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로그인 더 헌터-256화 (256/325)

#7. 가을.

#7. 가을.

올가을은 여러모로 파란이 예정되어 있던 것일까?

설마 했던 사건이 드디어 터졌다.

각성 체조!

그 특별한 체조가 본격적인 결실을 맺기 시작한 것이다.

[늦깎이의 반란?]

[또다시 한계 돌파?]

[50대의 각성자.]

[아메리칸 드림?]

앞서 화제가 됐던 박달수가 40대 중반이었고, 그걸로 인해 수많은 언론사가 그를 집중 조명했다.

그 당시의 인지도를 잘 끌어 나간 덕분인지, 최근에는 반쯤 연예인처럼 활동 중이었는데, 사실 이 부분은 회사에서 일종의 홍보 전략 삼아서 그를 밀어준 경향도 컸다.

어쨌든 그렇게 화제가 됐던 늦깎이 각성자도 40대였다.

한데, 이번에는 거기서 다시 앞자리를 하나 더 높여, 50대의 늦깎이 각성자가 나온 것이다.

흥미로운 건 그것만이 아니었다.

―뭣만 하면 아메리칸 드림이야?

―이게 미국하고 무슨 상관인데?

―것보다 이번엔 헌터라며?

―비각성자라서 은퇴했다던데, 다시 복귀 생각 중이라더라.

―아재요. 그러다 뼈 나가요.

―부러지면 잘 붙지도 않을 나인데.

―미국은 병원비 어마어마할 텐데.

거의 1.5세대 정도에 활약하던 비각성 헌터였고, 나름의 커리어라 할 만한 것도 탄탄히 쌓아 놨던 터라, 아카데미에서 교관 역할을 하고 있기도 했다.

여전히 한 발은 현장에 걸쳐 있던 것이다.

아카데미라는 곳은 주기적으로 현장을 뛰기 때문에, 감각이 완전히 녹슬지 않았다는 점에서, 많은 이들이 호기심 어린 눈으로 이 늦깎이 각성자를 살피고 있었다.

―아깝다. 달수 아재 덕분에 늦깎이 기록은 한국 거였는데.

―이젠 미국이 먹어 버림.

―기록은 깨지라고 있는 거야!

―엿이다.

―그나저나 역시 아메리칸이라고 해야 되냐?

―왜?

―비각성 헌터 대우가 완전 다르잖아.

―인정!

―쩜오 세대면 비각성자건 뭐건 확실히 영웅이지, 가장 험난했던 시절이니까. 그땐 각성자 숫자도 적어서, 사실 전투 핵심은 비각성 헌터와 일반 군인들이었지.

―그때 전우애라도 쌓았는지, 은퇴 헌터들한테도 군인 못지않게 대우해 주는데, 와… 대단하더라.

―지금도 미국은 비각성 헌터라고 무시하는 거 별로 없음.

―하… 우리는….

―없긴 뭘 없어. 거기도 다 똑같아!

―3세대 이후로는 확실히 미국도 좀 차별이 생기긴 했지.

―쓰다 써!

와중에 씁쓸한 내용도 일부 섞여 들며 한숨을 자아냈지만, 어쨌든 각성 체조에 대한 화제로 떠들썩한 흐름은 고스란히 유지됐다.

그럴싸한 소재도 꾸준히 제공된 까닭이었다.

―은퇴 헌터들 복귀 소식이 많이 들리네.

―늦깎이 각성자가 한둘이 아니라더라.

―각성 체조, 그거 약 파는 건 줄 알았더니, 진짜였누?

―와… 미치겠네. 이제라도 시작해야 되나?

―되나? 돼! 이제라도 시작해야지!

―요즘 또 업데이트도 됐다더라.

―따끈따끈한 신규 체조부터 한번 살펴볼까?

마땅한 성과가 나오질 않았던 터라, 여전히 각성 체조에 대해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는 이들이 상당했다.

박달수가 늦깎이의 기록을 깨면서, 이런 시선을 흔들어 놓긴 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겨우 한 명이었고, 우연이란 이야기가 더 많은 게 사실이었다.

하지만 이젠 그런 시선이 확 달라졌다.

한둘이 아니기 때문이다.

미국에서 나온 50대 늦깎이 각성자만이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도 수많은 늦깎이들이 기존의 기준을 깨부수며 기지개를 켜고 있었다.

거대한 흐름이 형성되는 계기가 됐다.

―각성 체조 시작한다!

―가자 각성이다!

―아이언슈트가 진리다.

―참 인도자시네.

수많은 이들이 아이언슈트의 리튜브를 방문하며, 그야말로 폭발적으로 조회수가 올라가기 시작했다.

이 와중에 뜻밖의 방향에서 의외의 화제가 꽃피우는데, 이는 헌터들 간의 대표 커뮤니티인 엔트라 게시판에서 발생한 일이었다.

―각성 체조가 진짜라는 말이 있던데.

―혹시, 어쩌면….

―어쩌면….

―…멀티?

알게 모르게 입 안에 굴렸던 단어 하나가 그들 커뮤니티를 구르기 시작했다.

언젠가부터 각성 체조가 비각성자를 위한 공부라는 걸 넘어, 멀티 스킬의 열쇠라는 이야기가 나왔었던 것인데, 앞서도 언급했듯 마땅한 성과가 부족했던 터라, 무시되다시피 했던 이야기였다.

하지만 이번 사태를 통해 다시금 관련한 이야기가 부각되며 화제가 되기 시작했다.

―한번 해 봐?

―뱃살도 뺄 겸, 스트레칭 대신으로 하면 딱이겠네.

―굳이 손해 볼 건 없으니까. 해 보자.

그렇게 비각성자만이 아니라 각성자들까지, 전부 아이언슈트의 각성 체조에 손을 댔고, 어느 틈엔가 전 세계가 각성 체조로 단결되는 그림이 그려지고 있었다.

―와… 예전에는 공원 같은 데서 태극권인가? 그 비슷한 거 하던데. 요즘은 죄다 각성 체조임. 중국 애들이 이럴 정도면 말 다 한 거 아니냐?

―아이언슈트가 자국민이라고 홍보하고 있더라.

―이미 사당까지 지은 데도 있음.

―잣 까는 소리 하네.

―그런데 정말 국적이 궁금하긴 하다.

―한국인이란 소리가 있던데.

―제발 김칫국 자제하자.

―듣기로는 랭커들 우르르 들어온 게 아이언슈트가 한국에 있어서라고 함.

―확인되지 않은 건너건너 건널목 사운드는 좀 줄이자.

―근데 랭커들 왕창 들어온 거 보면 의심해 볼 만하지 않나?

―승급 현상 때문이란 말이 많더라.

―트랩퍼 보러 왔다는 소리도 있던데, 그건 뭐냐?

그 와중에 슬쩍 언급되는 마루의 이야기도 있었다.

―건너건너 건널목 썰인데 말해 줘?

―일단 그거라도 좀 듣자.

―건어택이 요즘은 트랩퍼라고 불리는 게, 함정 설치 능력이 거의 랭커급이란 말이 있더라고.

―랭커는 좀 오바 아닌가?

―아니. 레알로. 최근에 혜성 길드 홈페이지 들어가 보면 결계술식 관리자로 건어택 이름 올라와 있음.

―레알?

마루 본인이 너무 큰 화제성은 피하고 싶어 했던 터라, 따로 언론에 알린 건 아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업계에선 알 만한 이들은 다 아는 부분이었다.

―갑자기?

―업계 관계자 말로는 트랩퍼한테 의뢰하려고, 네임드급 헌터하고 길드들이 열심히 노크 중이라더라.

―아… 이건 좀 국뽕이 찬다.

―주모 불러도 되냐?

―불러라 불러.

―주모~!

―주모~!

―이 썅놈의 쉐끼들아 또 왔냐?

―욕쟁이 할망?

―할망이 거기서 왜 나와?

―히익!

마루는 커뮤니티 반응을 살피다가 이내 폭소를 터트렸다. 그 모습에 강하나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데이트 중에는 핸드폰 금지라고 했지!”

이에 뜨끔한 마루가 급히 폰을 끄며 변명을 늘어놨다.

“잠깐, 자리 비운 사이에, 아주 잠깐 본 거야.”

오랜만에 그녀와 오붓한 시간을 가진 것이니만큼, 한눈을 파는 건 위험했다.

피지컬 임팩트로 인해 한동안 완전히 PP에서 살다시피 한 것은 물론이고, 이후로도 밀렸던 일 처리들을 하느라 이래저래 바쁘지 않았던가.

특히, 개중에서 유독 신경 썼던 건, 아무래도 ‘팀 결성’에 관한 부분이었다.

―슬슬 팀장 준비해야지.

간만에 출근한 혜성 길드에서 김연희에게 들은 이야기로, 마루도 어느 정도는 분위기가 무르익었음을 알고 있었다.

혜성 특수 1팀과 그가 별도로 운영한 팀까지, 신경 쓸 것이 한둘이 아니었다.

개별팀의 경우에는 레베카에게 많은 부분을 일임한 상태였는데, 그 이유는 팀 자체는 소수정예를 지향하되, 정보적인 측면에서 부족함이 있어선 안 되는 터라, 레베카가 적임자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뿐만이 아니라 다른 자잘한 일거리도 상당했는데, 부캐를 키우는 것도 그렇고, 트랩퍼에게 들어온 의뢰를 분류하는 것도 제법 골 아픈 작업이었다.

게다가 커뮤니티에도 언급된 것처럼, 리튜브에 각성 체조를 업데이트하는 일도 있었는데, 용안으로 새롭게 깨우쳤던 부분들을 수정하거나, 또 새로이 알아낸 것들을 올리면서, 한층 콘텐츠가 풍성해진 상태였다.

부캐 스킬은 아직 한창 배우는 중이다 보니, 관련 콘텐츠는 올겨울은 지나야 올릴 수 있을 듯싶었다.

이래저래 바쁜 나날을 보내다가 겨우 시간이 나서 연인과의 만남을 가질 수 있었다.

그나마도 딱 하루 잠깐의 여유로, 내일부터는 다시 200레벨을 향한 여정 및 일상으로의 복귀를 준비해야 할 터였다.

‘하아… 트랩퍼 인기가 너무 좋아.’

덕분에 B급 A형이라는 기본 신분증의 한계를 훌쩍 넘어설 수 있었지만, 그 때문에 더더욱 피로한 건 어쩔 수가 없었다.

‘혜성 하나로 끝낼 생각이었는데… 쯧!’

아무래도 두어 개 정도는 더 결계 작업을 해 줘야 할 듯싶었다.

어쨌든 이래저래 바쁜 나날 중 겨우겨우 만들어 낸 데이트 시간이 아니던가.

당연하게도 한눈을 판다는 건 즉결 심판 격이었다.

“그래서 오늘은 뭘 할까?”

이에 마루는 열심히 강하나에게 달라붙으며 알랑방귀를 뀌었다.

“히야~! 볼 때마다 예뻐지네. 뭐 좋은 거라도 먹어? 피부가 완전 아가 피부네. 앞으론 아가라고 부를까?”

“지랄한다.”

이게 또 효과가 없진 않았던지, 퉁명스러운 말투와 달리 강하나의 표정이 제법 풀려 있는 게 보였다.

“영화도 좋지만, 스크린 볼 시간에 우리 애기 얼굴 좀 더 봐야겠으니까. 그냥 손잡고 단풍길이나 걸을까?”

그러며 손을 내밀면서 외쳤다.

“아가야 가자!”

작정하고 목소리를 높이니, 주변에서 다 쳐다봤고, 대번에 강하나의 얼굴이 시뻘겋게 물들어 버렸다.

“미쳤어?”

“흐흐!”

등짝 스매싱이 이어지던 것도 잠시, 연인은 결국 오붓하니 팔짱을 끼며 오색빛깔 찬란한 거리로 나갔다.

깊어 가는 가을, 멋드러진 단풍이 그들의 머리 위로 쏟아졌다.

* * *

가을날의 화제는 각성 체조로 끝이 아니었다.

약속의 10월이라고 했던가?

[유럽 연합 위저드 드디어 간판을 올리다.]

[WHA 체제가 무너지나?]

[무림맹과 위저드 그리고 WHA!]

[3강 체제의 시작?]

10월도 중순을 넘기고 막바지에 이르던 어느 날, 드디어 위저드가 깃발을 꽂으며 발족식을 연 것이다.

이로 인해 엔트라 게시판도 떠들썩했다.

―실제로는 5강 체제지.

―WHA, 무림맹, 사흑련, 위저드 그리고 레메게톤!

―레메게톤이 먼저 움직일 줄 알았는데, 어째 소식이 없다?

―듣기론 영국 왕실 측에서 태클 걸었다는 말이 있더라.

―설마, 바이퍼 때문에?

―이면의 주민이건 뭐건, 뿌리는 영국인이잖냐. 레메게톤 본진도 영국에다 세우려고 했다던데. 그것 때문에 태클 찐하게 들어간 모양임.

―위저드는 프랑스에 세워졌다더니, 레메게톤은 영국이라고?

―하필 그 두 나라냐?

―반대로 해야 더 어울릴 것 같긴 한데.

―흥미진진한데. 그래서 어케 됐누?

―엘―소드가 직접 움직였다던데.

영국 왕실의 수호검이라고도 불리는 존재, 영국을 대표하는 랭커로서, 정식 명칭은 엘리멘탈 소드로, 이를 줄여서 엘―소드라 부르고는 했다.

영국을 대표하는 킹 아서!

그가 휘두르던 상징 엑스칼리버는 호수의 요정에게 받았다는 이야기가 있는데, 마치 이를 연상시키듯 물의 검을 휘두르는 모습에, 자연스레 붙게 된 이명이었다.

실질적으로 휘두르는 원소는 하나뿐이지만, 그것만으로도 충분한 임팩트가 있었다.

게다가 물길이 때론 불처럼 타오르는 모습도 보여 주는 터라, 여러모로 잘 어울리는 이명이라는 게 대중의 평가였다.

어쨌든 그런 엘―소드가 움직였다는 소리에 엔트라 게시판이 재차 떠들썩해졌다.

―둘이 한판 붙었다는 소리가 있더만.

―결과는 모르겠다. 누구 아는 사람?

―바이퍼가 보통이 아니라고 듣긴 했지만, 그래도 설마 엘―소드하고 붙었으려고.

―한때는 존슨하고 비교될 정도였으니까.

―지금이야 존슨이 원톱이긴 하지.

―이번 대격변에서 확실히 임팩트가 너무 쎘어.

―짧고 굵게! 파파팍!

―이레귤러 막다가 와선, 마족을 셋이나 끌어갔으니까.

―헤이! 이야기가 옆길로 새잖아. 운전대 돌려. 그래서 둘이 어떻게 됐냐고?

―붙진 않았을 듯. 어쨌든 바이퍼가 비빌 짬은 아니잖아.

―그래그래. 적당히 몇 마디 나누다가 말았겠지.

―아니, 그렇다고 치기에는 요즘 들어 엘―소드가 도통 안 보이던데.

―부상 치료 중이란 말이 많더라.

―정말 붙었나?

이처럼 엔트라 게시판의 여러 각성자들을 흥미진진하게 만든 존재인 영국의 수호검.

엘―소드는 현재 막 한국 땅덩이를 밟는 중이었다.

“이곳이… 트랩퍼의 나라인가.”

그리 중얼거리며 인천 공항을 나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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