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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특수 스킬?

#3. 특수 스킬?

마왕군을 격퇴했다.

세상을 구했다.

영웅이 됐다.

세계적인 칭송이 뒤따랐다.

하지만 상처뿐인 영광이었다.

오러홀의 파괴!

모든 걸 잃어버렸기 때문이다.

절망했다.

밑바닥부터 기어 올라왔던 과거의 삶이, 살아온 행적이, 뿌리 깊이 새겨진 본능이, 가까스로 무너지는 걸 막았지만, 그저 겨우겨우 버티는 나날일 뿐이었다.

성검이라 불리는 신물 덕분에, 그 안에 담긴 축복으로 인해, 심장을 잃은 사자는 갈기를 휘날릴 수 있었다.

하나 결국 이빨이 빠진 걸 들켜 버릴 날이 오리라.

발톱만으로는 살아남을 수 없는 세상이 아니던가.

그 때문일까?

어느 시점부턴 현실보단 꿈속을 노니는 걸 즐겼다.

세계를 구한 특전으로 ‘관측’의 힘을 얻었기에, 이를 통해서 다른 세상을 구경할 수 있게 된 것이다.

혹시, 저 너머에서 회복의 가능성을 발견할 수 있지 않을까?

그런 기대감도 없잖아 있었다.

그렇게 꿈속에만 머물던 어느 날,

[이건 뭐, 방황이 유행인가?]

미지의 존재와 조우했다.

* * *

투신 제트는 옛 과거를 잠시 떠올리다가 실소해 버렸다.

“하… 나도 그런 찌질한 시절이 있었지.”

그리고는 아래를 내려다보며 말했다.

“넌 지금이 찌질하고.”

그의 발아래, 넝마가 되어 너부러져 있는 존재가 있었다.

“리치트킹이라며. 좀비처럼 꾸역꾸역 일어나야지. 설마 뒈진 건 아니지? 정말 쉬고 싶으면 깔끔히 로그아웃시켜 주고.”

이에 발아래 꿈틀거리던 그림자, 마루가 이를 악물며 고개를 들어 올렸다.

제트가 농담으로 하는 말이 아님을 알기 때문이었다.

실제로 이렇게 너부러져 GG를 치고 있는 그의 모습에, 바로 멱을 따 버리면서 강제 로그아웃을 당한 경험이 있었다.

그 때문에 컨디션 난조로 의미 없는 시간 소모를 하지 않았던가. 이를 생각하면 절로 이가 갈릴 지경이었다.

현재 그는 ‘수련’을 하는 중이었다.

황당하게도 투신은 실버 박사가 물려준 유산이었는데, 그의 역할은 박사의 후계자를 강하게 단련시켜 주는 거라고 했다.

[실버 박사한테 ‘계정’을 받는 조건이 그거였어.]

덕분에 PP라는 이 세계의 육성 시스템을 즐길 수 있게 된 것이다.

“내 ‘피지컬 임팩트’는 그렇게 나약한 정신 상태로 배울 수 있는 게 아니야. 빨리 일어나. 어서!”

제트가 오러홀을 잃은 뒤, 신체를 극한까지 단련하며 만들어 낸 새로운 능력이라고 했다.

그런 말이 있다.

―넌 뇌까지 근육으로 됐냐?

놀리는 말이지만, 제트의 피지컬 임팩트는 정말 그에 합당한 공부였다.

정말로 뇌를 근육으로 만드는 건 아니지만, 몸 안의 모든 근육 하나하나, 그 모든 걸 완벽히 단련하고 컨트롤하며 강화하는 게 바로 피지컬 임팩트라는 공부의 핵심이었다.

궁극에 이르면 모든 근육과 신체의 완벽 통제로, 단순한 딱밤에 전신 괴력을 모으는 것도 가능하다고 했다.

그건 마치 기운을 점에 모아서 발산하는 것과 같았기에, 말도 안 된다는 말이 절로 나올 정도였다.

그리고 그만큼 매력적으로 느껴지는 것도 사실이었다.

‘괜히 배운다고 했어….’

마루는 도망치지 않은 자신을 탓하며, 꾸역꾸역 몸을 일으켰다. 이를 보며 제트가 이야기했다.

“하루빨리 스킬로 등록시켜야 나도 자유를 얻지. 토비 is 프리. 몰라?”

타 직업군의 스킬, 그리고 최상위의 특수 스킬의 경우, 획득이 불가능하다는 걸로 알고 있었다.

피지컬 임팩트?

딱 봐도 최상위급의 특수계 스킬이었다.

획득 불가였다.

하지만 제트는 이를 부정했다.

―스킬 이해도가 완벽하면, 한계 돌파가 가능해. 이 PP라는 게임의 직업군이라는 건, 강제로 ‘재능’을 부여하는 거야. 그 대신 다른 방면의 재능이 제한되는 거지.

한 가지 고유 재능이 더해지는 만큼, 다른 직업군의 재능을 넘보기가 어려워진다는 것인데, 이를 증명하듯 특수 직업의 경우 전직을 거듭함에 따라, 타 직업군 스킬의 제한이 커진다는 걸 예로 들었다.

―재능 몰빵의 폐해지.

당장 최근에 마찰을 빚었던 익살자가 그 대표적인 예가 아니던가.

―직업군의 벽이 어마어마하게 높은 것일 뿐, 불가능한 건 아니야. 완벽하게 이해를 하면, 한계 돌파로 스킬 등록이 가능해.

그걸 증명하듯 제트 역시 피지컬 임팩트를 스킬로 등록시킨 것이다.

당연하게도 그 스스로 만들어 낸 공부였기에, 완벽한 이해도를 지니고 있는 건 당연했고, 덕분에 PP에 새로운 스킬을 ‘창조’해 낸 것이다.

그리고 바로 이 공부가 그의 ‘신기’였다.

따로 신화 등급의 아이템이 있는 것도 아니고, 직업군도 모두가 알고 있듯이 단순 ‘투사’일 뿐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천외천의 랭커가 된 건?

인간 자체의 강함이었다.

그 강함의 증표가 피지컬 임팩트인 것이다.

지닌바 존재의 격이 게임의 벽을 허물어 버린 경우라고 해야 할까?

이에 마루는 전율했다.

‘그렇다면… 다른 직업군의 스페셜 스킬도 배울 수 있는 게 아닐까?’

하지만 이내 실망해 버렸다.

그의 생각을 읽은 제트가 뒤통수를 때린 것이다.

―스킬을 완벽히 이해하고 있어야 배울 수 있는 걸, 어떻게 배우려고? 직업군이 다르면 아예 배우는 것 자체가 불가능한데.

맞는 말이었다.

피지컬 임팩트의 경우, 제트가 용사의 눈과 감각 그리고 공부의 완벽한 이해도를 통해, 꾸준히 오류 수정의 반복 작업을 거치면서 스킬 등록을 맞춰 나가는 중이었다.

하지만 다른 스킬은 이런 지원이 불가능하지 않던가. 실망감에 고개가 꺾이던 순간이기도 했다.

“뭘 그렇게 꾸무적대고 있어? 자세 잡아야지!”

제트의 재촉에 마루가 잠시 잠깐 빠져들었던 상념을 걷어 낸 뒤, 힘겹게 신형을 세웠다.

그가 자세를 바로잡는 모습에 제트는 작게 미소 지었다.

의지박약이네 어쩌네 하며 타박했지만, 말과는 달리 그는 마루의 정신력에 감탄을 거듭하는 중이었다.

‘하… 밑바닥에서 살다시피 했다더니, 독기 하나는 확실하네.’

지쳐서 추욱 처진 와중에도 눈빛만큼은 살아 있는 게 보였다. 약한 소리나 모습을 할 때도, 저 동공 속 불꽃은 항상 이글거리고 있었다.

어느 순간에도 꺾이지 않는 의지가 숨어 있는 것이다.

‘마룡의 가호가 아깝지 않네.’

고개를 끄덕이던 그가 과거 자신이 좌절했던 시기를 떠올렸다. 그러자 자신을 일으켜 세워줬던 목소리가 환청처럼 귓가를 스쳐 갔다.

[오러홀로 싸웠냐?]

미지의 물음.

[몸뚱이로 싸웠지.]

거기서 답을 얻었다.

[단련해서 한계를 넘어!]

그렇게 벽을 부쉈고, 피지컬 임팩트가 탄생했다.

* * *

프링쿨스!

그는 가디언즈 멤버들 중에서도 손에 꼽히는 실력자로서, 상당한 발언권 역시 지니고 있었다.

물론, 이들이 따로 무리를 이룬 건 아니다 보니, 직접적인 지휘 및 명령권을 발휘하는 건 아니지만, 간접적으로나마 파워가 있는 건 확실했다.

그렇다 해서 이를 가볍게 여긴다면 크게 실수하는 거였다.

누군가는 이를 향해 비유하길,

“간접흡연만큼 파괴적인 게 없지.”

그처럼 표현했을 만큼, 직접적이진 않다 할지라도 충분한 영향력을 발휘하는 것이다.

가디언즈의 초기부터 활동했으며, 존슨 못지않게 많은 현장을 뛰었다는 부분에서, 그에 대한 존중이 뒤따르는 건 당연한 수순이기도 했다.

그 때문일까?

프링쿨스의 행보는 알게 모르게 많은 이들이 주목할 수밖에 없었다.

바깥에 발을 걸치고 있는 존슨과 달리, 철저히 이면을 살아가기에, 때론 그 행보에 존슨보다 더 큰 관심도가 쏟아지기도 했다.

특히, 그가 목격되는 장소 대부분이 던전이나 마굴 혹은 테러 발생의 위험 지역 정도다 보니, 더더욱 가끔 얼굴을 비칠 때의 여파가 큰 것이다.

그런 그가 최근 들어선 외부 목격담이 쏟아지고 있었다.

그 때문일까?

“다른 가디언즈가 보이던 게 우연이 아닌가?”

“듣기로는 종교 방면으로 조사를 한다더라.”

“프링쿨스까지 움직였다면, 보통 사건이 아니라는 건데.”

“뭔가가 있군.”

기존 가디언즈의 행보에 대한 의문이 뒤섞이는 가운데, 기다렸다는 듯 움직이는 이들이 있었다.

“그동안 저들의 요청으로 연구한 자료들입니다.”

몇몇 가디언즈의 전문가들과 인연이 있던 연구진들이 그들과 공유하던 자료 일부를 공개한 것이다.

“으음… 이건… 키메라 연구가 아닌데.”

“인간을 제물로 써서 뭘 어째?”

“허… 악마라도 소환하려는 건가?”

실로 섬뜩한 내용들이 다수 포함되어 있던 것이다.

헛소리며 망상이라 치부한다고 해도, 관련한 연구가 이뤄졌다는 건 분명한 사실이었고, 이는 심각한 문제라 할 수 있었다.

특히, 가디언즈가 은밀히 움직이고 있단 점에서, 마냥 무시하기도 어려운 사안이 될 수밖에 없었다.

“사이비 종교 문제가 심각하다더니.”

“존슨이 직접 지시했다는 이야기도 있던데.”

“프링쿨스가 움직였으니, 존슨도 끼어 있는 건 거의 확실하다고 봐야겠지.”

“으음… 일단, 관련해서 조사를 해 봐야 하나.”

각국의 정보부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존슨은 관련 소식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가, 이내 만족스레 고개를 끄덕이며 상황을 정리했다.

“됐어. 우리는 여기까지.”

세계에는 다양한 던전과 마굴 그리고 이레귤러 등이 지금 이 순간에도 꾸준히 발생 중이었다.

가디언즈가 자리를 비운 시점부터, 사건 사고의 발생률이 높아지고 있는 만큼, 슬슬 그들은 제자리로 돌아가야 할 때가 된 것이다.

딱 바깥에 경각심을 새겨 주는 정도면 충분했다.

“굳이 이런 식으로 복잡하게 할 필요가 있나?”

이반나의 물음에 존슨이 쓰게 웃으며 답했다.

“맘 같아선 정식으로 요청하고 공조를 하고 싶지만, 그걸 빌미로 빚을 지우려는 놈들이 너무 많으니까.”

스스로 움직이도록 판을 깔아 줘야지, 그들이 직접 손을 내미는 건 자제하고 또 피하는 게 좋았다.

이에 이반나가 입맛을 다셨다.

확실히 그 말이 틀리지 않기 때문이었다.

“데일을 움직이는 것도 한 방법이긴 한데….”

안타깝게도 지난 대격변에서 2대 회장의 권한을 한껏 발휘했던 터라, 연달아 목소리를 높이기에는 타이밍이 맞질 않았다.

“피곤하게도 산다.”

이반나는 눈살을 찌푸리며 존슨을 바라봤다.

맘 같아선 그가 편하게 그녀의 일상 속으로 스며들기를 바라지만, 존슨의 존재감이 세계에 지닌 영향력을 알기에, 애써 그 같은 욕심을 억눌러야만 했다.

가디언즈 내에서도 그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가 있다고는 하나, 결국 가디언즈는 존슨이란 세계적 영웅이 중심으로 형성된 세력이 아니던가.

하나 집단보단 개인 성향이 강한 만큼, 존슨의 부재는 분명 가디언즈의 해체나 그게 버금가는 후폭풍을 낳을 확률이 높았다.

“그러고 보니 데일은 요즘 뭘 하고 지내? 한동안 소마 녀석 쫓아다니는 것 같더니.”

소마는 사일론을 칭하는 것인데, 데일은 이곳 한국에 온 가장 큰 이유인 마계 정보를 위해, 수시로 사일론을 찾고는 했다.

어느 정도 얻을 건 전부 얻었음인지, 근래 들어서는 얼굴을 비추지 않았는데, 평소엔 별로 신경 쓰지 않다가, 마침 데일이 언급된 김에 의문이 들어 물은 것이다.

“혜성에 얼씬거리는 중이야.”

존슨의 대답에 이반나가 의문을 내비쳤다.

“거긴 왜?”

“마루가 새로 펼쳐 놓은 함정들 구경 중이야. 사일론 다음 관심사가 마루라서.”

“각성 체조 때문에?”

“어.”

“일관되네. 각성 우월주의.”

고개를 절레절레 저은 이반나가 물었다.

“트랩퍼는 또 휴가 신청했다고 들었는데, 요즘엔 또 뭘 하느라 그렇게 바빠?”

이야기 흐름은 어느새 데일에서 마루에게로 넘어갔다. 이에 존슨이 어깨를 으쓱이며 답했다.

“나도 잘 몰라. 그냥… PP에서 뭔가 하는 것 같다는 정도만 알 뿐이지.”

이 시국에 웬 게임이냐 싶겠지만, 이반나 역시 마루가 실버 박사의 유산을 이어받은 걸 알기에,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해 버리는데, 아직 존슨의 이야기는 끝난 게 아니었다.

“대신 오늘 일정은 알지.”

“뭐 하는데?”

“데이트.”

그리 말한 존슨이 팔을 내밀며 말했다.

“우리도 즐겨야지.”

이에 실소한 이반나가 팔짱을 끼며 발을 맞췄다.

* * *

마루는 제트와의 만남 이후 꾸준히 생각하는 게 있었다.

‘다른 직업군 특수 스킬을 배울 방법이 없으려나.’

쉽사리 답이 안 나오는 와중에, 뜻밖의 방향에서 너무도 당연한 답을 들어 버렸다.

“부캐 키워.”

생각지도 못한 고행에 머리가 굳어 버렸던 걸까?

“부… 캐?”

“다른 스킬 배우고 싶다며? 몽크가 질렸다는 소리 같은데, 그러면 다른 직업군으로 넘어가야지.”

“…아!”

탄성이 절로 나왔다.

마루는 이내 깨우침을 준 존재에게 달려들었다.

“달링~!”

그녀, 강하나를 와락 안았다.

“더우니까 달라붙지 마.”

말과는 달리, 그녀는 그의 품에 포옥 안겨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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