉개 주마!
그렇게 영상이 시작되고,
―아… 인정!
―여전히 제목에 충실하네.
―으으… 인정할 수 없다!
―인정하기 싫다!
―하지만 인정!
매서운 키보드 파이트를 준비하던 수많은 사람들이 일제히 백기를 들어 버렸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인디안 존슨!
놀랍게도 게스트는 제로 원이란 이명을 지닌 세계적인 영웅이었다.
최강 헌터를 논할 때, 항상 언급되는 강자가 아이언슈트와 호흡을 맞추며 마수지대를 돌고 있었다.
여전히 그에 대한 반대 의견이 뒤따랐지만, 그 수는 극히 소수로, 살펴보면 자국의 랭커를 띄우기 위한 몸부림이자 발악 같은 거였다.
존슨의 등장만으로도 충분히 화제가 되기 충분했는데, 그 안에는 또 다른 화젯거리가 가득 넘쳐났다.
[헤~이, 브라더!]
그 같은 외침과 함께 아이언슈트와 어깨동무를 하는 존슨의 모습이란, 사람들을 경악하게 만들기에 충분한 것이었다.
―아이언슈트가 범죄자니 뭐니 했던 놈들 어딨니?
―존슨의 형제란다. 감히, 그런 분에게 범죄자?
―범죄자가 아니라 가디언즈라는 거로 결론!
―언성 히어로가 세상 밖으로 나오셨구나.
―뭐 하냐, 빨리 위로 보내 드려야지!
―지금 조회수 봐라. 더 올라갈 데가 있냐?
―인간계 말고, 천상계로! 으쌰으쌰!
―으쌰으쌰!
사람들이 작정하고 화력을 모으니, 모든 영상들이 억 단위를 찍어 버리는 건 순간이었고, 끝자리에 0 하나가 더 붙는 것도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뉴스가 떴고 각종 언론 매체가 관련 기삿거리를 퍼 나르기 시작했다.
[새로운 리튜브 스타, 아이언슈트?]
[신예 루키의 정체는, 가디언즈?]
[제로 원의 새로운 형제가…?]
[대격변 영웅, 리튜~브로?]
최초 영상을 올리고 세계 이목이 집중되기까지, 겨우 일주일!
수십억 조회수를 찍어 버린 시점.
‘슬슬 시작해 볼까.’
마루는 준비해 뒀던 ‘물건’을 풀었다.
* * *
랭커, 그것도 화제의 루키이며 가디언즈로 추측되는 아이언슈트의 계정이기 때문일까?
수많은 사람들이 구독을 누른 뒤, 알람을 설정해 놓으며, 그가 새로운 영상을 올리기만을 기다렸다.
특히, 여러 레이드 클래스급 고위종들을 통쾌하게 때려잡는 모습에서, 짜릿한 대리 만족의 쾌감을 느끼고 있던 터라, 그의 영상은 무조건 화제가 될 수밖에 없었다.
그 때문일까?
띠링!
알람이 울리기 무섭게 수많은 사람들이 아이언슈트의 계정을 오픈했다.
그리고 당황해 버렸다.
―이게, 뭐야?
―…달밤에 체조?
―보름달 배경으로 웬 운동 영상?
―뭐 하자는 거지?
평소와 달리 자극적인 제목 어그로도 없었는데, 그 때문인지 의외의 호기심이 발동되며, 영상을 끝까지 시청하게 만들었다.
―저 큰 덩치로 시원시원하게 움직여서 그런가? 뭔가 박력이 있어 보이긴 하네.
―그래도 몬스터 때려잡는 것보단 심심하다.
―알고 봤더니 운동 리튜버였던 거?
―확실히 몸뚱이 보면, 근손실이 없어 뵈긴 하네.
―3대 몇?
―수십 톤은 거뜬히 나올 듯.
―아니, 것보다 대체 뭘 하는 건데?
그렇게 관객들이 술렁이는 와중에 알 수 없는 체조가 끝나고, 드디어 아이언슈트가 입을 열었다.
[각성자가 되고 싶나?]
뜬금없는 물음이었다. 하지만 놀랄 만큼 파괴력이 있는 질문이기도 했다.
[멀티 스킬의 비법이 궁금한가?]
모두가 숨죽이는 가운데,
[이게 그 답이다!]
폭탄이 떨어졌다.
* * *
일단, 각 체질에 맞는 기본 연공법 영상들을 1차적으로 쭈욱 풀었다. 괜히 어설프게 상위 연공법에 도전하는 건 자제시켜야 했다.
그도 아직은 연구 단계에 머물러 있던 터라, 상위로 올라갈수록 어떤 부작용이 있을지 모르기에, 일단 하위 연공법으로 안정감을 채워 놓은 이후에야 진화의 길을 오픈하려는 것이다.
만약 하위 연공법에서 각성을 하는 이들이 있다면, 상위 연공법은 진화를 위한 기반이 될 것이고, 하위 연공법으로 각성하지 못한 이들은, 상위 연공법을 위한 도전의 발판이 되어 줄 터였다.
이 둘 모두 밑거름이 충분해야 하기에, 마루는 사람들이 하위 연공법에 충분히 심취할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하고자 했다.
‘기본만큼 중요한 게 없지.’
과거에 교관 일을 수차례 해 봤던 터라, 더더욱 기본의 중요성을 높게 봤다.
뿐만 아니라 상위 연공법은 좀 더 체계를 나눠 놓을 계획을 가지고 있던 터라, 여러모로 시간을 두고 오픈하는 게 낫다는 결론을 내렸다.
단순히 비각성자만 목표로 하는 게 아니라, 각성한 이들에게도 어울리는, 나름의 전직 시스템을 적용할 생각이었다.
강하나에게 엘레멘탈 다이얼을 기반으로 한 ‘생명의 불꽃’을 가르쳐 준 것처럼, 각 계열에 맞는 연공법을 따로 세세하게 구분해서 준비해 놓으려는 것이다.
‘뭐, 지금 당장은 기본 연공법으로도 충분하지.’
마루는 그렇게 ‘각성의 길’이라는 폭탄을 현실 세계에 던져 놓은 뒤, 개운한 기분으로 환상의 세계로 뛰어들었다.
PP!
이제부터는 3차 전직을 위해 바쁘게 달려야 할 때였다.
대격변 현장에서 활약했던 덕분인지, 혜성 길드에서도 제법 길게 휴가를 내어 준 만큼, 이 기간 동안 최대한 많은 레벨을 올려놓을 생각이었다.
그리고 이를 위해서는 필요한 조건이 있었다. 이를 위해 약속 장소를 찾아가니,
“오셨어요!”
“오셨습니까!”
성장을 위한 발판들이 그를 향해 90도 인사를 보내왔다.
임지현과 임수현!
그들 쌍둥이 남매가 과거와는 비교도 할 수 없는, 그야말로 불처럼 타오르는 눈빛으로, 그를 향해 극존경의 자세와 태도를 내비치고 있었다.
짐작건대 대격변과 아이언슈트 때문이리라. 저들에게 들킬 거라는 건 예상하고 있었기에, 한차례 쓴웃음으로 넘겨 버리며 입을 열었다.
“오늘도 버스 잘 부탁한다.”
열렙의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