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로그인 더 헌터-203화 (203/325)

#3. 힌트.

#3. 힌트.

정다솜!

그녀에게는 오빠가 두 명 있었다.

정가람 그리고 정마루!

워낙 늦둥이로 태어났던 탓인지, 둘 다 띠동갑 이상으로 나이 차이가 났고, 그 때문에 오빠라기보단 부모님에 가까운 느낌이었다.

실제로 부모님께서 바쁘게 일을 하시다 보니, 상당 부분 두 오빠의 손에 컸던 시간이 제법 길기도 했다.

굳이 비유하자면, 아빠 역할의 정가람 엄마 역할의 정마루라고 해야 할까?

유년기부터 두 오빠를 쫓아다니며, 그 손을 잡고 뒷모습에 기대며 성장해 왔다. 꾸준히 오라비들의 모습을 시야에 담아 왔던 것이다.

그 때문일까?

“마루… 오빠?”

아이언슈트의 영상을 보며, 오라비의 흔적을 읽어 버렸다.

그건 아주 사소한 습관 같은 거였다.

가볍게 어깨를 돌리는 거, 발목을 흔드는 거, 손목을 시계 방향과 반시계 방향으로 번갈아 교차하는 거 등등, 사실 별거 아닌 자잘한 버릇들이었다.

하지만 한번 의심하고 살피기 시작하니, 기이할 만큼 닮았다는 걸 감출 수가 없었다.

최초 의혹을 일으킨 건, 아이언슈트의 체조 때문이었다.

활력의 춤!

그녀에게 너무도 익숙한 체조 하나가 거기 올라와 있던 것이다. 처음에는 대수롭지 않게 넘어갔는데, 돌아가는 분위기가 그녀로 하여금 의심하게 만들었다.

‘분명히 혜성에서 배운 거라고 했는데.’

이게 웬일?

―혜성도 연구 중이라더라.

―대형 길드들 전부 난리 났어.

―원래부터 화제긴 했지.

―진짜로 각성자 만드는 비법일 수 있다면서, 연구소도 요란하게 돌아가고, 아주 난리임.

―건너 건너 듣기로는 아이언슈트가 한국인이라는 이야기도 있던데.

―또 그놈의 건널목 썰.

―카더라 통신은 제발 쪼~옴!

―아니, 그런데 아주 헛소리는 아닌 게, 이번에 랭커들이 너무 많이 들어왔잖아.

―승급 현상 때문이겠지.

―이전에도 승급 현상은 있었지만, 이 정도로 많은 랭커가 들어오진 않았잖아.

―뭐가 됐건, 덕분에 지금 한국 안전도 TOP 찍었잖우.

―인정!

―대격변 터져도 커버 가능하다더라.

―사실, 승급 현상은 별거 없다고 하더라. 그런데 전력은 대격변 클라스라니.

―개꿀이자너.

이런저런 이야기가 오가는 가운데, 그녀의 시선을 끄는 내용이 있었다.

‘혜성도 모른다고?’

박달수가 그러했듯, 그녀 역시 자신의 각성에 ‘활력의 춤’이 관여하고 있음을 알았다.

그 때문에 마루가 이런 특별한 공부를 어디서 알게 된 건지, 이전부터 꾸준하게 의문이 샘솟을 수밖에 없었다.

최초, 아이언슈트가 등장하던 무렵에는 존슨과의 관계로 인해, 건너 건너 알게 된 사이라는 생각도 했다.

하지만 꾸준히 관련 영상을 찾아보던 중, 마루의 특징이라 할 만한 버릇들을 살필 수 있었고, 한번 눈에 밟히기 시작하니, 이젠 굳이 찾으려 하지 않아도 알아서 체크가 될 정도였다.

‘게다가… 아이언슈트가 한국인?’

의심이 무럭무럭 쌓이고, 결국 확인을 위해 마루를 찾는데,

“어디 갔어?”

일주일째 연락 두절이었다.

* * *

습관이나 버릇 등, 거의 초능력 수준으로 남다른 눈썰미를 타고난 여인들이 있었다.

호로로 파티의 일원으로 마루와 인연이 있는 진수미, 임시안의 여동생으로서 마루와 접점이 있는 임지안.

집안 내력이라고 해야 할까?

그들 두 사촌 여인들은 아이언슈트의 영상 속에서 마루의 흔적을 찾아냈고, 이내 함께 자리하며 의견을 나눈 결과 결론을 도출해 냈다.

“마루 오빠네!”

“마루 아저씨였어!”

각성 후 1년 만에 랭커?

너무도 말도 안 되는 이야기지만, 두 여인의 눈썰미가 공통된 의견을 내비치는 만큼, 빗나갈 확률은 1% 미만이라 여겼다.

결론을 내린 두 여인의 시선이 어지러이 교차했다.

* * *

한반도를 대표하는 2대 마굴이 있다.

백두산 그리고 제주도!

앞의 경우에는 중국과 겹치는 탓에, 순수 한국인들은 제주도 마수지대를 더 윗줄로 치고는 했다.

하지만 세계적인 관점에서는 백두산이 우위에 있었고, 알려지기도 제주도보단 백두산에 관한 내용이 더 많았다.

실질적으로 내부 몬스터 등급은 별 차이 없었지만, 섬이라는 한계에 걸친 제주도와 달리, 대륙과 걸치고 있는 백두산의 경우, 광대한 영역에 걸쳐 마굴을 형성하고 있는 터라, 백두산을 윗줄에 놓는 거였다.

바닷속으로도 마굴이 형성되기는 하나, 해류에 마기가 흩어지는 경우가 많아, 바다까지 확장되는 마굴은 극히 드물었다.

제주도 역시 바다에 일부 영역을 퍼트리고 있었지만, 앞바다 인근 정도가 한계였다. 그런 이유로 마굴의 규모는 백두산이 압도적이었다.

하지만 오지 전문가인 존슨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막상막하! 용호상박! 자강두천! 용쟁호투! 백중지세!”

이상한 내용이 살짝 끼어 있었지만, 어쨌든 심처의 퀄리티는 별반 차이가 없다는 게 그의 주장이었다.

“백두산하고 달리, 영역 확장이 쉽지가 않아서, 영역적인 부분은 밀릴지 몰라도, 오히려 밀도 자체는 제주도 마수지대가 좀 더 윗줄이지.”

넓게 퍼지기보단 안으로 꽉 들어찼다는 것이다.

그런 만큼 제주도 마수지대는 그 외곽이라 할지라도 결코 만만한 장소가 없었다.

어찌어찌 헌터들이 밀어붙이며, 나름대로 이런저런 숙박업소 등 편의 시설이 자리를 잡긴 했지만, 언제든 쓸려 나갈 수 있는 아슬아슬한 포지션인 건 확실했다.

그 때문에 관련 시설을 이용하고자 하면, 가격도 상당히 비싼 편이었는데, 바로 이런 부분이 마루를 밖으로 내몰았다.

“엉터리 여관 잡느니, 노숙을 하고 말지!”

그리 투덜대며 마굴로 뛰어들어 버린 것이다.

랭커가 된 이후, 어느 정도는 스스로에 대한 확신을 얻은 터라, 산길을 타는 행보에 거침이 없었다.

마계 대공 사일론의 등장이 아니었더라면, 지금보다 더 강렬한 확신을 얻었겠지만, 천외천의 존재를 마주해 버린 터라, 일말의 겸손이 장착되는 건 어쩔 수가 없었다.

‘아직 건방 떨 때는 아니지.’

그렇게 제주도 마수지대 탐험이 시작됐다.

목적은?

“현무암 영감님~!”

신물 정보를 얻기 위함이었다.

신물을 전해 주고 난 뒤, 이곳을 떠났다는 건 알지만, 그래도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찾은 것이다.

백호의 신물 찾는 게 너무 막막하다 보니, 잠깐 바람도 쐴 겸 여기까지 넘어와 버렸다.

도착 이후, 마굴로 뛰어든 시점부턴 꾸준히 현무의 기운을 몸에 두르고 있었다.

[사신 변환 ― 현무]

이 기운에 이끌려서 찾아오거나, 그의 기운이 역으로 이끌려서 찾아가거나, 상당히 막연한 기대감으로 제주도를 돌았다.

정말로 막연한 행보였다.

하지만 이게 웬일?

‘이거, 설마?’

현무의 기운이 그를 이끄는 것이 아닌가.

그 흐름을 쫓아 이동을 거듭한 결과, 이제는 거의 사라지다시피 한 제주도의 상징이자 간판을 발견할 수 있었다.

돌하르방!

마굴이 되어 버린 뒤, 몬스터들에 의해 가장 먼저 쓸려 나갔던 게 바로 돌하르방이었던 터라, 전통적인 형태의 돌하르방은 거의 남아 있지 않았는데, 마루의 눈앞에 나타난 게 바로 그 전통적인 형태의 돌하르방이었다.

‘…뭐지?’

사실, 이는 오랜 시간 현무암이 깃들어 있던 ‘집’으로서, 신물 역시도 함께 머물렀던 공간이다 보니, 그 흔적을 쫓아서 이곳으로 안내한 거였다.

당연히 마루는 이런 사실은 전혀 몰랐다.

우우우웅….

단지, 돌하르방과 함께 공명하는 현무의 기운에 집중할 뿐이었다.

신기하게도 그의 몸에서 현무의 기운 일부가 빠져나가더니, 그대로 돌하르방의 송송 뚫린 구멍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것이 아닌가.

화들짝 놀라 물러나야만 했다. 그리고는 돌하르방을 한참 관찰했다.

‘어쩐다….’

짧은 고민 끝에 걸음을 내디디며 기운을 활짝 개방하고, 돌하르방은 그간 굶주렸다는 듯 이를 열심히 흡수하는데, 다행히 무한정 삼키려 드는 건 아니었다.

스스스스스스….

‘여기까진가.’

돌하르방 주변으로 검은빛 아우라가 피어날 즈음, 기운의 흡수도 끝을 맺은 것이다.

바로 이때부터가 골치였다.

우웅… 우웅… 우우웅….

돌하르방이 끊임없이 울기 시작한 것이다.

‘신호를 보내는 것 같기도 하고….’

혹시, 현무암을 부르는 것이 아닐까?

한 가닥 기대감이 차오르는 가운데, 돌하르방의 신호는 뜻밖의 존재들을 먼저 불러들여 버렸다.

크르르르르르….

크워어어~!

주변의 몬스터들이 하나둘 울림을 쫓아 달려들기 시작한 것이다.

바람 좀 쐬러 왔건만, 이런 식으로 상황이 꼬여 버릴 줄이야. 한숨을 푹 내쉰 마루가 사냥을 준비하며 자세를 잡았다.

“골 때리네.”

그렇게 전투가 시작되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상황이 생각 이상으로 골치 아프게 됐음을 깨달았다.

‘이놈들이!’

몬스터들은 한껏 성난 모습으로 돌하르방을 향해 달려들었던 것이다.

‘영감님께 신호를 보내고 있는 것 같은데.’

돌하르방이 깨지는 순간 신호도 끝나 버릴 터, 마루는 철저히 돌하르방 주변을 맴돌면서 가드를 해야만 했다.

지이이익!

이를 위해 돌하르방 주변으로 동그랗게 경계선을 그은 뒤, 몬스터들을 향해 매섭게 외쳤다.

“넘어오는 놈은 죽는다!”

물론, 말이 통할 리가 없었다.

크워어어어어!

캬아아악!

오히려 더욱 성난 모습으로 달려들었다.

“와라, 이 꼴통들아!”

마루도 한껏 기세를 피워 내며 몬스터들을 때려잡았다.

그리고,

그렇게 일주일이 흘렀다.

* * *

처음에는 하루나 이틀 정도면 충분할 거라 여겼다.

저 멀리 지구 반대편에 있다 가정하면, 신호를 받는 시간이나 이동하는 시간 등을 고려해 봤을 때, 그 정도는 걸릴 것이라 여긴 것이다.

하지만 이게 웬일?

“헉… 허억… 헉… 어떻게… 허억….”

‘…어떻게 일주일이 돼도… 흐억!’

마루는 한껏 지친 몰골로 주변을 돌아봤다. 사방 가득 널려 있는 몬스터들의 시체가 보였다.

그야말로 시산혈해라는 말이 딱 어울리는 풍경이었다.

한차례 경험한 바 있던 대격변, 그 최전선의 너머, 존슨이 홀로 지키던 이레귤러의 풍경을 떠올리게 만든다고 해야 할까?

우웅… 우우웅… 우우우웅….

돌하르방은 여전히 울어 댔고, 거기에 이끌린 몬스터들은 꾸준히 찾아오며 그를 괴롭혔다.

하루, 이틀, 예상했던 시간이 지났을 때, 그냥 돌아갈까도 싶었다.

‘젠장! 버틴 시간이 아까워서 자리를 지켰더니.’

그게 어느새 일주일이 되어 버린 것이다.

실수했다 싶었다.

이젠 정말로 지칠 대로 지쳐 버린 터라, 선택을 해야 할 때가 왔음을 깨달았다.

아슬아슬하게 도망칠 기력 정도만이 남아 있는 상황이었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몬스터들이 몰려오긴 했지만, 저 깊은 심처의 최고위종들은 방문하지 않았던 터라, 그 긴 시간에도 그럭저럭 버틸 만했다는 점이었다.

우웅… 웅… 우우웅….

등 뒤에서 꾸준히 울어 대는 돌하르방이 너무도 얄미워, 이제는 그가 직접 부숴 버리고 싶은 마음마저 들었다.

‘이대로 발을 뺀다면 결국 몬스터들에게 박살 나 버릴 텐데.’

순간, 마루의 눈가에 서늘한 한기가 일렁거렸다.

‘그렇다면 차라리 내 손으로?’

절대 지난 일주일의 분풀이가 아니라고 최면을 걸며, 매섭게 돌하르방을 돌아보던 순간이었다.

“흘… 오래 기다렸는가?”

심장이 덜컥 내려앉게 만드는 음성이 있었다.

현무암!

그가 돌하르방 위에 엉덩이를 걸친 채, 손을 흔들고 있는 것이 아닌가.

어느 틈엔가 돌하르방의 울음도 멈춰 있었다.

화들짝 놀란 마루가 급히 눈빛을 수습하는데, 한발 늦은 감이 있었다.

“으잉? 어째 눈빛이 영 꺼림칙하구만.”

“크흠… 흠… 피… 피곤해서 그런 겁니다.”

마루가 애써 시선을 피하며 어설피 변명했다.

그 모습에 실소를 흘린 현무암이 어느새 꺼내 든 것인지, 곰방대 하나를 입에 문 채, 주변을 향해 휘휘 손짓했다.

크륵?

크워?

그 순간 몬스터들의 독기 어린 눈빛이 순하게 변하는가 싶더니, 이내 고개를 갸웃거리며 발길을 돌리는 것이 보였다.

이를 본 마루는 그제야 끝이 났음을 깨닫고는 그대로 주저앉았다. 몬스터들이 전부 사라졌을 즈음, 현무암이 마루를 향해 물었다.

“그래. 백호의 신물 때문에 호출한 겐가?”

찾아온 이유를 안다는 듯, 그가 먼저 핵심을 짚어 왔다. 이에 마루가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번거롭게 해 드려 죄송합니다. 하지만 도통 흔적을 찾을 수가 없어서, 이렇게 찾아뵐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의 모습을 잠시 살피던 현무암이 손을 들어 한 방향을 가리켰다.

“저쪽으로 가시게.”

마루의 시선이 그 손길을 쫓았다.

한라산!

이어지는 현무암의 이야기.

“저 위에 멋대로 주인 노릇 하는 불법 체류자가 있는데, 고놈 줘 패다 보면 힌트가 나올 걸세.”

급격히 피곤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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