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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그인 더 헌터-195화 (195/325)

#20. 집값?

#20. 집값?

크워어어어어~!

드레이크의 비명이 터져 나오는 가운데, 놈의 비늘이 요동을 치며 마치 파도처럼 몰려드는 게 보였다.

칼날로 이뤄진 정원 들어선 것처럼, 무수히 많은 비늘들이 날카로운 예기를 번뜩이며 그를 쑤시고 베고 휘저어 댔다.

분명 PP에는 통증 제한이 있을 것이건만, 시스템의 경계선을 넘기라도 한 듯, 마치 현실처럼 아득해지는 고통이 그의 전신을 두드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버티면서, 이를 ‘삼고―고고’ 고행 스킬로 환전하며 괴력을 증가시켰다.

드레이크의 의식 후미에서 이를 지켜보던 고룡이 감탄사를 터트렸다.

―놀라운 정신력이군. 과연, 태초룡의 계약자로다. 신성한 의지가 함께하는 이유가 있었군. 훌륭하다!

드레이크의 등 뒤로 올라탔다고 마법 공격이 없을 거라 생각하면 오산이었다.

마루를 찌르던 비늘들이 돌연 먼지처럼 흩어질 때가 있었는데, 그 순간 주변이 진공 상태로 변하며 호흡을 꺾어 버리려 들었다.

가까스로 이를 버텨 냈다 싶으면 이어지는 상황이 그를 힘겹게 만들었다.

“허어어억!”

크게 숨을 들이켜려는 순간, 또 다른 비늘들이 파삭 거리며 흩어지고, 마치 독무처럼 주변을 에워싸더니 그의 숨결을 타고 폐부 깊숙이 찔러 들어오는 것이다.

방어에 집중하고자 현무의 기운을 앞세우며 두들기고 있지만, 그럴 때면 할 수 없이 주작의 기운을 전방에 내세워야만 했다.

솟구치는 회복력만큼 마력 소모가 커지고, 더더욱 상황을 단기전으로 끌어갔다.

‘씨발! 이 개고생을 하는데, 족 같은 보상이기만 해 봐.’

안팎을 휩쓰는 모든 고통들을 고룡을 향한 분노로 환산하며, 이를 악물고 버티고 또 견뎌 냈다.

드레이크가 부리는 마법이 그에게만 부정적인 결과를 내는 건 아니기 때문이다.

마법으로 소모된 비늘의 숫자만큼, 드레이크 역시 자신의 갑주가 얇아지는 것이다 보니, 지금 이 상황은 그야말로 광란의 치킨 게임이라 할 수 있었다.

누군가 한 명이 죽거나, 혹은 둘 다 죽어나거나. 마루는 그렇게 상황을 극단적으로 끌어가는 중이었다.

아무리 견적을 내 봐도 답이 없었던 탓이다.

‘정면 대결을 펼쳤다간, 필패!’

대격변 이후, 그 역시 성장을 거듭하며 레벨과 스탯이 훌쩍 올랐지만, 아무래도 드레이크를 정면으로 상대하기에는 아직 부족한 감이 있었다.

존슨이 벽을 넘기 전 수준에 도달해야 하는데, 아직 그 경지에는 이르지 못한 까닭이었다.

그런 이유로 약간의 손해를 감수해 가며 달라붙은 것인데, 접촉에 성공한 순간 페이스는 그에게 넘어온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더 큰 손해가 기다리고 있었지만, 앗 뜨거라 하며 물러나면 피해만 보고 끝나지만, 너도 뜨겁자며 불을 지고 안겨 들면?

함께 불구덩이 속으로 들어가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크워어어어어어어~!

드레이크의 처절한 비명이 울려 퍼졌다. 놈은 거칠게 비행을 하다 저 멀리 절벽에 몸을 들이받기도 했고, 땅바닥에 유성우처럼 몸을 내던지며 마루를 튕겨 내려고도 해 봤다.

그럴 때마다 마루는 이리저리 옮겨 다니며 피해를 최소화했는데, 그렇다 하더라도 치명적인 부상들을 완전히 피할 수 있는 건 아니었다.

칼날 같은 비늘 사이를 자유자재로 헤집고 다닐 수는 없었기 때문이다. 이동 범위는 한정되어 있었고, 그나마도 피해가 꾸준히 축적되는 탓에, 다방면에 걸쳐서 상흔이 늘어나고 깊어질 수밖에 없었다.

HP 경고등은 수시로 붉은빛을 내며 점멸했다.

사신 변환의 주작으로 회복력을 끌어 올리는 것도 한계가 있는 듯, 죽음의 경계선이 가까워지고 있었다.

하지만 절망하지 않았다.

그 못지않게 드레이크 역시 상태가 좋지 않음을 알기 때문이었다.

주변으로 붉은빛 안개가 피어나는 게 보였는데, 이는 드레이크의 최후가 가까워지면 발생하는 현상이었다.

‘크윽! 거의 다 됐어… 조금만 더… 조금만….’

놈들의 피가 끓어오르며 주변에 미치는 영향으로서, 마루는 정신이 혼미해지며 ‘패배’를 떠올리던 와중에 이를 목도했고, 덕분에 끝이 머지않았다는 생각으로 마지막 뒷심을 끌어 올릴 수 있었다.

이 시점부터 놈들의 괴력이 한 단계 더 상승하기도 했다. 과거 드레이크 사냥 파티에서 탱커로서 포지션을 잡았던 터라, 더더욱 이 무렵의 위험성을 잘 알고 있었고, 그 때문에 이를 악물며 더욱 악착같이 달라붙었다.

그렇게 치열한 발골 작업을 이어 나갔고, 드레이크는 이를 떨쳐 내기 위해 처절한 몸부림을 치는데, 하지만 결국 그 뜻을 이룰 수는 없었다.

크워어어어어….

드레이크가 최후의 비명을 내지르며 추락했다.

쿠우우웅….

거대한 흙먼지가 피어나며 주변을 어지럽혔다.

그 속에서 울려 퍼지는 고룡의 텔레파시.

―살아 있나?

드레이크의 시체 사이로 꾸역꾸역 기어 나오는 그림자가 하나 보였다.

피투성이 넝마가 되다시피 한 마루가 힘겨운 몸짓으로 자신의 생존 신고를 하고 있었다.

대답할 기력도 없었다.

시체 속에서 기어 나오는 것만으로도 이미 한계였다. 아니, 그 전에 이미 한계에 다다른 상태였지만, 극한의 정신력으로 버티고 또 버티는 중이었다.

사실, PP의 시스템적인 부분을 상기한다면, 마루는 이미 먼지가 되어 흩어져도 이상하지 않았다.

하지만 어찌 된 일인지, 그의 정신력과 의지가 허락하는 한도 내에서 여전히 그 존재감을 유지하도록 허락되고 있었다.

짐작건대 고룡의 강림 이후, 계곡 주변으로 펼쳐진 특수 필드에 의한 영향이리라.

숨이 끊어진 드레이크의 시체가 먼지가 되어 흩어지지 않은 채, 여전히 유지되고 있는 것 역시 그런 이유일 터였다.

마루는 그리 생각하면서 힘겹게 고개를 들어 물었다.

“겨… 결과는…?”

겨우 뱉어 낸 한마디였고, 이에 대한 고룡의 대답은 간결했다.

―합격이다!

마루의 승리였다.

―그대는 보상을 받을 자격이 있다.

순간, 드레이크의 시체가 빛을 내는가 싶더니 먼지처럼 흩어지는 게 보였다. 새하얀 빛의 알갱이가 주변 가득 퍼져 나갔다.

그 사이로 등장하는 뜻밖의 존재.

마루는 골머리가 띵해지는 느낌을 받았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용아병!

끝났다고 여기면서 보상을 기다리는 순간, 뜬금없이 시크릿 보스가 등장해 버렸으니, 뒤통수 제대로 맞은 느낌이었다.

열이 확 오르며 한마디 해 주고 싶었다.

“장… 난…?”

하지만 지쳐 버린 육신은 한 마디 내뱉기도 힘들어, 제대로 된 단어도 완성하지 못했다. 허탈함이 기운이 쭉 빠지며 눈꺼풀이 무거워지려는 찰나였다.

―그대에게 내리는 보상이다.

고룡의 음성이 들리는가 싶더니, 용아병마저 빛을 뿜어내며 먼지가 되어 흩어지는 것이 아닌가.

그러더니 빛의 입자가 마루를 향해 쏟아져 내렸다.

이어지는 알람!

[칭호를 획득하셨습니다!]

무거워졌던 눈꺼풀이 다시 올라갔다. 희미해지던 정신에 불이 들어오는 가운데, 고룡의 음성이 들려왔다.

―시간이 다 되었군. 그대 태초룡의 계약자이며 신성한 의지를 받드는 수호자여. 부디 그대의 세계를 잘 지켜 낼 수 있기를….

그 말을 끝으로 어렴풋이 남아 있던 빛의 입자가 전부 사라졌고, 거기서 마루의 의식도 끊겼다.

* * *

존슨은 레오와 한동안 함께 어울리며 돌아다녔다.

친우이자 형제인 데일의 제자이다 보니, 그에게는 조카나 다름없던 터라, 가이드를 자처하며 한국의 이런저런 문화들을 소개해 준 것이다.

각종 먹을거리를 비롯하여 다양한 관광 명소까지, 짧은 기간이지만 레오는 한국이라는 아시아의 작은 나라에 대해 감탄을 거듭했다.

“와… 정말, 말도 안 되네요.”

음식 종류가 풍부한 것도 놀라웠지만, 다른 무엇보다 그를 감탄하게 만든 건, 기본적인 공공 시설들의 퀄리티였다.

그중 특히 놀라웠던 건, 간단히 버스 관광을 한다면서, 존슨을 따라 버스를 기다릴 때의 일이었다.

“엉덩이를 데워 주다니. 대체 뭡니까 이거?”

정류장 의자에 설치되어 있는 열선에 감탄한 것인데, 어느새 봄이 깊어 가고 있건만, 이상기류인지 여전히 날이 쌀쌀해서 정류장의 열선 의자가 열일하고 있던 것이다.

정말 별거 아닌 것 같지만, 이런 소소한 부분에서 섬세한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걸 보며 감탄을 거듭해야만 했다.

이러한 물건이 오래 전부터 퍼져서 사용되어 왔다는 게 특히 놀라웠다.

“한번 앉으면 일어날 수가 없는 마성의 의자지.”

“정말, 그러네요.”

기다리고 있던 버스가 왔음에도 쉬이 엉덩이를 떼지 못했을 정도였으니, 더 말해 무엇하랴.

이후로도 존슨을 따라 이런저런 구경을 거듭하는데, 그 끝에 이를 즈음에도 저도 모르게 이런 말이 나와 버렸다.

“여기 집값 비쌉니까?”

“왜?”

“별장 하나쯤 잡아 놓고 가끔씩 와도 괜찮겠는데요.”

요 며칠 사이에 한국이란 나라에 푹 빠져 버린 모양새였다. 존슨 역시 그와 비슷하게 한국에 빠져서 자주 방문했던 걸 떠올렸다.

이에 존슨은 재밌는 걸 보여 준다면서, 제법 북적거리는 카페를 찾았다.

뭔가 싶어 고개를 갸웃거리는데, 그러다가 기이한 광경을 하나 발견했다.

“어라? 저거… 저러다 누가 훔쳐 가면 어쩌려고.”

노트북으로 뭔가를 열심히 작성 중이던 사람이 이를 그대로 방치한 채 화장실을 가는 것이 아닌가.

보고 있던 레오가 오히려 깜짝 놀라며 주변을 경계하는데, 만에 하나의 사태가 발생하면 대신 손을 써 주겠다는 눈치였다.

WHA 2대와 3대 회장과 얽혀 있는 만큼, 정의를 구현하려는 모습이 제법 보기 좋았다. 이에 웃어 보인 존슨이 말했다.

“굳이 그렇게 긴장할 것 없어.”

그 말에 의아해서 고개를 갸웃거리는데, 아니나 다를까. 노트북은 그 주인이 돌아오기까지, 아무도 손을 대지 않았다.

이후로도 그와 비슷한 광경은 몇 차례 더 이어졌고, 카페를 나오는 레오의 표정은 반쯤 넋이 나가 있었다.

존슨이 웃으며 물었다.

“어때? 재밌지?”

“…이게 말이 되는 거예요?”

범죄자들을 경멸하는 성격이다 보니, 좀 전의 상황이 더욱더 인상적으로 다가왔을 터였다.

여전히 벙쪄 있는 레오에게 어깨를 으쓱여 준 뒤, 다시금 이동을 거듭했다.

그렇게 다각도에 걸친 관광으로 한국 문화를 한껏 만끽하던 어느 날, 존슨이 레오에게 물었다.

“오늘은 마루한테 갈 생각인데. 같이 갈래?”

이에 잠시 고민하던 레오가 고개를 끄덕이는데, 언뜻 긴장감이 어린 듯 보이는 그의 모습에, 존슨이 웃으면서 말했다.

“사실, 마루는 좀 바빠서 못 만날 거야.”

이에 안도하는 한편 실망감도 함께 띄우는 표정에서, 그의 싱숭생숭한 마음이 대번에 전해져 왔다. 재차 실소하는 존슨에게 물었다.

“피닉스를 보러 가는 건가요?”

마루의 동거인에 대해서 알 만한 이들은 다 알고 있었다. 이에 존슨이 고개를 저었다.

“아니. 보고 싶어도 못 봐. 오늘은 놀이공원에 갔다더라.”

“…예?”

“그런 게 있다. 오늘 볼 사람은 따로 있어.”

의아해서 고개를 갸웃거리는 레오에게 존슨이 말했다.

“마루의 제자들.”

“…들?”

“둘이야.”

제자가 있다는 것도 놀랍건만, 그게 둘이나 될 줄이야.

“어때? 같이 갈래?”

마루가 아닌 그의 제자들과의 만남이었다. 그래서 재차 묻는 것인데, 이에 레오는 한층 부담감을 던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존슨을 따라 마루의 제자들을 만나러 향했다. 레오가 교통편에 새삼 감탄을 거듭하는 사이 목적지에 도착하고, 저 멀리 마루의 제자들을 발견할 수 있었다.

이에 존슨이 그들을 향해 손을 흔들며 레오에게 소개를 해 주려 하는데, 왠지 모르게 레오의 표정이 기이했다.

뭔가 벙찐 듯 보이는 레오의 모습에 물었다.

“…왜 그래?”

한데, 레오의 답변이 또 뜬금없었다.

“여기 집값 얼마였죠?”

갑자기 그건 또 왜 묻는단 말인가. 의아해서 바라보는 가운데, 이야기는 멋대로 새 흐름을 타고 넘어갔다.

“저… 저기, 저 레이디는 누구죠?”

다가오고 있는 마루의 제자들, 그중 마루의 여동생인 정다솜을 향해 뜨거운 눈길을 보내고 있었다.

순간, 존슨은 자신의 옛 모습이 떠올라 버렸다. 이반나를 처음 봤던 무렵의 자신이 꼭 저러했다.

‘…설마?’

느낌이 왔다.

* * *

결국, 마루는 죽음을 피할 수 없었다.

‘그래도 퀘스트는 깼네.’

드레이크를 잡고 보상까지 받은 뒤에야 눈을 감았던 터라, 2.5차 전직 퀘스트는 깔끔히 클리어되어 있었다.

신전에서 나온 보상은 평범한 수준이었다. 퀘스트 수준을 생각해 봤을 때, 여러모로 황당한 상황이지만 그리 큰 불만은 없었다.

일단 받았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여겼는데, 이는 고룡을 통해 받은 보상이 그만큼 놀랍고 특별했던 까닭이었다.

[칭호 : 용아병]

[등급 : 고유 ― 발동]

[용의 의지를 잇는 자!]

[계약 중인 용종의 능력 일부를 사용할 수 있습니다.]

짜릿한 전율이 전신을 강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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