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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그인 더 헌터-276화 (276/325)

#2. 침식.

#2. 침식.

존슨은 사일론을 통해 알게 된 정보를 각국 상부와 공유했다.

물론, 전부를 알린 건 아니지만, 충분한 경각심을 새길 정도는 알린 것인데, 그로 인해서 많은 정보 단체가 움직이며, 앞서 조사됐던 사이비 종교의 리스트를 재검토했다.

그리고는 깜짝 놀라야만 했다.

“어딜 간 거야?”

“사라졌다고?”

“말도 안 돼!”

“감시하고 있던 거 아니었어?”

몬스터 전용 측정기에만 반응하던 사람들 대부분이 자취를 감춘 것이다.

그들에게 따로 요원들을 붙여 놨음에도 불구하고, 감시망을 뚫고 달아나 버렸음에, 각국 단체들이 받은 충격은 상당했다.

“이제 막 각성한 걸로 아는데, 요원들을 피해서 사라져?”

“어설픈 애들로 붙인 거 아니야?”

“존슨하고 가디언즈 때문에 제대로 된 애들로 붙였어.”

“젠장! 최소 B급 이상은 돼야 피할 수 있을 텐데.”

각성 초짜들이 보여 줄 수 있는 재주가 아니었다. 존슨이 경고했던 것처럼 상황의 심각성이 조금씩 실감되는 가운데, 사라졌던 이들의 흔적이 뜻밖의 장소에서 발견됐다.

“레메게톤?”

“총장과 함께 찍힌 사진이라고?”

“이게 무슨 개소리야?”

데자르 곁에 서 있는 몇몇 얼굴에 기겁해 버렸다. 그곳에 사라졌던 이들이 자리하고 있었다.

바로 며칠 전까지만 해도 비각성자였으며, 민간인이던 사람들이 갑자기 이면의 거대 연합체인, 레메게톤의 총장 옆에서 나타난 것이다.

“대체, 뭐가 어떻게 된 건데?”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이었고, 그 때문에 각국 정보부는 아직 사라지지 않은 이들을 향한 감시망을 더욱 두껍게 강화해야만 했다.

* * *

레메게톤의 간판이 드디어 올라갔다.

세계를 향해 선포했듯, 그들은 정말 영국에 자신들의 본진을 세웠는데, 그에 관해 아는 이들은 생각보다 적었다.

물론, 이면에서야 관련한 이야기로 떠들썩했지만, 바깥세상에는 따로 언급을 하지 않은 것이다.

거기에는 여러 이유가 있었다.

먼저 영국 왕실이 총력을 기울여 가며 그들의 흔적을 지우려 든 것이고, 다음으로는 이면의 전체적인 분위기가 아직 납득하는 흐름이 아니다 보니, 레메게톤 내부적으로도 잠시 숨 고르기를 하자며, 조심스러운 움직임을 더한 것이다.

게다가 한발 앞서 간판을 올린 위저드 측에서도 꾸준한 견제가 들어오기도 했던 터라, 공식적인 발표는 자제할 수밖에 없었다.

하나 데자르는 분명 선언했었다.

[오늘부터 이곳 영국은 우리가 접수한다!]

그는 이를 헛소리로 만들 생각이 없었기에, 지금부터 차분히 밑밥을 깔다가 시기가 오면 단번에 그물을 올릴 생각이었다.

그리고 이를 보조할 낚싯대와 통발도 준비되어 있었다.

데자르는 자신의 주변에 서 있는 새로운 호위대를 바라봤다.

‘든든하군!’

앞서, 공항 사태에서 그와 함께하던 정예들이 아니었다.

여러 클랜장들을 기겁하게 만든 멀티 스킬 각성자들로서, 키홀의 숨겨진 전력으로 알려져 있지만, 실상은 그와 달랐다.

사일론이 존슨을 통해 경고했던 이들.

일반 각성 측정기를 벗어났던, 여러 사이비 종교의 미스터리한 교인들, 그게 바로 이 신규 호위대의 정체였다.

놀랍게도 이들의 정체는 데자르와 마찬가지로, 도플갱어 일족의 일원들이었다.

그와 차이점이 있다면, 정해진 절차에 따라 강림식이 진행된 터라, 제대로 ‘존재 전환’이 이뤄졌다는 점이었다.

바이퍼의 육신과 달리, 이들의 육신은 그 수준이나 한계점이 낮았던 터라, 좀 더 수월한 면이 있었다.

게다가 본연의 능력들도 거의 대부분 옮겨 올 수 있었는데, 계약자의 육신 자체가 지닌 한계성에 따라, 어느 정도 제약은 남아 있었지만, 마계에서처럼 다양한 재주를 맘껏 부릴 정도는 됐다.

‘포스 총량이야 한참 부족하지만, 이를 키우는 편법 정도는 차고 넘칠 만큼 많으니.’

뿐만 아니라 데자르처럼 하나의 육신에 두 개의 영혼이 공존하는 형태도 아니었다.

물론, 데자르 역시 이 부분은 곧 해결될 예정이었다.

개명 의식!

이름을 바꿈으로써 본신의 능력을 강제로 끌어올렸고, 그게 바이퍼와의 공유 문제를 해결해 줄 것이었다.

하나 그로 인한 부작용이 상당하기 때문일까?

신규 호위대 아르스 게티아(Ars Goetia)의 수장 자이로가 걱정스레 물었다.

“괜찮으십니까?

그 역시 도플갱어 일족의 일원이기에, 새로운 육신에 과거의 이름을 가져오는 부작용을 모를 수가 없었다.

그들 일족은 완벽한 흉내를 내는 걸 통해서 진화를 거듭하는 종족이었다.

때문에 매번 새로운 삶을 살아야 했다.

한데, 이를 어겨 버렸다.

과거와 현재가 서로를 침식하는 부작용이 이어지는 것인데, 이는 아주 간단했다.

“바이퍼의 영혼이 스며드는 게 느껴지는군.”

데자르는 그리 말하며 쓰게 웃었다.

최근 들어선 머릿속을 어지럽히던 바이퍼의 외침이 많이 줄었는데, 이는 서로의 영혼이 점차적으로 뒤섞이며, 정체성에 혼란이 오며 발생하는 현상이었다.

차후 바이퍼의 목소리가 완전히 사라졌을 때, 그는 데자르의 이름을 지닌 전혀 다른 새로운 개체가 되어 있을 터였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데자르가 바이퍼를 제압한 상태에서 이뤄지는 침식 작용이다 보니, 인간이 아닌 도플갱어의 정체성이 좀 더 윗줄에 있다는 점이리라.

어쨌든 계획에는 없던 일 때문일까?

데자르는 아르스 게티아를 결성하며 다른 도플갱어들을 불러들일 수밖에 없었다.

좀 더 시간을 두고 들이기로 되어 있었지만, 상황이 꼬여 버린 터라 일찌감치 불러들이며 그의 곁에 뒀다.

덕분에 레메게톤 내부를 안정시킬 수 있었는데, 중요한 건 그런 게 아니었다.

데자르는 자이로를 보며 말했다.

“혹시, 내게서 이상한 낌새가 보일 경우, 언제든 나를 대신해야 하니. 항상 내 곁에 붙어 다니도록 해라.”

영혼 침식이 끝났을 때, 만에 하나라도 그의 정체성이 인간 쪽으로 기울 경우를 대비하여, 대체자로서 호위대를 구성한 것이다.

그를 대체하는 건 기본이며, 그를 구속하기 위한 전력이기도 했다.

이곳이 마계였더라면 저들만으로는 불가능하겠지만, 여긴 인간계였고 그는 본신의 능력 중 상당 부분을 잃어버린 상태였다.

자이로를 비롯한 아르스 게티아의 전력이면 충분하리라. 그들을 돌아보며 한 차례 고개를 끄덕인 뒤, 새로운 화제로 넘어갔다.

“트랩퍼는 지금 뭘 하고 있지?”

“여전히 왕실 거처에만 박혀 있습니다. 듣기로는 PP를 하고 있다는 것 같더군요.”

데자르는 지난 사건 이후 마루를 주목하기 시작했다.

이유인즉,

“놈이야말로 우리의 대업에 커다란 걸림돌이 될 수 있는 존재니까. 일거수일투족 전부 감시하며 보고서를 작성해 둬야 한다.”

마루를 그들의 대적자로 찍은 까닭이었다.

‘신의 가호와 사자의 축복이 함께하는 존재라니.’

용사라도 해도 빛의 힘 정도가 전부였다.

한데, 어둠의 힘까지 부리며 혼돈으로 몰아가던 마루의 모습이란, 지난 전투를 떠올리니 다시금 전율이 전신을 스쳐 갔다.

처음에는 사일론의 분신을 무찔렀던, 이곳 세상의 대영웅 인디안 존슨도 경계의 대상으로 여겼지만, 마루를 만나고 경험하니, 모든 기준이 바뀌어 버렸다.

그렇게 마루의 모든 일상을 감시하던 어느 날, 뜻밖의 인물이 등장했다.

성녀 레아!

데자르를 비롯한 모든 요원들을 바짝 긴장하게 만드는 순간이었다.

* * *

최소 조건이 2급 훈장이라는 부분에서, 난도가 너무 높다는 느낌이 팍 들었다.

그 때문인지 살짝 어두워지는 마루의 표정에, 레아가 부드럽게 미소 지으며 이야기를 이었다.

“지금 상황으로 봤을 때, 2급 훈장을 받는 건 그리 어렵지 않을 거예요.”

하지만 거기서 끝이 아닐 터, 마루는 그 이후를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최소 조건을 충족시킨다 해도 다른 조건들이 넘쳐 날 것이고, 이를 클리어하려면 적잖은 고생을 하게 될 건 분명했다.

그러고 난 뒤에도 던전 출입이 허락될지는 미지수였다.

영국 왕실 최고의 기밀이 아니던가.

작위를 얻는다고 할지라도 마루는 외국인이었고, 그런 이유로 선뜻 오픈하려 하지 않을 터였다.

‘1급 훈장을 받아도 쉽지 않을 것 같은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던전에 들어가야 한다는 게 문제였다. 오염된 여의주를 정화하고 백호의 신물을 얻어, 사신의 기운을 한데 모아야 하지 않겠는가.

‘다른 방법은 없나?’

고민에 빠져 있는 마루의 모습에 레아가 재차 입을 열었다.

“지금 하고 계시는 작업으론 원하는 결과를 얻기 어려울 거예요.”

마루가 묘한 눈으로 레아를 바라봤다.

‘…알파 버전을 아는 건가?’

계시라는 것의 관할 범위가 어디까지인지 모르기에, 선뜻 말문을 열 수가 없었다. 이에 레아가 알아서 이야기를 이었다.

“아마도 실버 박사의 유산을 통해, 뭔가를 이루고자 하시는 것 같은데, 지금 원하는 건 그곳에 없다는 계시를 받았어요. 마루 님께서 바라는 건 현실을 통해서만 얻을 수 있답니다.”

설마설마했더니만 정말로 아는 모양이었다.

물론, 알파 버전을 그대로 아는 건 아니겠지만, 실버 박사와 연관 지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했다.

그와 동시에 실망감도 느꼈다.

‘안 되는 건가.’

마루가 PP보다 알파 세계에 더 자주 접속한 건, 새로운 콘텐츠를 즐기기 위함도 있지만, 그곳 세상을 통해 정화의 힘이나 힌트를 얻고자 함도 있었다.

그의 표정을 본 레아가 재차 이야기했다.

“너무 걱정하진 마세요. 버킹엄 던전에 원하시는 게 있을 테니까요.”

“왕실의 보물일 텐데, 허락하겠습니까?”

“마루 님이 최소 조건만 클리어하신다면, 나머지는 제가 채우도록 할 테니, 저만 믿어 주세요!”

자신이 이곳에 온 이유도 그를 위해서라며, 따로 트리니티 여왕과 대면하여 기회를 만들어 줄 거라는 것이다.

그 방법이 또 놀라웠다.

“드래곤 스케일의 사용 제한을 풀어 주는 거죠.”

트리니티 여왕을 랭커급의 전력으로 만들어 주는 사기급 장비가 바로 드래곤 스케일이었다.

하지만 묵직한 사념 폐해로 인해 장시간 이용을 할 수 없다는 단점이 있었는데, 성녀 레아는 이를 해결해 주는 것으로 던전 이용권을 거래하겠다는 거였다.

“사실, 마루 님의 도움도 좀 필요해요.”

“...제가요?”

의아해서 바라보니, 그녀가 물었다.

“PP의 용아병이 마루 님 맞죠?”

눈이 동그래지는 소리였다.

“어떻게 그걸…?”

버벅거리는 마루의 모습에 레아가 재차 웃으면서 이야기했다.

“저도 PP 유저니까요.”

전 세계 공통의 오락거리가 아니던가.

특히, 각성자에게는 더더욱 특별한 게임이라는 걸, 알 만한 이들은 다 아는 상황이기도 했다.

PP의 3차 전직으로 인한 변화는 알음알음 각성자들 사이에서 퍼지고 있었고, 오래지 않아 그 같은 비밀도 세상에 드러나게 될 터였다.

어쨌든 레아 역시도 PP를 즐겼고, 당연히 그녀도 인기 영상을 볼 때가 있었는데, 그러다가 마루를 발견하게 된 것이다.

체형부터 시작해서 분위기나 전투 스타일까지 모든 게 다르지만, 프랜차이즈가 아닌 진짜배기 성녀의 눈은 진실을 보게 만들어 줬고, 용아병의 정체도 단번에 파악할 수 있었다.

특히, PP를 통해서 성녀로서의 부족한 부분을 채워 나가며, 여러 불가해한 일들을 마주한 경험이 상당했고, 또 그렇게 성장을 거듭할 수도 있었다.

그 때문에 마루에게 숨겨진 능력 역시도 짐작 가능했다.

“결정적인 건 리튜브였죠.”

거기에 담겨있는 연공법과 PP의 연결 고리를 발견하며, 마루와 PP의 연결 고리까지 닿은 것이다.

“용아병, 현실에서도 가능하시죠?”

어찌 답해야 할까?

고민은 길게 할 필요도 없었다. 그녀의 눈빛을 마주한 순간 마음의 빗장이 풀려 버린 까닭이었다.

오직 그를 위하는 마음이 동공 가득 넘쳐 나고 있던 것이다.

생각해 보면 첫 만남 때부터 오직 그를 위해서 생각하며 행동해 오지 않았던가.

레베카를 그에게 보낸 것 역시 그런 이유였고, 틈틈이 이런저런 성물을 보내온 것 등등, 덕분에 각성 초반부를 무사히 넘길 수 있던 것이다.

게다가 정보적인 부분에서도 많은 도움을 얻기도 했었다. 그동안 받은 걸 생각해 봤을 때, 그녀는 철저히 마루의 사람이었다.

그런 이유로 마루의 대답은 정해져 있었다.

“가능합니다.”

이에 레아가 슬며시 미소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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