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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그인 더 헌터-220화 (220/325)

#20. 간장….

#20. 간장….

B급 A형 정마루!

이면의 랭커들에게 있어서 아주 매력적인 사냥감이었다.

“저놈만 잡으면 인디안 존슨을 낚을 수 있을 거야.”

“존슨을 낚으면, 아이언슈트를 건질 수 있고.”

“멀티 스킬과 각성 체조가 걸린 일이야.”

“반드시 잡는다!”

그 와중에 새로운 미끼가 하나 더 추가됐다.

“존슨에게 아이라고?”

“저런 애기는 건드리는 게 아닌데.”

“으음… 너무 어려.”

“불문율? 범죄자 새끼들이 언제부터 규칙을 지켰다고, 족 같은 소리들 한다. 아이언슈트 안 잡을 거야?”

“쯧! 대가리 좀 굵어졌다고 얌전 떨기는.”

판돈이 너무 큰 탓인지, 결국 랭커들의 시선이 마루에서 존슨의 아이, 사일론에게로 넘어가 버리는데, 뜻밖의 변수가 등장했다.

“에라이, 쪽팔린 줄 알아. 명색이 랭커라는 놈들이 애새끼한테 군침이나 흘리고 있고.”

대외적으로 알려지진 않았지만, 적어도 이면에서만큼은 존슨과 비교되며 남다른 발언권을 지니고 있는 강자, 옥토퍼스가 등장한 것이다.

‘저 관심종자가 여긴 왜 온 거야?’

‘이제 와서 끼어들 생각인 건가?’

‘으음… 골치 아프게 됐네.’

‘하필 저 또라이가….’

데카 역시 이면을 살아가는 랭커로서, 당연히 그도 악질이라 불리는 범법 무리 중 한 명이었다.

하지만 그가 취하지 않는 범법 영역이 있었다.

아이들은 건들지 않는다!

추가로 임산부 역시 제외 대상이었다.

그 이유가 상당히 특수했는데, 이는 데카의 어린 동생과 관련되어 있었다.

네오테닉 콤플렉스 신드롬(Neotenic complex syndrome)!

한국식으로는 하이랜더 증후군이라 불리는데, 이는 성장이 멈춰 버리는 희귀병으로서, 데카의 어린 동생이 바로 이 희귀병을 앓았다고 한다.

과거라고 부르는 건, ‘어린’ 나이에 세상을 떠났기 때문이었다.

몬스터 웨이브를 피하지 못한 것인데, 당시 데카는 하급 헌터 시절이었던 터라, 이를 막아 낼 수가 없었다.

그의 고삐가 풀려 버린 건, 어쩌면 단 하나뿐인 가족을 잃어버린 슬픔으로 인한 것일지도 모른다는 주장도 간혹 나오고는 했다.

뿐만 아니라 대격변이나 웨이브에 자주 모습을 드러내는 것도, 유명세를 위해서만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소리도 있었다.

여하튼 데카의 등장은 여러모로 이면 랭커들의 동선을 어그러트리기에 충분했다.

비록 이면에서만 도는 이야기라고는 하나, 그래도 일단 존슨과 비교되는 존재가 바로 데카가 아니던가.

그 말인즉 이면 세상에 한해서는 존슨과 비슷한 영향력을 발휘한다는 의미였다.

최근 존슨과 격돌을 한 뒤 패배했다는 이야기가 돌고 있었던 터라 그의 등장이 놀랍기만 할 따름이었다.

‘왜 저렇게 멀쩡해?’

‘패했다는 게 헛소문인가?’

‘어떻게 된 거야?

‘혹시… 무승부?’

존슨과 얽힌 소문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건재한 모습 때문일까?

더더욱 특별한 존재감이 부여됐다.

별거 아닌 사소한 발언이라도 일단 귀를 기울이게 되건만, 데카의 역린과 관련된 문젯거리에 발을 들인다?

‘미친 짓이지!’

‘어쩔 수 없나.’

한숨을 쉬며 다시금 발길을 돌려야만 했다.

속으로는 다른 생각을 하는 이들도 있었지만, 당장은 맞춰 주는 모양새를 보여 주는 게 옳았다.

결국 랭커들은 마루에게 집중하는 구도를 잡았고, 데카의 등장 이후 다른 랭커들 역시 하나둘 등판하며, 마루와 이선을 긴장시키기 시작했다.

그렇게 분위기가 무르익어 가는 가운데, 마루의 거처를 찾는 손님이 한 명 있었다.

* * *

그건 실로 최고 난도의 주문이었다.

“겨우 검집이라고 생각했는데….”

한차례 물건을 살펴보고 난 뒤, ‘겨우’는 ‘무려’가 되어 버렸다.

“…무슨 전설 속 엑스칼리버 같은 건가?”

신화 속 검기를 지닌 신검이었다.

‘기세로 봐선… 마검인가?’

어쨌든 그런 물건의 흉성을 가두기 위한 커버를 만드는 일이었다. 마치 신화에 한 조각 기여하는 느낌이라고 해야 할까?

물론, 큰 기대감에 비해 한계는 명확했다.

“하아… GG다. GG!”

강하나는 한숨을 푹 내쉬며 결국 백기를 들었고, 부친 강철에게까지 도움을 구하기에 이르렀다.

혼자선 할 수 없다는 결론을 내린 것이다.

“오오오오….”

부친도 그녀와 별반 다르진 않았다.

“혹시, 이거 엑스칼리버냐?”

피는 속일 수 없다고 해야 할지, 강철은 온몸으로 전율하며 물건의 주인, 마루에게 눈길도 주지 않은 채 물었다.

이미 검의 마력에 흠뻑 빠져 버린 듯, 그의 눈길은 종일 ‘반칼죽’에게서 벗어나지 못했다.

“할 수 있겠습니까?”

마루의 물음에 강철과 강하나 부녀가 약속이나 한 듯 외쳤다.

“반드시 한다!”

“안 되도 되게 한다!”

“무조건 한다!”

“나는 할 수 있다!”

“우리!”

“우린 할 수 있다!”

혼자라면 어려울 수 있겠으나, 그들 부녀가 힘을 합친다면 가능할 거라 여겼다. 그들은 외침 혹은 다짐처럼, 안 되도 되게 만들고야 말 생각이었다.

물론, 마루 입장에선 실패해도 괜찮았다.

‘하나에게 공부가 되겠지.’

그의 연인이 한층 더 성장할 수 있는 밑거름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어차피 칼죽이의 검집은 시간이 지나면 알아서 복구되지 않던가.

이에 마루는 단야에 검을 맡겼다.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엔트라넷 계약 덕분인지, 칼죽이는 아무리 멀리 있어도 소환이 가능했다. 당연히 PP에서도 뽑아낼 수 있었고, 그런 만큼 맡기는 데 부담은 없었다.

그렇게 강씨 부녀가 오랜만에 합심하며, 그간 모아 왔던 최고의 재료들은 전부 갈아 넣고, 각자의 노하우를 죄다 버무리며 고생 고생을 한 끝에, 역사적인 걸작이 완성되었다.

“드디어….”

“…완성이다!”

부녀는 자신들이 한 일이 믿기지 않는다는 듯, 황홀한 눈빛과 얼굴로 칼죽의 검집을 바라봤다.

“오오….”

“오오오오….”

그 강대한 검기가 완벽히 갈무리된 게 보였다.

―흐아아앙~! 녹… 가버렷….

칼죽이 역시 만족한 듯, 자신의 새로운 검집 안에서 한껏 풀어진 음성으로 신음했다.

강씨 부녀는 칼죽이가 에고 소드라는 걸 알기 때문에, 그 아찔한 신음성에 환호하며 연신 만세를 외쳤다.

그렇게 하루!

자신들이 만들어 낸 걸작을 종일 감상하며 보낸 뒤, 칼죽이를 예쁘게 포장했다.

이를 짊어진 강하나가 마루의 거처로 향했다.

등 뒤로 강철의 외침이 이어졌다.

“하… 하루만 더… 제발… 으앙~!”

애처럼 울부짖는 부친을 뒤로한 채, 강하나는 힘겨운 걸음을 내디뎠다.

* * *

존슨에게서 건네받은 USB에는 영상이 하나 담겨 있었는데, 이를 재생시키고는 깜짝 놀라야만 했다.

“아이언슈트?”

놀랍게도 거기에는 최근 화제가 되고 있는 각성 체조의 주인공이 서 있었다.

영상은 아이언슈트가 소문의 체조를 하는 것으로 이어졌는데, 자세마다 하단에 상세 설명을 첨부하며 호흡법이나 주의할 사항들이 이어졌다.

워낙 유명한 화젯거리다 보니, 그 역시 아이언슈트 체조를 쭈욱 살펴본 바 있었는데, 그 때문에 알 수 있었다.

‘비공개 체조?’

리튜브에는 없는 영상이었다.

느낌이 왔다.

‘맞춤형!’

산드라를 위한, 딸아이에게 맞는 전용 체조였던 것이다.

그에 대한 보증은 존슨이 할 터였다.

하지만 딸아이의 건강, 더 나아가선 목숨까지 달린 일이 아니던가.

선뜻 받아들이기 어려웠다.

그 때문에 장시간 고민을 거듭했고, 결론을 내렸다.

‘내가 먼저!’

자신이 직접 배워 보기로 한 것이다.

산드라는 과거 그가 받았던 키메라 연구를 물려받은 아이였다. 그 때문에 부녀는 피가 섞이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동일한 체질을 지니고 있었다.

비록 발록의 경우에는 벽을 넘으면서 모든 부작용들을 털어 낼 수 있었지만, 그래도 과거 고통의 잔재는 뿌리 깊이 남아 있지 않던가.

자신의 몸으로 체조를 실험한 뒤, 큰 문제가 없다고 여겨지면 딸아이에게 전수하기로 결정을 내린 것이다.

그렇게 체조를 시작했고,

‘아… 이건?’

신세계가 찾아왔다.

* * *

문득, 생각났다고 해야 할까?

‘USB… 잘 전달했겠지?’

마루는 그가 직접 찍었던 맞춤형 연공법을 떠올렸다.

따로 산드라를 위해서 정리한 연공법으로서, 이미 각성을 한 여인이기에 성장보단 안정성에 염두를 두고 있었다.

[산드라를 낫게 할 만한 방법을 안다던데, 그것 좀 알려 줄 수 있겠냐?]

존슨에게 부탁을 받고 제작한 영상이었는데, 일찍이 발록과의 만남 당시에 이미 몇 가지 추려 놨던 것들이 있던 터라, 그렇게 많은 시간이 걸리진 않았다.

게다가 존슨을 통해서 산드라의 증상을 들었고, 먼발치서 산드라를 살피기도 했던 터라, 가장 어울리는 걸 골라낼 수 있었다.

[불의 가호]

너무나도 강렬한 불의 기운이 피어나며, 제 육신을 불사르려 드는 것, 그게 바로 산드라가 겪고 있는 증상이었다.

마침, PP 도서관에서 비슷한 영웅의 서사를 읽은 바 있었기에, 관련한 연공법을 구현해서 전수해 준 것이다.

현실에 전파할 수 있는 건 한정되다 보니, 영웅이 익힌 연공법을 그대로 전할 순 없었다.

그 하위 연공법과 조합식들을 세부적으로 나눠서 뽑아낸 게 바로 ‘불의 가호’였다.

하위의 연공법들 중에서 골라냈고, 성장이 아닌 안정에 기준을 뒀다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공법의 수준은 상당히 높았다.

‘PP의 세계관의 ‘영웅’이 배운 연공법이니.’

이를 증명하듯이 관련한 동작이나 호흡의 조절 및 분배 등, 상당히 복잡하게 구분되어 있었고, 그 때문에 따로 상세 자막까지 제작해야만 했을 정도였다.

꽤 공을 들인 맞춤형 연공법이기 때문일까?

‘제대로 배울 수 있어야 할 텐데.’

신경이 쓰이며 걱정이 되긴 했지만, USB의 전달 대상이 발록이라는 걸 생각해 봤을 때, 어찌어찌 잘 전수될 거라 여겼다.

‘그 정도 수준이면 알아서 잘 풀이하겠지.’

게다가 부녀가 체질도 비슷하다니, 더욱 잘 해결할 수 있으리라.

비록 존슨의 요청으로 제작한 영상이라지만, 마냥 공짜로 봉사한 건 아니었고, 그 때문에 제대로 전달되길 바라는 마음이 더 큰 것이기도 했다.

USB는 이미 그의 손을 떠났기에, 굳이 더 생각할 것 없다며 고개를 휘휘 저어 보인 뒤, 그의 손으로 돌아온 물건에 집중했다.

반칼죽!

알맹이만 홀랑 드러내고 있던 녀석이 드디어 검집이라는 정장을 챙겨 입고 나타났다.

―아아… 녹는다. 녹아…….

흐릿하게 들려오는 칼죽의 신음성을 듣고 있노라니, 괜스레 흐뭇해지는 걸 감출 수가 없었다.

‘이걸 하나가 만들었단 말이지.’

강철이 함께하긴 했지만, 어쨌든 그의 연인이 역사적인 걸작을 만들었다는 생각에 괜히 뿌듯해지며 어깨가 으쓱거렸다.

그 완성도는 칼죽이의 녹아내린 음성만으로도 충분하지만, 다른 방면으로도 확인할 수 있었다.

바로 외부의 랭커들이었다.

타락해 버렸다고는 하나 칼죽이는 성검이었다. 남다른 검기를 줄줄 흘리는 물건인 것이다.

하지만 강하나가 마루의 거처에 이르기까지, 어느 누구도 그녀를 터치하지 않았다. 검의 흉성과 존재감을 완벽히 지웠다는 뜻이었다.

절로 웃음이 나왔다.

“뭘 그렇게 실실거려.”

이에 강하나가 눈살을 찌푸리며 한마디를 했다. 하지만 퉁명스러운 말투와는 달리 입꼬리가 살짝 올라가 있었다.

그녀도 스스로가 대견했기 때문이리라.

“자꾸 웃음이 나오네.”

“허파에 바람 들었냐?”

“흐흐! 그런가 보다. 허파에 구멍 났나 봐.”

“미친놈.”

퉁명스레 말하는 그녀의 모습에 마루가 재차 실소하다 그녀를 꽈악 끌어안았다.

“역시, 네가 최고다!”

“…당연하지.”

그녀도 그를 마주 안았고, 연인은 서로의 온기를 공유했다.

“고생했어.”

마루는 강하나의 머리를 쓰다듬었고, 이에 그녀가 손길에 머리를 맡기고 비벼대면서 잠시 핑크빛 시간이 이어졌다.

그녀가 가져온 건 칼죽이만이 아니었다.

[+4 드래고니안]

바로 마루를 위해 만들어 줬던 전용 장비도 있었다.

강화석을 바를 경우, 엔트라넷을 통해 최소 상태창을 오픈할 수 있는데, 강화 숫자를 본 마루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

‘맙소사!’

그도 그럴게 마루는 분명 [+3]까지만 강화를 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지금 장비는 [+4]라고 표시되어 있었다.

말인즉,

‘망치질로 강화 효과를 냈다고?’

입을 다물지 못하는 마루의 모습에 강하나가 뿌듯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

“검집을 만들고 난 뒤에 살짝 깨달음 비슷한 게 와서.”

이미 드래고니안 장비를 따로 개조한 상황이건만, 전날 밤 한차례 더 손을 봤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잠깐의 손질을 통해 극적인 강화 효과가 발생한 거였다.

4강이면 강화석 8개가 필요하고, 돈으로 환산할 경우 무려 2억에 가까운 금액이 소모될 터였다.

특히, 3강 이상부터는 깨질 위험성도 있어서인지 보호석을 사는 등, 금액은 기하급수적으로 불어날 확률이 높았다.

한데 그걸 맨손으로 이뤄 버린 것이다.

와락!

마루는 재차 그녀를 끌어안았고, 넘치는 감정을 주체하지 못한 듯, 회심의 대사를 뱉어 버렸다.

“라면 먹고 갈래?”

묵직한 리버블로가 간장을 후볐다.

“가… 간장… 라면?”

기절하면서 남긴 집념의 대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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