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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그인 더 헌터-309화 (309/325)

#10. 가속화.

#10. 가속화.

실버 박사는 주먹을 불끈 쥐었다.

‘드디어!’

저 너머, PP의 세계에서 벌어진 사일론의 격전을 지켜봤고, 승부의 결과도 확인할 수 있었다.

[마계 오픈!]

그걸로 답이 나왔다.

사일론은 본연의 능력을 되찾은 걸 넘어, 과거의 영광 그 이상으로 괴력을 획득한 상태였다.

자신의 그림자와 싸워 이기는 건, 작게나마 도약하기에 충분한 효과가 있었다.

분명 마계의 존재임을 알지만, 사일론의 목적을 알고 있기에, 내심 그의 성장에도 박수를 쳐 주고 싶었다.

하지만 마냥 좋아할 수만은 없었다.

‘가속화가 시작되겠군.’

이번 사태로 PP만이 아니라 바깥까지, 마계에 대해 적잖은 정보가 흘러 나갈 것이다.

하지만 그로 인해 방벽의 균열이 한층 커질 터였다.

많은 사람들이 마계를 ‘인지’하기 때문이다.

“그대가 심연을 들여다보면, 심연 또한 그대를 들여다본다.”

옛 명언 속에 현 상황의 문제점이 담겨 있었다.

‘마계를 인지하는 만큼, 저쪽과의 연결 고리가 단단해질 수밖에 없겠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PP를 통해 마계를 알렸다.

이미 균열은 발생했고, 침공의 초침은 돌아가기 시작한 상황이었다.

막으려 해서 막을 수 있는 게 아니었다.

그렇다면 차라리 조금이라도 더 많은 정보를 풀며, 저들에 대해 제대로 이해할 수 있는 상황을 만들고자 했다.

‘지피지기(知彼知己)면 백전불태(白戰不殆)… 였던가?’

적을 알고 나를 안다면, 백 번을 싸워도 위태로울 일이 없다는, 저 동양의 격언을 한차례 떠올려 봤다.

사일론이 아니더라도 마계 오픈은 예정된 흐름이었다. 오히려 그의 존재로 한층 더 완성도 있는 마계를 공개할 수 있었다.

“이제부턴 시간 싸움인가.”

부디 현실의 실력자들이 올바른 선택을 하기만을 바랄 뿐이었다.

* * *

PP의 마계 대륙이 열렸다.

당연하게도 유저들은 난리가 날 수밖에 없었다.

그렇지 않아도 싱숭생숭한 바깥세상, 현실의 어지러운 모습들로 인해, 적잖은 사람들이 현실 도피 겸 PP로 뛰어드는 이들이 늘었다.

그런 만큼 각 커뮤니티 및 포털 사이트들은 전에 없이 폭발적인 반응을 내비치며, 하루가 다르게 PP를 띄워 주는 분위기였다.

거기에 가장 크게 호응하는 게 바로 스페셜포스라 불리는 네임드급의 길드들이었다.

앞서, 아이언슈트에게 큰 망신은 당한 뒤, 각자 이를 갈면서 복수의 날을 세우는 중이었다.

그들은 마계 본대륙의 개척을 통해, 바닥까지 떨어진 인지도를 바로잡을 계획을 세우며, 급히 마지막 십이지섬을 관통하며 마계로 달려들고 있었다.

그리고 전율했다.

“마족…?”

“…맙소사!”

저 현실 속 대격변의 악몽이라 불리는 파멸적 존재들이 대거 등장하며, 그들 길드들을 쓸어버린 것이다.

당연히 이를 시청하는 사람들의 반응도 폭발적이었다.

―설마설마했는데 정말로 마족이 있네.

―십이지섬에도 있었잖아.

―거긴 가끔씩 나오는 정도였지.

―저렇게 많이 있을 줄은 몰랐는데.

―입구부터 진을 치고 있는 건 너무한 거 아니냐?

―이게 바로 입구컷인가.

마족들은 각 객체가 200레벨대의 괴물들이라는 걸 대번에 알아봤고, 3차 전직급의 괴수들이 즐비하다는 것도 오래지 않아 깨달았다.

―십이지섬이 왜 맛보긴지 알겠네.

―워… 그래도 난도가 너무 올라가는 거 아님?

―200레벨 찍어도 비빌 엄두가 안 날 것 같은데.

―이래서 3차 전직 기간이 그렇게 길었구나.

―3차 전직 못 하면 입구컷이다.

그 와중에 드는 몇몇 의문들이 있었다.

―십이지섬도 그렇고, 마계 본섬도 그렇고, 어째 생경한 몬스터들이 제법 나오는 것 같지 않냐?

―앞으로 등장할 몬스터들 스포하는 거 아님?

―가능성 있음! PP가 보통 게임이 아니라는 말이 있잖아.

―헌터 육성 프로젝트로, 실버 박사가 작정하고 만든 각성 프로그램이라더라.

―듣기로는 신규 몬스터가 등장하면 실시간으로 업데이트되는 게, 사실은 이미 마련된 데이터베이스가 있다고 하더라.

―거기서 그냥 시기에 맞춰서 자료만 뽑아 온다던데.

당연하게도 이쯤 되면 자연히 이어지는 의문이 하나 있을 수밖에 없었다.

―실버 박사는 대체 어디서 그런 정보를 얻어 온 걸까?

―관 뚜껑 열고 물어보고 싶네.

―정말 죽은 거 맞긴 함?

―장례식을 치른 적이 없어서 애매하네.

―건너건너 들은 이야긴데, 아직 살아 있다는 이야기가 있음.

―건널목 소식이라 일단 거르고 본다.

상위 단체에서나 알 법한 정보가 스리슬쩍 풀려나오는데, 그 뜬금없는 흐름에 각 단체가 기겁하며 통제하려 하지만, 쉽지가 않았다.

“아이언슈트가 개입한 것 같습니다.”

“으음… 자비드인가.”

“빌어먹을 해커 새끼!”

“골치 아프게 구는군.”

꼬리도 보여 주지 않는 신묘한 재주로 인해, 단번에 정체를 알아챌 수 있었다.

어차피 실버 박사와 PP에 관한 스토리는 그들 손을 떠나 버린 상황이니만큼, 집요하게 물고 늘어지기보단, 깔끔히 포기하며 손을 털어 버렸다.

“지금 중요한 건 이런 게 아니야.”

“마계와 마족이란 말이지.”

“아무래도 PP 전문가가 필요하겠어.”

게임 이면의 히스토리를 알기에, 그들은 새로 오픈한 신규 콘텐츠에 집중하며 정보 수집에 전념했다.

“대환란이 예고됐으니까. 더욱 확실히 수집해!”

“그게 아니더라도 일단 마계에 대한 정보는 중요하니까. PP 방면 전문가들하고 논의해서, 제대로 된 팀을 만들어.”

“스페셜포스 측에도 연락 취하고.”

PP는 전 세계적인 오락거리로서, 이미 그 규모는 게임을 넘어 현실을 좌우하는 수준에 이른 지 오래였다.

그 때문에 게임 속 네임드급 단체와 현실의 여러 단체들은 알게 모르게 손을 잡으며, 상부상조하는 흐름을 이어 온 상황이었다.

그런 만큼 최근에 발생했던 [아이언슈트 vs 스페셜포스] 사태의 경우, 각국 단체에게도 적잖은 충격이 될 수밖에 없었다.

어쨌든 그 같은 이유로 각국 단체는 스페셜포스를 통해, 저 너머 마계에 대한 심도 깊은 조사에 착수하기 시작했다.

물론, 말도 안 되는 난도로 인해서, 외곽을 살피는 데도 적잖은 희생이 뒤따랐지만, 현실이 아닌 게임이라는 이점을 살려 가며, 꾸준한 부활로 집요한 탐색을 이어 나갔다.

그렇게 수많은 희생 속에서 티끌 같은 정보들을 모아 모아 태산을 노리고 있을 때, 홀로 큼지막한 태산을 점령하는 이가 있었다.

“휘유우우… 역시 마계는 클라쑤가 다르네.”

용의 형상을 한 아우라를 전신에 두른 채, 달려드는 마족에게 철권을 휘두르는 사내.

꽈르르르르릉!

마루가 바로 그 주인공이었다.

많은 마족들이 그를 포위한 채 달려드는데, 놀랍게도 그 실력들이 하나같이 랭커급에 버금갔다.

조금씩 부족한 이들도 보였지만, 이마저도 턱걸이 수준은 된다 여겼다.

‘저런 놈들이 득시글한 세상이라니.’

게임이 아닌 실제 존재하는 세계라는 점에서, 절로 등골이 오싹해졌다.

일반적인 3차 전직 수준의 유저들이라면, 결코 혼자서 돌아다닐 수 없는 게 바로 이곳 마계였다.

‘파티 사냥은 필수네.’

그 난이도가 말도 안 되는 수준이라고는 하나, 그는 벽을 넘어서며 이미 300레벨에 4차 전직급의 전력을 지니게 된 상태였다.

그 위로 용아병 칭호에 사신무 그리고 각종 버프 스킬들까지, 정확히 현재 수준을 정의하긴 어렵지만, 적어도 사일론의 분신 정도는 상대할 만한 수준이 됐다고 여겼다.

외곽의 초입을 지키는 마족들 수준으로는 그를 막는 게 불가능한 것이다.

“자아! 크게 한 방 나간다.”

커다란 외침과 함께 권격을 쭈욱 내밀었다.

[개벽권]

현실 속 필살기가 펼쳐지는데, 이곳에선 컨디션이 아닌 체력과 마력을 바짝 깎아 먹는 식으로 스킬이 발동됐다.

쿠르르르르릉….

주변 지형을 변형시키는 괴력 앞에, 달려들던 마족들이 일제히 격퇴되고, 몇몇 살아남은 놈들의 경우 걸음아 날 살리라며 도주를 시작했다.

참으로 흥미로운 게, 바깥 대륙의 몬스터들은 상황이 좋지 않더라도 죽음을 불사하며 달려들건만, 이곳 마계의 마족들은 판세가 기울며 과감히 등을 보이고는 했다.

그렇다면 그걸로 끝일까?

‘친구를 불러오면 안 되지.’

전략적인 후퇴 같은 느낌으로, 차후 동료를 우르르 끌고 오는 것이다. 그런 만큼 이 자리에서 확실히 마무리 지을 필요가 있었다.

그는 일일이 뒤를 쫓아가 처리를 하며, 확실하게 전투를 마무리했다.

그렇게 거침없이 사냥하고 돌파하며 마계 초입을 넘어, 대륙의 내부를 살피기 시작하는데, 그러면서 여러 새로운 정보들을 알아 가고 있었다.

‘마물은 마족보다 낮다고 생각했는데.’

꼭 그렇지만도 않다는 걸 알게 됐다.

단순 몬스터라 여겼던 놈들이 마족보다 강렬한 경우가 허다했기 때문이었다.

약육강식의 강자존이 살아 숨 쉬는 세계였다.

그 때문에 이곳에서 생존하기 위해선, 일개 마물이라 할지라도 일정 수준 이상의 강함을 필요로 했고, 개중에는 돌연변이처럼 종의 한계를 넘는 놈들도 적잖았다.

그리고 이런 경우가 빈번해질 경우, 그 특수 개체의 일족은 마족의 한 갈래로서 편입된다는 것까지, 짧은 시간 마계 내부를 이리저리 살피고 돌아다니며, 이곳의 생태에 대해 제법 공부할 수 있었다.

맘 같아선 더욱 많은 시간을 할애하며 마계를 관찰하고 싶었지만, 안타깝게도 현실에서도 바쁜 일정이 기다리고 있었다.

띠링!

열심히 마족들을 두드리고 있을 때였다.

갑작스러운 알람과 함께 현실의 메시지가 PP로 넘어오는데, 그 내용에 입맛을 다셔야만 했다.

“또 대격변이야?”

그간 마굴에서만 발생해 왔던 탓에, 대외적으로 알려지지 않았던 여러 대격변들이 하나둘 도심으로 건너오고 있었다.

덕분에 팀원들의 훈련과 제자들의 경험치 확보는 확실히 할 수 있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상황을 좋게 여기진 않았다.

대환란이 다가옴을 느끼기 때문이었다.

‘쉴 시간도 없네.’

게다가 여유도 별로 없다는 게 마음에 들지 않았다.

연달아서 발생하는 도심 대격으로 인해 다급해진 듯, 가격은 신경 쓰지 않는다며 곳곳에서 뻥튀기된 값으로 의뢰가 날아들고 있던 것이다.

‘돈이 아쉬운 건 아니지만….’

그래도 있으면 좋지 않겠는가.

뿐만 아니라 특수 재료로 값을 치르는 경우도 많았는데, 덕분에 상승한 강하나의 실력에 업그레이드된 재료가 더해지며, 가히 아티팩트 수준의 장비들이 연달아 제작되고 있었다.

솔직히 시간과 재료 등, 조금만 더 준비가 갖춰진다면 영국의 보물이라 불리는 갑주, 드래곤 스케일급의 장비도 만들어 낼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런 이유로 특수 재료는 거부할 수가 없었는데, 이번 의뢰 역시도 높은 가격과 특수 재료가 걸려 있었다.

‘그리폰의 발톱, 샐러맨더의 정수, 드레인 플라워….’

그 화려한 라인업에 거절할 수가 없었다.

“로그아웃!”

아쉬움에 마계를 돌아보는 것도 잠시, 입맛을 다시며 밖으로 향했다.

* * *

비모는 묘한 시선으로 저 아래 보이는 런던 시내의 전경을 바라봤다.

“흐음….”

전과 다를 바 없는 풍경이었다.

하지만 미묘한 거슬림이 거리 곳곳에서 느껴졌다. 실제로 그런 분위기가 비치는 건 아니었지만, 최근 입수한 정보가 색안경을 씌워 버렸다.

‘결국, 눈치를 챘단 말이지.’

레메게톤이 등잔 밑 전술을 쓴 걸 들켜 버린 것이다.

언젠가는 발각될 거라 여겼지만, 생각보다 빠르다는 생각에 눈살이 절로 찌푸려졌다.

‘이번에도 존슨인가. 쯧!’

그가 각 클랜의 연구소를 들쑤시고 다닌다 싶더니, 기어이 이곳까지 추격해 들어와 버린 것이다.

‘여러모로 까다로운 놈이란 말이지.’

관련한 정보를 영국 왕실에 건넨 것인지, 거리의 어둠 사이로 왕실 특수부가 스며들며, 은밀한 수색이 이뤄지고 있었다.

다행이라면 아직까진 이곳 호텔의 정체가 드러나지 않았다는 점인데, 가디언즈의 정예 추격자들이 모여든단 소식으로 봐선, 오래지 않아 발각될 확률이 높아 보였다.

맘에 안 들지만 슬슬 등잔 밑에서 나와야 할 듯싶었다.

‘기왕이면 제대로 크게 한 방 터트리고 가는 것도 나쁘지 않겠네.’

바이퍼 호텔에 관한 정보가 슬며시 흘러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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