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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그인 더 헌터-311화 (311/325)

#12. 오픈.

#12. 오픈.

성장에 맞춰서 스킬에도 상승 작용이 이뤄지는 건 당연한 수순이었다.

그 때문일까?

마루는 벽을 넘고 난 뒤, 환골탈태한 새 육신과 정신 그리고 기운에 적응을 마쳤을 즈음부터, 조금은 다른 시야를 갖추게 됐다.

세계가 그에게 은밀한 속살을, 감춰진 흐름을 보여 주기 시작한 것이다.

이에 놀라 존슨에게 물으니,

[난 모르는 일인데?]

그도 감각적인 부분에선 뭔가 느끼는 바가 있다고는 했지만, 마루처럼 선명한 시야를 갖추진 못했다는 것이다.

오래지 않아 그게 스킬과 연관이 있음을 알았다.

칭호 작용의 특수 스킬!

[용아병 ― 용안]

태초 드래곤 초롱이의 심오한 재주가 그의 눈을 빌려서 한껏 개화하고 있던 것이다.

덕분에 조금씩 살피게 된 세계의 흐름이란, 실로 불안하기 짝이 없어서, 하루하루가 살얼음판을 걷는 기분이었다.

굳이 무리해 가며 여동생을 현장에 끌고 다니는 것도, 이런 세계의 균열을 생생히 보고 느끼기 때문이다.

다행이라 한다면 대격변의 높은 수준으로 인해, 경험치와 그로 인한 포스 증가량도 많았고, 정다솜과 임시안 두 제자의 성장 속도도 빠르다는 점이었다.

그처럼 여의주의 특혜를 받은 게 아님에도 불구하고, 연공법 효과와 경험치 상승 작용의 시너지로 인해, 오래지 않아 승급을 이루면서 B급에 도달할 거라 여겨졌다.

그렇게 되면?

‘또 잘 꼬셔 봐야지.’

말로는 승급 후에 놔준다고 했지만, 무려 대환란이 예고된 상황이 아니던가.

사일론의 말을 빌리자면, 인류 종말의 위기인 것이다.

‘쉬는 건, 대환란이 끝나고 난 다음에도 충분해.’

그 때문에 승급 이후에도 열심히 굴려 줄 생각이었다.

‘다솜이 요게 아닌 척 굴어도 명품을 꽤 좋아하지.’

특히, 헌터답게 좋은 무구만 보면 침을 꼴깍꼴깍 삼키던 걸 수차례 목격한바, 승급 이후의 미끼도 종류별로 다양하게 준비되어 있었다.

‘흐흐흐흐….’

그의 음흉한 계획을 느낀 것일까?

“음냐냐… 으음… 끄응….”

옆자리에서 곤히 잠자고 있던 정다솜이 돌연 오한을 느끼며 몸을 떨었다.

* * *

초롱이는 눈을 반짝이며 하늘을 올려다봤다. 그 표정을 유심히 지켜보던 라미가 물었다.

“스킬이야?”

이에 초롱이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삼촌이 눈떴어.”

언젠가부터 마루가 스킬을 발동하면, 희미하게나마 이를 인지할 수 있게 된 것인데, 이는 마루의 스킬 완성도가 높아지면서, 연결된 초롱이에게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었다.

이전에도 영향이야 있었지만, 이는 성장 부분에만 작용하는 효과일 뿐이었는데, 마루가 벽을 넘으면서 영향력의 다양성 부분도 함께 상승하게 된 거였다.

게다가 여의주가 완성되면서 끼친 변화도 있었고, 추가로 사신의 신물이 모이면서 이뤄진 상승 효과 역시 상당했다.

잠시 마루가 보내오는 신호를 느끼던 초롱이가 입술을 삐죽 내밀었다.

“으우… 나도 빨리 크고 싶다!”

간혹가다 마루의 화려한 액션을 볼 때가 있는데, 그럴 때마다 자신의 자그마한 키와 앙증맞은 손이 아쉬웠다.

특히, PP의 초기 영상을 통해 거대한 드래곤의 영상을 봤을 땐, 발가락을 조물거릴 만큼 전율을 느꼈을 정도였다.

그 모습에 라미가 슬며시 팔짱을 끼며 말했다.

“달링은 지금 이 모습도 충분히 멋져!”

처음에는 그녀도 초롱이가 하루빨리 성장하는 걸 원했지만, 함께 지내다 보니 생각에 변화가 생겨 버렸다.

‘이 귀여운 모습을 빨리 끝낼 순 없지.’

지금처럼 아기자기한 시간을 언제 또 보낼 수 있겠는가. 최대한 이 시간을 만끽하고, 그 이후에 성장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여긴 것이다.

그녀의 이야기가 먹힌 것일까?

“헤헤! 나 멋져?”

초롱이가 금세 기분이 좋아져선 물었다.

이에 라미가 칭찬 세례를 잔뜩 퍼부었고, 초롱이는 날아갈 듯한 기분에 고개를 한껏 젖히며 콧대를 세웠다.

그래 봤자 앙증맞기만 할 뿐이었는데, 그게 귀여워 라미의 입가에 미소가 한층 진해졌다.

그리고 멀찍이서 이 꼬맹이 닭살 커플의 모습을 보던 루미는 조용히 고개를 저었다.

“가지가지 한다.”

“그러게….”

순간 끼어든 음성에 흠칫 놀라며 옆을 바라보는데, 언제 온 것일까?

“일롱이 왔어?”

사일론이 거기 서 있었다.

“끄응… 내 이름은 사일론이라고 몇 번을 말하냐.”

“응! 그러니까 일롱이! 깜찍하고 좋잖아. 초롱이와 일롱이~! 라임도 맞고.”

“하아….”

루미의 헛소리에 한숨을 푹 내쉰 사일론이 이내 시선을 돌려 꼬맹이 커플을 바라봤다. 정확히는 라미를 바라보는 것인데, 저도 모르게 어두워진 표정에 감정이 뚝뚝 떨어지고 있었다.

미련 때문에 가끔 찾아왔는데, 올 때마다 확인만 하는 느낌이었다.

그 자존심 강하고 도도하던 라미아타가 저 앙증맞은 모습으로 애교를 떠는 모습이라니. 과거에는 상상도 하지 못한 모습이었다.

‘여전히 끼어들 틈이 없네.’

초롱이를 가리켜 영혼의 반쪽이라 소개하던 라미의 이야기가 떠올랐다. 볼 때마다 더해지는 좌절감에 그녀를 향한 미련도 점차 자취를 감춰 가고 있었다.

긴 세월 그의 마음을 흔든 여인이 몇이나 있었던가.

생각해 보면 한 손에 꼽을 수 있었고, 그만큼 매번 더 아쉬움이 큰 것이다.

‘후우….’

한숨을 푹 쉬며 일어나는 그의 모습에 루미가 물었다.

“어? 그냥 가려고?”

그럴 생각이었는데 울상이 된 루미의 모습에 실소하며 다시 자리에 앉아야만 했다.

“히힛!”

그 모습에 방끗 웃는 게 보였다.

초롱이와 라미 두 꼬맹이 커플로 인해, 조금씩 따로 노는 느낌을 받고 있었던 터라, 사일론의 등장이 매번 반갑기만 했다. 그도 이를 느끼기에 잠시 어울려 주기로 한 것이다.

바짝 달라붙은 루미가 말했다.

“소꿉놀이하자. 내가 엄마고 일롱이는 아빠야.”

그러며 어디서 준비한 것인지, 제법 그럴싸한 소꿉놀이 세트를 꺼내 드는데, 앞서 몇 차례 경험한 바가 있었던지, 사일론은 능숙하게 이를 받아 들었다.

“커험! 여보. 밥 줘.”

“어휴~! 냄새, 또 술 먹었어? 어디서 돈이 나서… 설마, 또 뒷주머니 찬 거야?”

“…….”

퀄리티가 너무 높아서, 가끔 따라잡기가 어렵다는 게 함정이자 반전이었다.

* * *

비모가 예상했던 그대로라고 해야 할까?

“그냥, 인간이라고?”

“뮤턴트가 아니라?”

“검사가 잘못된 거 아니야?”

영국 왕실은 바이퍼 호텔의 괴인들로 인해 골머리를 썩여야만 했다.

존슨과 이반나 그리고 클레어까지, 시대를 대표할 만한 랭커가 셋이고, 근위대에 특수 부대까지 동원된 작전이었다.

순조롭게 괴인들을 정리하고 바이퍼 호텔을 점령할 수 있었는데, 이후의 처리 과정이 문제였다.

마물이 되어 버렸던 왕실의 요원들은 다시 인간으로 돌아왔지만, 지난 사건의 경험으로 인해 끝없는 의심이 이어진 것이다.

하지만 연구원들의 대답은 변함이 없었다.

“몇 번이나 검사를 돌려 봤지만, 뮤턴트가 아니라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골머리가 아파 왔다.

“대체, 레메게톤의 기술력은 어디까지 간 거야?”

“정말로 외계인이라도 부리는 건가?”

“뮤턴트도 그렇고, 어떻게 저런 게 가능한 거지?”

그 답을 알고 있는 존슨은 영국 왕실과 비밀을 일부 공유하기로 했다.

“강림술?”

클레어의 물음에 그가 고개를 끄덕이며, 레메게톤 수뇌부의 정체도 공개하는데, 하나같이 충격적인 내용의 연속이었던지, 잠시간 클레어는 말문이 막히는 걸 느껴 버렸다.

“…그… 그런 걸, 왜 지금까지 감추고 있던 거야?”

이에 존슨이 쓰게 웃으며 말했다.

“나도 알게 된 지는 얼마 안 됐어. 게다가… 마땅한 증거가 없잖아.”

“아….”

존슨의 신뢰도야 믿을 만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무조건 그의 말이 옳은 건 아니었다. 오히려 각국 단체의 수뇌부는 그를 견제하려는 목적에서, 진실도 거짓으로 만드는 경우가 상당했다.

당장 최근만 해도 대환란에 대한 경고를 무시하며, 상황 대부분을 가디언즈에게 떠넘기려 하지 않았던가.

견제구가 너무 심했다.

너무나 쉽게 존슨의 말을 믿어 준 클레어가 특수한 경우였는데, 그들의 경우에는 과거에 함께 전장을 누빈 동료애가 있다 보니, 신뢰도가 남다를 수밖에 없었다.

상대를 잘 알기에 믿는 것이다.

잠시 생각을 하는가 싶던 클레어가 물었다.

“비밀을 밝혔다는 건, 슬슬 정보를 풀 생각이라고 봐도 되겠지?”

이에 존슨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견제구가 통할 시기가 아니니까. 이젠 알려도 되겠지.”

게다가 그가 그간 비밀로 했던 또 다른 이유가 하나 더 있었다.

차마 클레어에게도 밝히지 못한 부분으로, 이는 사일론과 관계된 이야기였다.

‘정보를 풀었다간, 사일론의 거처도 발각될 수 있으니까.’

도플갱어 일족을 멸족 수준까지 몰고 갔던 최대의 원수가 아니던가. 짐작건대 지금 이 순간에도 사일론에 대한 추격이 이뤄지고 있을 터였다.

만약 그가 관련한 정보를 푼다면, 이를 통해서 그와 사일론의 관계가 밝혀지고, 종래에는 사일론이 위협받는 상황이 올 수도 있었다.

지금까진 이를 피하고자 했지만, 더는 그럴 필요가 없어졌다.

‘회복했으니까.’

최근 해외로만 떠돌다 보니 제대로 확인을 하진 못했지만, 관련해서 오픈해도 괜찮다는 연락을 받았고, 덕분에 사일론이 기력을 전부 회복됐다는 걸 알게 됐다.

그 때문에 내심 기대가 되기도 했다.

‘본신의 능력은 어느 정도이려나?’

그가 겪었던 건 분신이었던 만큼, 관련한 호기심이 컸다. 맘 같아선 신나게 한판 붙어 보고 싶었지만, 상황상 거기까지 바라는 건 무리일 듯싶었다.

PP에서 만나서 일부 제한을 두고 붙어 보는 것도 생각했지만, 현실에 집중하느라 그의 PP 캐릭터는 십이지섬도 뚫지 못한 상황이다 보니, 아무래도 불가능한 만남이었다.

짐작건대 사일론과의 대결은 대환란이 끝난 이후에나 성사될 수 있을 거라 여겼다.

‘그러려면 일단 살아남아야겠지!’

승리를 기원하며 그는 클레어를 통해, 영국 왕실에 다양한 정보들을 오픈하기 시작했다.

이는 오래지 않아 세계 각국으로 널리 퍼져 나갈 터였다.

* * *

PP의 마계 오픈 이후, 각국 단체는 관련한 정보 수집을 위해 열을 올리고 있었는데, 그로 인해서 적잖은 당혹감을 맛봐야만 했다.

“허어… 이게 정말일까?”

“마계의 위험도가 이리 높다니.”

“과장이 너무 심한 거 아닌가?”

“으음… 대환란이 걱정되는군.”

아무리 생각해도 마계와 마족의 수준이 너무 높았다. 랭커급의 전력이 차고 넘치는 세계라니. 알면 알수록 몸서리가 쳐지는 이야기였다.

만약 PP의 정보가 사실이라면, 과연 그들에게 승산이 있는 것일지, 암울하기 짝이 없는 내용만 가득했다.

그 때문에 애써 부정하는 이들이 늘어 가는 가운데, 뜻밖의 첩보가 날아들며 각국 정보부를 들썩이게 만들었다.

“도플갱어?”

“벌써 침투를 마쳤다고?”

“으음… 정보 출처가 존슨이란 말이지.”

영국 왕실에 심어 놓은 스파이들이 정보를 건네 온 것인데, 사실 이는 의도적으로 푼 것이기도 했다.

이는 홀로 껴안고 갈 만한 정보가 아니기 때문이었다.

각 단체가 정보의 진위 여부를 살피고자 정신없는 와중에, 그 누구보다 깊은 현기증을 느끼는 이들이 있었다.

레메게톤!

그곳에 소속된 각 클랜의 수장들이었다.

“으음… 이게 진정… 허어… 도플갱어라니.”

“갑자기 랭커가 됐다고 나설 때부터 좀 이상했지.”

“뮤턴트도 그렇고, 말도 안 되는 신기술이 너무 많았어.”

“농담 삼아서 외계인이라도 갈아 넣었나 싶었더니, 정말로 외계인이었을 줄이야.”

외계 차원의 존재에게 농락당했다는 분노에, 각 클랜의 수장들이 일제히 움직였다.

그들에게만 허락된 총장의 거처로 달려가는데, 이게 웬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너무도 환한 미소로 그들을 반기는 총장, 비모의 모습에 의아해질 수밖에 없었다.

혹시 자신들이 알고 있는 정보가 잘못된 것일까?

그 같은 생각이 들 무렵이었다.

“어엇! 뭐야 너?”

“네가 왜 거기서 나와?”

“뭐 하자는 거야?”

비모의 뒤로 우르르 등장하는 얼굴들이 그들을 경악게 했다.

각 클랜의 2~3인자급 실력자들이 대거 등장한 것인데, 오래지 않아 상황을 짐작한 클랜장들의 표정이 와락 구겨졌다.

“총장, 너 이… 바이퍼어어!”

비모가 활짝 웃으며 말했다.

“왕위 계승식을 진행하죠.”

그러며 손짓을 하니, 대기하고 있던 2~3인자들이 우르르 달려들었다.

클랜장들도 각자 호위대를 이끌고 왔고, 개개인의 능력도 만만찮았지만, 안타깝게도 역부족일 수밖에 없었다.

도플갱어!

이미 2~3인자들은 마인이 되어 있던 것이다.

당연하게도 그 실력은 기존 실력을 한참 웃돌았고, 클랜장들과 호위대가 감당하기엔 무리가 있었다.

그렇게 클랜의 머리가 바뀌고, 레메게톤은 완벽하게 비모의 손아귀에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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