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로그인 더 헌터-231화 (231/325)

#6. 라면.

#6. 라면.

가디언즈!

혹은 봉사자들이라고도 불리는 이들이 있다.

인디안 존슨의 숭고한 뜻을 좇아서 세계 평화에 이바지하는 이들로서, 보이지 않는 세계 이면의 곳곳에서 알려지지 않은 수많은 문젯거리들을 해결하는 평화의 수호자들이었다.

위험천만한 던전들을 여럿 클리어하는 건 기본이고, 몬스터 웨이브를 사전에 방비하는 것도 심심찮게 발생했으며, 심지어 대격변을 차단하는 일까지, 활동 지역은 세계 이면이지만 그들의 명성은 바깥까지 널리 퍼져 있을 정도였다.

존슨이 따로 세력을 일구지 않는다고는 하나, 이들 가디언즈는 반쯤 그의 전력이라고 봐도 과언이 아니었다.

온전하게 그의 세력으로 볼 수 없는 건, 개중에는 존슨의 행동에 불만을 가진 이들도 있기 때문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함께 행동하는 건?

세계 평화!

그 대의명분이 그들과 맞는 까닭이었다.

따로 개별적으로 움직이면 되는 게 아니냐고 물을 수 있지만, 무리와 개인의 활동 한계라는 건 명확하기에, 쉬운 선택지가 아니었다.

특히, 정보적인 부분의 영향력은 절대적으로 무리가 앞설 수밖에 없는 것이다.

알려지지 않았다 뿐이지, 인디안 존슨 역시 초기에는 WHA를 통해 이런저런 정보 지원을 받지 않았던가.

형제나 다름없던 아드리안 데일이 당시의 협회장이었던 터라, 이런 부분에서 상당한 도움이 됐었다.

어쨌든 그렇게 성장해서 이제는 그들만의 커뮤니티를 완벽히 형성한 상황에, 수많은 가디언즈들이 간만에 던전이나 마굴이 아닌, 사회 속으로 뛰어드는 일이 발생했다.

“던전 정리하기도 바쁜데, 사이비 놈들 때문에 이게 무슨 일인지.”

레트는 그리 투덜거리며 정리한 보고 파일을 따로 발송했다.

그의 동료 메트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제로 원의 이야기 못 들었어? 사이비 놈들 중에서 마족하고 결탁한 놈들이 있다고 하잖아.”

“쯧! 그 인간 요즘 연애한다고 정신줄 놓고 있어서, 영 못 미더워.”

“너한테 존슨이 미더운 적은 있었냐?

레트는 존슨에게 불만이 있는 요원들 중 한 명으로서, 그가 존슨을 싫어하는 건, 가장 대표적인 불만거리 중 하나였다.

WHA!

그곳에서 발을 뺐다는 이유 때문인데, 레트는 이를 두고 이렇게 말한 바 있었다.

[결국, 부담감을 못 이겨서 도망친 거잖아.]

솔직히 마냥 틀린 이야기는 아니었기에, 다른 이들도 그러려니 하고 넘어가는 바였다.

이후 데일이 잘 맡아서 협회를 이끌기는 했지만, 초대 회장 마르코와는 성향이 달라서, 상당 부분 초심을 잃어버린 터라, 존슨이 맡았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상상력과 함께, 추가적인 불만이 생성되는 것이기도 했다.

결국엔 이들도 존슨을 좋아하기에 생겨난 비틀린 애정이라 할 수 있는 것으로, 불만파들의 가장 대표적인 케이스라 할 수 있었다.

“쓸데없는 소리 말고, 키메라 자료들은 좀 어때?”

메트의 물음에 레트가 눈살을 찌푸렸다.

“너도 슬슬 알아볼 때 되지 않았냐?”

“전문가가 옆에 있는데, 내가 왜?”

“쯧!”

키메라를 비롯한 여러 합성 연구 등, 레트는 관련해서 공부를 하며 학위까지 딴 수재다 보니, 이런 자료들의 분석은 대부분 그가 전담하고는 했다.

“그래서 어떻냐고?”

재차 이어진 매트의 물음에 레트가 혀를 차며 말했다.

“신형이야.”

알려진 바 없는 형식의 조합식이었고, 그게 뜻하는 바는 하나였다.

“빙고!”

메트가 손가락을 튕겼고, 레트가 한숨을 푹 쉬었다.

“던전 조질 시간도 아까운데, 이딴 놈들 뒤꽁무니나 쫓아야 되다니.”

“말했잖아. 이게 더 중요하다고. 제로 원의 말대로라면, 대환란급으로 번질 수 있는 사태라잖아.”

“당장 터져 나갈 던전이 몇 갠데.”

솔직한 심정으론 메트 역시 공감하는 바였지만, 사안의 중요도가 이쪽이 더 높다 보니, 어쩔 수 없이 선택과 집중을 할 수밖에 없는 거였다.

“그러니까 빨리 해결하고 넘어가자고.”

레트와 메트는 그렇게 새로 발견한 꼬리를 쫓아 추격을 시작했다.

이는 다른 가디언즈들도 공통되게 보여 주는 모습으로, 이들의 공백 때문이라고 해야 할까?

세계 각국은 알게 모르게 자잘한 소란거리가 늘어가고 있었다.

* * *

오랜 시간 공들여 모아 왔던 정보를 건넸다.

딸아이의 건강을 위한 것이기에 전혀 아깝지 않았다. 만약 정말로 효과가 있다면, 오히려 부족한 게 아닐까 하는 마음도 있었다.

각성 체조!

발록은 존슨에게 전해 받은 USB를 통해 비공개 체조를 배울 수 있었고, 이를 통해서 신세계를 경험해야만 했다.

너무나도 강렬한 불의 기운을 랭커가 되며 제압할 수 있었지만, 여전히 저 한편에선 그를 위협하기 위해 발톱을 세우고 있었다.

하지만 이게 웬일?

각성 체조를 시작하고 오래지 않아, 매 순간 성난 모습으로 활화산처럼 부글대던 화마의 열기가 태양의 온기 같은 느낌을 띄기 시작한 것이다.

여전히 성난 느낌은 명확했지만, 조금씩 그 성질이 변화하고 있음을 알았다.

‘이건… 진짜다!’

그 본인에게 효과 있었으니, 동일한 체질의 딸아이에게 효과가 있는 건 당연할 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말의 주저함이 있었지만, 결국 딸아이에게 체조를 시켰고, 그 결과는?

“아빠와 같이 밖에 나오니까. 너무 좋아요.”

그의 손을 꼬옥 잡고는 뺨을 발그레하게 물들이고 있는 딸아이, 산드라의 모습에 심장이 폭격당해 버렸다.

‘으으윽… 너무 귀여워!’

집 안에서 각종 약물에 의지해 생활해야 하던 아이였건만, 이처럼 활기찬 모습으로 외출을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넘쳐 나는 화기는 쏟아지는 태양 빛에도 크게 반응하는 터라, 낮 시간대의 외출은 특히 더 자제해야 할 필요가 있건만, 지금처럼 밝은 대낮에 이처럼 돌아다닌다?

이게 전부 각성 체조의 효과였다.

아직은 조심해야 할 단계인 건 사실이지만, 그래도 이렇게 잠깐씩 외출할 만한 여유는 생긴 것이다.

그와 손을 잡는 것 역시 마찬가지로, 산드라의 컨디션이 좋지 않을 땐, 그가 품은 기본적인 열기에도 반응하며 부작용을 일으키는 터라, 만날 수 있는 시간도 한정되어 있었다.

그래서인지 지금 이 순간이 꿈처럼 느껴질 정도였다.

딸아이의 밝은 미소 때문일까?

값비싼 이면 연구소의 정보를 건네는 것으로도 부족하단 생각이 들었다.

특히, 그 본인이 효과를 봤던 부분까지 더한다면, 값을 다시 치러야 한단 생각마저 들 정도였다.

거래는 존슨과 했지만, 그 뿌리는 따로 있음을 알았다.

‘아이언슈트….’

그의 가슴 깊숙이 그 이명이 새겨지고 있었다.

* * *

반칼죽의 검집이 완성되면서, 마루는 지난 격전에서 이래저래 아낀 재주가 상당했는데, 그중 대표적인 걸 꺼내 보라 한다면?

용투기!

칭호 스킬의 하나로서, 용아병 칭호의 스킬 대부분을 아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었다.

‘카드야 많을수록 좋지.’

아낀 재주만큼 뒷주머니가 든든해진 기분이었다. 그리고 이 모든 것들이 가능하게 만들어 준 여인.

강하나!

그는 오랜만에 그녀와 데이트를 하는 중이었다.

아이언슈트로 인해 발생한 화마가 제압된 상황이니만큼, 한동안은 여유가 생긴 것이다.

물론, 여전히 레벨 작업을 허투루 할 수 없는 데다가, 추가적으로 트랩퍼의 이명을 쫓아 새로운 불씨가 점화된 상황이다 보니, 곧 다시 바빠질 예정이긴 했다.

그 때문에 지금 이 시간이 더욱더 소중한 거였다.

원래는 이 잠깐의 여유 시간을 다른 방식으로 사용할 생각이었다.

최근 그에게 새로운 골칫거리를 안겨 준 존재.

임시안!

제자에게 집중하며 사냥을 돕는 거였다.

그러면서 변화를 관찰하는 것인데, 하지만 이 부분에서 뜻밖의 지원이 들어왔다.

-내가 봐줄게.

존슨이 거들기로 한 것이다.

풀타임을 관리하는 건 아니지만, 마루와 돌아가며 살피기로 한 것인데, 이유는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었다.

‘글론… 이었나?’

한때, 존슨과 형제처럼 지냈던 데스워치의 제자이자, 그의 일상을 박살 낸 악인.

아마도 임시안의 모습에서 옛 악몽의 그림자를 발견해 버린 탓에, 유달리 신경을 쓰고 있는 거라고 여겨졌다.

어찌 됐건 그 덕분에 여유 시간이 생겼고, 이처럼 강하나와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간만에 함께하는 오붓한 시간이었다.

한데, 어찌 된 일인지 강하나의 얼굴 한편에 근심이 차 있는 게 보였다. 이에 마루가 물었다.

“걱정되는 거라도 있어?”

그에 대답하기보단 묘한 눈빛으로 마루를 바라보기만 하는데, 이 부분에서 마루는 상황이 짐작됐다.

‘영상을 봤구나.’

비싼 가격으로 이면에서만 떠돌고 있는 ‘아이언슈트 특집’을 봤으리라.

한 차례 고민하는가 싶던 마루가 대뜸 입을 열어 말했다.

“네가 생각하는 그거, 맞아!”

“…무슨 생각하는 줄 알고?”

“아이언슈트. 그거 나 맞다고.”

강하나가 입술을 잘근 깨물었다.

그녀도 부친에게 전해 들은 정보였고 영상이었다. 그리고 이를 보면서 깜짝 놀라야만 했다.

[+4 드래고니안]

자신이 만든 장비가 영상에 등장한 것이 아닌가.

강화 작업의 영향으로 변화가 거듭되며 초기 버전과 많이 달라졌다고는 하나, 최근의 변화는 그녀가 직접 손을 댄 것이니만큼, 모르기가 어려웠다. 모를 수가 없었다.

이 부분은 마루도 예상하던 바였다.

‘분신으로 사자유희를 놓고 왔었으니까.’

따로 그림자 보호를 받으며 형태 변형을 일으킨 게 아니다 보니, 드래고니안 갑주의 외형이 고스란히 드러날 수밖에 없었다.

혹시라도 강하나가 영상을 보게 될 수도 있단 생각을 했다.

그녀 본인이야 대장간 일에 집중하는 바였지만, 그녀의 부친 강철은 좀 달랐기 때문이었다.

이런저런 정보 수집이 취미다 보니, 분명 부친을 통해 강하나에게도 촬영본이 건네질 수 있다 여긴 것이다.

본의 아니게 몇몇 주변인들이 알아 버린 상황에서, 그녀에게 비밀로 하고 싶지 않았다. 이번 상황에 맞춰 슬그머니 커밍아웃도 계획했었다.

언제나 그렇듯이 ‘여의주’에 관한 부분만 빼놓고, 나머지는 오픈할 수 있는 자세가 되어 있었다.

혹여 영상이 전달되지 않았다면?

‘그때는 직접 밝힐 생각이었는데.’

분위기로 봐선 잘 전달된 듯싶었다.

‘이러면 이야기하기가 더 편하지.’

작게 고개를 끄덕인 마루가 입을 열었다.

“아이언슈트라는 건 일종의 위장 신분이라고 생각하면 돼.”

“정말 S랭크가 된 거야?”

“뭐… 그렇지.”

“정말, 말도 안 된다. 와… 각성하고 1년 만에 랭커라니. 혹시, 실버 박사의 유산 덕분이야?”

“비슷하지.”

여의주와 관계된 내용이기에 적당히 에둘러서 대답했다. PP와 연결되어 있기에 아주 틀린 대답은 아니었다.

“네크로맨서 스킬은 어떻게 된 거야?”

마루는 거짓 없이 대답해 줬다.

“전에 봤던 검, 칼죽이.”

“으… 이름 참 최악이다.”

아무래도 장인이다 보니 검에 붙은 요상한 이름이 맘에 안 드는 듯싶었지만, 강씨 부녀의 작명 실력을 알기에, 그냥 무시하며 이야기를 이어 나갔다.

“그 검의 능력이야.”

“오… 오오~!”

과연, 화제 전환은 자연스럽게 이뤄졌다. 마루가 만족스레 고개를 끄덕이고, 강하나는 검에 대한 찬양을 거듭했다.

그렇게 얼마간의 대화가 더 이어지던 가운데, 마루는 문득 묘한 예감을 받았다.

“알고 있었어?”

“…어느 정도는.”

제자들이 그러했듯, 각성 체조 리튜브 영상이 결정적이었다. 그녀 역시 마루에게 상세한 지도를 받지 않았던가. 덕분에 의심을 품게 되었고, 그게 이번 영상으로 확신이 된 것이다.

덕분에 마루의 커밍아웃에도 평정을 유지할 수 있는 거였다.

그 대신 시야 한편에 스미는 걱정 어린 눈빛을 감추지는 못했다. 아이언슈트라는 존재의 특별함을 알기 때문이었다.

이번 사태만 봐도 그를 쫓는 무리의 규모가 기겁할 정도였다.

랭커들이 바글거리는 영상이라니.

언뜻 대격변으로 착각해도 이상하지 않을 수준이었다.

못마땅한 듯 마루를 바라보던 그녀가 한 차례 입술을 짓씹더니, 어렵사리 한마디를 내뱉었다.

“몸조심해!”

진심이 가득 묻어 나오는 음성에 마루는 가슴 한편이 뜨끈해지며, 괜스레 입꼬리가 올라가는 걸 느꼈다.

그래서 그녀를 꼬옥 안았다.

품 안 가득 파고드는 온기가 가슴의 열기를 더욱 뜨겁게 달궈 줬다.

그 때문일까?

“잠깐 쉬었다 갈래?”

슬그머니 헛소리가 튀어나왔다.

마침, 그들이 지나는 길가에 숙박 시설이 끼어 있던 것인데, 그에 대한 강하나의 반응이 또 뜻밖이었다.

“…….”

조용했다.

반쯤 농담으로 던진 이야기였고, 그 때문에 다가올 간장 치기에 대비하며 복근에 힘을 빡 주고 있었건만, 이게 웬일?

오히려 더욱 강하게 그를 끌어안는 것이 아닌가.

‘어… 정말?’

도리어 마루가 더 당황하는 가운데, 그녀가 이야기했다.

“라면 먹고 가자.”

“가… 간장 라면?”

이번엔 정말 헛소리였고, 결국 간장 펀치가 이어졌다.

그리고,

라면도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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