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로그인 더 헌터-259화 (259/325)

#10. 다중 추돌!

#10. 다중 추돌!

돌발 게이트의 경우, 대개 한 종류의 몬스터가 집중적으로 쏟아져 나오는 게 보통이지만, 아주 간혹 여러 종류의 몬스터가 섞여서 튀어나오는 경우가 있었다.

“B급인 것도 황당한데, 다중 추돌성 돌발 게이트라고?”

이런 경우는 게이트 여럿이 뒤섞였다고 봐야 하는데, 그리 흔한 경우가 아니다 보니, 업계 내에서도 제대로 경험한 이들의 수는 그리 많지 않았다.

그리고 마루는 그 많지 않은 경험자 중 한 명이었고, 덕분에 빠르게 게이트의 이상을 알아챌 수 있었다.

일단 게이트의 형태부터가 달랐다.

대기에 균열이 이는 현상이라고는 하나, 나름의 규칙성이 있건만 다중 추돌성 돌발 게이트의 경우, 그 규칙에 혼선이 이는 것이다.

간단히 설명하자면 일자형[1]의 게이트가 십자형이나[+] 엑스자[X] 혹은 별표[*]처럼, 여러 균열이 얽힌 모양새를 그린다는 점이었다.

B급의 다중 추돌성 게이트?

‘거의 몬스터 웨이브급이네.’

그 규모로 넘어가면 최소형으로 측정할 수 있겠지만, 어쨌든 일반적인 게이트 수준으로 분류하는 단계는 넘은 것이다.

“하….”

마루는 한숨을 푹 내쉬며 동네에 잔뜩 깔아 놓은 트랩들을 떠올렸다.

짤랑… 짤랑….

돈 깨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 * *

돌발 게이트의 등급이 높은 까닭일까?

경보가 울리고 게이트가 완성되기까지 제법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었다.

그런 이유로 인근의 헌터들도 제법 도착하며 자리를 잡고 있었는데, 안타깝게도 쓸 만한 전력은 몇 안 되어 보였다.

기본적으로 게이트에 출동하는 헌터들의 경우, 비각성 헌터의 비중이 높다 보니, 이는 어쩔 수 없는 흐름이었다.

알람을 통해 게이트 등급이 상향되는 메시지가 퍼졌을 터, 진짜배기 실력자들은 이제야 채비를 하고 있을 확률이 높았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실력자가 없다는 의미는 아니었다.

트랩퍼!

마루의 존재로 인해 이곳을 주시하는 눈과 귀가 상당하기 때문인데, 그들은 철저히 그림자로 남는 요원들이니만큼, 앞으로 나설 이유가 없을 터, 결국 전력으로 보면 안 되는 것이다.

“이거 상황이 아주 재밌게 됐어.”

“트랩퍼의 재주가 다시 발동하려나?”

“일단 건어택으로 한 방 보여 줄 것 같은데.”

“하긴, 트랩퍼가 원래는 건가드로 유명했었지.”

“확실히 그쪽이 눈요기는 더 되지.”

그 같은 요원들은 각자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면서 현 상황에 대한 기대감을 감추지 못했다.

그러는 한편으로는 의문도 들었다.

“대체 이 나라에 무슨 일이 있는 거야?”

“뜬금없이 던전이 승급하는가 싶더니, 이젠 B급 돌발 게이트까지 나온다고?”

“게다가 다중 추돌성이라니.”

“이거 하나만 놓고 봐도, 한바탕 시끄러워지기엔 충분하겠네.”

여러 단체의 요원들은 그리 중얼거리며, 더욱 깊숙이 몸을 숨기기 시작했다.

너무 큰 사건이 터져 버린 것이다.

짐작하건대 수많은 언론사가 달려들 터, 혹시 머리카락이라도 찍힐까 싶어, 간만에 최선을 다해 사각을 찾아 움직였다.

그들은 그림자이기에, 빛을 받으면 흩어질 수밖에 없었다.

* * *

최초의 격변 이후, 실질적으로 민간에 가장 많은 피해를 주는 건 돌발성 게이트라 할 수 있었다.

물론, 몬스터 웨이브나 대격변이 짧고 굵게 어마어마한 대미지를 주는 건 사실이지만, 지속적으로 꾸준히 집요하게 피해를 주는 건, 역시나 돌발 게이트라고 봐야 했다.

하지만 너무 잦은 발생으로 인해, 돌발 게이트의 화제성은 그리 높은 편이 아니었다.

격변 초창기에는 작은 게이트 하나에도 난리가 났었지만, 지금은 자잘한 게이트 정도로는 언론사를 움직이기엔 부족했다.

적어도 D급 정도는 돼야 방송에 잠깐이나마 언급되는 정도인 것이다.

한데, 이번에는 무려 B급이었다.

당연하게도 각 언론사가 들썩이기에 충분한 소식이었고, 그들은 바삐 장비를 챙기며 현장을 향해 뛰기 시작했다.

누가 먼저 도착하느냐에 따라, 이번 화제의 중심에 설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미 1등은 정해져 있었다.

“안녕하십니까! LBC의 강소미 리포터입니다. 오늘은 돌발 게이트 현장에서 인사드리게 되었습니다.”

뜬금없게도 LBC 방송국 측에서 먼저 선점을 해 버린 것이다. 특히 최근에 제법 화제가 되며, 슬슬 네임드급으로 올라서고 있는 강소미 기자까지 등판해 버렸다.

“갑작스러운 게이트 현장에 의아해하시는 분들도 계실 거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번 게이트는 기존과는 달리 아주 특수한…….”

카메라맨은 열심히 보도를 하는 강소미를 보며 연신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대박! 대박이다~!’

상상도 못 한 상황이었다.

―건어택에 관한 소식은 항상 1순위로 다뤄 주세요.

언제고 몬스터 웨이브를 통해 이름값을 알리던 즈음부터, 강소미는 유독 마루에게 집착하는 모양새를 보였는데, 사실 그게 마냥 이상한 건 아니었다.

이는 남녀 간의 애정과는 다른 종류기 때문이다.

기자들에게 간혹 있는, 일종의 징크스 같은 현상으로서, 일정 대상의 취재가 때론 상승 작용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있는데, 강소미에게는 그게 마루였던 것이다.

몬스터 웨이브 당시 마루를 집중 조명하며 화제가 됐고, 이후로도 몇 차례 그를 언급했을 때도, 매번 적잖은 성과를 얻었기 때문이었다.

그런 이유로 마루에 관해서는 항상 귀를 열어 놓고 있던 것인데, 마침 그의 동네에서 경보가 울렸다는 소식에 다급히 달려왔고, 이처럼 대박이 난 거였다.

‘저번처럼 막히는 줄 알았는데.’

사실, 이전에도 경보가 뜨기 무섭게 달려왔던 적이 있었다.

하지만 어째서인지 당시에는 주변 통제가 이뤄졌던 터라, 뭔가 사건이 났다는 의심만 하며 돌아갈 수밖에 없었다.

차후 상부에 조사를 의뢰했지만, 안 된다는 답변만 돌아오면서 그들 팀의 속만 태우지 않았던가.

그 때문에 이번에도 헛물만 켤까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건만, 아주 제대로 대어가 걸려 버린 상황이었다.

‘흐흐흐흐… 노났다!’

그는 최선을 다해 카메라 앵글을 조정했고, 가진바 모든 노하우를 활용해 가며 강소미와 현장을 잡아내기 위한 베스트 샷을 찍어 나갔다.

프로의 스페셜한 앵글 샷 덕분일까?

커뮤니티가 폭발하기 시작했다.

* * *

난리가 났다.

―지금 LBC 방송 보고 있음?

―와… 소미 누나 B―E―A―U~TIFUL!

―아름답다. 아름다워!

―엉엉! 날 조져요!

―헛소리 좀 자제하자. 소미 예쁜 건 알겠는데, 지금 중요한 건 그게 아니잖아. 무려 B급 다중 추돌성 돌발 게이트가 떴다고.

―요즘 나라가 왜 이렇게 다이나믹하냐?

―아따 브라덜, 이게 뭔 일이래?

걱정이 뒤따르는 건 어쩔 수가 없었다.

―하… 요즘 헌터들 포화 상태라던데. 이걸로 더 들어오게 생겼네.

―헌터들 많으면 좋지 않나?

―범죄자도 잔뜩 들어오니까 문제지.

―밤길 조심해라.

―뜬금없이 세계의 중심이 돼 버렸네.

―이런 중심은 싫은데.

그러던 와중에 화면 너머로 현장의 변화가 비춰졌다.

―아… 오픈한다.

―헌터들 출동 더럽게 느리네.

―원래 게이트는 건물 좀 박살 나고 시작하는 거지.

―초반부터 달칸이냐.

―으으….

곤충형 몬스터다 보니 질겁하는 이들이 많았다. 언뜻 사슴벌레를 연상시키는 외형으로, 대개 이런 류의 몬스터가 그러하듯 단단한 갑주가 특징이었다.

한데, 이게 웬일?

타아아앙….

화면 너머로 시원한 총성이 울려 퍼지는가 싶더니.

퍼억!

달칸의 몸뚱이가 터져 나가는 게 보였다. 가장 약한 부위도 아닌, 가장 단단한 부위가 박살 나 버린 것이다.

―헉! 뭐야? 뭐가 어떻게 된 거임?

―저격이다!

―특급 사수가 있나 본데.

―달칸의 갑주를 뚫는다고?

―최소 B급 헌터는 될 듯.

커뮤니티 반응이 뜨거워지는 가운데, 강소미의 보고가 이어졌다.

“이곳 동네는 건어택으로도 유명한 헌터, B급 A형의 정마루 각성자가 사는 동네이기도 합니다. 아마도 이번 저격은 그분이 활동을 시작했다는 신호탄인 것 같습니다.”

난리가 났다.

―우왓! 건어택이라고?

―등급은 B급 수준이지만, 네임드급 아님?

―시작부터 B급 헌터가 컨트롤하면, 그래도 피해는 최소화할 수 있겠네.

―혼자서는 한계가 있지.

―다른 헌터들도 보이는데?

실제로 화면에는 몇몇 헌터가 모습을 드러내며 솜씨를 보이고 있었는데, 안타깝게도 개중 제대로 된 화력을 선보이는 헌터는 손에 꼽았다.

―딱 봐도 진로 방해 정도가 전부네.

―지원 병력 도착할 때까지 시간 벌이라도 하겠다는 거지.

―그게 기본이니까.

―숫자가 너무 적네. B급 게이트에 다중 추돌성이니까. 도착할 즈음이면 반절 정도는 날아가겠네.

―강제 재개발 확정!

그렇게 안타까운 시선이 교차하는 가운데, 묘한 광경이 화면에 잡혔다.

―어… 뭐지?

―잘못 봤나?

―저게 저럴 수 있나?

―달칸의 몸통 박치기를 받았는데, 멀쩡하다고?

곳곳에서 날아드는 저격과 헌터들의 방해 공작에 의해, 몬스터들이 분노하며 작정하고 새로운 길을 뚫기 시작하는데, 거기서 경악할 만한 장면이 이어진 것이다.

담벼락을 향해 달려들었던 달칸이 오히려 튕겨 나가는 것이 아닌가.

―뭐야? 뭐가 어떻게 된 거야?

―담벼락에 강화석이라도 발랐냐?

―달칸 디버프 상태임?

이해할 수 없는 현상 앞에 모두가 눈을 동그랗게 뜨는 가운데, 문득 누군가가 꺼내 든 한마디가 있었다.

―트랩퍼?

―…아!

―그러고 보니 건어택이 함정과 결계술의 대가라는 말이 있었지.

―무려 혜성 길드의 관리자 명단에 있을 정도니까.

언젠가부터 알음알음 퍼져 가고 있던 마루의 새로운 이명이 언급되기 시작한 것인데, 이어지는 광경들은 이를 더욱 확고히 뇌리에 박아 넣었다.

―신규 몬스터 출현! 그라이드다.

―비행형이네. 더럽게 까다로운 놈들이잖아.

―상위 각성자들은 와야 잡겠는데.

걱정이 더해지는 가운데, 다시금 트랩퍼의 이명을 드높이는 광경이 이어졌다.

―추락 뭔데?

―뭔가에 부딪힌 것처럼 뚝 떨어지네.

―설마, 이번에도 트랩퍼인가?

―허… 저런 것도 가능하다고?

비행형 몬스터인 그라이드가 일정 고도 이상을 넘어서지 못한 채, 일제히 고꾸라지고 있던 것이다.

그러다가도 겨우겨우 날갯짓을 하며 가까스로 저공비행을 하는데, 놈들의 장점이 축소되어 버린 상황에선, 그 전력의 반절 이상이 깎여 나가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대개 비행형 몬스터는 기본 골격을 비롯하여 가죽의 강도가 약한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그 큰 덩치가 하늘을 유영하려면 어쩔 수 없이 발생하는 경량화 현상이었다.

―아무래도 저기 하늘에 뿌연 안개 같은 거, 날씨가 요상한 게 아니라 결계인가 본데?

―저기에 닿기만 해도 픽 고꾸라지네.

―트랩퍼가 헛소문이 아니었어.

이런 커뮤니티의 반응을 아는지 모르는지, 마루는 열심히 게이트에 맞는 대처를 이어 나가는 중이었다.

혜성 길드의 트랩 교체 작업을 비롯해서, 최근 부캐를 통해 새로운 스킬들을 음미한 덕분일까?

결계술에 관해서 제법 진전을 이룰 수 있었는데, 그중 하나가 바로 앞선 담벼락의 강화였다.

과거 트랩퍼의 이명을 알릴 때만큼 강렬하진 않지만, 그래도 달칸의 몸통 박치기 두어 번은 견딜 정도의 강도를 지니게 된 것인데, 거기에 쓰인 게 바로 신성 마법이었다.

동네 주민들은 모르지만, 현재 그의 거처 주변에는 무수히 많은 ‘메달’이 깔려 있었는데, 이는 PP 제작사에서 만든 기념 메달로서, 게임 내에서 성직자들이 사용하는 바로 그 성물이었다.

이 메달을 매개체로 연결해서 일종의 신성 마법을 펼친 것으로, 신관들의 기본 전용 스킬 중 하나였다.

[세인트 필드]

그게 마석 결계술과 어우러져 강화 효과로 이어진 것이다.

추가로 그라이드를 추락시키는 안개의 경우, 필드의 경계선을 그려 주는 일종의 가이드라인으로서, 위력은 그리 대단하지 않았다

‘수면제.’

숨을 꾹 참으면 쉽게 넘을 수 있는 경계지만, 그라이드는 이를 모르기에 매번 고꾸라지는 거였다.

하지만 오래지 않아 해결법을 찾아낼 터, 이를 방비하고자 마루는 쉼 없이 방아쇠를 당겼다.

타앙… 탕… 타아아앙….

여기까지는 트랩퍼의 결계술에 대해 증명한 거라 한다면, 이후로는 트랩퍼의 함정 실력을 보여 줘야 할 때였다.

콰아아앙!

그 화려한 서막을 알리듯, 저 한편에서 요란한 폭음과 함께 신나는 화약 파티가 시작됐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