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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그인 더 헌터-201화 (201/325)

#1. 던전 승급이란?

#1. 던전 승급이란?

벽을 넘고 랭커가 되던 날, 마루는 실버 박사와 아주 많은 대화를 나눴었다.

PP에 대한 이야기도 상당했지만, 그 못지않게 현실의 여러 사건 사고도 언급되며 화젯거리로 입 안에서 굴려지고는 했다.

그중에는 던전 승급 현상에 관한 내용도 포함되어 있었다.

“자네는 게이트가 어째서 발생하는 줄 아나?”

실버 박사가 물었고, 마루는 그에 대한 대답으로 이반나에게 들었던 K―정 박사를 언급했다.

[음식이 오래돼서 상하면 곰팡이가 생기죠? 게이트도 그렇습니다. 던전이 오래돼서 썩은 물이 밖으로 새는 겁니다. 고인 물은 썩기 마련이죠. 당장 던전을 클리어하십시오.]

그가 남겼던 이야기를 입에 담으니 실버 박사가 슬픈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후우… 그렇지. 그 사람이 정말 뛰어난 학자였는데. 그런 인재를 잃어버렸으니. 정말 안타깝게 됐어.”

실버 박사는 연신 한숨을 쉬다가 이야기를 이었다.

“게이트가 발생하는 이유는 정 박사의 이야기와 아주 약간 다른 부분이 있어.”

“다르다고요?”

“썩은 부위가 곪아서 터진 건 맞아. 단지, 그러기 위해선 내부가 잔뜩 팽창해 있어야지.”

일종의 포화 상태라 이야기했다.

“각 길드에서는 몬스터들의 숫자를 유지한다고 대가리 굴리는데, 보이는 것만 컨트롤한다고 끝나는 게 아니야.”

그 시점에서 실버 박사는 PP에 대해 언급했다.

“전에 엔트라넷은 PP에서 발생하는 수십억 인구의 사념을 전력으로 돌아간다고 말해 준 거 기억하나? 세상에는 그처럼 눈에 보이지 않는 기운과 개념들이 상당하다네.”

그러면서 이야기했다.

“정 박사는 던전이 오래되면 썩는다고 했지? 맞아. 그 안에 몬스터들의 부정한 사기가 가득 차는 시점이 오거든. 그게 암모니아처럼 부글부글 끓는 시기가 있지.”

그렇게 쌓인 독기가 밖으로 터져 나오는 것, 그게 바로 게이트라고 했다. 이즈음 마루는 궁금한 걸 물었었다.

“던전이 오래되서 게이트가 된다는 건 알겠는데, 통 이해가 되지 않는 게 있습니다.”

“뭔가?”

“그렇다면 던전 지대에선 왜 게이트 현상이 발생하지 않는 겁니까?”

이에 실버 박사가 웃으며 말했다.

“던전 지대의 개념이 어디까지라고 생각하나?”

그 순간 뭔가를 떠올린 듯, 마루의 두 눈이 크게 확장됐다. 이를 본 실버 박사가 탄성을 터트렸다.

“허… 머리가 잘 돌아가는군. 겨우 그것만 듣고 눈치를 채다니.”

이에 마루가 떠듬떠듬 입을 열었다.

“설마… 알려진 게… 거짓입니까?”

“던전지대는 자네가 아는 것 이상으로 넓다네. 단지 세계를 움직인다고 착각하는 빡대가리들이 멋대로 엉터리 정보를 퍼트리고 주입시켜서, 딱 이만큼이 던전지대다 라고 정의해 놨을 뿐이지.”

사람들이 알고 있는 던전지대는 실제 규모의 반의 반절도 안 된다는 것이다.

“딱 던전의 교차점만 엮어서 ‘지대’라고 지정해 놨는데, 마수지대로 치면, 마굴의 심처 부분만 지대로 정의한 격이지.”

돌발 게이트가 발생하는 건 던전지대의 외곽이라면서, 실제 지대의 규모를 확인하고 싶다면, ‘안전지대’를 중심으로 가장 가까운 게이트 발생 지점들을 체크하면 된다고 이야기했다.

“돌발 게이트가 유독 많이 발생하는 장소라면, 그 중심이 되는 던전지대의 연식 및 포화 상태가 심각하다고 봐야겠지.”

그게 아니더라도, 각 던전지대 간의 교차점에서도 게이트가 자주 발생하고는 했다.

“던전 교차점과 지대 교차점은 다른 겁니까?”

마루의 물음에 실버 박사는 잠시 생각하는가 싶더니, 쉬운 풀이로 답을 내어 줬다.

“이걸 굳이 비유하자면, 던전의 교차점은 그래도 한 배 속에서 나온 아이들이라면, 지대의 교차점은 다른 집 아이들끼리 마찰을 일으키는 경우라서, 이런 장소가 유독 게이트 발생률이 높은 거라네.”

반대로 던전의 교차점은?

“형제들끼리 우애가 좋아서, 그 구역 내에서는 마찰, 즉 게이트가 발생하지 않는다고 봐야지.”

“아….”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바로 그즈음 실버 박사가 뜨거운 감자를 입에 담았다.

“던전 승급 현상은 어떻게 발생하는 것 같나?”

갑작스러운 질문에 마루는 말문이 턱 막혀 버렸다. 실버 박사의 번뜩이는 눈빛을 보고 있노라니, 던전에 관한 화제가 마치 지금 이 순간을 위해 뿌려진 떡밥처럼 느껴졌다.

박사가 눈으로 말했다.

[난 네가 지난겨울에 한 일을 알고 있다.]

아니나 다를까.

“자네 배 속에 있는 ‘물건’이 열쇠라네.”

“…여의주 말입니까?”

“그건, 신의 ‘격’을 지닌 신기라네. PP로 치면 신화급보다 윗줄의 아이템이라고 봐야지.”

“신화급이 최종 단계 아닙니까?”

“그러니까.”

기준을 벗어나는 물건, 규격 외의 신기라는 뜻이었다.

“감히 추측해 보건대… 엔트라넷 서버를 하나쯤 더 돌려도 충분하지 않을까 싶을 정도야.”

입이 떡 벌어지는 내용이었다. 마루가 턱을 떨치고 있노라니, 실버 박사가 이야기를 이어 나갔다.

“던전 승급 현상이란 건, 여의주가 포화 상태에 이른 던전에 힘을 실어서, 강제로 공간을 넓히며 발생하는 거지.”

마루가 이해할 수가 없다는 얼굴로 제 배 속을 내려다보며 물었다.

“아니. 왜 그런 행동을 하는 걸까요?”

그에 대해 박사는 질문으로 답했다.

“자네의 직업이 뭔가?”

“…예?”

뜬금없는 소리에 마루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PP에서 자네의 직업을 묻는 걸세.”

“…수호자 …입니다.”

“거기에 답이 있다네.”

마루가 좀 더 설명을 바란다는 표정으로 바라봤고, 이에 실버 박사가 좀 더 이야기를 이었다.

“자네의 직업은 여의주가 관여해서 결정된 거지. 그리고 여의주는 자네를 후원하는 분, 그분의 의지가 깃든 물건이고.”

그쯤에서 마루는 답을 발견할 수 있었다.

“아….”

언제고 꿈속에서 마주했던 청룡의 모습이 떠올랐다.

[나 최후의 용(龍)이 고한다.]

[하늘의 문이 다시 열리는 날, 나의 의지가 다시 깨어나리.]

[그대 신화를 잇는 계승자여.]

[수호의 의지를 받들지니.]

[다가올 종말을 대비하라.]

분명, 여의주는 세상의 구원을 위해 마련된 물건이었다. 그리고 던전은 세상의 안전을 위해 세워진 바리케이드였다.

그 둘이 맞닿은 것이다.

‘승급 현상이… 오히려 당연한 건가.’

마루는 고개를 끄덕이며 납득할 수밖에 없었다. 이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던 실버 박사가 이야기했다.

“원래 예정되어 있던 현상은 아니니까. 굳이 던전을 찾아다니면서 포화 상태를 풀어 주려 할 필요는 없다네.”

하지만 필요에 의해 사용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며 조언을 더했는데, 마루는 바로 그 같은 부분을 상기하며, 간만에 던전을 뛰었다.

그리고 다음 날, 한국은 난리가 났다.

* * *

[또다시 시작된 던전 승급!]

[하루 만에 무려 다섯 번이나?]

[세계의 이목이 쏠리다.]

[한국을 찾는 랭커들!]

아이언슈트로 인해 들어와 있던 수많은 네임드들이 잠시 발길을 돌리며 승급 현상의 현장으로 달려갔다.

―어째 좀 잠잠하다 싶더라니.

―한 방에 다섯은 좀 너무한 거 아니냐?

―그래도 등급이 높진 않아서 다행이네.

―죄다 하급이 중급으로 올라간 정도인가.

―제일 높은 게 C급으로 상승한 거다.

―저 주변 땅값 제대로 오를 듯.

―C등급 던전지대가 안정성은 제일 높으니까. 금싸라기 땅이 돼 버렸네.

―부럽다.

―아니, 것보다 이번에는 어째 해외로 뜬다는 놈들이 없냐?

―요즘은 한국만큼 안전한 곳이 없다.

―방한 랭커가 몇인 줄은 아니?

―지금 전력이면 대격변도 감당할 수 있겠다. 크….

―집 나가면 개고생이야.

―멀리 나가지 말고, 그냥 랭커님들 믿고 얌전히 방 닦고 잠이나 자.

―깨끗해서 잠은 잘 오겠네.

레베카는 각종 포털 사이트의 반응들을 살피며 작게 전율하고야 말았다.

‘설마….’

이번에 승급 현상이 발생한 다섯 지대에 대해 잘 알고 있는 까닭이었다.

[부탁 좀 할게.]

마루의 요청으로 그녀가 조사했던 던전지대가 아니던가. 그 때문일까?

남다른 직감이 깨달음을 줬다.

이번 승급 현상에 마루가 큰 연관이 있다는 것이다.

‘어쩌면… 이전의 승급 현상도?’

등허리를 타고 오르는 전율 속에서, 새삼 마루의 정체에 관한 의문이 넘실대는 걸 느꼈다.

* * *

연공법으로 인한 첫 각성자가 등장하기 전까지는 전직에만 집중할 생각이었다. 적어도 여름까지는 자유가 보장됐다고 믿었다.

하지만 이게 웬일?

‘여름은커녕 봄도 못 보낼 줄이야.’

마루는 그리 생각하며 각종 포털 사이트의 반응을 살폈다.

‘한 방에 다섯 개를 오픈해서 그런지, 효과 하나는 직빵이네.’

덕분에 아이언슈트로 향했던 관심도 일부 돌려졌고, 박달수에게 쏟아지던 시선도 상당 부분 걷어져 나갔다.

물론, 박달수의 주변은 존슨의 입김이 꽤나 크게 작용한 것이긴 했지만, 어쨌든 한동안은 승급 현상이 중심이 될 터였다.

레베카의 도움을 얻어, 승급 현상을 겪어도 감당할 수 있는 던전만 건드렸기에, 요란한 화제성과 달리 위험도는 그리 높지 않은 편이었다.

‘이 정도까지 해 줄 필요는 없지만….’

기존의 계획대로 진행됐더라면, 다수의 각성자가 등장하면서 시선이 분산되었을 것이건만, 상황이 꼬여서 한 개인에게, 그것도 일반인에게 과도한 관심이 집중되고 있었다.

할 수 없이 손을 쓸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상황이 일단락되었다는 생각 때문일까?

조금은 가벼워진 마음으로 다시금 레벨 작업에 집중할 수 있었다.

* * *

가장 최근, 대격변의 현장으로서 뜨거운 화젯거리가 되었던 장소.

산타카타리나!

전쟁이 끝난 이후에도 그곳의 열기는 쉬이 식을 줄을 몰랐는데, 이는 브라질 정부 차원에서 마굴의 컨트롤을 위해, 쉼 없이 공략을 시도하기 때문이었다.

마굴의 규모가 규모인 만큼, 이를 정리하는 건 불가능했다. 사실, 가능하더라도 정리해선 안 되기도 했다.

하지만 대격변과 몬스터의 공백기가 겹치면서, 마굴의 규모를 축소시키고 그들 입맛에 맞게 변형시키는 건 가능할 터였다.

그런 이유로 꾸준히 헌터들을 요청하며, 마굴의 심처를 향해 전진을 거듭했다.

사실, 브라질 정부의 요청이 아니더라도 헌터들은 마굴을 찾을 수밖에 없었다. 몬스터의 공백만큼 마굴 곳곳에 눈 먼 아티팩트가 굴러다닐 터, 발견 확률이 높은 편은 아니지만, 그래도 일확천금을 하기에는 딱 좋은 기회였다.

그 때문일까?

브라질은 대격변을 겪었다는 게 믿기지 않을 만큼, 활기 넘치는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그런 활력의 중심지인 산타카타리나의 심처.

대격변 게이트가 발생했던 바로 그 장소.

즈즈즈즉….

그곳의 허공이 일렁이는가 싶더니, 이내 사방으로 쪼개지고 갈라지며, 뜻밖의 이레귤러가 발생하기 시작했다.

대격변이 끝난 장소에 이레귤러?

이 방면의 전문가인 존슨마저도 말도 안 된다며 고개를 저었을 그런 현상이었다.

기현상은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요란한 소음을 내며 갈라지던 균열이, 이내 거짓말처럼 메워지며 자취를 감춰 가는 것이 아닌가.

마치, 좀 전의 사건이 환상이었다는 듯, 그 같은 균열의 틈새는 빠르게 메워지며, 다시금 아무것도 없는 원상태의 허공으로 돌아갔다.

하지만 그곳에 발생한 작은 변화가 하나 있었다.

아이!

7~8살이나 되었을 법한 소년 한 명이 균열이 사라진 장소에 서 있었다.

아이는 제 몸뚱이를 이리저리 내려다보더니, 뭔가 마음에 안 든다는 얼굴로 눈살을 찌푸리는데, 그 순간 저 한편에서 거대한 울음과 함께 대형 괴수가 모습을 드러냈다.

사이클롭스!

외눈을 번뜩이는 고위종의 등장이었건만, 아이는 전혀 겁먹은 눈치가 아니었다.

언뜻, 입맛을 다시는 것 같단 착각마저 들 즈음,

크워어어!

사이클로스가 포효하며 아이를 향해 달려들었고,

퍼억!

그대로 터져 나갔다.

쏟아지는 핏물 속에서 아이가 중얼거렸다.

“흠… 겨우 이 정도로 지쳐 버리다니.”

이마에 흐르는 땀방울을 닦아 내더니 인상을 와락 구기는 것이 아닌가.

맘에 안 든다는 듯, 재차 자신의 몸뚱이를 이리저리 내려다보던 아이가 이내 체념한 듯 한숨을 푹 내쉬더니, 저 먼 하늘을 올려다봤다.

그러더니 묘한 미소와 함께 이름 하나를 입에 담았다.

“인디안 존슨!”

짧게 입맛을 다신다고 여긴 순간, 아이의 신형이 신기루처럼 흩어지며, 그곳에서 자취를 감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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