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로그인 더 헌터-316화 (316/325)

#17. 어둠.

#17. 어둠.

하루하루 하늘에 깔린 마기의 농도가 짙어져 가는 걸 바라봤다.

그러며 그 안에 스며 있는 절정의 격도 느꼈다.

그 때문에 모를 수가 없었다.

‘어떻게 여기에…?’

마루는 알파 세계, 실버 박사의 거처에 앉아 있는 불청객, 마왕을 바라보며 한껏 기운을 일으켰다.

그 사나운 기세를 정면으로 마주한 크루이트의 눈가에 이채가 스쳐 갔다.

‘이것 봐라?’

다른 세계가 아닌, 어째서 지구라는 곳에서 그의 자유 의지가 폭발한 건지, 항상 뒤따르던 의문이었다.

‘왜 하필 이곳인가 했더니.’

오늘, 지금 이 순간 그 답을 얻은 것 같았다.

마루의 전신에서 피어오르는 기운 너머로, 아득히 오랜 과거의 기억이 떠오른 것이다.

‘이름 없는 신!’

입가에 환한 미소가 걸렸다.

* * *

마계 각 대륙의 왕들이 모이고, 그들 휘하의 여러 일족의 수장들이 뒤를 따랐다.

목적지는 대마왕 크루이트의 성이었다.

각자 짐들을 한가득 짊어지고 있었는데, 이는 그간 침공을 통해 구해 낸, 여러 차원의 다양한 보물들이었다.

드래곤 하트, 신의 눈물, 아다만티움, 정령수 등등, 상상에서나 존재할 법한 신화적인 재료들이었다.

그들은 이를 제물로 바쳐서 차원 통로를 활짝 열 생각이었다.

“후우… 이 귀한 보물들을 사용해야 하다니.”

“이렇게 해도 안정화가 쉽지 않다는 게 골치로군.”

“대마왕님께선 대체 무슨 생각으로 이런 일을 벌이신 건지.”

간만에 모인 각 대륙의 왕들이 한마디씩 늘어놓는 가운데, 유일하게 침묵을 지키는 이가 있었다.

북마계의 새로운 정점, 하르칸이 그 주인공이었다.

다른 왕들에 비해서 역사가 짧기 때문일까?

아니면 지닌 보물의 무게가 부족해서, 자연스레 목소리가 줄어드는 것일까?

그 나름대로 박박 긁어 온 것 같았지만, 오랜 세월 군림해 온 다른 왕들에 비해 부족한 건 어쩔 수 없는 부분이었다.

이런저런 이유로 기가 죽은 걸까?

전혀 무관했다.

남마계의 왕이자 같은 환마족의 일원이며 몽마 일족의 수장인 레미안!

그는 이 같은 사실을 알았다.

오랜 시간 그를 후원하며 함께했기 때문이었다.

다른 왕들은 기가 죽어서 저렇게 침묵한다 여겼지만, 다른 이유로 고민이 있다는 걸 읽어 낸 것이다.

‘이 정도로 기죽을 놈이면, 사일론을 그렇게 보내지도 않았지.’

뒷공작으로 자리를 얻었다는 이유로, 수많은 질타를 받았음에도 목을 빳빳이 세우고 있는 게 바로 하르칸이 아니던가.

그 남다른 철면피를 알고 있기에, 더더욱 의아할 뿐이었다.

뭐가 저 하르칸을 저토록 고민하며 숨죽이게 만드는 것일까?

하지만 의문은 길게 이어질 수 없었다.

“그럼, 부탁하지.”

다른 왕들이 그리 말하며 한 발씩 물러나는 게 보인 까닭이었다.

마계의 여러 왕들 중, 술법에 관련해서 손에 꼽히는 게 바로 환마족이며, 그중에서도 단연 톱이라 할 만한 게 바로 몽마의 수장이 아니던가.

비슷한 수준이 없는 건 아니지만, 군주의 권능을 발휘한다면 그가 압도적이었다.

다른 왕들도 지원하겠지만, 전체적으로 보조 역할이 전부일 뿐이었다. 여러 다양한 재료들을 모아다가 통로 연결 작업을 하는 건, 그가 중심이 돼야만 했다.

그의 뒤로 몽마 일족들이 우르르 몰려들고, 이내 통로를 열기 위한 술식이 그려져 나갔다.

한편에서 이 모습을 바라보던 하르칸의 눈가에 불이 들어왔다.

영혼의 종속 계약까지 맺었건만, 크루이트의 계획에서 제외가 된 것 같단 생각에, 요 근래 꾸준히 골머리를 썩이고 있지 않던가.

이제 저 너머로 간다면, 그에 관한 답을 얻어 낼 수 있을 터, 그 때문에 있는 살림에 없는 살림까지, 박박 긁어다가 이 자리에 들고 온 것이기도 했다.

빠른 속도로 완성되는 술식에 맞춰, 하르칸의 눈가에도 열기가 더해 가고 있었다.

* * *

WHA의 4대 회장 크라운!

그는 반파된 자금성을 바라보며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몬스터들의 관심사는 살육이었기에, 의외로 자금성은 어느 정도 형태를 유지하고 있었고, 중국 정부 측에서는 복구의 가능성으로 인해, 감사 인사와 함께 어마어마한 후원금을 약속했다.

WHA는 또 한 차례 도약할 가능성을 얻게 된 것이다.

그와 반대로 무림맹은 이번 사건으로 인해서 기반이 크게 흔들릴 위기였다.

거기에 더해 사흑련 역시 위기라 할 수 있었지만, 그들은 범죄 집단답게 지저분한 방법으로 어떻게든 상황을 모색할 확률이 높았다.

‘임기 막판에 크게 한 방 걸렸네.’

제대로 판이 깔렸다는 생각에 절로 미소가 그려졌다.

‘이거라면 연임제도 힘을 얻겠군.’

PP는 초대 회장인 마르코가 고인 물은 썩는다는 이야기와 함께, 단임제의 방식을 세워 뒀다.

하지만 크라운은 겨우 한 번 하고 말려고 여기까지 올라온 게 아니었다.

이전부터 꾸준히 연임제에 대한 밑밥을 깔아 놨었고, 언제든 무대를 올리기만 하는 상황이었다.

그걸 이번 사건으로 인해 제대로 조명을 비출 수 있게 된 것이다.

화려한 조명이 그를 감싸리라.

‘그나저나….’

크라운의 고개가 정리 중인 자금성을 넘어, 저 드높은 하늘로 올라갔다.

‘…마기란 말이지.’

사실, 그는 여러 랭커들 중에서는 상당히 늦은 타이밍에 이를 알아챈 편이었다.

이면의 최강으로 꼽히던 랭커, 데카 도라와 비슷한 경우라고 해야 할까?

크라운 역시 알아주는 실력자지만, 그 실상은 거짓된 존재감을 지닌 것이다.

물론, 데카 도라의 경우에는 자신의 스킬 덕분에, 여러 다양한 버프들을 ‘중첩’시킬 수 있었고, 이를 통해서 괴력을 상승시킨 경우였다.

본연의 능력이 일정 부분 활용된 경우라 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에 반해서 크라운은 철저히 외부적인 요소에 의해서 능력 상승을 이뤄 낸 경우였다.

아티팩트!

오직 결계술사만 사용할 수 있는, 그야말로 특수 레전드급의 무구를 구한 덕분에, 본연의 능력을 한껏 뻥튀기시킬 수 있게 된 것이다.

랭커가 된 이후로는 수행보다는 정치에 더 힘을 썼던 터라, 성장은 정체될 수밖에 없었는데, 그 와중에 획득한 아티팩트는 그를 더욱 게으르게 만들어 버렸다.

외부에는 수행 중이라고 알려진 시간을 통해서, 은밀하게 외부 활동을 하며 다양한 정치 공작을 펼치기까지 했을 정도였다.

그런 이유로 마기를 인지하는 게 늦었지만, 그 때문에 오히려 가장 빠르게 압력에서 벗어날 수 있기도 했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그의 게으름이 시야의 상당 부분을 가린 것이다.

그렇다고는 해도 분명 위험하다는 건 제대로 인지했다.

‘흠… 이것도 활용할 방법이 없으려나?’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머릿속을 떠도는 건, 새로운 공작 루트일 뿐이었다.

* * *

쿠르르르… 콰과광!

실버 박사는 저 멀리서 들려오는 거대한 천둥성을 들으며 작게 몸서리를 쳤다.

크루이트 VS 마루!

그 생각지도 못한 격전이 치러지고 있기 때문이었다.

[눈빛이 맘에 드는군. 후벼 파 버리고 싶은 눈깔이야.]

그리 말하며 크루이트가 도발했고 마루가 응하면서, 둘의 대결이 성사되었다.

콰콰콰콰콰콰….

저 멀리서 천둥성이 칠 때마다 섬뜩한 마기의 파동이 날아들며, 연신 몸살을 앓게 만들었다.

실버 박사는 꿈결을 타고 여러 세계를 경험한 바 있고, 다양한 강자들의 삶을 훔쳐본 경험도 있었다.

그 때문일까?

‘의외로 오래 버티는데?’

이미 승부의 결과는 짐작하고 있었다.

‘마왕이 봐주고 있는 건가?’

크루이트의 승리를 확신했다.

그렇기에 의문이 컸다.

분명, 최근 들어서 마루가 급성장한 건 맞았다. 하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상대와의 격이 너무 차이가 났다.

비각성자와 각성자?

랭커와 비랭커?

그 정도로 둘 사이의 격차는 컸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당 시간 격전이 치러지는 중이었는데, 그로 인해 생각할 수 있는 건 하나뿐이었다.

‘즐기고 있는 건가?’

크루이트가 마루를 농락하고 있다는 결론이었다.

이를 상세히 알 수 없다는 게 아쉬웠다.

알파 세계의 최고 관리자로서, 세계의 시선을 공유받아 격전의 현장을 훔쳐보고자 했지만, 그럴 때마다 마왕의 기세가 저 먼 거리를 격하며 그를 두드리니, 몸서리를 치며 시야를 닫을 수밖에 없었다.

‘이걸로 기가 꺾이면 안 되는데….’

부디 마루가 이번 격전으로 좌절하지 않기만을 바랄 뿐이었다.

쿠우우웅….

문득, 저 멀리서 전에 없이 강대한 파동이 한 차례 울려 퍼진다 싶더니, 거짓말처럼 천둥성이 멎는 걸 느꼈다.

고요한 침묵이 길게 이어졌다.

‘끝났구나!

승부가 난 것이다.

그 결과는 굳이 말할 것도 없었다.

“휘유~! 간만에 몸 좀 풀었군.”

어느새 정자로 다가온 크루이트가 그리 말하며 시원한 얼음물을 요구해 온 것이다.

주먹 가득 맺힌 핏물에 괜히 몸서리가 쳐졌다.

* * *

졌다!

그것도 완패였다.

마루는 멍하니 하늘을 올려다봤다.

‘하… 제대로 농락당했네.’

애초부터 승리를 기대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이런 식은 아니었다.

PP의 3차 전직이 이뤄지고 난 뒤, 현실과 게임의 능력치가 완벽히 일치하게 된 상황에서, 게임 속 전력이 현실의 전력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렇다는 건 마루는 모든 걸 퍼부어도 마왕에게 상대가 되지 않는다는 의미였다.

물론, 본무대에서는 그 혼자 붙지는 않을 것이다.

존슨을 비롯한 여러 랭커와 신기술 그리고 실력자들이 함께할 터, 지금과는 다를 게 분명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꾸만 절망적인 그림이 그려지는 건 어째서일까?

그가 지닌 모든 스킬을 쏟아부었다.

뿐만 아니라 꺼내 들 수 있는 카드까지 전부 뒤집었다.

현실이 아닌 게임이기에, 가상의 알파 세계이기 때문에 이 기회에 그의 위치를 비롯해서, 확실한 전력을 알아보고자 한 것이다.

‘용사 이용권도 의미가 없네.’

완전히 박살 났다.

그가 용사로 각성한 순간, 마왕이 크게 웃던 게 기억났다.

[크하하하! 이런 걸 뷔페라고 한다지?]

맛볼 게 참으로 다양하다며, 더욱 신나서 주먹을 휘두르는데, 처참하게 두드려 맞아야만 했다.

그 와중에 느낀 점이라면 용사 각성 이후로 조금이나마 대미지가 더 들어간다는 점이랄까?

하지만 그 정도로는 마왕의 벽을 넘을 수 없었다.

절망적인 격의 차이를 느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좌절하지 않았다.

오랜 세월 밑바닥을 구르며 쌓아 올린 심력은 이 정도로 무너질 만큼 나약하지 않았다.

절망과 좌절은 청춘과 함께 흘려보낸 지 오래였다.

일방적인 구타와 함께 굴욕적인 농락을 당했다는 게, 오히려 그의 분노와 투지를 불러일으키며 각오를 다시 세우게 만들었다.

‘반드시!’

꽈드드득….

주먹을 불끈 쥐었다.

‘한 방 먹여 주마!’

마루의 두 눈 위로 불꽃이 튀었다.

* * *

실버 박사는 묘한 얼굴로 크루이트를 훔쳐봤다.

마왕이 내비치던 존재의 격으로 인해, 그와 마루의 전투를 제대로 볼 수는 없었다.

하지만 잠시 잠깐, 스치듯이 엿봤던 광경이 몇 있었다.

비록 찰나의 순간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일방적이며 굴욕적인 장면이었건만, 기이하게도 묘한 거슬림이 발생하며 자꾸만 생각하게 만든 것이다.

거기서 기이한 의혹이 하나 떠올랐고, 그 부분이 자꾸만 크루이트를 살피게 만들었다.

그의 이런 시선을 눈치챈 듯, 크루이트가 실소하며 입을 열었다.

“역시나 관찰자 놈들은 눈치가 빨라.”

실버 박사의 눈이 동그래졌다. 마치 그의 의혹을 읽고선 그에 대해 답해 주는 것 같은 소리가 아닌가.

“…….”

말문이 턱 하니 막혀 버리는 가운데, 크루이트가 웃으며 말했다.

“…마루라고 했던가?”

시작 전에 서로의 통성명을 한 터라, 이름은 알고 있었다. 그게 아니더라도 얼음성에서 ‘인터넷’이라는 걸로 이곳 세상을 구경할 수도 있었다.

데이지가 마수지대에서 살고 있다지만, 그녀 나름대로 이곳 문물을 끌어와서, 나름의 유희를 즐기고 있던 것이다.

심심할 때면 악플을 달며 분란을 조장하는 게 데이지의 숨겨진 취미 생활이었다.

마녀다운 유희였다.

어쨌든 크루이트는 마루에 대해서도 그 기본 정보 정도는 이미 알고 있었는데, 이번 격돌을 통해서 확실히 깨닫게 됐다.

“그 인간 놈이 너희의 희망이겠지?”

실버 박사는 침음했다.

‘거기까지 파악한 건가.’

그의 표정에 크루이트가 웃었다.

“용사의 인장까지 지녔는데 몰라보는 게 이상하지.”

흥미로운 건 이를 탈착식으로 지녔다는 것인데, 오랜 침공의 역사 속에서도 처음 경험하는 바였다.

용사라는 건 핏줄로 타고나는 것이건만, 마치 아티팩트처럼 활용하는 게 신기했다.

이곳 세상은 여러모로 신선한 경험을 하게 만들어 주는 것 같다며, 짧게 감탄하던 것도 잠시였다.

크루이트가 실버 박사를 바라보며 물었다.

“내가 누구라고 생각하지?”

그 뜬금없는 물음에 잠시 주저하다 답했다.

“…마왕이지 않소.”

이에 크루이트가 재차 물었다.

“정말로 내가 왕일까?”

실로 기이한 내용이었다.

“그게 무슨….”

이번에는 차마 답을 하지 못한 채 말끝을 흐리고 있노라니, 크루이트가 실소하며 말했다.

“잘 생각하면 답이 있을 거다.”

그러더니 하늘을 올려다보며 입맛을 다셨다.

“벌써 와 버렸나.”

그 말과 함께 자리를 털고 일어나는데, 이에 실버 박사가 물었다.

“가시는 겁니까?”

“흐… 그렇게 싫어하다니. 갑자기 아쉬워졌나?”

틀린 말은 아니라서 괜스레 눈치가 보였다. 하지만 짧게나마 함께하다 보니 마냥 최악이란 생각이 들지도 않았고, 궁금한 점도 많았던 터라, 이대로 보내 주기가 아쉬웠던 것이다.

하지만 마왕을 잡을 수는 없었다.

“슬슬 너도 눈치챘을 것 같은데.”

아니나 다를까. 실버 박사 역시도 좀 전의 마왕처럼 하늘을 올려다봐야 했고, 그 너머로 발생하는 변화를 읽을 수 있었다.

“이건….”

세계가 어둠에 휩싸이고 있었다.

* * *

얼음성의 꼭대기!

크게 일렁이는 거대 게이트로 기이한 광채가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대마왕 크루이트가 강제로 열어젖히며, 이리저리 균열이 갔던 게이트건만, 광채 속에서 균열이 메워지더니, 점차적으로 모양을 바로잡아 가는 게 보였다.

이를 본 데이지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저 현상을 알기 때문이다.

‘넘어오는 건가.’

침공의 선발대가 길을 열고 있는 것이다.

그 때문에 놀랐다.

‘게이트가 망가졌을 텐데.’

이를 강제로 복구하며 통로를 이어 붙이려면, 과연 얼마나 많은 희귀 재료가 소모되어야 할까?

의문이 이어지는 와중에, 기어이 게이트가 온전한 모습을 갖추더니, 환한 빛무리와 함께 통로를 오픈하는 게 보였다.

그 너머로 일단의 무리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맙소사!’

선발대 정도가 아니라 아예 본진이 넘어오고 있었다.

동서남북!

마계 4대륙의 왕들이 동시에 등장한 것이다.

그들이 마녀를 발견하고는 물었다.

“대마왕님은 어디 계시지?”

이에 데이지가 당황한 얼굴이 됐다.

잠시 부엌에 다녀온 사이 크루이트가 자취를 감춰 버렸던 탓인데, 혹시나 세상 밖으로 나간 것인가 싶었지만, 이내 주변을 돌아보며 그건 아님을 알았다.

그랬더라면 그녀의 거처 주변으로 몰려든 저 거대한 세계의 족쇄가 발동했을 터였다.

어디로 사라졌는지 도통 알 수가 없어서, 그녀 역시도 당혹감이 컸다. 그나마 침착할 수 있는 건, 한 가닥 잔향이 남아서 그녀를 안심시킨 까닭이었다.

하나 저들 4대륙의 왕들에게 모른다고 할 수는 없던 터라, 어찌 답해야 할지 고민하고 있을 때였다.

“늦었군!”

등 뒤로 반가운 음성과 함께 크루이트가 등장했다.

그와 동시에 왕들의 허리가 접혔다.

“주군을 뵙습니다!”

대마왕 크루이트와 마계를 대표하는 군주들이 모였다.

쿠쿠쿠쿠….

그 영향력이 세계를 향해 뻗어 가며, 하늘 가득 선명한 마기가 일렁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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