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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그인 더 헌터-310화 (310/325)

#11. 하늘.

#11. 하늘.

저 멀리 바이퍼 호텔이 보였다.

그리고 주변으로 영국 근위대가 차단막을 설치하고, 특수 부대가 진입을 준비하는 것도 눈에 들어왔다.

“설마, 코앞에 있었을 줄이야.”

클레어는 그리 말하며 호텔을 바라봤다.

이젠 런던의 랜드마크가 되어 버린 거대 건축물이 설마하니 레메게톤의 비밀 거점일 거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물론, 과거에 잠깐 호텔 이름 때문에 키홀의 수장 바이퍼와의 연관성을 의심했던 시기가 있었지만, 철저한 조사 끝에 아님이 밝혀지지 않았던가.

그저 우연이란 결론이 나왔었건만, 이제 와서 그게 착각이었다는 반전이 나온 것이다.

자연히 드는 의심이 있었다.

‘그 당시 조사관들을 죄다 소환해 봐야겠어.’

분명 내부에서 발생한 문제로 눈이 가려졌을 거라 여겼다. 그리고 이는 정확한 추측이기도 했다.

당시 조사관 중 상당수가 바이퍼의 돈을 먹은 것인데, 바이퍼가 수를 잘 쓴 게, 조사관들이 서로의 사정을 모른다는 점이었다.

그 때문에 하나가 발각돼도 나머지를 들춰내기가 어려운 것이다.

어쨌든 그렇게 클레어의 지휘 아래 각 대원들의 배치가 끝나 가는 가운데, 그녀의 곁으로 두 개의 그림자가 다가들었다.

존슨과 이반나!

이젠 세계 최강의 부부로 불리는 이들이었다.

“내부는 잘 정리했지?”

이반나의 물음에 클레어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전부 요원들로 채워져 있으니까. 걱정할 거 없어.”

민간인을 전부 빼낸 것인데, 시간을 들여 가며 객실을 사고 바꾸는 등, 죄다 왕실 측의 인원들로 채워 넣은 것이다.

고개를 끄덕인 이반나가 존슨을 보며 물었다.

“들켰을까?”

이에 존슨이 바이퍼 호텔 정상으로 시선을 보내며 답했다.

“…아마도?”

묘하게 무거운 건물 주변의 분위기를 통해, 이곳 바이퍼가 레메게톤의 비밀 거점이라는 확신은 한층 강해졌다.

저 내부를 제대로 살피기 어렵다는 부분에서, 감각을 흐리는 특수 결계가 펼쳐져 있다는 걸 알았고, 더더욱 이곳이 문제의 중심지라는 걸 확신할 수 있었다.

그런 만큼 이 주변의 경계도 역시 높을 터, 레메게톤이 왕실의 움직임을 읽었을 확률 역시도 높아지는 가운데, 클레어의 무전과 함께 대원들이 본격 진입을 시작했다.

그리고 바로 그 순간이었다.

차차차창!

호텔 창문이 일제히 깨져 나가며 일단의 무리가 쏟아져 내리는데, 이를 본 클레어의 표정이 굳어졌다.

저 내부에 잠입시켜 놨던 비밀 요원들이기 때문이었다.

그녀를 경직시킨 건, 저들 동공에 일렁이는 광기를 본 까닭이었다.

한눈에 봐도 정상이 아니었다.

“크으… 으윽… 끄으으윽!”

“케르르륵!”

알 수 없는 괴성을 내지르는가 싶더니, 이내 요원들의 신체가 변화하기 시작했다.

지난 경험을 통해 떠오르는 바가 있었다.

‘뮤턴트!’

하나같이 같은 생각과 표정을 하고 있을 때, 존슨 한 사람만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의아한 얼굴로 요원들을 바라봤다.

‘뮤턴트?’

뭔가 다름을 느낀 것인데, 이를 길게 생각할 수는 없었다.

크아아아아악!

캬아아악!

변이를 마친 요원들이 괴수의 형상을 한 채, 사납게 달려들기 시작한 것이다.

* * *

비모는 저 멀리 보이는 바이퍼 호텔의 모습을 보며 작게 미소 지었다.

‘지금쯤이면 시작됐겠군.’

저곳을 사용한 건 최근이지만 키홀에서 가장 심혈을 기울이며 오랜 시간을 준비한 장소였다.

그런 만큼 갖가지 장비와 재료들이 마련되어 있었는데, 일종의 숨겨진 보물 창고 같은 곳이 바로 호텔 바이퍼인 것이다.

도플갱어 일족이 바이퍼와 접촉한 건 오래전부터였고, 그런 만큼 호텔에는 그들의 은밀한 설계도가 잔뜩 깔려 있었다.

만약 마계의 일족이 바이퍼 호텔의 내부 설계를 봤다면, 공통된 반응을 보였으리라.

[강림술식?]

그들 도플갱어 일족이 넘어온 것과 비슷하지만, 좀 더 위협적이며 불안정한 술식이었다.

왕실의 요원들이 민간인으로 변장한 채 호텔을 이용했던 만큼, 그들에게는 다양한 룸서비스가 제공됐는데, 그 안에는 강림술을 위한 각종 비약들이 함께였다.

‘흐흐… 오우거 주둥이에 모가지를 들이미는 꼴이라니.’

상상할수록 웃음만 나왔다.

‘뮤턴트로 착각하려나?’

감이 좋은 이라면 미묘한 차이를 느낄 터였다.

‘인디안 존슨! 그놈이라면 알 수 있을지도….’

물론, 전투가 끝나고 나면 모두가 알게 될 것이긴 했다.

아예 종이 달라지는 뮤턴트와 달리, 강림술은 아주 잠시 흉내만 내는 것이기 때문이었다.

전투가 끝나도 괴물 형태 그대로 남아 버리는 뮤턴트와 달리 저들은 인간으로 돌아갈 터, 새로운 형태의 변이체의 등장으로 인해 한차례 시끄러울 터였다.

‘흐흐흐흐… 평범한 인간인 걸 밝혀내도, 의심하느라 골깨나 아플 거다.’

아무리 살펴도 인간이란 결론이 나올 터였다.

일례로 도플갱어 일족이 이젠 인간이나 다름없는 것 역시 그런 이유였다.

인간계로 넘어온 그들 일족은 더 이상 재능을 탐할 수 없었고, 그 때문에 지닌바 재주들을 깎아 먹으며 살아가는 중이었다.

그 때문에 비모가 더욱 특별한 거였다.

[동족포식]

강림술로 넘어온 도플갱어들 중, 그만이 유일하게 재능 탐식이 가능한 것이다.

이곳 ‘인간계의 왕’을 꿈꾸는 것도 이런 남다른 재주들이 있기 때문이지 않던가.

‘하루빨리 침공이 시작돼야 하는데.’

내심 조급증이 이는 건 어쩔 수가 없었다.

마계의 재주들이 하나둘 퍼지고 있는 만큼, 오래지 않아 균열이 커지고 세계가 연결되리라.

‘얼음 마녀가 잘하고 있겠지?’

한 차례 북극 방향으로 시선을 던지는 것도 잠시, 다시금 멀리 보이는 바이퍼 호텔을 바라봤다.

캬아아아아악….

멀리서 날아드는 괴성에 절로 입꼬리가 올라갔다.

* * *

북극의 주인 얼음마녀 데이지!

마녀 일족 중에서도 특히 더 뛰어난 재능을 타고난 까닭일까?

그녀는 무려 마왕이라 불리는 마계의 절대자와 계약을 맺게 됐고, 이를 통해서 영생을 누리는 영광까지 얻을 수 있었다.

마녀 일족은 원래 인간들 사이에서 탄생하는, 일종의 돌연변이 같은 존재들이다 보니, 인간과 따로 분류하고 있지만 사실은 같은 종이라고 해도 틀리지 않았다.

그 때문일까?

데이지는 마계의 침공에서 항상 선봉장 역할을 하며, 일찌감치 침략지에 넘어와 터를 잡아 놓고는 했다.

앞서 언급했듯, 마녀라고는 하나 인간이나 다를 게 없다 보니, 인간계 침략에서 세계의 반발이 그리 크지 않은 것이다.

그 때문에 여타의 마족들이 인간계로 넘어오며 능력이 일부 깎여 나가는 것과 달리, 그녀는 언제나 만전의 상태로 전력을 기울일 수 있었다.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일찍이 지구라는 세계로 넘어온 뒤, 북극이라 불리는 장소에 터를 잡고선 그곳을 그녀의 영역으로 만들었다.

굳이 거기에 자리를 잡은 이유는?

지구라는 세계의 축이 되는 장소이기 때문이었다.

‘남극도 먹었어야 하는 건데.’

안타깝게도 거긴 실패였다.

비록 북극에만 머물고 있다지만, 여러 패밀리어를 통해 바깥세상에도 귀를 기울이는 덕분일까?

당시 사건에 대해서도 알 수 있었다.

‘마르코 더글라스!’

WHA라는 단체의 1대 회장이 제 한 몸을 희생해서 막아 낸 것이다.

하필이면 이곳 북극과 달리, 그곳은 은밀함이 부족했던 터라, 이런저런 준비도 꽤 되어 있었고, 이후로도 많은 대비가 갖춰지면서, 결국 또 다른 축인 남극은 포기해야만 했다.

만약에 남극을 마굴로 만들었더라면?

‘침공 시기를 10년은 더 당겼겠지.’

한참 전에 침략이 시작됐었으리라.

그렇게 오랜 기다림 끝에 드디어 세계 방벽에 균열이 가고, 침공을 위한 차원 통로가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도플갱어 일족의 분탕질이 효과를 보는 건가?’

그렇다 치기에는 갑작스러운 가속화가 의아한 면이 있었다.

사실, 이는 PP의 마계 오픈으로 인한 여파였지만, 그녀로서는 알 수 없는 부분이었다. 그저 시기가 맞았다고 여길 뿐이었다.

어쨌든 가속화로 인한 기대감이 컸다.

‘얼마 안 남았어.’

북극을 닮아 서리가 내린 듯한 그녀의 얼굴 한편으로, 슬며시 봄빛 바람이 스쳐 갔다.

‘마왕님!’

상상만으로 얼어 버린 심장이 뛰었다.

* * *

한창때로 돌아간 것 같다고 해야 할까?

‘지금이 전성기긴 하지만.’

마루는 자신의 청춘 시절을 떠올리며 창밖을 바라봤다.

‘또 비행인가.’

근래 들어서는 연일 해외로 돌아다니며 하늘 구경을 하는 것 같았다.

연달아 터지는 도심 대격변 때문이었는데, 예정된 장소만이 아니라 불안감에 떠는 나라까지, 하나같이 그를 찾으며 의뢰를 넣고 있었다.

덕분에 해외 파견의 연속이었다.

과거, 밑바닥의 비각성 헌터일 때를 생각나게 한달까?

해외를 떠돌며 다양한 전장에 몸담았던 그 시절, 그 처절했던 청춘이 자꾸 떠올랐다.

물론, 대우에서 하늘과 땅만큼 차이가 있긴 했다.

저가 항공을 집중적으로 찾던 당시와 달리, 지금은 최고급 클래스에 앉아서 오거나, 의뢰주가 직접 보내 준 개인 비행기로 안락한 이동을 하고 있었다.

거절하기도 어려운 게, 하나같이 희귀 재료를 옵션으로 걸었기 때문이었다.

물론, 그 와중에도 최우선적인 선택지는, 대격변 게이트가 열리는 장소이긴 했다.

‘당연히 돈도 중요하고.’

지난 도쿄 사태가 좋은 본보기가 됐던 것인지, 이후로는 어느 누구도 그를 상대로 허튼수작을 부리려 하지 않았다.

바늘 가는 데 실 간다고 해야 할까?

“오빠. 한국은 언제 가?”

정다솜이 곁으로 다가오며 물었다. 팀 수호자의 일원으로 데리고 다니지만, 일단 대외적으로는 제자로서 가르침을 위한 일종의 수행원으로 되어 있었다.

“왜? 해외여행 그렇게 가고 싶다더니.”

영국을 다녀온 뒤 바람이 든 것인지, 수시로 해외여행 이야기를 꺼내고는 했던 것이다.

“이건 여행이 아니잖아!”

정다솜이 눈살을 찌푸렸다. 그 말처럼 여행이 아닌 일로 움직이는 거긴 했다. 쉴 틈도 없이 전장에 투입되고, 이리저리 뛰고 구르는데, 차라리 한국에서 개인 훈련을 하며 쉬는 게 낫다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었다.

그나마 마루 덕분에 각국의 대우가 좋은 게 다행이지, 그게 아니었다면?

“나 때는 풍찬노숙(風餐露宿)에다가 동가식서가숙(東家食西家宿)이 일상이었어. 너 정도면 얼마나 좋은 건데. 밥도 잘 나와 잠자리도 좋아. 심지어 아침저녁으로 씻을 수도 있어. 이게 여행이 아니고 뭐냐?”

이에 정다솜이 입술을 삐죽이며 불만을 내비쳤지만, 마루는 모르쇠로 일관할 뿐이었다. 그 모습을 노려보길 한참 힘 빠진 얼굴로 어깨를 늘어트린 정다솜이 마루의 옆자리에 앉으며 물었다.

“그런데 정말 대환란이 발생하는 거야?”

왜 이리 현장을 끌고 다니는지, 이젠 모르지 않았다. 업계의 최전선이라 할 만한 대격변의 현장을 뛰다 보니, 자연스레 고급 정보들을 접하게 됐고, 덕분에 알게 된 것이다.

마루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그러니까 지금 수준에 만족하면 안 돼.”

뒤이어 물었다.

“승급은 아직이야?”

“C급 올라온 지 얼마나 됐다고, 벌써 승급 이야기가 나와?”

“난 2년 만에 랭커급인데?”

“자격증은 B급이잖아.”

“모로 가도 서울만 가면 되는 거지.”

세계가 인정하는 랭커였다. 자격증에 연연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그리고 뻥은 아니잖아.”

정다솜도 팀 수호자의 일원답게 아이언슈트의 정체를 알았다.

“흥! 어차피 자격증은 B급이야. 삐급!”

걸핏하면 저 소리였던 터라, 이참에 A급으로 자격증을 갱신할까도 싶었지만, 이내 고개를 저으며 적당 수준 유지를 지키기로 했다.

“쓸데없는 소리 말고, 내가 널 이리저리 끌고 다니는 이유는 알 거야. 그러니까 하루빨리 승급을 해. 그러면 한국으로 돌려보내 줄 테니까.”

“칫!”

재차 입술을 삐죽인 정다솜이 대뜸 의자를 젖히더니, 그대로 눈을 감아 버렸다. 오래지 않고 잠자리에 빠져드는 모습에, 고개를 절레절레 저어야만 했다.

‘잠투정은 없다니까.’

오랜 현장 경험으로 봤을 때, 참으로 부러운 능력이었다.

승무원을 불러 여동생에게 모포를 덮어 준 뒤, 마루는 다시금 창밖 풍경에 집중했다.

자꾸만 저 드넓은 하늘에 눈이 가는 건, 어째서일까?

‘균열… 때문이겠지.’

랭커의 벽마저 넘어 버린 지금, 그의 시야에는 조금씩 색다른 풍경이 잡혀 들고 있었는데, 관련해서 정의하는 건 그리 어렵지 않았다.

천기!

그에게는 세상 만물의 흐름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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