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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라스베이거스?

#4. 라스베이거스?

풀려선 안 될 영상이었다.

PP를 대표하는 거대 길드들의 패배가 고스란히 박혀 있기 때문이다.

한데, 이게 웬일?

[스페셜포스 vs 아이언슈트]

그 치욕의 역사가 세상에 퍼져 버렸다.

거대 길드들을 통칭하는 ‘스페셜포스’가 언급되니, 사람들은 호기심에서라도 클릭을 하지 않을 수 없었고, 이내 말도 안 되는 화젯거리가 폭발하고야 말았다.

―설마설마했는데, 정말로 붙은 거야?

―이거 유출돼선 안 되는 영상인 것 같은데.

―안 그래도 스페셜포스에서 범인 잡는다고 난리라더라.

―누군지 모르겠지만, 걸리면 PP는 접어야겠네.

그런 반응들도 잠시였다.

―워… 저게 가능한 건가?

―맨몸으로 저걸 버텨 낸다고?

―대체 물마방이 얼마나 되는 거야?

―공격이 더 골 때리는데. 살다 살다 맨손으로 마법을 잡아채는 건 처음 봤네.

―그대로 되돌려 주는 게 포인트.

―저거 발 구를 때마다 땅거죽 뒤집히는 거, 어스퀘이크냐 아니면 그냥 진각이냐?

―육체파인 줄 알았는데, 무슨 블링크를 저리 화려하게 쓰누? 애초에 저렇게 쿨이 짧은 스킬이었나?

―내 생각에는 그냥 빠르게 움직이는 것 같은데?

―거의 축지 수준이네.

영상은 너무 일방적이었다.

―허… 스페셜포스가 저렇게 털릴 줄이야.

―아이언슈트가 천외천하고 동급이란 말이 많았는데, 이건 오히려 한 수 위인 것 같지 않음?

―어떻게 저게 가능하지?

―신화등급 아이템 한둘로는 부족할 듯.

―무슨, 신화등급으로 풀세트 장비라도 맞춘 건가?

―하나만 구해도 기적인데, 그게 가능한 일이냐?

―불가능한데… 영상도 말이 안 되잖아.

사람들의 뜨거운 반응이 이어지는 가운데, 영상은 어느새 막바지에 이르렀고, 각 거대 길드의 수장들까지 뛰어들며 합공을 쏟아붓는 장면이 이어졌다.

그 결과,

―스페셜포스 패배!

―진짜 신화등급 장비로 도배를 한 건가?

―너무 압도적이잖아.

―애하고 어른이 붙는 느낌이네

―체급 차이가 너무 난다.

아이언슈트의 승리로 끝을 맺었고, 영상은 딱 거기서 마무리됐다.

그리고 이 영상은 전설이 됐다.

[도전 1대 100]

* * *

존슨은 영상을 보며 이야기했다.

“생태 파괴가 심한 거 아니냐?”

그 말에 핸드폰 너머로 마루가 태연한 음성으로 답했다.

―이 정도는 해야 다신 귀찮게 안 할 테니까. 딱 적당해. 이런 반응까진 생각 못 했지만.

마루는 스페셜포스에게 경고하는 것까지만 계획하고 있었지, 이렇게 영상이 세상으로 퍼지고 커다란 화제가 되는 것까지는 계산에 없었다.

“네가 올린 영상인 줄 알았는데.”

그 말에 마루가 한숨을 내쉬었다.

―카메라 앵글이 다르잖아.

“따로 재주를 부렸겠거니 싶었지.”

―난 아니야.

영상 속 화면 전환은 한 명이 아닌 여럿의 촬영 영상이 편집된 느낌을 감출 수가 없었다.

“…앵글로 봐선 길드 놈들이 각자 찍었던 영상이 통째로 유출된 것 같은데. 거참, 신기한 일이네.”

누가 이런 재주를 부렸는지가 의문이었지만, 그들로서는 알 길이 없었기에, 관련해선 짧은 대화를 끝으로 넘어가야만 했다.

―것보다 북극은 어땠어?

새 화젯거리를 꺼내는 마루의 물음에 존슨은 눈살을 찌푸렸는데, 이는 북극에서 봤던 걸 떠올린 까닭이었다.

“최악이었지.”

음성에 담긴 진득한 감정을 읽은 듯, 마루가 걱정스레 물었다.

―뭐가 어떻게 됐길래 그래?

이반나와 함께 북극 마수지대의 본섬에 진입했을 때, 존슨은 뜻밖의 사실을 알아 버렸다.

“마녀의 향기가 사라졌더라고.”

바닷길을 타고 오는 내내 코끝을 간질거리던 향이 더는 맡아지지 않았던 것인데, 과거에는 본섬에서만 느껴지던 것과 반대되는 상황에, 심상치 않은 상황임을 짐작할 수 있었다.

그 이유를 살피기 위해 조사에 들어갔고, 의외의 것들이 하나씩 드러나기 시작했다.

“본섬의 마기 농도가 상승했더라고.”

그냥 높아진 정도라고 할 수준이 아니었다. 바닷길이 한층 넓어지고, 나와선 안 될 마수들이 외곽까지 튀어나올 정도였다.

―빙빙 돌리지 말고, 빨리 본론으로 넘어가자.

마루의 재촉에 존슨이 아쉬움에 입맛을 다시며 말했다.

북극 마수지대의 기현상에 대한 건, 멀리 심처 깊숙이까지 들어갔을 때 파악할 수 있었다.

마녀의 얼음성이라 불리는 장소로, 거기에는 얼음마녀가 빙산을 깎아 만든 거대한 성이 자리하고 있었는데, 놀랍게도 그 성의 꼭대기로 크고 강렬한 게이트가 발생 중이었다.

―게이트라면… 대격변?

처음엔 존슨도 그렇게 생각했었다. 하지만 오래지 않아 그와 다르다는 걸 깨달았다.

세계에서 가장 많은 대격변을 경험해 본 만큼, 그 방면에 있어선 최고의 전문가라 할 수 있었고, 덕분에 빠르게 차이를 감지해 낸 것이다.

“대격변이었으면 진작에 열렸을 거야.”

그보다 더 커다란 무언가임을 짐작했다.

특히, 균열에서 게이트의 형태로 넘어가면, 바로 오픈을 준비해야 하건만, 그가 봤던 게이트는 꾸준히 덩치를 키워 가는 중이었다.

이미 게이트 형태를 이뤘건만, 아직 완성된 게 아니라는 느낌이었다.

본증적으로 당장 막아야 한단 예감이 들었지만, 상황이 이를 허락하지 않았다.

일단 얼음마녀 본인도 무시할 수 없는 강자였고, 성 주변에 잔뜩 깔려 있을 그녀의 호위대 역시 경시할 수 없었다.

수많은 랭커로 이뤄진 정예 부대라면 모를까.

그와 이반나 단둘이서 덤벼드는 건 무모함을 넘어, 자살행위나 다름없는 수준인 것이다.

게다가 느낌적인 느낌이랄까?

‘분명, 들킨 것 같았는데.’

착각이 아니라면 왠지 얼음마녀가 그를 알면서도 내버려 둔 것 같단 생각이 들었다.

그 때문에 관련해서 전문가의 의견이 필요했고, 북극 마수지대를 나오자마자 이 방면의 최고 권위자에게 연락을 취했다.

―누군데?

“사일론.”

―아….

납득할 수밖에 없었다.

바로 얼마 전까지 마계 대공이었던 존재가 아니던가. 그만큼 마계에 관해 잘 아는 이가 어디 있겠는가.

과연, 사일론은 바로 답을 내어 줬다.

―뭐라는데?

“예상하던 그게 맞더라. 대격변보다 위 등급.”

―…대환란 게이트?

“그래, 대환장 게이트!”

―환장하겠네.

그게 왜 하필 북극 마수지대인가에 대한 의문에는 예상했던 것부터 예상치 못했던 것까지, 골머리 아픈 내용이 줄줄이 이어졌다.

세계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제일의 마수지대, 그 때문에 그곳에서 최악의 현상이 발생하는 것, 그게 존슨이 예상하던 부분이었다.

그렇다면 예상치 못한 건 뭘까?

먼저, 얼음마녀의 정체였다.

[그녀도 너희 같은 인간종이지. 약간 차이가 있다면 마녀 일족의 일원이라는 것 정도?]

사일론은 그리 말하며 엘프나 드워프 등, 유사 인종들을 여럿 언급했다. 오히려 인간에 더 가깝다고 하는데, 이들 마녀 일족은 실제 인간들 사이에서 태어나는 돌연변이에 가깝기 때문이었다.

타고난 마력 감응력으로 인해, 마법사로 치면 대마법사급의 자질을 선천적으로 부여받는다고 했다. PP와 비유하자면 3차 전직 수준의 재능을 타고나는 것이다.

[데이지… 아! 이건 너희가 얼음마녀라고 부르는 그녀의 이름이야.]

의외의 정보도 얻을 수 있었다.

[마녀 일족은 다양한 존재들과 계약을 맺고, 그 힘을 빌려다 쓰는 게 특징인데, 데이지는 좀 특별한 존재와 계약을 맺었지.]

그 정체는?

“마왕이라고 하더라.”

―허….

마왕과의 계약은 특히 더 특별했는데, 정령술사가 4대 원소의 정령왕 전부와 계약하는 것만큼 극악한 난도를 지닌 일이었다.

얼음마녀가 탄생했던 대격변 게이트가 유독 더 많은 마물을 쏟아 내며, 역대 최악으로 손꼽혔던 건, 그 같은 마녀의 역사가 있기 때문이기도 했다.

이제라도 달려가서 막아야 하나 싶었지만, 사일론은 고개를 저으며 이를 말렸다.

[게이트가 만들어졌다며. 완성된 건 아니지만, 일단 형상은 갖췄으니까. 여차할 땐 언제든 마물을 쏟아 낼 수 있을걸.]

북극 마수지대의 몬스터와 최소 대격변 수준의 추가 마물이 더해진다?

어지간한 수준으로는 감당할 수 없을 터였다.

[이미 방벽에는 구멍이 송송 뚫렸어.]

침공의 카운트다운에 들어갔다며, 이미 막기에는 늦은 걸 대비나 철저히 하라는 이야기를 끝으로, 사일론은 통화를 끊어 버렸고, 이후 잠시 정신을 가다듬고 난 뒤에야 마루에게 연락을 한 것이다.

―어떻게 할 거야?

그 물음에 존슨은 생각했던 바를 입에 담았다.

“사일론 이야기처럼 막기에는 이미 늦었지만, 그래도 지연 정도는 시켜 봐야지.”

그런 이유로 한동안 한국은 들어가지 못할 듯싶었다.

“레메게톤 놈들 좀 족치고 다녀야지.”

―결혼식은?

그 부분에서 존슨이 살짝 주저하며 입을 열었다.

“지금 라스베이거스야.”

―…어?

“인터넷 생방권 결제했으니까. 댓글 달아.”

존슨과 이반나, 그 둘의 결혼식이 열렸다.

―…What?

성대하진 않았지만 임팩트는 확실했다.

* * *

연달아 터지는 화젯거리에 세상이 떠들썩했다.

최근 세계적인 오락거리인 PP에서 스페셜포스가 망신을 당한 것부터 시작해서, 세기의 스타들의 결혼식 소식까지, 세상이 깜짝 놀라기에 충분했다.

[인디안 존슨과 이반나의 결혼식]

패밀리를 비롯하려 아는 소수의 인원에게만 연락을 돌린 터라, 라이브로 본 이들은 그리 많지 않았지만, 저장 영상이 있었던 탓에, 이를 통해서 세상에 전파되는 건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아아… 누님이 결국….

―울지 마. 좋은 곳으로 가셨을 거야.

―누가 보면 죽은 줄 알겠다.

―이제 가면 언제 오나.

―그만해 이 미친놈들아!

커뮤니티가 난리가 났다.

―아니. 성대한 결혼식을 준비하네 마네 하더니. 이건 뭔데?

―그러게. 갑자기 뭔 일이야?

―너무 뜬금없어서 어그로인 줄 알았더니, 실제 영상이 똬악! 눈물이 쫘악! 이반나 누니이이임~!

―차라리 어그로였으면. 흑… 누나아아~!

―상대가 하필 존슨이라서 욕도 못 하겠다.

―그냥 울자.

―아아아앙~!

―으아앙~!

이 갑작스러운 결혼식에는 이유가 있었다.

대환란!

북극 마수지대에서 그 징조를 확실히 살핀 뒤, 상황이 생각 이상으로 급박함을 알게 된 터라, 존슨은 환란 이후로 결혼식을 미루자고 한 것이다.

하지만 이반나는 그럴 생각이 없었다.

[굳이 성대할 필요 있나? 마음이 중요하지.]

그러더니 대뜸 존슨의 덜미를 잡고 라스베이거스로 날아갔고, 번갯불에 콩 볶아 먹듯이 식을 올려 버린 것이다.

엔트라넷 덕분이라고 해야 할까?

실버 박사는 건너 건너서 이 모든 상황을 엿볼 수 있었고, 웃음을 터트리며 박수를 쳐야만 했다.

왜 하필 라스베이거스일까?

사람들은 신속함 때문이라 여길지 모르지만, 실버 박사는 그곳에 얽힌 저들 연인의 스토리도 알고 있었다.

“첫키스 장소였지.”

존슨에게 들었던 이야기로, 한참 놀아나던 청춘의 모습을 기억하던 그가 몸을 배배 꼬며 자랑하던 게 떠올랐다.

술 때문인지 그도 아니면 라스베이거스 특유의 분위기 때문인지, 아주 잠깐 서로의 맘이 맞았던 순간이라고 했었다.

아마도 그 때문에 저곳으로 향한 것이 아닐까?

실버 박사는 그렇게 예상했다.

“이러고만 있을 수는 없지.”

그리 중얼거리는가 싶더니, 허공에 몇몇 조작을 하기 시작했고, 이내 엔트라넷을 통해 인터넷으로 영향력을 뻗어 나갔다.

그 순간 강력한 반발이 밀려들며 전신을 압박해 들어오는 걸 느꼈다.

여러 차원을 엿보며 다양한 세상의 흔적들을 몸에 담은 여파로 인해, 그는 본연의 세계에서 퇴출당해야만 했다.

일종의 정령체가 되어 버린 상황.

그 때문에 세계를 엿보는 정도라면 문제 되지 않지만, 직접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하려 들 땐, 어마어마한 반동이 발생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랜 인연들의 결심을 축복하기 위해, 그는 힘겹게 세계의 압박을 이겨 내며, 짤막한 글귀 하나를 남겼다.

―축하한다. by골드맨

딱 그 정도가 그가 할 수 있는 한계였고, 겨우 이걸 올리기 위해 실버 박사는 탈진을 넘어 기절까지 해야만 했다.

정말 짧은 내용이었다.

하지만 그 여파는 어마어마했다.

골드맨!

아는 이들은 안다. 그게 실버 박사의 지인들이 사용하던 애칭이라는 걸, 그 때문에 난리가 날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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