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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용아병!

#21. 용아병!

계약 중인 용종!

마루는 그 의미를 거듭 되새기고 입 안에 굴리기까지 하는데, 그럴 때마다 입꼬리가 살살 올라가는 걸 주체할 수가 없었다.

“대박이구나~!”

그가 계약 중인 용종?

초롱이!

등허리를 타고 오르는 짜릿한 전율, 이는 초롱이의 정체를 상기한 까닭이었다.

‘드래곤의 능력을 사용할 수 있다고?’

물론, 아직은 초롱이가 제 능력을 온전히 깨닫지 못하고 있다지만, 하루하루 성장을 거듭하며 조금씩 그 범위가 넓어지는 중이었다.

온전히 성장을 하고, 모든 능력치를 깨우치게 된다면?

꿀꺽….

마루는 수시로 등허리를 때리는 전율로 인해, 오금이 살살 풀리는 걸 느껴야만 했다.

비록 ‘일부’라는 단서가 붙어 있었던 터라, 아주 살짝 불안한 감도 있었지만, 그 같은 부분은 칭호를 장착하면서 해결됐다.

[계약 중인 용종 ― 초롱이(드래곤)]

[용의 기운이 깨어납니다!]

그 같은 알람과 함께 사용 가능한 능력, 용종의 스킬창이 생성되는데, 거기에 담긴 내용이 실로 놀라웠다.

[해금 목록 ― 브레스]

단 하나만 올라와 있었지만, 그것만으로도 충분한 전율을 가져왔다. 게다가 이게 끝이 아니라는 부분이 그를 더욱 기쁘게 만들었다.

‘해금이라는 건, 숨겨진 게 남아 있단 뜻이겠지?’

짐작건대 초롱이의 성장과 연관되어 있으리라.

일부 능력의 사용 가능이란 설명을 보며, 별거 아닌 소소한 능력들만 전이되는 걸까 싶어서 걱정했건만, 지금 이 상태창으로 봐선 쓸데없는 걱정이었던 듯싶었다.

‘오히려 굵직한 것만 사용할 수 있는 거라니!’

혹시 모를 실망감에 최악을 예상하고 있었건만, 드러난 결과는 그야말로 최고였다.

“그나저나….”

마루는 슬쩍 머리 위를 살폈다.

‘…이건, 어쩔 수 없는 건가?’

칭호 착용과 동시에 솟아난 뿔이 손에 잡혔다. 이는 용아병들이 지닌 특징이기도 했는데, 언뜻 살펴본 결과 초롱이의 뿔과 비슷한 크기라는 느낌이 들었다.

‘그래. 이 정도는 감수해야지!’

마루는 테스트를 위해 필드로 향했다.

딱 봐도 무시무시해 보이는 몬스터들이 즐비해 있는 가운데, 스킬을 발동했다.

[브레스]

그와 동시에 급격한 들숨이 시작됐다.

“스으으으으으으으으으….”

대체 어디까지 들이마실 수 있는 것인지, 그 한계를 가늠하기라도 하듯, 주변 대기를 넘어서 일대의 대기가 그를 중심으로 소용돌이치며 몰려들었다.

그 갑작스러운 현상 때문에 그의 존재를 알아챈 듯, 몬스터들이 화들짝 놀라며 그를 돌아보고, 이대로 내버려 두면 위험하다는 예감을 받은 것인지, 두 눈에 불을 켜며 미친 듯 달려들기 시작했다.

물론, 전부 달려드는 건 아니었다.

저 한편에선 다급히 도망치는 녀석들도 상당했는데, 안타깝게도 이 모든 반응들이 늦은 감이 있었다.

콰콰콰콰콰콰….

끝없는 들숨 끝에 격렬한 날숨이 터져 나온 것이다.

MP가 쭈욱 빠져나가는 가운데, 충격적인 결과가 눈앞에 드러났다.

‘맙소사!’

필드를 가득 채우고 있던 150레벨대의 몬스터들이, 마치 지우개로 닦아 낸 듯, 깔끔히 쓸려 나가고 없는 것이 아닌가.

털썩!

그 와중에 무릎이 꺾인 건, 브레스 한 방에 모든 MP를 소모해 버린 까닭이리라.

HP바에도 일부 이상이 발생한 거로 봐선, 급격한 마력 소모의 반동으로 신체적인 제약이 일부 발동한 듯싶었다.

‘이건, 좀 조심해야겠네.’

첫 발동이라 제대로 조절을 못 한 것도 있지만, 스킬 자체가 워낙에 많은 마력을 필요로 하는 터라, 제대로 컨트롤하기가 어렵기도 했다.

게다가 발동까지 시간이 제법 소모된다는 점도 걸렸는데, 이 부분은 스킬 숙련도 작업을 통해 어느 정도 단축시키는 게 가능할 거라 여겼다.

마루는 상태창을 열어 자신의 새로운 칭호를 바라봤다.

[용아병]

전율 속에, 두 주먹이 불끈 쥐어졌다.

* * *

최근 한국을 들썩이게 만드는 소문이 하나 있었다.

[대한민국 2번째 랭커 등장?]

[그 주인공은 누구?]

[우리도 이제 2랭커 보유국?]

[일본 부럽지 않다?]

확실하지 않은 이야기였지만, 짧은 순간 너무 폭발적으로 소문이 퍼져 나가고 있던 탓일까?

―왠지, 진짜인 것 같은데.

―헛소문이라고 치기엔 너무 띄워 주는 느낌이야.

―아니 땐 굴뚝에 연기 나겠냐?

―기레기들의 단합력이 너무 대단해서, 정말로 뭔가 있을 것 같다.

―제발 진짜여라!

―플리즈!

이는 토종 7대 길드라 불리는 이들이 만들어낸 결과물로서, 일종의 여론몰이를 먼저 하면서 분위기를 띄우는 작업의 일환이었다.

당장 발표를 하는 것도 나쁘진 않지만, 최대한 그럴싸한 흐름을 형성해 놓은 뒤, 상황의 극대화 효과를 노리고자, 이처럼 조금 돌아가는 과정을 거치기로 한 거였다.

게다가 이런 식으로 운을 띄워 놓는 걸 통해, 해외 헌터들의 반응을 살핀 뒤, 어떤 식으로 상황을 끌어갈지도 정할 수 있었다.

“이거, 소문 정도로는 꼼짝도 안 하는데.”

장태산은 곳곳에서 들어오는 보고서를 보며 입맛을 다셨다. 이는 해외에서 들어오는 각국 요원들에 관한 보고서로서, 7대 길드의 작업에 큰 효과를 못 보고 있다는 내용으로 가득했다.

이에 김수호가 쓰게 웃으며 말했다.

“오히려 더 악화된 것 같네.”

해외 헌터들의 유입 속도가 가속화된 것인데, 이를 통해서 저들의 뜻을 알 수 있었다.

“랭커 하나 추가되는 정도로는 뜻을 굽힐 생각이 없다는 건가.”

장태산의 이야기에 김수호가 고개를 끄덕였다.

“입소문 정도로는 흔들 수 없단 거겠지.”

“들어오는 놈들 중 몇은 진위 여부를 확인하려고 따로 움직이는 것 같더라.”

하지만 찾아내는 건 쉽지 않을 터였다. 무려 7대 길드가 합심하여 펼치는 작업이었다. 세계적인 네임드와 요원들이 한국에 들어오고 있지만, 적어도 이곳 한국 내에서는 7대 길드의 영향력을 앞설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들이 멋대로 행동할 수 있는 건, 나머지 해외파 3대 길드의 영향력이 그들을 지원하는 탓이었다.

김수호는 고민 끝에 입을 열었다.

“제대로 발표를 해야겠네.”

그렇게 삼족오는 나머지 7대 길드에게 소식을 전한 뒤, 준비했던 폭탄을 세상에 내던졌다.

* * *

어느 날, 문득 한 편의 다큐멘터리 예고편이 각 포털 사이트에 올라왔다.

바로 그 시점에서 사람들은 의문을 내비쳤다.

―설마?

―이거, 그거냐?

―정말로 정말일까?

―아… 기저귀 준비해야겠다.

방송사를 확인하면서 점차 확신이 더해져 갔다.

―LBC다!

―느낌이 온다.

―그냥 헛소문이 아니었어.

―수영복 착용 중이다.

―No―팬티!

대한민국의 최초 랭커를 촬영했던 방송국에서, 앞전과 같은 분위기의 다큐멘터리가 예고됐다.

분위기가 한껏 올라오기에 충분했다.

그리고 이 같은 열기가 정점을 찍었을 때, 기다렸던 방송이 전파됐다.

이전 다큐멘터리와 다른 점이라면, 이번에는 1~2부로 나누지 않고, 한 편에 모든 내용을 담았다는 점인데, 당연하게도 촬영 방식도 일부 달랐다.

하지만 한 가지는 확실히 담겨 있었다.

―왔~~~~~~~다!

―What~~~~the!

―두 번째 랭커 등장!

―우와아아아아!

―와아아아!

대한민국이 들썩였다.

그 주인공의 정체가 특히 사람들을 환호하게 만들었다.

―삼족오의 김수호라니.

―인간 승리의 표본, 마지막까지 승리를 쟁취하네.

―멋지다.

―헌터들이 존경하는 헌터!

―카리스마 헌터 1위!

많은 이들이 삼족오 길드의 역사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 그들이 다른 대형 길드와 거대 그룹의 압박에서 버텨 내지 못했다면 모를까.

이를 잘 견뎌 내고, 이제는 대길드의 반열에까지 올라선 상황이었다. 그런 만큼 자신들의 업적이 지워지는 걸 막을 만한 힘은 충분했고, 덕분에 한국 내에서 삼족오를 바라보는 시선에는 적잖은 동경과 갈망이 잘 버무려질 수밖에 없었다.

사람들의 반응은 첫 번째 못지않았다.

적호 길드의 강호구는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반응 좋네.”

이번 시나리오의 큰 틀을 그가 짰던 탓에, 더더욱 만족스러웠고, 뿌듯함 역시 컸다.

특히, 이선희의 컨셉을 따라 한다는 건, 여러모로 모험 수일 수 있었건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를 밀어붙여서 무대를 꾸미고 판을 띄운 것이다.

공식적으로 알려질 수는 없지만, 비공식적으로나마 그의 업적으로 전해질 터, 이런 역사가 하나둘 쌓이고 단단한 탑을 세우는 순간, 그는 적호의 전설로 성장하며 태호를 삼킬 수 있는 거인이 될 수 있을 터였다.

그러면서 한편으로는 김수호에 대해서도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대단한 사람이야!’

한 끗 차이로 두 번째라는 것도 짜증이 날 것인데, 첫 번째의 이미지를 고스란히 베끼라고 지시했다.

자존심이 상하는 걸 넘어, 쌍욕이 나와도 이상하지 않을 일이건만, 놀랍게도 김수호는 침착히 이유를 물어 왔었다.

“설명해 봐!”

물론, 싸늘한 시선 속에서 개수작이면 가만 안 둔다는 의지가 활활 내비치고 있긴 했다. 이에 마른침을 삼킨 강호구가 조심스레 이유를 입에 담았다.

“이선희 랭커님이 띄워 놓은 열기가 아직 가시지 않은 상황입니다. 만약, 그 열기를 고스란히 가져올 수만 있다면, 단시일 안에 국내 분위기는 김수호 길드장님을 중심으로 돌아갈 것입니다.”

“호… 그래서?”

“그리된다면 그리폰과 제우스, 바빌론 길드의 영향력도 크게 줄어들 테고, 해외 요원들의 움직임에도 제동이 걸릴 거라고 확신합니다.”

“그 방법이 다큐멘터리라는 건가?”

“불씨가 남아 있을 때, 장작을 던져야 합니다. 시간이 널널하다면, 좀 더 정상적인 방법으로 분위기를 띄우겠지만, 상황이 좋지 않습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각국 요원들이 넘어오고 있는 상황입니다. 그러니 부디….”

과감히 머리까지 숙여 보였다.

그가 젊다고는 하나, 그래도 한 길드의 지휘자가 아니던가. 그것도 무려 대형 길드인 적호 길드의 수장이었다.

김수호는 강호구의 정수리를 한참 내려다봤다. 그러더니 이내 폭소를 터트리며 그의 허리를 세웠다.

“좋아! 까짓것. 짝퉁 놀이 한번 해 보자. 푸하하하!”

그 호쾌한 웃음소리가 지금도 귓전을 맴도는 것 같았다. 짧은 만남이었지만 너무도 강렬했다.

* * *

숙련도 작업도 할 겸, 마루는 잠시 쌍둥이들의 버스에서 하차한 채, 홀로 필드를 뛰었다.

[브레스]

워낙 특수한 스킬의 연습이다 보니, 눈에 띄는 걸 자제해야 했고, 그런 이유로 유독 사람들의 발길이 적은 필드만 골라서 움직였다.

그 같은 의미에서 베스트는 앞서 퀘스트를 진행했던 용의 계곡이 딱이겠지만, 안타깝게도 스킬 발동 이후까지 염두에 둔다면, 용의 계곡은 제외할 수밖에 없었다.

‘탈진 현상 때문에라도, 용의 계곡은 안 돼!’

용의 계곡은 쉴 틈 없이 몬스터들이 몰려오는 장소였다. 스킬 발통 후 잠시 무방비 상태가 되는 터라, 자칫 새롭게 날아드는 용종의 발톱에 찢겨질 수가 있었다.

게다가 용의 계곡은 난이도에 비해 경험치 획득량도 그다지 높지 않았다. 이미 150레벨 구간을 넘어 버린 탓에, 그에게는 큰 메리트가 없는 것이다.

그렇게 최대한 인적이 드물면서 수준이 높은 필드를 찾아 움직였다.

[브레스]

과연, 드래곤의 숨결이라고 해야 할까?

콰아아아아아….

그 강대한 위력 앞에 버텨 내는 몬스터가 없었다. 한 번에 필드를 깔끔히 정리해 버리니, 매번 그의 등허리를 짜릿하게 만들고는 했다.

아쉬운 게 있다면, 그 강대한 파괴력만큼 고삐를 채우기도 쉽지 않다는 점이었다.

‘위력 조절이 영 어렵네.’

어김없이 찾아오는 탈진 현상으로 인해, 잠시 바닥에 주저앉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지만, 만에 하나의 사태를 대비하고자, 애써 감각의 날을 세우고 자세를 유지한 채, 그렇게 호흡을 가다듬어야 했다.

몬스터가 찾아올까 경계하는 것이다.

지금 상태로 전투에 돌입한다면, 말 그대로 순수하게 육체적 능력만으로 감당해야 하는데, 반동으로 인해 신체 능력도 일부 하락한 상황이다 보니, 어지간하면 36계를 할 수 있도록 준비하는 거였다.

다행히도 그런 상황이 펼쳐지진 않았는데, 이는 브레스가 지닌 특유의 파장으로 인한 효과였다.

마치 ‘드래곤 피어’처럼, 그 안에 담긴 ‘절대종’의 흔적이 몬스터들을 쉬이 접근하지 못하게 만든 것이다. 발동 전과 달리 발동 이후에는 그 흔적이 진하게 남아 있었다.

하지만 마루는 이런 사실을 모르다 보니, 매 순간 긴장하며 홀로 피 말리는 싸움을 거듭해야만 했다.

그리고 이런 식으로 필드를 넘나들며 숙련도 작업을 반복하길 한참,

[특수 직업 용아병?]

리튜브에 떠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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