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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그랜~!

#18. 그랜~!

PP의 최고 이슈가 되기에 충분한 대사건이었다.

리치트킹 VS 익살자!

하나 기이하게도 관련한 영상 및 뉴스는 도통 올라오려 하질 않았다.

커뮤니티 역시 몇몇 게시글이 올라왔다가 빠르게 삭제될 뿐이었는데, 당시 사건을 지켜봤거나 건너 건너 들었던 이들의 경우, 끊임없는 의문을 제기할 정도였다.

“뭐가 어떻게 된 거지?”

“금주의 이슈거린데.”

“이게 무슨 일이야?”

오히려 당시 사건에 대한 부정적 의견이 더 많이 올라오는 경우가 많았다.

“정말 붙었던 거 맞아?”

“아니, 것보다 익살자는 뭔데?”

“듣보잡?”

“리치트킹은 또 뭐야? 리치킹도 아니고.”

관련해서 헛소문으로 취급하는 이들이 늘어 가는 가운데, PP의 대형 길드들은 일찌감치 상황 파악이 끝난 상태였다.

“익살자가 막은 거네.”

“그새? 하여간 빠르다니까.”

“돈깨나 퍼부었겠지.”

“신전만 노났네.”

일종의 초상권 시스템이라고 해야 할까?

PP 내 고위 신전을 통해 대량의 기부를 하며 성의를 보여 줄 경우, 주신 ‘레이나’가 직접 강림해서 몇몇 상황에 대한 통제권을 발동하는 것이다.

물론, 이를 통해서 할 수 있는 건 한정적이긴 했다.

정확한 장소와 시간을 체크한 뒤, 일정 단어를 금지어로 만드는 것이다.

이마저도 기간 한정이라는 제약과 어마어마한 금액의 기부라는 문제가 있는 터라, 길드 단위가 아니고서는 엄두도 못 내는 영역이긴 했다.

어쨌든 그 결과, 혹시라도 올라온 영상에는 ‘익살자’라는 단어가 언급되지 않았고, 그마저도 전문가들에 의해서 빠르게 제거되는 상황이었다.

이후 절차는 전문가들이 시간을 버는 사이, 게임 내 초상권 시스템으로 급한 불을 끈 뒤, 현실의 초상권 시스템을 발동시켜 제재를 거는 거였다.

이 부분에도 제한이 있긴 했다.

[PP = 게임]

결국, 퍼펙트 플레이의 영상이나 사진은 과거의 게임 스샷 정도로 분류되는 터라, 초상권에 대한 영향력이 미미한 것이다.

가상 현실의 가치가 높아지면서, 이 부분에 관련한 법안의 변경 사항이 매해 언급되고 있긴 하지만, 아직은 게임의 영역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은 상황이었다.

그래서일까?

영상 속 노출 빈도에 따라 초상권은 더 낮게 측정되고는 했다.

그 같은 의미에서 봤을 때, 이번 사건의 영상은 커트하기 어려운 최악의 조건이라 할 수 있었다.

죄다 가면을 쓰고 있다는 점부터 시작해서, 아이디가 노출된 것도 아니며, 명확한 정체를 파악하기도 어려웠다.

초상권을 들먹이기가 어려웠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익살자의 수장 바이시클은 이를 훌륭히 통제하고 커트해 냈다.

영상 속 등장인물 과반수가 직접 개인 영상 및 항의 서한을 제출하는 것이다.

이 서류가 통과되면?

본사에서 관련 영상에 대한 대대적인 통제가 이뤄질 터였다.

재미있는 건 여기서 등장하는 존재였다.

인공지능 오메가!

PP의 주신 레이나가 현실과 가상, 안팎으로 분주하게 활약을 하는 것이다.

이 와중에 소정의 심사비까지 얻어 간다는 걸 생각해 본다면, 참으로 알차게도 뜯어 가는 듯싶었다.

어쨌든 그 전까지만 업체의 도움을 받으면 됐다.

물론, 이후로도 어느 정도는 업체를 사용해야겠지만, 들어가는 비용은 하늘과 땅 차이일 터였다.

각 대형 길드들은 그 같은 조치를 보면서 혀를 내둘렀다.

“보통 이 정도까지 하는 경우가 드문데.”

“저 복잡한 짓을 굳이 하다니.”

“것보다, 대체 얼마를 쏟아부은 거야?”

“전문 업체를 몇 개나 돌리는 건지. 휘유~!”

“쪽팔려서 그런가?”

“뭘 이 정도 가지고. 쯧쯧… 이런 건 적당히 다른 사건으로 덮고 넘어가면 되는데.”

“대층 노이즈 마케팅으로 이용해도 되는 것을, 마이너스도 플러스할 수 있어야 대길드가 되는 건데.”

“콘셉트 참 이상하게 잡았어.”

“바이시클 놈, 신비주의도 이 정도면 병이다. 병.”

“하여간 특이한 놈이라니까.”

과거, 마루도 BJ90탄에 의해 초상권 문제로 잠깐 골치를 앓았었지만, 그의 경우에는 오히려 이를 기회로 몇몇 영상을 더 띄워, 짭짤한 용돈 벌이를 하지 않았던가.

어쨌든 이 같은 바이시클의 발 빠른 조치와 대량의 투자로 인해, 소소하게나마 관련 소문은 돌지언정, 제대로 된 화젯거리로서 이야기가 전파되는 일은 없었다.

그리고 바로 그즈음부터 익살자의 복수가 시작됐다.

“놈의 위치를 파악해!”

피의 복수 스킬을 통해서 이미 타깃을 잡아 놨기에, 목표물을 찾아내는 건 그리 어렵지 않았다.

과연, 일인군단이라고 해야 할까?

‘오늘도 단일 사냥인가.’

전과 마찬가지로 비주류 필드에서 발견할 수 있었는데, 이번 역시 언데드를 부리며 홀로 필드를 압도하고 있는 게 보였다.

‘평소보다 언데드의 숫자가 적어 보이는데.’

크게 이상하게 여기진 않았다.

‘언데드 정예화를 준비 중이라더니, 그래서인가?’

한 차례 고개를 끄덕인 바이시클의 시선이 필드를 넓게 훑는데, 길드장 권한으로 곳곳에 숨어 있는 요원들을 살필 수 있었다.

익살자의 최정예!

이곳에 모인 건 하나같이 간부급의 강자들이었다.

200레벨은 기본이고, 그를 비롯해서 3차 전직자도 여럿 포함되어 있을 정도였다.

패배?

상상도 안 됐다.

‘전과는 상황이 다르지!’

익살자의 간부급이 각자 최상의 컨디션에서 최고의 무구 및 만반의 준비를 갖춘 뒤, 한자리에 모인 것이다.

당장 그 역시 오랜 시간 고여 온 장비들을 대거 착용하지 않았던가.

감히 장담하건대 새로이 전설을 써 내려가고 있는 저 사령의 주인은 그의 발 앞에 엎드려, 지닌바 모든 무구를 비롯하여 각종 노하우를 전부 쏟아 내며 싹싹 빌게 될 터였다.

―움직여!

그의 지시가 떨어지고, 익살자의 간부들이 복수극의 서막을 올렸다.

필드는 목표물이 통제하는 중이었지만, 전과 마찬가지로 일반 유저를 위한 최소한의 매너 라인을 유지해 주고 있었는데, 익살자들은 그 틈을 파고들며 슬금슬금 목표물을 향해 움직였다.

익살자 특유의 가면을 쓰고 있었지만, 그 위로 ‘인피면구’라는 특수 아이템을 착용 중이다 보니, 누구 하나 그들을 이상하게 여기지 못했다.

그러다가 어느 시점부턴 인파에서 벗어나서, 필드의 자연물 또는 몬스터나 여러 시체들 사이로 녹아들며, 한 걸음 한 걸음 조심스러운 보폭으로 꾸준히 거리를 좁혀 나갔다.

그런 식으로 얼마나 접근했을까?

전술의 이해도를 통해 이상적인 배치 구도가 잡혔음을 확인한 바이시클이 전체 메시지를 던졌다.

―지금!

짧지만 강한 한마디였고, 그 순간 완벽한 은신으로 필드 그 자체가 되어 있던 익살자들이 일제히 고개를 들었다.

서걱….

석….

서걱….

그리고 동시에 참수당했다.

“어…?”

일제히 고개를 들고 폭죽처럼 솟구치는 요원들의 머리통이 보였다.

과거, 영국의 특수 요원 영화의 막바지 장면이 떠올랐다.

퍽! 퍽! 퍽! 퍽! 퍼퍽…….

거짓말 같은 광경이었다.

“…어어?”

너무나도 충격적인 장면이었던 터라 멍청하니 바라만 보고 있는데, 그의 등 뒤로 슬그머니 다가드는 그림자가 하나 있었다.

“여기서 뭐 하니?”

화들짝 놀라 돌아보니, 해골 가면이 보였다.

최근 리치트킹이란 새로운 이명으로 불리는 사내가 거기 서 있는 것이 아닌가. 그 곁으로 칠흑빛 죽음의 기사가 일어나는 게 보였다.

“…어어어어?”

좀 전 충격의 연속인 듯, 말이 제대로 나오질 않았다.

‘…어떻게?’

너무 놀란 나머지, 적을 앞에 두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의 시선이 저 멀리 필드의 중앙으로 향해 버렸다.

‘분명히 저기 있었는데.’

갑자기 그의 등 뒤에서 나타난다?

‘공간 이동?’

두 눈이 부릅떠졌다.

고위 마법사들이나 부릴 수 있는 특별한 재주로서, 현실과 마찬가지로 PP 내에서도 극히 소수만 가능한 최고위 클래스의 마법이었다.

그마저도 특수 장비의 도움이 있고서야 가능한 게 바로 공간 계열 마법이 아니던가.

마른침이 꼴깍 넘어갔다.

다시금 목표물에게 돌아가는 시선, 해골 가면 너머로 초승달처럼 휘어진 목표물의 눈이 보였다.

“오늘부터 1일이야.”

기이한 말과 함께 서늘한 검광이 떨어져 내렸다.

* * *

사자유희에 의해 피의 복수라는 스킬을 전해 듣고, 그 상세 내용까지 읽고 났을 때, 마루는 직감했다.

‘이거구나!’

무한 PK의 핵심을 알게 된 것이다.

동시에 저들이 그를 찾으리란 것 역시 알았다.

‘어찌한다?’

고민은 길지 않았다.

“엿을 준비하자!”

아주 큰, 빅엿을 준비하기로 결심했다.

피의 복수 스킬을 제거할 수도 있었지만, 그는 고개를 저었다.

‘엿 같은 놈들!’

특히, 커뮤니티 반응이 결정적이었다.

“돈지랄을 하고 있네.”

지난 사건에 관한 이야기가 깔끔히 커트되고 있는 걸 확인했다. 실소를 지어 보인 그가 나직이 중얼거렸다.

“진짜 돈지랄을 보여 주마!”

익살자라는 집단을 애초부터 맘에 안 들어 하기도 했고, 과거 ‘관장공장공장장’ 캐릭터로 몇 차례 손해를 본 경험도 있었던 터라, 이참에 제대로 교육을 해 주기로 결정을 내린 것이다.

어떻게?

방법 구상이 문제였다.

전과 달리, 이번에는 말 그대로 익살자의 최정예를 끌고 올 게 분명했다.

200레벨 유저들이 바글바글할 터, 이들을 어찌 감당할 수 있을까?

고민 끝에 내린 결론은?

“게임은 역시 템발이지!”

그에게는 무한의 보고가 존재하지 않던가.

“알파9!”

현실에서는 ‘자비드’라는 이명으로 각국 정보부에 등록되어 있는 존재이자, 그의 자산을 관리해 주는 인공지능을 불러왔다.

그리고 실버 박사의 돈주머니를 살짝 털었다.

겨우 한 움큼만 뽑아냈을 뿐이지만, 천문학적인 실버 박사의 재산 규모를 생각한다면, 실로 어마어마한 금액이라 할 수 있었다.

그는 이를 가지고 장비를 맞췄다.

“기왕이면 하나한테.”

연인의 대장간을 이용해서 최고의 재료를 통해 최상위급 장비를 잔뜩 맞춘 것인데, 그렇게 만든 장비의 활용법도 황당했다.

“진짜 언데드 군단 한번 만들어 보자.”

마루는 현실 속, 전설이 된 영웅을 떠올렸다.

WHA 1대 회장 마르코!

네크로맨서를 대표하는 언데드가 있었다.

오크 전사!

마르코의 각성 초창기부터 함께하며, 오랜 시간 성장을 거듭한 결과, 종래에는 데스 나이트의 영역까지 진화했다는 하급 몬스터의 이야기.

‘마르코 회장님을 따라 하긴 어렵지만.’

편법으로 흉내 정도는 낼 수 있을 듯싶었다.

최고의 몬스터를 골라서 언데드화하고, 사자유희의 그림자 속에 보관하며, 강하나의 허파is토스를 통해 최상위급 장비를 잔뜩 세팅시켰다.

무려 ‘영웅’급의 장비들이었다.

사냥으로만 얻을 수 있는 신화나 전설급을 제외하고, 최고 수준의 장비인 것이다.

그와 달리 200레벨대의 몬스터를 잡아다가 언데드로 만든 것이니만큼, 영웅급 장비 착용도 가능했다.

갑작스러운 대규모 주문에 강하나가 행복한 비명을 질렀다.

“돈 돼, 길이길이~! 딱 대, 길이길이~!”

왠지 주문처럼 들리는 건 착각이리라.

거기에 추가적으로 금값이 우습게 여겨지는 비약에 담가서 자체적인 강화까지 해 줬다.

“햐~! 뭐니 뭐니 해도 Money가 최고라더니.”

당연하게도 이런 식으로 장기화를 염두에 두고 만든 언데드의 경우, 그 유지에도 꾸준한 기운이 소모되는데, 이를 감당하는 게 사자유희의 역할이었고, 그 때문에 마루는 현무의 신물로 달래 줘야만 했다.

뿐만 아니라 그 역시 각종 자금으로 전신을 무장했다. 스탯의 총량이 늘어나는 만큼, 발휘하는 버프의 위력도 증가하기 때문이다.

그렇게 준비를 철저하게 갖춘 뒤, 피의 복수 스킬이 발동되기만을 기다렸다.

오래 걸리지는 않았다.

[스킬 ‘피의 복수’가 발동됩니다.]

마루는 안광을 빛냈다.

‘오늘이구나!’

그는 칼죽이에게 지휘권을 넘겼고, 가장 완벽한 배치도를 마련한 뒤, 익살자들이 준비된 필드에 등장하길 기다렸다.

그리고,

서걱! 썩! 써걱!

깔끔하게 멱을 딸 수 있었다.

사자전환을 통해 바이시클의 뒤를 잡은 마루도 목표한 바를 이뤘다.

[스킬 ‘피의 복수’가 사자유희에게 굴복합니다.]

바이시클의 사망과 동시에, 그가 지닌 복수 스킬이 마루에게 중첩되는 걸 느꼈다. 웃음이 절로 나왔다.

“무한 PK? 너도 한번 당해 봐.”

오늘부터 1일이었다.

익살자들의 피에로 가면에 피눈물이 맺히기까지?

한 달도 필요치 않았다.

정확히 보름 뒤,

공식 커뮤니티에 올라온 한 장의 사진이 있었다.

[익살자는 리치트킹에게 패배를 인정합니다.]

굴욕의 ‘그랜절’을 하는 바이시클의 모습.

리치트킹!

그는 전설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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