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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그인 더 헌터-229화 (229/325)

#4. 간 때문이야~!

#4. 간 때문이야~!

임시안은 말도 안 되는 스킬을 얻고 난 뒤, 너무도 두려운 마음을 견디지 못한 나머지, 늦은 밤 스승의 거처를 찾았었다.

그리고 거기서 놀라운 모습을 목격했다.

밤하늘 가득 검은빛 불꽃이 타오르던 광경이란, 몇 번을 생각해도 전율적이기 짝이 없는 장면이었다.

꿈속에서까지 나올 정도였으니, 더 말해 무엇하랴.

임시안은 스승의 모습을 떠올렸다.

아이언슈트!

따로 확인 작업만 안 했다뿐이지, 그의 스승이 아이언슈트라는 건 이미 알고 있었다.

그에게 직접 가르침을 받고 있기에 더더욱 모를 수가 없었다.

동생인 임지안처럼 초능력 수준의 눈썰미를 지닌 건 아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충분히 눈치챌 수 있었다.

그만큼 마루에게 배운 것들이 특별했던 것이다.

문득, 스승이 그에게 찾아오지 말라 했던 이유를 깨달았다.

‘이래서였구나!’

급히 발길을 돌려야만 했다.

다행스럽게도 별문제 없이 집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하나같이 거대한 본 드레이크의 존재감에 취해 있던 탓이다.

원래라면 임시안 역시 그들 무리에 포함되어 있었을 것이나, 놀랍게도 스승의 음성이 그를 일깨운 것이다.

―오지 말라고 했잖아!

뇌리를 뒤흔드는 텔레파시에 화들짝 놀라서는 발길을 돌려야만 했다.

이후 사태는 어찌 되었을까?

궁금증을 참지 못해, 수시로 각종 커뮤니티를 살피며 스승의 동네 상황을 확인하길 반복하는데, 기이하게도 관련해서 어떠한 소식도 올라와 있지 않았다.

[돌발 게이트, 무사히 제압!]

딱 이 정도의 소소한 기삿거리 정도가 전부일 뿐이었다. 일찍이 헌터 업계에 꿈을 지닌 채, 어릴 적부터 다양한 커뮤니티 조사를 취미 생활로 삼아 왔던 덕분일까?

나름대로 예상되는 바가 있었다.

‘감추고 있구나!’

생각해 보면 아이언슈트가 연관된 무대였다.

당장 그가 봤던 장면만 해도 어마어마한 것이 아니던가. 밤하늘을 검게 물들이며 대기를 불태우던 칠흑의 불꽃이란, 그 어디서도 본 적 없는 공포스러운 광경이었다.

분명, 그로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저 위 천상계의 격돌이 있었으리라 생각됐다.

‘엔트라 게시판에 접속할 수 있으면 좋을 텐데.’

짐작건대 그곳이라면 감춰진 비밀들이 올라와 있을 거라 예상되었다.

하지만 아직 D급밖에 안 된 그로서는 게시판의 접속 권한이 없었고, 그저 발만 동동 구르며 아쉬움을 달래야 했다.

‘선생님은 괜찮으실까?’

스승에 대한 걱정이 이어질 찰나였다.

우웅….

핸드폰이 울리고,

―나와.

스승의 소환령이 떨어졌다.

* * *

임시안의 예상 그대로라고 해야 할까?

엔트라 게시판은 현재 난리가 난 상황이었다.

―본 드레이크라며?

―내가 현장에 있었는데, 골격이 너무 커서 드래곤인 줄 알았다.

―정말로 그 정도라면 드래곤일 수도 있겠네?

―말이 그렇다는 거고, 드래곤이라고 할 수준은 아님.

―PP 초반에 등장했었잖아. 그거 비교하면 드래곤하고 드레이크는 애하고 어른 차이임.

―아… 본 드레이크도 충격적이긴 한데, 그 이전 영상이 없는 게 아쉽네.

반칼죽이 변화를 위해 모든 기운을 회수하면서, 자연스레 영역 선포의 먹장구름까지 거둬졌었고, 그 이후부터는 다시금 촬영이 진행될 수 있었다.

그리고 이 자료는 몇몇 루트를 통해 은밀히 밖으로 유포되었는데, 아주 특별한 정보다 보니 비싼 값으로 팔려 나가는 중이었다.

게시판에서 이에 대해 떠드는 이들의 경우, 이런 식으로 정보를 구입한 이들이 대부분이었다.

―아이언슈트 진짜 미친 거 아니냐?

―멀티 스킬도 골 때리는데, 거기에 네크로맨서 스킬까지 포함이라니.

―일인군단!

―혼자서 대격변도 막는 거 아니야?

―그건 좀 과했다.

―헛소리는 아니지. 초대 회장도 혼자 대격변 막았잖아.

―그리고 사망!

―어쨌든 막음.

마루가 원했던 스피커 현상으로 인해, 입소문은 퍼지고 퍼지면서, 그를 전설적인 존재와 비교하는 상황까지 이끌고 있었다.

―A~! 아직 마르코 레전드에 비빌 정도는 아니지.

―Hey~! 본 드레이큰데?

―A~ hey! 그래도 좀 더 지켜봐야 한다고 본다.

―뭐가 어찌 됐건, 임팩트 하나는 확실했네.

―네크로맨서의 후계자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더라.

―둘이 뭔 상관이 있다고?

―인디안 존슨?

―건너 건너 아는 사이라고 후계자냐?

―마르코 회장의 숨겨진 제자라는 이야기가 있던데? 존슨하고도 일반적인 형제가 아니라, 사형제라는 소리도 있고.

―말 되긴 하네.

스피커는 한 다리 건널 때마다 볼륨을 키워 갔고, 다양한 스토리를 쌓아 올리며 살을 찌워 나갔다.

―아니, 솔직히 저만한 실력자가 여태껏 숨어 있었다는 게 이해가 안 됨. 그래서 말들이 많은 거잖아.

―가디언즈 소속일 확률이 높다며. 존슨처럼 세계 봉사에 이바지하느라 알려지지 않았겠지.

―여러모로 미스터리한 놈이네. 생긴 것도 레알 궁금.

―아이언슈트 영화처럼 진짜 초재벌이란 말도 있더만.

―제발! 영화하고 현실은 구분하자.

―생각이란 걸 좀 해라.

―목 위에 건 장식이냐?

어쩌다 보니 정답을 찍어 버렸지만, 반응은 싸늘하기만 했다.

―극딜 오지게 박아 버리네.

―재력까지 갖췄으면 너무 사기캐니까.

―배 아파서 저러는 듯.

사실, 마루가 세계적인 재벌이 되었다는 건 알려지지 않은 부분이라, 정답을 찾았더라도 만점은 나오지 않을 수밖에 없었다.

―아니, 것보다. 아이언슈트는 어디로 간 거냐?

―그러게. 마지막에 갑자기 뿅 하고 사라지더만.

―난 무슨 영상 편집한 줄 알았잖아.

―순간 이동 스킬이란 말이 있던데.

―그거 전 세계에도 몇 없는 스킬 아님?

―공간 계열이 원래 레전드긴 함.

―알기로는 한 손에 꼽힌다고 하던데.

―네크로맨서는 마르코 이후로는 없었으니, 한 손가락에 꼽힘.

―하… 네크로맨서에 텔레포트까지 희귀 스킬은 죄다 가지고 있네.

사실, 이 둘 모두 마루가 지닌 스킬이 아니기는 했다.

네크로맨서는 반칼죽의 재주였고, 갑작스레 모습을 감췄던 건, 사자유희가 지닌 ‘사자전환’이라는 재주로서, 마루를 사자유희의 자리로 불러들이는 공간계 스킬이었다.

쿨타임이라 할 만한 게 상당하긴 하지만, 위급 상황에서 몸을 빼내기엔 딱 좋은 재주라 할 수 있었다. 이번에는 이를 통해서 수많은 감시망을 빠져나오는 데 활용했다.

―그나저나 아이언슈트 못지않게 트랩퍼도 핫하던데, 이유가 뭐냐?

―영상 초반에 찍힌 것만 봐도 충분하잖아.

―Fuck! 더럽게 비싸서 못 봤다.

―아…….

―랭커들 엿 먹인 트랩이라고, 지금 난리도 아니다.

―그건 에피타이저 수준밖에 안 됨. 메인은 랭커 대전에서 나왔다던데. 이건 영상으로 없어서 뭐라 말을 못 하겠다.

―대피소의 등급을 서너 단계는 훌쩍 띄울 수 있다던데.

―뭐가 됐건, 트랩퍼도 이번 사건으로 몸값이 스페셜해졌더만.

―덕분에 존슨 이름값도 떡상!

―과연, 제로 원!

이래저래 엔트라 게시판이 떠들썩한 가운데, 각국 단체에선 새로운 요원들을 한국으로 파견 중이었다.

그들은 아이언슈트나 던전 승급과는 무관한 부류의 요원들로서, 놀랍게도 비각성자 요원들이 다수 끼어 있었다.

이유인즉,

“트랩퍼와 정식 계약을 맺는 거야.”

“괜히 능력자 끌고 가서 분위기 험하게 만들지 마.”

“이번 사건으로 기분이 꽤 꼬였을지도 모르니까. 최대한 예의를 지켜. 한국식 예법 잘 익혀 놨지?”

“가자마자 대가리 오지게 박는 거야.”

“일단 주둥이 잘 놀리는 놈으로 데려가.”

B급 A형의 ‘트랩퍼’ 정마루를 대상으로 한 행보이기 때문이었다.

“스카우트를 할 수 있으면 좋겠지만, 혜성도 만만한 길드는 아니니까. 일단 최대한 좋은 관계를 유지할 수 있도록 해.”

“그 결계술을 우리의 터전에도 깔아 놓을 수만 있다면, 무조건 남는 장사니까. 무조건 계약을 따내!”

“일단 직접적으로 그를 찾아가진 마.”

“빌어먹을 이면의 꼴통들이 들쑤셔 놔서 경계가 심할 테니까. 혜성을 통해서 조심스럽게 접근해.”

그로 인해서 뜻밖의 이득을 보는 이들이 있었다.

혜성 길드!

실질적으로는 용병 계약일 뿐이지만, 대외적으로 마루는 혜성의 일원이었다. 당연히 혜성과의 관계를 고려하며 움직이는 게 중요했다.

특히, 이번 사태로 그들의 분노가 상당할 터, 얻어 낼 게 워낙에 크고 굵직하다 보니, 적당히 낮추고 어울려 줘야 할 터였다.

* * *

김연희는 연신 웃음을 터트리며 각종 보고서를 바라봤다.

“푸하하하!”

“뭐가 그렇게 웃겨?”

이에 이선희가 물으니,

“큭큭큭! 이것 봐, 난다 긴다 하는 거물들이 아주 러브레터를 쓰고 있잖아.”

이선희가 실소를 흘리며 고개를 저어 보였다.

“괜히 장난치지 마. 진실을 알게 되면 언제든 등에 독침을 날릴 놈들이니까. 잘 관리해서 장기적인 분위기 만들어야지.”

“그 정도야 당연히 알지. 그냥 이참에 좀 웃어 보자는 거잖아. 푸흡!”

평소에 목에 힘깨나 주던 이들이 거북목이 된 것을 상상하니, 재차 복근이 자극되며 웃음보를 쏟아 내게 만들었다.

“그리고 진실이라니. 파이는 특수 1팀장에 내정되어 있다구.”

파이는 마루의 코드 네임으로서, 더 이상 신입으로 부를 위치가 아니다 보니, 그렇게 명칭을 정정하게 된 거였다.

이선희가 친구가 됐다고 해서, 그녀가 오빠라고 부를 관계는 아니기 때문이었다.

이야기가 이어졌다.

“용병 계약이니 뭐니, 그딴 건 생각하지 마. 괜히 머리에 담아 두고 의식하면, 상황만 꼬이니까.”

그 말이 틀린 건 아닌지라, 이선희는 한숨과 함께 고개를 끄덕여야만 했다.

“그나저나 아이언슈트와 아는 사이였다니.”

김연희가 적당한 타이밍에 화제를 돌렸다.

“이거 참, 우습게 됐다. 그치?”

그 말에 이선희가 쓰게 웃었다.

그도 그럴 게 그들은 마루가 아이언슈트라 거의 확정하고 있던 상황이지 않던가.

개코와 김연희!

두 특수 능력자의 촉이 마루에게 향한 게 결정적이었다.

하지만 이게 웬일?

아이언슈트와 트랩퍼!

그들 두 사람이 동시에 촬영된 것이다. 아이언슈트는 그다운 재주를 보여 줬고, 마루는 트랩과 저격의 스페셜리스트답게 활약했다.

두 사람이 개별적 존재라는 걸로 결론이 나온 것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말의 찜찜함이 남는 건 어쩔 수가 없었는데, 이에 관해서는 좀 더 지켜보면 될 일이라고 여겼다.

문득, 김연희가 물었다.

“파이한테 따로 연결해 달라고 하면 안 되겠지?”

“쓸데없는 소리.”

단호한 이선희의 음성에 김연희가 입술을 삐죽이다 말했다.

“아이언슈트는 그렇다 치고, 파이의 트랩 실력에 대해서는 좀 이야기를 해 봐야 하지 않겠어? 네임드급 길드에서도 이렇게 난리인데, 우리도 따로 결계 설치 의뢰를 하는 게 어때?”

그 부분은 딱 잘라 커트할 부분은 아니라고 여겼던지, 이선희도 잠시 생각하는 모양새를 취했다. 그러다가 마루의 성향을 떠올리며 입을 열었다.

“단가만 맞춰 주면, 가능할 것도 같긴 한데.”

생각해 보면 다른 네임드급 길드에서도 그것 때문에 접촉을 하려 드는 상황인데, 소속사라 할 수 있는 혜성에서 관련한 소식이 전무하다면, 이 역시 우스꽝스러운 꼴이 되지 않겠는가.

“준비해 볼까?”

김연희의 물음에 이선희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괜히 길드장 눈치 볼 거 없이, 최고 수준으로 대우해서 관련 계약서 준비해 놔.”

“흐~! 맡겨만 줘. 그리고 길드장 요즘 이빨 빠진 괭이잖아. 눈치 볼 거 없어. 애초에 전에도 크게 눈치 본 적도 없고.”

그 말에 이선희가 실소와 함께 고개를 저었다. 김연희가 히쭉 웃어 보인 뒤 물었다.

“파이는 언제쯤 복귀시킬까?”

“일단, 이번 주는 내버려 둬.”

상황이 막 끝난 참이었다. 완벽히 그들 소속이 아닌 만큼, 더더욱 상대함에 있어서 조심할 필요성이 있었다.

특히, 몸값이 수직 상승을 하고 있는 지금이라면, 제대로 된 대우는 필수였다.

김연희가 입술을 삐죽 내밀었다.

“휴가 한번 길다.”

올해 들어서 쉬는 날이 없다며 투덜거리던 것도 잠시, 김연희가 창밖 거리의 풍경으로 시선을 던지며 슬쩍 물었다.

“지금쯤 뭐 하고 있으려나?”

“글쎄….”

“휴가를 만끽하고 있겠지?”

“…….”

그즈음, 두 여인의 시선은 산처럼 쌓여 있는 파일들로 향했고, 약속이나 한 듯 한숨을 푹 내쉬었다.

* * *

생각지도 못한 이야기였다.

“그게… 어, 뭐라고?”

마루는 당혹감 속에서도 확인을 위해 재차 물었고, 그에 임시안은 힘겹게 답했다.

“간을 먹어야 된대요.”

“허….”

황당하단 얼굴이 된 마루가 임시안을 향해 물었다.

“그건… 무슨 구미호 스킬 같은 거냐?”

“저도 잘 모르겠어요. 기본 정보밖에 습득되질 않아서.”

울상이 된 제자의 모습에 마루가 입맛을 다셨다.

‘거참, 혼내 주려고 불렀더니만.’

지난 격전의 순간, 그의 초감각에 뜬금없는 기척이 잡혀서 어찌나 놀랐던가.

그에 관해 한 소리 하려고 제자를 소환했건만, 이야기를 들어 보니 그럴 법하다는 생각이 들어 버렸다.

이제 막 20대에 들어선 녀석이었다.

머리가 굵어졌다고는 하나, 앳된 기색이 남은 청춘인 것이다.

그런 청춘에 소름 끼치는 굴레가 씌워졌다.

두려움에 스승을 찾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한 수순일지도 몰랐다. 그 때문에 잔소리는 길게 이어질 수 없었다.

여전히 울상인 제자의 모습을 보고 있노라니, 문득 떠오르는 얼굴이 하나 있었다.

인디안 존슨!

문득, 그에게 이와 비슷한 스킬을 하나 들었던 게 기억난 것이다.

아무래도 그를 찾아야 할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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