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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그인 더 헌터-232화 (232/325)

#7. 어흥~!

#7. 어흥~!

존슨과 임시안은 마수지대로 향했다.

“원래 시작은 마굴부터 뛰는 거야.”

던전은 경험 좀 쌓고 들어가는 거라는 이야기에 임시안도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했다.

사실, 이마저도 엘리트 코스라 할 수 있었다.

대개는 돌발 게이트로 실전을 경험하고, 일상은 몬스터와 무관한 의뢰를 해결하는 게 보통이기 때문이었다.

그 와중에 남는 시간으로 PP에 접속해서 모의 전투를 하는 정도였다.

비각성자의 경우에는 어지간한 경력이 쌓이지 않는 한 마수지대 출입이 쉽지 않았고, 각성자라 할지라도 초심자라면 최소 경력은 채워야 허락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존슨은 존재 자체가 하이패스였다.

물론, 그의 본명으로 활동하면 이래저래 화제가 될 수밖에 없는 터라, 별도로 구한 신분증으로 활동하는 것인데, B급의 상당한 실력자로 등록되어 있는 터라, 초보자 한둘 끼고 들어가는 건 일도 아니었다.

남모르게 들어가는 방법도 있지만, 임시안의 경력을 채워 주기 위해 이 방식을 택한 것이다.

당연하게도 KHA에 들러서 각성 등록도 마친 상태였다.

그렇게 마굴로 들어온 뒤, 사냥터를 뛰기 시작했다.

‘호….’

그러며 내심 감탄을 연발하고야 말았다.

‘…제대로 배웠네.’

사냥터를 뛰는 건 처음일 것임에도 불구하고, 임시안은 제법 경력자처럼 움직일 줄 알았다.

은폐 엄폐는 기본이며, 사주 경계 이후 안전지대 확보 및 트랩 설치 그리고 사냥감 지정과 포획에 이르는 과정까지.

‘매끄럽게 잘하는데!’

PP를 통해 이런저런 연습을 할 수 있는 세상이라고는 하나, 막상 실전에 나오면 상당수가 버벅이다가 허튼 시간만 보내고는 하는데, 임시안은 그런 기색이 전혀 없었다.

‘기본이 잘 배어 있어.’

머리가 아닌 몸이 알아서 행동하는 느낌이었다.

‘이런 데서 스승 솜씨가 나오는 거지.’

마루 본인이 수차례 교관 활동을 해 본 경험이 있기 때문에, 더더욱 이런 초짜들에게 맞는 교육 방법을 잘 알았다.

[기본 제일!]

그 같은 이유로 몸에 때려 박고 뇌리에 새겨 넣고, 본능 깊숙이 심어 버린 것이다.

[쪼렙 존에서 화려한 건 의미 없다.]

실제로 마루의 교육을 받은 용병들의 사망률은 상당히 낮았고, 그 때문에 교관 부분으로 적잖은 스카우트가 있기도 했었다.

단순한 공부도 배우기 싫게 하는 이들이 있는가 하면, 배우기 쉽게 가르치는 이들도 있었는데, 마루의 경우는 후자에 가까웠다.

가깝다 표현하는 건, 일정 부분 전자의 의미도 담고 있기 때문인데, 상대로 하여금 강제적으로 가상의 상황을 인지하게 만드는 능력이 탁월하다 보니, 억지로라도 배우게 만드는 것이다.

이런 재주 때문일까?

한때는 그 방면으로 부업 삼아서 짭짤하게 주머니를 채웠을 정도였다.

어쨌든 그렇게 교육받은 덕분인지, 임시안은 놀라울 만큼 침착하게 사냥을 반복하며, 착실히 경험치를 쌓아 올릴 수 있었다.

‘허… 이거야 원, 버스 좀 태워 주려고 했더니.’

존슨은 자신이 할 일이 없다면서 입맛만 다실뿐이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마냥 구경만 할 생각은 없었다. 생각보다 잘한다고 해서 운전대를 놓을 생각은 없기 때문이다.

경험치 파밍은 역시 상급자의 지원 사격이 베스트 아니겠는가.

“좀 더 깊이 들어가도 되겠다.”

“옙!”

“괜히 긴장할 거 없이, 하던 대로만 해.”

“옙!”

던전에 들어온 이후, 뜬금없이 군기가 빡 들어 버린 임시안의 모습에 처음엔 황당했지만, 그게 나름대로 긴장을 푸는 방법임을 알고는 웃음으로 넘길 수 있었다.

어쩌다 보니 존슨은 보조로 밀려났지만, 그 상태에서도 충분히 푸시를 해 줄 수 있었다.

‘경험치 획득 면에서는 지금 포지션이 더 낫지.’

임시안은 마루의 교육으로 인해 총기 사용에 상당한 재주를 부릴 줄 알았는데, 특히 ‘건가드’을 사용하는 솜씨가 일품이었다.

‘요놈도 가드로 어택을 하네.’

아무래도 스승이 스승이기 때문일까?

타앙… 차착… 착… 타아아앙….

몸을 보호하기 위한 기술로 과감히 파고들며 공격을 하는 것이 아닌가.

‘아직 건‘어택’이라 보기엔 어설픈 면이 있긴 하지만….’

애초에 건가드 자체가 보호를 위해 만들어진 기술이다 보니, 그 와중에도 안정감은 살아 있었다.

‘…크게 나쁘진 않네. 확실히 틀이 잘 잡혔어!’

그리고 바로 그 부분에서 노련미가 드러났다.

여러 해외 영상들을 살펴보면 어설피 건어택을 따라 하려던 탓인지, 가드의 기본형마저 잃어버리는 경우가 많았는데, 임시안은 그 와중에도 기본만큼은 지키고 있던 것이다.

‘뿌리가 단단하니까 무너지질 않네.’

새삼 기본 교육이 잘됐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사냥을 거듭하는 한편, 이런저런 대화도 여럿 나눴는데, 그로 인해서 알게 된 사실이 있었다.

“레오를 보고 있으면, 참 대단한 것 같아요.”

“하… 그 나이에 B급이라니.”

“WHA의 3대 회장님 아들에, 2대 회장님 제자라니.”

“집안도 빵빵하고, 배경도 든든하고, 재능도 엄청난 게….”

“멀티 스킬을….”

알게 모르게 꾸준히 언급되는 레오에 관한 이야기였다.

‘으음… 레오를 향한 질투심… 인가?’

직접적으로 관련한 걸 묻진 않았다.

단지, 각성 이전의 상황들을 이리저리 돌려서 캐물은 것인데, 그 와중에 자주 언급된 게 바로 레오에 관한 이야기였고, 그렇게 수집된 정보들을 취합한 결과, 하나의 결론으로 이어졌다.

열등감!

그 같은 감정이 뿌리 깊게 자리하고 있던 것이다.

몇몇 연구진 사이에서 각성에는 주변 상황이 계기가 되는 경우도 있다는 가설이 돌고 있기 때문일까?

이 부분이 유독 뇌리에 남았다.

레오를 대표할 만한 게 뭐가 있겠는가.

멀티 스킬!

임시안도 꾸준히 언급했던 게 바로 ‘재능’과 ‘멀티 스킬’이란 키워드였다.

생각해 보면 아이언슈트의 등장만 아니었다면, 그 자리를 레오가 대신 차지하고 있었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화제성 차이는 좀 있었겠지만.’

랭커라는 부분과 각성 체조는 넘을 수 없는 벽이었다.

어찌 됐건 임시안의 이야기를 들으면 들을수록, 글론의 스킬과 비슷한 부분이 많단 느낌이 들었다.

글론의 스킬을 상세히 알지 못하기에 명확히 정의 내리긴 어렵지만, 그래도 상당 부분 이미지가 매치되고 있었다.

그는 궁금했다.

‘만약 정말로 동일한 스킬이라면?’

심장과 간, 세부적인 조건 차이가 있는 것 같긴 하지만, 그래도 같은 계열의 스킬이라면?

‘그놈이 문제였던 건지.’

아니면 스킬 문제였을지.

‘확인할 수 있겠지.’

별거 아닐지도 모를 문제였지만, 그에게는 커다란 트라우마 중 하나였기에, 반드시 확인하고 싶은 문제이기도 했다.

옛 악몽의 잔재를 완벽히 걷어 낼 기회였다.

그리고 이를 토대로 임시안을 올바른 길로 이끌고 싶은 마음도 컸기에, 반드시 잘 해결하고 싶었다.

“잘하고 있어. 그래도 부족해! 식장 알아볼 시간도 아껴 가면서 투자하는 거니까. 괜히 삐뚤어지면 뒈질 줄 알아!”

틈틈이 약간의 성질도 잊진 않았다.

* * *

마루는 문득 생각했다.

‘시안이는 잘하고 있겠지?’

제자에 대한 걱정은 길게 이어지지 않았다.

“으음….”

바로 옆에서 들려온 음성이 상념을 빠르게 밀어내 버린 까닭이었다.

강하나!

그녀가 그의 곁에 누워 있었다.

지난밤, 뜨거운 라면 한 그릇 말아 먹었더니, 호랑이 기운이 불끈 솟아났다고 해야 할까?

‘흐흐….’

불타는 밤이었다.

한 차례 코를 쓱 훔친 그가, 조심스레 강하나의 모습을 살폈다.

새삼 그녀의 눈부신 미모가 눈에 들어왔다.

‘쫓아다니는 놈들이 한 트럭이었는데.’

어쩌다 그 같은 놈한테 마음을 뺏긴 건지, 새삼 신기하기만 했다.

특히, 지금과 달리 과거의 그는 정말 별 볼 일 없지 않았던가. 그래서 더욱 신기한 마음이 컸고, 그 때문에 더더욱 잘해 주고 싶은 마음도 컸다.

흔히들 쭈구리라 불리던 시절부터 서포트를 해 준 모습이 떠오르며, 그녀의 숨겨진 일면도 생각하게 만들었다.

‘은근히 현모양처라니까.’

재차 코를 훔친 뒤, 조심스레 침대 밖으로 나왔다. 그리고는 그림자 속에 손을 집어넣는데, 그 순간 놀랍게도 따끈한 국밥 두 그릇이 올라오는 것이 아닌가.

그 강렬한 향기가 방 안을 가득 채운 까닭일까?

“으음….”

강하나가 옅은 신음성과 함께 눈꺼풀을 들어 올리는 게 보였다. 그러더니 멍한 눈빛으로 마루를 바라보다 물었다.

“할배국밥?”

“어. 네가 좋아하는 할배표 국밥.”

“으음… 막 나온 게 좋은데.”

슬며시 어리광을 부리는 모습에 마루가 히쭉 웃으며 답했다.

“방금 막 나온 거야.”

사자유희의 사자전환 스킬을 통해, 국밥집에서 바로 공간 이동 시킨 거였다. 쿨타임이 제법 있는 스킬이지만, 아깝게 느껴지지 않았다.

“하아아아….”

한술 뜨기 무섭게 녹아내리는 강하나의 저 표정을 보고 있노라니. 오히려 알차게 잘 써먹었단 생각만 들 뿐이었다.

가만히 그 모습을 감상하고만 있자니, 그녀가 물어 왔다.

“안 먹을 거야?”

이에 마루가 헛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줄까?”

그녀의 눈빛에 깃든 탐욕을 읽은 까닭이었다. 이에 나직한 헛기침과 함께 그녀가 코를 쓱 훔쳤다.

“이상하게 배가 고프네.”

“흐흐… 밤새 힘썼으니까.”

그녀의 숟가락이 매섭게 허공을 갈랐다.

따악!

이마가 뜨끔했다.

“징그럽게 굴기는.”

뒤이어 마루의 국밥에 숟가락을 얹었다. 그러더니 대뜸 한술 떠서 그에게 내미는 것이 아닌가.

마루가 묘한 눈빛으로 보고 있노라니, 그녀가 슬쩍 얼굴을 붉히며 말했다.

“…힘은 나만 썼나.”

그 말에 마루가 히쭉 웃으며 국밥을 받아먹었다.

그러더니,

“호랑이 기운이 솟는다!”

대뜸 상을 치우며 그녀를 안아 들었다.

“어흥~!”

그리고,

힘 좀 썼다.

* * *

건어택!

대외적으로 마루를 상징하는 이명이었다. 하나 이면을 비롯하여 여러 네임드들 사이에서 우선시되는 상징은 따로 있었다.

트랩퍼!

지난 사건에서 보여 준 말도 안 되는 트랩 및 결계 능력으로 인해, 그에게 등급 따윈 무의미하단 말까지 나올 정도였다.

B급 A형?

마루가 보여 준 트랩은 이미 등급을 훌쩍 넘어섰다.

그렇다면 A급?

각국 전문가들은 고개를 저으며 공통되게 한 단어만을 입에 담았다.

[스페셜!]

네임드들이 난리 치는 이유가 있었다.

그런 이유로 마루는 대외적인 등급과는 별도로, 이면에서만큼은 S급 랭커에 버금가는 대우가 준비되는 중이었다.

아무래도 트랩의 특성상 여러 방면에서 제한이 걸릴 수밖에 없었지만, 애초에 각국 네임드들이 그에게 기대하는 건, 바로 그 제한적 상황에 국한되어 있었다.

그리고 이는 혜성 역시 다르지 않았다.

“음… 그러니까 길드에 개별 트랩 의뢰를 하고 싶다고?”

마루의 물음에 이선희가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값은 얼마든 쳐줄 거고, 계약서도 최고 대우로 다시 준비하고 있어. 차후에 1팀을 맡는 것과는 별도 계약이라, 개별적인 조정도 얼마든지 가능할 거야.”

간만에 오른 출근길은 이선희와의 면담으로 스타트를 끊었다.

‘대충 예상했던 상황이긴 한데.’

보자마자 대뜸 직구 승부를 할 줄은 몰랐기에, 잠시 당황했을 뿐이었다. 하지만 이내 이선희에게 스카우트되던 무렵을 떠올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당시에도 그녀는 빙빙 돌리기보단 안쪽 꽉 찬, 아주 과감한 돌직구로 당혹감을 이끌어 내며 분위기를 주도하지 않았던가.

이번 역시 마찬가지였다.

“각국의 네임드급 길드에서도 비슷한 요청이 쇄도하고 있어. 계약서 세부 내용이야 어찌 됐건, 대외적으로 넌 우리 혜성 소속이잖아.”

굳이 용병이란 부분은 언급하지 않았다.

“내 주변은 조용하던데.”

“저번 사건 때문이겠지.”

마루의 눈치를 보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슬쩍 입꼬리가 올라갔다. 딱 원하던 상황이었고 구도였기 때문이다.

아이언슈트의 이름값에 집중하긴 했지만, 마루 본인의 몸값 상승도 어느 정도는 기대하고 있지 않았던가.

현무암이 도와준 덕분에 기대했던 것 이상의 효과를 끌어낸 듯싶었다.

그러나 이는 언제든 부스러질 수 있는 모래성과 같은 것으로, 마루 본연의 능력이 언제든지 발목을 잡을 수 있기 때문에 주의해야 했다.

그런 이유로 적당한 떡밥을 풀 필요가 있었는데, 이선희의 의뢰가 거기에 딱 들어맞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애초에 내 능력도 아니니까.’

여기저기 재주를 부렸다간 금방 포장지가 벗겨질 수도 있었다.

하지만 혜성 길드를 통해 적당히 간만 본다면?

‘꽤 우려먹을 수 있겠네.’

고민의 끝에 이선희의 의뢰를 받아들였다.

“미리 말하는데, 다운그레이드 버전으로 할 거야.”

말과는 달리 최선을 다할 것이지만, 일단 이렇게 밑밥을 깔아 놓는 게 중요했다.

이선희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 정도는 이해할게.”

그녀의 입장에선 마루가 자신의 패를 전부 드러내지 않기 위한 정당한 조치로 여겨졌지만, 이는 마루의 의도로 만들어진 커다란 착각이었다.

이를 모르기 때문일까?

그들은 서로 만족스러운 모습으로 악수를 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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