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프롤로그 (1/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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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롤로그 ──────────────── 이재훈은 흙수저로 태어나 갖은 노력을 해보았으나 남아있는 건 갚아야 할 대출금뿐이었다.

  친구들처럼 대학의 청춘을 만끽하기는 개뿔, 한 푼이라도 더 장학금을 받기 위해 도서관에서 살다시피 했다.

  알바와 공부에 지쳐 더 이상 머리가 돌아가지 않을 때는 책을 읽으며 시간을 보냈다.

  독서가 취미인 고상한 인간이라서가 아니었다. 다른 취미를 즐길 수 있는 여력이 전혀 없었기 때문이다.

  최근에 읽고 있는 건 고대 로마사다. 로마를 딱히 좋아하지는 않는다.

  그래도 일단 읽어두면 서양사 과목에서 학점을 따는 데는 유리할 것 같아서 몇 권 골라보았다.

  마침 고대사에 관련된 인물을 조사해 서평을 쓰는 과제도 있었으니 오늘 다 처리하기로 했다.

  고대 로마에서 가장 유명한 사람을 꼽으라면 역시 율리우스 카이사르, 달리 시저라고도 불리는 자일 것이다. 그는 산더미 같은 빚에 앉은 상황에서도 성공을 거머쥐었다.

  이 대목이 자신의 현 상황과 극적으로 대조되어 왠지 모르게 씁쓸했다.

  '그래봐야 과거와 현대는 다르니까 가능했던 일···아니, 찌질하게 지금 무슨 생각을 하는 거야.'

  과거의 인물에게 열등감을 폭발시켜봐야 남는 건 자괴감뿐이다.

  '책에 기록된 역사를 읽듯이 미래를 읽어볼 수 있다면 이것과는 비교도 안 되게 성공할 수도 있을 텐데.'

  책을 휙휙 넘기며 쓸데없는 망상을 하고 있으려니 이상하게 눈이 침침해졌다.

  어제 열이 펄펄 끓는데 억지로 알바를 해서 그런가.

  해열제를 먹었을 텐데도 상태가 좋지 않았다.

  '···과제고 나발이고 일단 좀 자자.'

  책을 배게 삼아서 엎드리자 5초도 지나지 않아서 미친 듯이 잠이 몰려왔다.

  거의 기절하듯 잠에 빠지기 직전까지도 갚아야 할 대출금 이자가 머릿속을 빙빙 맴돌았다.

  '이런 씨바알···하루라도 돈 걱정 없이 살아봤으면······.'

  그것이 비루했던 이번 생에서 이재훈이 남긴 마지막 생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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