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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그인 더 헌터-307화 (307/325)

#8. 격변 또 격변.

#8. 격변 또 격변.

각국 단체의 수뇌부는 상황이 생각 이상으로 심각하다는 걸 인정했다.

“마수지대도 아닌 도심에서 연달아 대격변이라니.”

“으음… 이래서야 기존 체계가 뒤집히는 건 시간문제 아니겠습니까.”

“골치 아프게 됐군.”

“존슨의 경고를 허투루 듣지 말았어야 했나.”

“이제라도 움직여야 하는 것이 어떨지….”

솔직히 존슨의 이야기를 무시한 건 아니었다. 하지만 마수지대라는 영역이 가디언즈와 맞물리며, 내심 그들에게 미뤄 두고 있었음은 부정할 수 없었다.

하지만 저들 전문 분야인 마굴에서 한 발짝 벗어나, 시가전으로 넘어와 버린 상황이었다.

이쯤 되면 더는 무시하기가 어려워지는 것이다.

“대환란인가… 으음….”

최악을 가정하는 게 더는 이상하지 않았다.

도쿄 사태 한 번뿐이었다면, 조금 억지를 부려 가며 우연으로 치부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상황의 급박함은 그들 예상을 벗어났다.

“이번엔 파리라니.”

일본과 마찬가지로 프랑스 역시 수도에 사달이 난 것인데, 위치가 참으로 절묘했다.

“에펠탑을 끼고 있다고?”

“이게 가능한 일이야?”

“허… 정말 우연일까?”

대격변까지는 그럴 수 있다고 친다지만, 하필 도쿄 타워처럼 파리의 랜드마크 아래로 균열이 발생하고 있던 것이다.

지난 영국의 게이트 사태 때문일까?

‘설마, 레메게톤이…?’

그런 생각이 들 수밖에 없었다.

하필이면 그들 대척점에 있는 연합체, 위저드의 본진이 있는 파리라는 점도 의심을 부풀렸다.

단지, 그게 정말 가능한지에 대한 부분 때문에, 의심에서 확신으로 넘어가지 못하고 있을 뿐이었다.

게이트를 끌어온다는 것도 황당한데, 대격변까지 조장한다?

“이건, 말이 안 되잖아!”

“저 기술은 대체… 외계인이라도 갈아 넣은 거야 뭐야?”

“허어… 보통은 아닌 줄 알았지만, 이 정도로 격차가 났다고?”

공통된 반응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단 상황은 발생 중이었고, 각국의 여러 네임드급 헌터들은 바삐 파리로 향해야만 했다.

* * *

위저드의 탑주 제라드는 어렵사리 되찾은 프랑스의 평화를 망가트리고 싶지 않았다.

특히, 이곳 파리는 그가 나고 자란 고향이지 않던가.

때문에 과감한 투자를 결심했다.

“트랩퍼에게 연락을 취해.”

물론, 관련해서 의뢰를 넣기는 했지만, 어느 정도는 계산을 하며 손해를 최소화하려 했었다.

하지만 앞선 도쿄 대격변이 그의 생각을 바꿔 놨다.

‘파리를 지켜 낼 수만 있다면, 얼마가 들어도 상관없어!’

위저드의 본진이 있는 곳이니만큼, 소속 길드의 수장들을 설득하는 것도 그리 어렵지 않았다.

“마탑은 파리의 새로운 랜드마크라 할 수 있습니다. 한데, 그 랜드마크의 주변이 황량한 사막이 되게 생겼습니다. 타워의 방비야 철저하지만, 주변 일대는 한계가 있습니다. 마탑의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도쿄 사태 같은 상황은 피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확실히 틀린 이야기는 아니었다.

‘유럽 연합이라고 하면서, 본진 주변도 막지 못해서야.’

‘타워의 결계도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는 미스터리군.’

‘한 해가 지나기도 전에 본진을 옮길 수도 없고.’

‘웨이브에 맞춰서 세웠지만, 대격변까진… 모르겠군!’

‘이참에 트랩퍼의 결계로 방벽을 강화하면 좋긴 할 텐데.’

‘으음… 자존심 문제긴 하군.’

‘트랩퍼 요청하는 값이 보통이 아니라던데.’

‘돈이 문제군.’

저들의 걱정거리를 짐작한 것일까?

제라드가 직접 가장 많은 자금을 대기로 약조한 덕에, 그들도 적당량의 투자를 결심할 수 있었다.

‘일본, 도쿄가 엉망이 된 건, 날로 먹으려고 해서 그런 거지. 하여간 날것 좋아하기는. 쯧!’

그는 영국이 트랩퍼의 재주를 사기 위해, 얼마나 많은 자금을 들였는지 알았고, 차후 게이트 사건 이후로는 따로 추가 요금까지 지불해 가며, 2차 방벽도 세웠다는 걸 들었다.

거기에 쓰인 건 실로 천문학적인 금액으로, 이를 날로 먹으려 했다는 일본 협회의 태도엔 헛웃음만 나왔다.

물론, 대격변이란 특수 상황을 이용한다면, 어느 정도 가격을 깎을 수는 있었을 것이다.

‘그래도 공짜는 아니지.’

대우까지 최악이었다는 걸 생각하니, 도쿄가 망가진 게 오히려 당연하단 생각이 들었다.

그 결과?

‘수도 이전이라니. 쯧쯧!’

저들처럼 프랑스도 새 수도를 알아볼 수는 없는 일이 아니겠는가.

임시로 자리를 잡았지만, 여전히 제대로 된 수도 이전이 이뤄지지 않은 채 말썽인 것까지, 일본은 여러모로 골치를 썩이고 있었다.

특히, 개인적으로 자랑스러운 고향 파리의 모습을 고스란히 남기고 싶은 마음이 커서, 그는 얼마든지 지갑을 열 수 있었다.

그렇게 혜성에 요청이 들어갔고, 마루의 특수 1팀과 팀 수호자는 귀국과 동시에 바로 비행기에 올라야만 했다.

* * *

레메게톤의 수장 비모는 만족스러운 얼굴로 창밖을 바라봤다.

런던 시내의 어수선한 분위기가 보였다.

도심의 대격변이란 사건으로 인한 여파였는데, 당장 이곳에 게이트가 열리진 않았지만, 언제든 열릴 수 있단 불안감이 시민들을 휘감으며, 기존의 안정감이 사라지고 있는 것이다.

아마 이런 분위기는 이곳만이 아니라, 세계 곳곳이 여러 도심지에도 공통되게 발생하는 현상일 터, 그 거대한 혼란이 침공을 가속시킬 거란 생각에 절로 미소가 그려졌다.

실제로 이를 증명하듯 대격변 게이트를 의도적으로 발생시킬 수 있게 되지 않았던가.

물론, 쉽지 않은 일이었지만, 그래도 연달아 성공시켰다는 점에서, 시간이 지날수록 발생은 쉬워질 것이고, 방벽의 균열 역시 더욱 커지며 침공 시기를 앞당길 터였다.

‘그 공을 인정받는다면….’

대마왕에게 충분히 의견을 내비칠 수 있을 것이고, 이곳 인간계를 도플갱어 일족의 재능 사육장으로 만들 수 있을 터였다.

그의 계획은 거기서 한발 더 나아갔다.

‘…이곳을 다스리는 권한도 얻을 수 있겠지.’

일족을 위해 본신을 버리고 이곳까지 넘어온 건 사실이다. 하지만 거기에는 일말의 욕심 역시 지니고 있었다.

마계에서 최고가 될 수 없다는 걸 안다.

‘하지만 여기서라면.’

그야말로 왕처럼 떵떵거리며 살 수 있을 터였다.

‘흐흐….’

미래를 생각하니 절로 웃음이 나왔다.

* * *

팀 수호자는 개개인의 무력도 뛰어나지만, 착용 장비도 보통 수준이 아니었다.

단야!

외부적으로 유명세는 대단치 않지만, 아는 이들은 다 아는 장인의 대장간에서 장비를 맞추기 때문이었다.

혜성 특수팀도 이곳에서 전용 장비를 의뢰한다는 걸 생각한다면, 그 실력은 증명된 거나 마찬가지였다.

특히, 대장간의 주인인 강하나의 실력이 최근 들어 급상승한 만큼, 무구의 수준 역시도 더욱 훌륭해진 상황이었다.

놀랍게도 강화석의 효과를 낼 수 있는 재주까지 부리는 게 바로 강하나의 상승한 실력이지 않던가.

게다가 마루가 직접 이런저런 지원을 아끼지 않을 덕분이라고 해야 할까?

대승급!

강하나는 놀랍게도 경지에 올라 버렸다.

랭커!

그 과정이 또 흥미로웠는데, 마루는 그녀가 만든 여러 무구에 과감히 강화석을 발라 줬고, 이렇게 발생하는 변화를 모두 살핀 결과, 일종의 개안을 하며 성장을 하게 된 것이다.

현실에서 PP로 그리고 엔트라 스토어로, 골드의 포인트 변환이 가능하다 보니, 강화석을 물처럼 사용하는 건 일도 아니었다.

실버 박사 덕분에 현금 총알은 든든하지 않던가.

덕분에 대승급을 하니, 무구의 수준이 한층 더 올라간 건 기본이며, 거기에 더해서 특수 효과까지 붙었다.

[정화의 불길]

그녀 스킬에 남다른 효과가 더해지며, 만드는 무구마다 마기를 비롯한 사념폐해의 억제 효과가 추가된 것이다.

기쁨으로 인해 뜨거운 하룻밤과 더해, 든든한 아침상이 추가됐다는 건, 그저 소소한 그들만의 이야기였다.

어쨌든 스킬 효과로 인해 낮은 등급의 무구들은 아예 사념폐해 자체가 사라져 버릴 정도였으니, 차후에는 상위 무구에서도 비슷한 효과가 발생하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이 있었다.

그렇게 향상된 무구 덕분일까?

―도쿄 대격변에서도 그렇고, 저 가면맨들 누구냐?

―아주 날아다니네.

―랭커… 까진 아닌 것 같고. 적어도 A급 중에서도 최상위 실력자일 듯.

―숫자가 늘었는데?

임지현과 임수현이 추가된 것인데, 특수 1팀에는 현재 휴가로 처리된 상황이었다.

―저거 코코아 패밀린가 하는 어플 캐릭터 아님?

―라이거하고 무치임.

―어째 통일성이 없냐.

한층 더 다양해진 캐릭터로 인해, 사람들은 저들 정체에 대해 더욱 큰 의문을 느껴야만 했다.

―다국적 헌터들의 모임인가?

―가디언즈처럼?

―비교 대상이 너무 나갔네.

―그냥 말이 그렇다는 거지.

그러한 현장 풍경과는 별도로, 넓게 파리 전경을 살피는 이들도 상당했다.

―살아 남았구나 에펠탑!

―부서진 곳도 꽤 있는 것 같지만, 대격변에 저 정도가 어디냐.

―도쿄 대격변 생각하면, 이게 어디냐.

―저 정도는 충분히 복구 가능한 수준이지.

―워어… 대격변을 버틴다고?

―트랩퍼 진짜 미쳤네.

―뇌가 언터처블인 듯.

―등급이 의미가 없다.

일본 협회는 또 한 차례 시달림이 예약되는 순간이기도 했다. 파리의 풍경이 멀쩡하면 멀쩡할수록, 완전히 무너져 버린 도쿄와 비교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대격변이라는 커다란 사건인 만큼, 어느 정도 전경이 망가지는 건 어쩔 수 없지만, 수도를 옮겨야 했던 도쿄와 비교하면 양호한 수준일 뿐이었다.

특히, 이번 파리행에선 도쿄 사태와는 달리, 프랑스 협회 측의 대우가 확실했기 때문일까?

마루 역시도 확실하게 현장의 활약상을 보여 줬다.

타타타탕… 타탕….

뒤에서 적당히 방아쇠만 당기는 게 아닌, 직접 전장에 뛰어들며 그 유명한 건어택을 맘껏 발휘하고 있었다.

―트랩퍼가 대단하긴 해도, 난 역시 건어택이다.

―솔직히 액션은 건어택이지.

―그런데 무기가 더 강화된 것 같은데. 착각인가?

―나도 그렇게 보임. 결계 효과인가?

강하나의 수준이 올라간 여파였다.

특히, 각 탄환의 사념폐해가 제로에 가까운 터라, 그만큼 다양한 축복도 걸 수 있었고, 자연스레 위력 상승효과를 불러오니, 가벼운 총질 한 방에도 대격변 몬스터가 곤죽이 될 수밖에 없었다.

―정말로 B급일까?

―결계 효과라잖아.

―그래도 저건 좀….

―확실히 저건 좀….

흥미로운 건, 마루는 이런 커뮤니티 반응을 실시간으로 체크 중이라는 점이었다.

전장의 한복판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의 시선은 현장에만 머물고 있지 않았는데, 그의 시야는 둘로 나뉘어서 하나는 전장을 하나는 네트워크를 넘나드는 중이었다.

이게 가능한 건, 현재 그가 착용 중인 고글의 효과로서, 무전을 위한 장비이자, 일종의 안명 보호구의 한 종류라 할 수 있는데, 이를 개조해서 각종 네트워크 접속을 가능하게 만든 것이다.

덕분에 시야 한편에 관련한 정보창이 떠서, 실시간 반응을 살피게 만들어 줬다.

마법 스킬의 멀티캐스팅이 가능해진 터라, 이 정도의 멀티태스킹은 일도 아니었다.

괜히 지난 도쿄 사건을 끄집어내며, 파리와 비교하고 여론 몰이를 하는 건, 사실 자비드가 한 팔 거들고 있기 때문이었다.

중간중간 팀 수호자를 가디언즈와 비교하는 댓글도 달며, 슬쩍슬쩍 운을 띄우는 것도 잊지 않았다.

물론, 주된 체크 라인은 도쿄 사태였다.

적당히 넘어갈 수 있는 것도, 괜히 더 그 부분을 집중 공략을 하며 일본 협회를 두드리게 만든 것이다.

‘대의를 위한 거야!’

절대 꽁해서 그런 게 아니라며, 마루는 수차례 중얼거렸다.

일정 부분 감정적인 대응이 전혀 없다면 거짓이겠지만, 그보다는 더 큰 이유가 있는 건 사실이었다.

‘왠지 이 정도로 끝날 것 같지가 않단 말이지.’

존슨과 사일론의 정보 역시 그랬다.

[마수지대와 던전의 기현상이 더 심각해졌어.]

[이제 시작일 뿐이다.]

그 여파가 뻗어 나와서 기어이 일상에까지 미친 것이니만큼, 앞으로 더 큰 환란이 올 가능성이 컸다.

그런 만큼 일본과 프랑스의 대응, 도쿄와 파리의 전경 변화 등, 꾸준한 비교로써 경각심을 세워 둘 필요성이 있다 여긴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프랑스의 대격변이 끝나고 일주일.

[LA 대격변]

할리우드에 균열이 발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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