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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그인 더 헌터-279화 (279/325)

#5. 걸림돌.

#5. 걸림돌.

영국 왕실은 작정하고 마루를 밀어주는 분위기였다.

훈장부터 시작해서 대규모 퍼레이드까지, 간만에 거대한 축제를 벌이되 그 앞에 마루의 이름을 내세우고 있는 것이다.

인식 변화가 거듭 발생하며, 그의 값어치를 매 순간 재평가하게 만드는 가운데, 여전한 모습으로 활약이 이어져 나갔다.

타타타탕….

버킹엄 한편에서 쏘아 대는 연사가 저격이 되어 저 멀리 게이트에서 나온 몬스터들을 두드렸다.

그와 동시에 터져 나온 환호성이 영국 일대를 뒤흔들었다.

라이브로 그의 저격을 구경하고 있던 터라, 자연스레 이런 반응이 이어지는 것인데, 왕실이 앞장서서 인식 변화를 이끈 덕분일까?

외국인에 동양인이란 이미지는 어느새 뒷전으로 밀려난 채, 마치 자국민처럼 그들의 영웅처럼 환호해 주고 있던 것이다.

수시로 트리니티 여왕과 클레어가 곁을 지키면서, 마루의 이미지에 여러모로 긍정적 효과를 부여한 점도 컸다.

그리고 이 같은 분위기가 무르익었을 즈음, 트리니티 여왕은 임명식 날짜를 정식으로 공표하는데, 올해 마지막 날 거창한 퍼레이드를 하며, 한 해의 마무리를 짓겠다는 것으로 결론이 났다.

바로 이어서 새해 축하 퍼레이드도 준비되어 있다며, 정말 제대로 된 축제를 열 거라는 걸 암시했다.

그렇잖아도 크리스마스 기간을 제법 떠들썩하게 보내는 이들이다 보니, 이번 퍼레이드를 향한 기대감이 상당할 수밖에 없었다.

이런 분위기를 일찌감치 읽은 각국의 여행객들은 바삐 영국행 비행기표를 끊으며, 곧 다가올 거대한 퍼레이드를 쫓아 이동을 시작했다.

* * *

레메게톤 이전, 이면의 세상에서 원래 가장 큰 화제를 몰고 다니던 건, 저 멀리 중국의 사흑련이었다.

WHA에 대항하기 위한 무림맹, 그리고 이에 저항하려는 사흑련, 그렇게 중국만이 아니라 아시아의 이면 세상에서, 가장 큰 입김을 지니게 된 단체였다.

WHA와의 힘겨루기를 비롯하여, 대외적인 시선까지 신경 써야 하는 무림맹과 달리, 걸리는 것 없이 행동하는 범죄 집단답게, 그들의 활동 방식이나 범위는 상상을 초월하는 경우가 많았다.

최근 들어 화제의 중심이 유럽으로 넘어갔다고는 하나, 여전히 이면에서 가장 큰 연합체로서 거대한 발언권과 영향력을 지니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일까?

사흑련 내부로 알게 모르게 불만이 쌓이고 있었다.

“허… 갑자기 바깥에 눈독을 들이는 녀석들이 늘어나는 추세입니다.”

“이게 전부 레메게톤 놈들 때문에 헛바람이 들어서 그런 거예요.”

“빌어먹을 트리니티!”

“여왕이 외통수를 뒀어.”

“멍청한 짓이었지. 그것 때문에 결국 레메게톤 놈들에게 땅덩이를 내준 것 아니겠나.”

레메게톤의 얼굴이 드러났지만, 그들을 무작정 비방하며 저격할 수는 없었다.

자칫 그간 숨겨 왔던 이면의 스토리들이 흘러나올 수 있기 때문이었는데, 그 때문에 잠시 거리를 둘 수밖에 없었고, 이는 레메게톤에겐 터를 잡고 다지는 시간으로 작용했다.

“열심히 정보도 통제하고 화제도 돌리는 것 같긴 하던데, 결국 한바탕 난리가 나겠지.”

“듣기로는 이미 그런 분위기가 잡힌 것 같아 보이더군요.”

“흠… 임명식을 말하는 건가?”

“유럽 이면 놈들이 들썩이는 게, 아무래도 뒤에서 부추기는 인사가 있는 것 같습니다.”

“아마 레메게톤이겠지.”

“바이퍼… 데자르 그 인사가 잔머리는 알아주죠.”

사흑련에 소속된 여러 문파의 문주들이 관련해서 이야기를 나누던 중, 뜻밖의 의견이 하나 튀어나왔다.

“저희도 슬쩍 발을 담가 보는 건 어떻겠습니까?”

“저들 판에서 춤을 추자는 말씀이십니까?”

“그보단, 저들의 무대에 침을 발라 보자는 거죠.”

“흠….”

사흑련 소속 문주들이 일제히 침묵하며 턱을 괴는 게 보였다.

그 모습에 의견을 제안했던 이가 조용히 미소 지었다.

‘모든 건 하르칸님의 계획대로.’

천천히 그들의 설계도가 수면 위로 부상하고 있었다.

* * *

인디안 존슨은 고아원 출신이다.

그 때문에 실제 혈연이라 할 만한 가족은 없다고 봐야 했다.

하지만 그에게는 혈연 이상으로 진하고 깊은 형제들이 존재했는데, 놀랍게도 이들은 각자 위치에서 목소리깨나 내는 이들이 대부분이었다.

가장 대표적으로는 WHA의 2대 회장인 데일을 꼽을 수 있었는데, 존슨의 첫 번째 형제로도 유명한 사내였다.

또한 몇몇 소수의 인원만이 아는 비밀로, WHA의 1대 회장 마르코의 제자로서, 서로 사형제의 위치이기도 했다.

이처럼 남다른 재주의 실력자들을 형제로 두고 있었는데, 최근 가장 화제가 되고 있는 형제에 관한 소식이 그들을 귀 기울이게 만들었다.

―KBE라고?

―대규모 퍼레이드도 있다며?

―호… 영국에서 외국인이 2등급 훈장이라니.

―이건 확실히 사건인 것 같은데.

―간만에 모일까?

―글쎄, 시간이 되려나.

―트랩퍼라는 것도 궁금하니까. 난 일단 참석.

―각자 사정 아니까. 여유 되는 사람이나 오셔.

이 같은 반응들을 본 존슨은 실소하며 중얼거렸다.

“나도 구경이나 가 볼까?”

그러며 슬쩍 주변을 돌아보며 물었다.

“어떻게 생각해?”

딱 봐도 불순한 분위기를 풀풀 풍기는 일단의 무리들이 그를 에워싸고 있는 게 보였다.

일찌감치 저들의 기척을 읽었고, 그 때문에 가까운 마수지대로 걸음을 하며, 이들을 유인해 온 상황이었다.

기이한 일이었다.

‘흠… 어디서 온 놈들이려나.’

지난 대격변 이후, 존슨의 존재감은 업계를 완전히 뒤덮어 버렸다.

그에게 최강의 칭호가 붙고, 그 결과 섣불리 도전하는 이들이 사라져 버리면서, 한동안 불필요한 도전장을 받는 일이 없었건만, 갑자기 이런 식으로 그의 뒤를 밟는 이들이라니.

‘한데 뭉쳐서 오기라도 한 건가?’

그러한 생각을 한 건, 피부를 저릿하게 만드는 저들의 기세 때문이었다.

하나같이 말도 안 되는 실력자들이었다.

‘죄다 랭커급인가.’

아무리 던전과 마수지대만 돌며 살았다지만, 그래도 업계에 대한 소식은 상당히 빠삭한 편이었다.

하나 그런 그의 기억에도 저 같은 실력자들은 존재하지 않았다. 아무리 머리를 굴려 봐도 답이 안 나왔고, 그 때문에 묻지 않을 수가 없었다.

“어디서 나온 거냐?”

물론, 대답이 나올 리는 없었다. 유일하게 나온 말이라고는 하나뿐이었다.

“죽.인.다!”

묘하게 버퍼링이 걸리는 느낌이랄까?

그 끊기는 음성 사이에서 기이한 이질감을 느꼈고, 오래지 않아 그 정체를 깨달을 수 있었다.

크르르르….

크으으….

마치 신체 변형 능력자처럼, 외형이 크게 변화한 것인데, 일반적인 변형 능력자처럼 동물형이 아닌, 저 던전의 몬스터들을 연상시키는 모습으로 변화한 것을 볼 수 있었다.

이에 존슨의 표정이 굳어졌다.

‘뮤턴트?’

마루에게 들은 바 있었을 뿐만 아니라, 다른 방면에서도 정보를 접한 바 있었다.

[도플갱어란 것들이 원래 인간을 가지고 노는 데 도가 튼 놈들이야. 몬스터를 재료로 하는 것보다, 인간을 재료로 괴물을 만드는 게, 그놈들에겐 더 쉬운 일이거든.]

이어진 내용은 그를 분노케 하기도 했다.

[더 짜증 나는 건, 그렇게 장난질을 하면서 망가트리는 게 그놈들 취미라서, 원래대로 돌려놓을 방법도 없다는 거지.]

존슨은 안광을 번뜩이며 입을 열었다.

“데자르냐? 아니면 하르칸?”

아주 미세한 반응이었지만, 괴물들의 눈가에 옅은 떨림을 보았고, 이를 통해서 답을 얻어 낼 수 있었다.

‘하르칸인가.’

이제는 이런 식의 움직임까지 보여 줄 수 있다는 건, 마계의 은밀한 침투가 생각 이상으로 깊게 이뤄졌음을 의미하는 게 아니겠는가.

그 일원이 레메게톤의 총장 자리를 잡은 시점에서, 많은 부분 이야기가 끝난 것이기는 했다.

문득, 한 녀석의 분위기가 돌변하는 게 보였다.

광기로 물든 동공 위로 어두운 물결이 흐르는데, 거기서 진한 마기의 흔적을 느낄 수 있었다.

그게 뭔가 싶어서 유심히 관찰할 때였다.

“인.디.안…존…슨….”

놈이 말문을 열었다.

그 순간 존슨은 괴물에게 미지의 의식이 깃들었음을 깨달았다. 이를 확인하고자 입을 열었다.

“네가 하르칸이냐?”

“감…이…좋…군.”

일종의 주파수라 할 만한 게 그리 좋진 않은 모양인지, 자꾸만 끊기는 음성이 나왔다.

“…사.일…론…이냐?”

마계에 대한 정보를 알고 있다는 점에서, 두 가지를 의심할 수 있었다.

관측자 그리고 사일론!

은밀하게 이곳 세상에 침투하는 과정에, 이런저런 다양한 것들을 훔쳐봤을 뿐만 아니라, 이제는 데자르에 의해서 더욱 많은 정보가 건너오는 상황이었다.

그로 인해서 관측자가 마계를 엿볼 수 있는 한계도 정리할 수 있었는데, 사실 이 부분은 PP의 마계를 살피는 게 답이었다.

여전히 마계의 외곽 정도만 엿보고 있는 세상이었다. 갑자기 북마계의 주인을 언급한다는 건, 사일론으로 결론이 날 수밖에 없었다.

“큭…큭.큭…천.한.핏줄은…어쩔.수.없나…인.간…놈.들.과…붙어…먹.다.니….”

뚝뚝 끊기는 음성과 웃음소리가 묘하게 거슬렸다.

그 때문일까?

퍼억!

존슨은 주먹을 휘둘러 버렸고, 이를 맞은 괴수가 요란히 튕겨 나가는 게 보였다.

부르르르….

잠시 몸을 떠는가 싶더니, 오래지 않아 굳어 버리는데, 딱 봐도 즉사였다.

그 순간 다른 방향에서 마기가 치솟는 게 느껴졌다. 하르칸이 새로운 괴수의 몸을 빌려서 의식을 내려보내고 있던 것이다.

“성.격…더러운…건…사.일.론과…판박이…끼리끼리…어.울.려!”

존슨이 가운뎃손가락을 들어 주며 물었다.

“날 찾아온 건, 어떻게 처리라도 해 볼 생각인가?”

“가.능.하…다면….”

그러다가 눈살을 찌푸리며 말한다.

“…불.가.능…더…강.해.졌군. 쯧….”

이곳에 보낸 뮤턴트들은 충분히 넘치는 전력이었다. 바이퍼가 만든 어설픈 뮤턴트와 달리, 온전한 의식이 넘어간 도플갱어를 통해, 제대로 만든 최상위급의 뮤턴트였던 것이다.

한 번에 모든 생명력을 불사를 뿐만 아니라, 그 심장에 다채로운 마정석까지 박아서, 출력까지 한계를 아득히 넘어서게 뽑아내는 대괴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답이 안 나왔다.

이를 확신한 건, 조금 전의 일격이었는데, 설마 그 한 방에 작정하고 준비한 뮤턴트가 바로 고장이 나 버릴 줄이야.

“오.늘.은…경.고….”

존슨이 실소하며 손을 까딱였다.

“혓바닥이 너무 길다. 버퍼링도 심한데 적당히 지껄이고 그만 드루와.”

눈살을 찌푸리던 괴수가 먼저 움직이고, 그 뒤로 다른 마물들이 뒤따랐다.

최초에 예상했던 것처럼, 하나같이 랭커급의 기운을 내비치며 사납게 달려들고 있었다.

존슨도 그에 맞서 기운을 한껏 끌어올렸고, 이들이 만들어 낸 말도 안 되는 기파는 인근 몬스터들을 바깥으로 내몰면서, 때아닌 웨이브 현상을 일으켜야만 했다.

이날, 관련한 뉴스로 한국이 들썩였다.

[청계산 몬스터 웨이브?]

[청계산 마수지대 반파!]

[청계산에 운석이…?]

* * *

저 너머, 다른 차원의 세상을 집요하게 엿본 여파라고 해야 할까?

하르칸은 피로감에 지끈대는 미간을 짓누르며 한숨을 푹 내쉬어야만 했다.

‘인디안 존슨!’

그가 보낸 암살자들이 전부 망가져 버렸다.

재활용만 잘하면 적어도 서너 번은 더 사용할 수 있는 ‘물건’들이건만, 그걸 한 방에 박살을 내 버린 것이다.

데자르가 했던 이야기가 떠올랐다.

[정마루. 그놈이 대적자입니다.]

그들 최대의 방해물로 마루를 지목한 것인데, 하르칸은 이에 대해 고개를 저어 보였다.

‘역시… 놈이, 존슨이 문제였어.’

일족의 원수이며 최대의 난관이었던 존재.

사일론!

분신이라 할지라도 무려 그 전신을 패퇴시켰을 뿐만 아니라, 이제는 그와 함께하며 일족의 미래에 걸림돌을 세우고 있었다.

각국의 여러 정보 단체에서 그들 일족의 계획에 균열을 내고 있다는 소리에, 관련 정보를 수집해 본 결과, 그 출처가 존슨에게 있다는 걸 들었고, 이에 뮤턴트들을 보낸 것이다.

그리고 이제는 존슨 너머에 사일론이 있다는 것까지 알게 됐다.

사일론과 존슨!

그 둘이야말로 그들 ‘일족’의 대적자이리라.

하르칸은 저 차원 너머의 데자르에게 메시지를 보내, 이를 강하게 각인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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