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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그인 더 헌터-301화 (301/325)

#2. 달링~!

#2. 달링~!

조각배 하나 띄워 놓고, 저 드넓은 대해를 건넌다고 하면, 과연 어떤 반응이 나올까?

“미친 거지.”

“제정신으로 할 짓은 아니지.”

“가능한 일이긴 하냐?”

공통되게 이런 반응이 이어질 터였다. 각성을 통한 초능력자가 넘쳐 나는 세상임에도 이런 반응은 달라지지 않았다.

오히려 이런 시대이기에 더욱 자제해야 할 행위였다.

과거였다면 낭만으로 여기는 이들도 있었겠지만, 지금은 생사가 갈릴 수 있는 행동이기 때문이었다.

“해양 몬스터가 어디서 튀어나올 줄 알고.”

“재수 없으며 해저 던전으로 끌려들어 갈 수도 있어.”

“얌전히 뭍으로 다녀라.”

한데, 지금 여기에 그 미친 짓을 행하는 이가 있었다.

“허… 매번 이런 식으로 바다를 건넌 거야?”

이반나의 물음에 존슨이 어깨를 으쓱이며 노를 저었다.

촤촤촤촤촤촤….

그 순간 자그마한 조각배가 매섭게 바다를 가르며 질주했다.

따로 발전기나 모터를 통한 이동도 아니었다.

원시적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단순하게 나무로 된 배에 제법 단단한 노 하나가 전부였다.

하나 겨우 그 정도로 이 거대한 바다를 헤쳐 나가기엔 무리였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느 하나 부서지는 경우가 없었으니, 이는 존슨의 포스가 절묘하게 배와 노를 감싸고 있기 때문이었다.

굳이 모터를 돌릴 필요가 없는 건, 그가 내는 속도가 더 빠른 이유도 컸다.

추가로 하나 더,

“돈 아깝잖아.”

적당히 커다란 나무 몇 개로 단숨에 뚝딱 만든 것, 그게 지금 그들이 타고 있는 조각배였다.

“가면서 한바탕하다 보면 박살 날 텐데.”

현재 그들이 향하는 장소는 세계 최악의 마수지대라고 불리며, 인간들의 손에서 완전히 벗어나 버리면서, 항간에는 세상의 끝이라고 불리는 영역, 북극이었다.

당연하게도 거기까지 가는 여정도 보통 힘든 게 아닌데, 북극은 바닷길만이 아니라, 저 너머 하늘까지도 몬스터들의 생태계가 완벽히 자리를 잡아 버린 터라, 사람들의 발길이 뚝 끊겨 버린 지역이었다.

대격변을 제대로 막아 내지 못한 대표적 사례로서, 하필이면 그 대격변의 규모도 역대 최악이라 불렸던 터라, 이처럼 북극 주변을 전부 괴수들에게 넘겨줘야만 했다.

앞서 언급했듯 사방이 몬스터인 공간으로서, 북극의 바닷길을 타는 시점에서 이미 그들은 마수지대에 들어선 거나 다름없었다.

당장 그들이 지나는 바닷길 아래로도, 무수히 많은 해양 몬스터들이 몸부림을 치며 뒤를 따르는 중이지 않던가.

물론, 그러다가도 다른 몬스터의 영역에 닿아, 결국 자기들끼리 마찰을 일으키며, 저 보이지 않는 해저 깊숙한 곳에서 물고 뜯는 격전이 펼쳐지고는 했다.

촤촤촤촤촤촥!

존슨의 노 젓는 솜씨는 실로 탁월해서, 어지간한 해양 몬스터는 감히 따라잡기도 어려웠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어이 달라붙는 놈들이 있었는데, 그 경우에는 딱 조각배 한정으로 통제하던 포스를 좀 더 넓게 퍼트리며, 달라붙던 놈들에게 숨겨 놨던 존재감을 드러내는 걸로 충분했다.

부르르르….

과거, 랭커급의 존재감으로도 쫓아내는 건 문제도 아니었건만, 이제는 그마저도 뛰어넘는 수준이었다.

그렇다면 차라리 기세를 퍼트린 채, 편하게 이동하는 게 낫지 않겠냐고 물을지도 모르나, 이는 너무도 위험한 행동이었다.

얼음마녀!

북극 마수지대의 주인을 부르는 명칭으로서, 널리 알려진 이명에서 짐작할 수 있듯, 그 정체는 정말로 ‘마녀’였다.

그 특별한 존재로 인해, 북극 마수지대에선 섣불리 존재감을 드러내는 게 위험했다.

마녀의 눈과 귀가 곳곳에 퍼져 있기 때문이었다.

자칫 그녀의 심기를 거슬리게 할 경우, 마굴의 심처에서 그녀의 호위대가 움직일 수도 있었다.

‘최악은 마녀가 직접 움직이는 거지.’

과거, 먼발치서 본 적 있던 마녀의 모습을 떠올리니, 저도 모르게 등허리가 서늘해지며 몸서리를 치게 만들었다.

‘지금이라면… 한번 해 볼 만할지도.’

그렇다고 해서 무리하고 싶진 않았다.

혼자도 아니고 이반나까지 함께하고 있는 상황이지 않던가.

얼마나 더 들어갔을까?

저 멀리 섬뜩한 마수지대의 본체가 시야에 들어올 즈음, 이반나가 주변을 쭈욱 돌아보며 물었다.

“어떤 것 같아?”

이상 현상에 관한 질문이었는데, 북극은 어지간한 헌터들도 방문을 꺼리는 장소다 보니, 관련한 정보가 워낙 미미했고, 그 때문에 이반나도 아는 바가 많진 않았다.

오랜 과거의 정보는 제법 있었지만, 마수지대로 변한 뒤 강산이 두 번은 바뀌었으니, 오래된 구닥다리 정보일 뿐이었다.

그 때문에 나름 전문가라 할 수 있는 존슨에게 묻는 것이다. 그는 가끔씩 북극을 방문했기 때문이다.

이에 존슨은 대답 대신 나직이 신음했다.

벌써 보여서는 안 되는 여러 몬스터들이 감각권에 잡힌 것만이 아니라, 마기의 농도 역시 과거에 방문했을 때보다 높아진 걸 확인할 수 있었다.

특히나 소름 끼치는 건?

‘이 향기….’

마녀의 향수 냄새가 바닷길까지 퍼져 있단 점이었다.

‘…최악이군!’

그 와중에 배는 마굴에 다다랐다.

* * *

던전과 마수지대에서 발생하는 각종 기현상, 그리고 이로 인한 업계의 동선 변화까지.

마루는 이 모든 것들을 살피며, 새삼 현무암과의 대화를 떠올렸고, 정말로 대환란이 다가오고 있다는 걸 피부로 느껴야만 했다.

그 때문에 그는 잠시 해이해졌던 마음에 채찍질을 하며, 열심히 PP를 뛰었고, 어느샌가 십이지섬의 끝자락에 다다를 수 있었다.

―기어이 열두 번째 섬까지 오픈!

―용아병 클라스!

―대형 길드들 배 좀 잡고 있겠네.

―꼬소하다!

마루를 제외하고 아무도 십이지섬의 마지막까지 다다른 이가 없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가 섬을 정복했다는 걸 아는 건 그리 어렵지 않았다.

[첫 번째 섬의 정복자가 탄생합니다!]

[인류 영웅 ‘용아병’님께서 명예의 전당에 오릅니다.]

이처럼 알람이 뜬 까닭이었다.

대개 이런 상황에서는 알람 설정을 본인이 할 수 있는데, 마루는 굳이 숨기지 않고 오픈을 해 버렸다.

그 와중에 대외적으로 유명한 이명을 앞세우면서, 그가 해냈다는 걸 대대적으로 알리기도 했는데, 이유는 여럿 있었다.

‘어차피 익명이니까.’

용아병도 진짜 아이디는 아니지 않던가.

‘그리고 명예의 전당에는 올라가야지.’

비공개로 할 경우, 명예의 전당에는 이름을 올릴 수 없었는데, 이게 또 상당한 혜택이 있었다.

‘상점 할인 10%도 놓칠 수 없고.’

밝히지 않는다고 해서 혜택이 없는 건 아니지만, 공개와 비공개에서 3%의 차이가 있었다.

오픈한다는 건 공식적으로 세계에 밝힌다는 것이고, 이는 언제든 그의 얼굴을 명함으로 사용할 수 있단 뜻으로, 요정 상점만이 아니라 일반 상점에서도 당당히 혜택을 요구할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한 가지 더,

―대형 길드들 이를 갈고 있던데.

―혼자서 모든 혜택을 독식했으니까.

―최초 칭호도 꽤 챙겼을 듯.

―길드장들 모여서 비밀 회담도 열었다던데.

―용아병 척살조, 뭐 이런 거라도 나오려나?

―이전에도 쫓고 있던 것 같던데.

―그땐 회유였지만, 지금은 글쎄….

저 같은 길드들의 반응을 끌어내기 위함이었다.

마루가 생태계를 파괴시키며 대형 길드들은 적잖은 위협을 느끼는 중이었다.

특히, 길드를 배 불릴 수 있는 여러 혜택들이 날아갔음에, 마루를 향한 분노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냉정히 표현하자면 마루에게 잘못이 있는 건 아니지만, 그들은 스스로를 일종의 특권층으로 여기고 있는 터라, 자신들의 것이라 여겼던 십이지섬의 혜택을 빼앗겼단 생각에, 뜻밖의 복수심을 불태우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바로 이게 마루의 노림수였다.

‘언제쯤 오려나.’

십이지섬의 끝자락, 그곳으로 들어오는 선착장 입구에서, 그는 차분히 자리를 잡은 채 명상에 잠겨 있었다.

여러 커뮤니티를 통해서 저들도 슬슬 막바지에 다다르고 있음을 알았고, 그 때문에 여기서 자리를 잡은 채 기다리는 중이었다.

그렇게 얼마나 기다렸을까?

그는 사방 가득 넘실거리는 진득한 죽음의 향기를 맡을 수 있었다.

십이지섬의 몬스터들이 찾아온 걸까?

아니었다.

‘드디어 왔나 보네.’

바로 그에게 이를 갈던 수많은 길드와 그 정예들이었다. 마루는 그들이 포위하기를 기다리며, 태연히 명상을 이어 나갈 뿐이었다.

그리고 이런 그의 태도가 각 길드의 수장들을 짜증 나게 만들었다.

“설마, 우리가 온 걸 모르는 건가?”

“헛소리! 우릴 무시하는 거야.”

“건방진 놈!”

마치 그들을 기다렸다는 듯, 선착장에 자리를 잡고 있었다는 점이 더욱 열 받는 부분이었다.

그리고 이는 길드장들만 느끼는 감정은 아니었다. 각 길드의 정예들 역시 비슷한 심경으로 마루를 노려보는 중이었는데, 그럴 수밖에 없었다.

혜택 부분도 그렇지만, 언급했듯 그들은 PP를 대표할 만한 길드의 정예들로서, 십이지섬을 개척하는 최전방의 실력자들이 아니던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시당한다?

‘이건, 못 참지!’

‘작살을 내 주마!’

그 살기등등한 기세가 오히려 마루를 미소 짓게 만들었다. 가면에 가려 있어 이를 볼 수는 없었지만, 눈가에 비치는 웃음기는 드러났던 터라, 반응들이 한층 격해지는 걸 살필 수 있었다.

‘이거, 정말로 위험하겠는데.’

딱 그가 원하던 상황이었다.

‘그래도 이 정도는 돼야지.’

그의 새로운 능력과 재주들을 맘껏 쏟아 내기 위해, 그는 이 상황을 끌어낸 것이다.

추가로 한 가지 더,

‘다신 귀찮게 안 하겠지.’

오늘을 끝으로 확실한 눈높이를 알려 줄 생각이기도 했다.

마루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후우우웅….

그와 동시에 사방으로 퍼져 가는 기세가 수많은 유저들의 어깨를 짓눌렀다.

‘으음… 이 무슨 압박감이….’

‘…천외천급이라더니. 정말이었나?’

‘씨발! 어차피 혼자. 이 숫자를 상대로 별수 있겠어.’

초감각 덕분인지 그들 내면의 갈등과 흔들림이 피부로 전해졌고, 그 때문에 재차 웃어 보인 마루가 주변을 쭈욱 돌아본 뒤, 손을 들어 앞뒤로 까딱였다.

“들어와야지?”

왠지 모를 놀림조의 음성에 이끌리듯, 짜증을 일으킨 유저들이 대거 달려들었다.

* * *

사일론은 일과 중 대부분의 시간을 PP에서 보내 왔었다.

하지만 어째서일까?

오늘 그는 멍하니 동네만 이리저리 거닐며, 의미 없는 시간만 보내고 있을 뿐이었다.

그 이유는 간단했다.

‘베르도아 치토르 드래픽….’

용사의 검을 통해서 자신의 비밀 하나를 엿본 까닭이었다.

‘…지금까진… 어머님 덕분에….’

용사의 핏줄이기에, 모친이 물려줬던 남다른 재능이 있어서 살아남을 수 있다고 여겼었다. 한 세계를 구한 영웅의 재능이지 않던가.

한데, 어쩌면 그 재능 속에는 다른 의미가 부여되어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그토록 궁금했던 부친!

‘어떤 마족 놈인지 궁금했었는데….’

자신이 상상하는 게 맞다면, 그야말로 정말 최악이라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그 때문에 바삐 성장에 힘써야 할 시기임에도 불구하고, 이리 정처 없이 떠돌고만 있는 거였다.

그러다가 뒤늦게 주변을 돌아볼 수 있었다.

‘…여긴?’

반칼죽에 대한 생각이 과했던 걸까?

마루의 동네까지 와 버렸다.

한 차례 눈살을 찌푸리던 것도 잠시, 한숨과 함께 발길을 돌릴 때였다.

‘어라?’

순간적으로 그의 사고가 멎었다. 걸음이 굳었다. 고개도 한 방향에 고정된 채 멈췄다.

시야가 닿은 곳엔 놀이터가 있었는데, 그 중앙에 웬 아이들 셋이 고양이 한 마리와 흙장난을 하고 있는 게 보였다.

보통 아이들이 아니었고, 평범한 고양이도 아님을 한눈에 알아봤다.

그 부분이 그를 붙잡았을까?

아니었다.

‘방랑무녀….’

한 소녀의 모습이 그를 잡은 것이다.

‘…라미아타?’

그의 집요한 시선 때문일까?

소녀의 고개가 그에게로 돌아가고, 두 아이의 시선이 교차되더니, 이내 소녀의 동공이 크게 확장됐다.

“사… 사일론?”

서로가 서로를 알아보는 가운데, 소녀, 라미의 얼굴 가득 당혹감이 깃드는 게 보였다.

반칼죽과 핏줄 등, 어지럽던 머리가 잠시 맑아지는 걸 느끼며, 사일론이 활짝 핀 얼굴로 라미를 보며 외쳤다.

“달링~!”

소녀의 표정이 와락 구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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