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 4. 로마 최고 대부호 크라수스 ──────────────── 조금만 발상을 전환해 봐도 재훈이 카이사르와 경쟁할 이유는 없었다 카이사르 역시 희대의 걸물인 술라와 직접적인 대결을 피했다.
그럴 수 있던 이유는 단 하나.
카이사르보다 38살이나 더 많은 술라가 카이사르가 정계에서 활동하기 전에 죽었기 때문이다.
카이사르와 마르쿠스의 나이 차이는 스무 살이 채 되지 않는다. 늙어죽는 걸 기다릴 수는 없으나 재훈은 카이사르가 암살당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카이사르가 암살당하는 나이는 56살.
그때쯤이면 마르쿠스가 딱 정치적인 전성기를 열어젖힐 나이다.
역사대로라면 카이사르 사후 후계자 다툼은 안토니우스와 옥타비아누스의 양강 구도로 좁혀진다. 여기서 카이사르의 양자인 옥타비아누스가 승리를 거둬 훗날 아우구스투스라 불리는 존재가 된다.
역사가들은 이때부터 로마가 공화정에서 제정으로 탈바꿈 했다고 말한다.
재훈이 파고들어갈 부분은 바로 여기였다.
'카이사르의 밑에서 세력을 키우고 그가 죽은 다음의 로마를 꿀꺽하면 되는 거 아냐?'
스스로 생각해봐도 말이 되지 않는 이야기는 아니었다. 말이 됐다.
그것도 아주 많이.
로마의 정점까지 올라가기 위한 세력을 키울 시간, 그동안 쏠리는 어그로. 이 모든 게 카이사르의 밑에 있으면 쉽게 해결이 된다.
승승장구하면서 권력을 강화하는 카이사르의 엄청난 어그로력이 원로의 견제를 모조리 흡수해줄 것이다.
그러면 재훈은 그늘 아래에서 편하게 세력을 불릴 수 있다.
만약 충분한 세력을 키우지 못했다면 카이사르의 암살을 막고 그의 진정한 오른팔이 되는 것도 가능하다.
'큰 그림은 이만하면 됐고. 중요한 건 세부적인 조율인데···이걸 어떻게 하면 좋을까.'
교양 과목으로 서양사를 들었고 관련된 서적도 읽어서 역사의 큰 줄기는 알고 있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아무래도 부족하다.
앞으로 일어난 커다란 사건을 미리 아는 건 엄청난 장점이겠지만 완벽하게 절대적인 건 아니다.
세세한 사항들까지 전부 다 알고 있다면 이야기가 다르겠으나, 재훈은 그 정도로 로마사에 통달한 전공자가 아니었다.
단편적인 지식만을 믿고 섣불리 행동했다가 커다란 낭패를 볼 가능성도 꽤나 높았다.
"완벽한 계획을 세우려면 더 많은 지식이 필요한데···이거 머리가 아프네."
대략적인 방향은 잡았어도 디테일을 짜는 건 언제나 수고와 노력이 필요하다.
재훈은 침대에서 뒤척이며 머리를 굴리는 사이 자신도 모르게 잠이 들었다.
※※※※
몇 시간이나 잠들어 있던 것일까.
재훈은 잠에서 깨어났다.
아니, 어쩌면 지금 막 잠이 들었는지도 모르겠다.
눈을 뜬 재훈의 앞에는 익숙한 도서관의 풍경이 펼쳐져 있었다.
국내 대학 제일의 도서수를 자랑하는 모교의 도서관과 굉장히 흡사했다.
다른 점이 있다면 재훈을 제외한 누구의 모습도 눈에 띄지 않는다는 점 정도다.
모교 도서관이 파리 한 마리 없이 휑한 모습은 본 기억이 없었다.
"이건 또 뭐야? 다시 원래 살던 곳으로 돌아온 건가?"
도서관 밖으로 나가보려 했지만 이상하게도 출입구가 보이지 않았다.
재훈은 불현 듯 이곳이라면 자신이 찾던 자료를 읽어볼 수 있다는 사실을 떠올렸다.
재빨리 도서를 검색해 가장 크고 두꺼운 공화정 말기 로마사 연구서를 대여했다.
워낙 페이지가 크고 방대했기에 필요한 부분만 집중적으로 읽었다.
아쉽게도 재훈이 빙의한 크라수스 2세에 대한 자료는 그리 많이 남아있지 않았다.
아버지와 동생이 죽은 뒤에도 친 카이사르파로 남았고 그 아들은 아우구스투스파에 합류했다는 것 정도가 다였다.
"좋아. 일단 급한 대로 공화정 말기 주요 인사들의 자료만 머리에 넣어두자."
사실 자신에 대한 자료 따위보다는 주변 인물들에 대한 지식이 훨씬 더 시급했다.
재훈은 자신이 반드시 알아둬야 할 권력가들의 리스트를 꼼꼼히 읽어두기로 했다.
※※※※
꿈에서 깬 재훈은 다시 자신의 침실로 돌아왔다.
몽롱한 의식이 돌아오자 꿈에서 읽었던 책의 내용들이 머릿속에 생생하게 떠올랐다.
자신이 단순한 개꿈을 꾼 게 아니라는 확신에 재훈은 터져 나오려는 웃음을 억지로 참았다.
"대체 이유가 뭐지? 도서관에서 이곳으로 넘어와서 그런가?"
꿈을 꿀 때의 의식이 아직 저쪽의 도서관과 연결이 되어 있다면 무서울 게 없었다.
필요한 지식을 얼마든지 그때그때 찾아볼 수 있다면 해내지 못할 게 무엇인가.
로마의 권력을 얻는 건 물론이요 기술혁명도 수백 년을 앞서서 일으킬 수 있을 것이다.
과장을 조금 섞어 말하자면 능히 이 세계의 신적인 존재가 될 수 있으리라.
하지만 설레발은 패망의 지름길이라고 했던가.
한껏 부풀어 있던 재훈의 가슴은 하루도 못가 차게 식어버렸다.
어떻게든 다시 잠이 들어 꿈속의 세계로 들어갔지만 뭔가가 이상했다.
그렇게나 많이 꽂혀 있던 책이 단 한권만을 남기고 모조리 사라진 것이다.
남아있는 한권은 어제 재훈이 꿈속에서 꺼낸 바로 그 책이었다.
온갖 책을 섭렵해 기술혁명을 일으킬 생각에 벅차 있었는데 허무하기가 이를 데 없었다.
그래도 처음 꺼낸 책이라도 계속 읽을 수 있는 게 다행이라면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설마···한권밖에 읽을 수 없는 거였나?"
냉정하게 생각해보면 이런 말도 안 되는 능력을 무제한적으로 사용할 수 있을 리가 없었다.
김칫국을 원샷하기 전에 횟수 제한이 있을 가능성부터 고려했어야 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제약이 한 권이라니···말도 안 되잖아.'
물론 앞으로의 역사를 세세하게 전부 다 알 수 있는 건 천기누설급의 치트키였다.
이것만으로도 충분히 로마의 최정점까지 오를 수 있다.
그래도 제약이 한 권이라는 걸 알았다며 처음 책을 고를 때 훨씬 신중했을 것이다.
'아니야. 고작 한 권만 꺼낼 수 있을 리가 없어. 무언가 조건이 있을 거야.'
여러 가지 경우의 수를 검토해봤으나 검증을 할 수 없으니 지금은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다시 꿈에서 깨어나 현실로 돌아온 재훈은 절로 쓴웃음이 나왔다.
줬다 뺏긴 것처럼 찝찝한 기분이 들긴 하지만 어쩌겠는가.
지금 현 상황만 하더라도 그 누구보다 압도적인 우위에 서 있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이제 남은 건 온전히 마음먹기에 달렸다.
'어설픈 각오로 뛰어들어서는 죽도 밥도 되지 않는다. 이 시대를 바꾸겠다는 확고한 신념 정도는 가지고 있어야 해.'
모든 것을 할 수 있을 것 같았지만, 사실 그 무엇도 반드시 해야만 하는 일은 아니다.
한없이 자유롭게 열려 있는 미래에 어떤 길을 가야 하는지 이정표가 될 만한 게 없는 것이다.
그래서 재훈은 자신이 이 세계에서 처음으로 해낸 결과를 확인하기 위해 걸음을 옮겼다.
"셉티무스, 내가 데려온 아이는 지금 어디에 있지?"
"워낙 기진맥진한 상태라 일단 말끔하게 씻기고 푹 쉬게 하고 있습니다."
"잘했어. 그럼 지금 잠깐 볼 수 있을까?"
"그러시는 게 좋을 듯합니다. 그 아이도 어째서 자신이 이곳에 온 것인지 이유를 알지 못해 불안한 듯 보이니까요. 사실 다른 사람들도 그 이유를 알지 못해 혼란스러워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저 애를 어떻게 대해야 할지 지침이 필요한 상태입니다."
어떤 의도로 들인 것인지 용도를 확실히 밝혀달라는 뜻이다.
재훈은 담담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안 그래도 그걸 정하기 위해서 보려는 거야."
재훈은 셉티무스를 물리고 혼자서 소녀를 보러갔다.
소녀는 침대 위에서 자다가 막 깼는지 멍한 표정으로 몸을 일으켰다.
깨끗하게 씻겨 놓기만 했는데도 못 알아볼 정도였다.
영양을 충실히 보급 받은 덕분인지 시체 같았던 피부에도 미약하게 혈색이 돌아왔다.
셉티무스가 입힌 옷은 발목까지 내려오는 하얀색의 긴 튜니카였다.
"몸에 난 멍들은 시간이 지나면 사라질 거라고 하니 걱정하지 않아도 돼. 말을 알아들을 수는 있지?"
재훈이 말을 건네자 소녀가 퍼뜩 자리에서 일어나 무릎을 꿇고 엎드리려 했다.
"몸도 안 좋은데 그냥 누워있어. 그 정도로 꽉 막힌 사람은 아니니까."
"가, 감사합니다. 자비로우신 주인님."
"주인님은 됐고 그냥 도련님이라고 부르렴."
소녀는 다소 투박하긴 해도 충분히 들어줄만한 억양의 라틴어를 구사했다.
두려움과 감사, 불안이 뒤섞인 눈동자가 재훈을 응시했다.
부들부들 떨리는 손을 꽉 쥔 그녀는 용기를 내 말을 쥐어짜냈다.
"저, 저는 청소도 잘하고 시키는 말도 잘 들어요. 제발 때리지 말아주세요. 시키는 대로 전부 다 하겠습니다."
소녀는 말을 마친 뒤 반사적으로 몸을 움츠렸다. 주제넘게 부탁을 했다고 얻어맞으리라 생각했을까.
그녀가 지금까지 어떤 일을 겪었는지 다 알지 못하는 재훈은 짐작할 수 없었다.
그래서 그는 안심시키듯 부드럽게 말을 걸었다.
"여기에서 누구도 너를 때리지 않을 거야. 이 집안의 장남인 내가 보장할게. 우리 가문의 노예들은 대부분 전문인력들이거든. 다른 곳과는 대우가 달라."
소녀의 눈동자에 두려움 대신 일말의 기대가 떠올랐다.
푹 죽어 있던 갈색의 눈동자가 이제야 살아있는 사람의 눈처럼 보였다.
"가···감사···합니다."
"이름이 뭐지?"
"고향에서는 다나에라는 이름을 썼어요. 여기에서는······."
"그럼 그냥 다나에라고 부를게. 원래 이름이 있는데 굳이 노예가 됐을 때 받은 이름을 부르는 건 좀 그러니까. 다나에라면 그리스식 이름인데 고향이 트라키아 서쪽이니?"
"네. 그리스와 거의 접한 지역이었어요. 거기에서 노예로 잡혀서 지금까지······."
다나에의 눈에 살짝 눈물이 고였다. 자유민이었다가 노예로 전락하는 경우야 너무 흔해 별다른 이야기 거리도 되지 않을 정도다.
하지만 당사자 입장에서는 별거 아닌 이야기라도 넘어갈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다.
"가족은? 다시 찾고 싶은 마음은 있어?"
"부모님은 돌아가셨고 같이 잡혀온 동생도···아마 지금쯤은 죽었을 거예요. 워낙 몸이 약했던 아이라."
"그렇구나. 그래서, 너는 앞으로 어떻게 살고 싶어?"
"예? 그거야 당연히 주인님의 노예로···저, 저는 절대로 불경한 생각은 품지 않았어요. 다시 자유민으로 돌아가고 싶다거나 탈출하고픈 생각은 정말로 없어요! 믿어주세요. 저는 주인님의 충실한 도구로 살 자신이 있어요."
혹시 충성심을 시험해 본 것인가 싶어 다나에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자유를 원하는 노예가 얼마나 비참하게 마음이 꺾이는지 그녀는 지금까지 숱하게 봐왔고 직접 당하기도 했다.
"진정해. 내가 물어본 건 네가 앞으로 어떤 존재로 남길 원하는지 알고 싶어서야."
"어떤···존재라니요?"
"이 세상에서 노예란 주인의 물건에 지나지 않지. 하지만 너는 과거에 분명 사람이었을 거야. 지금은 스스로를 도구라고 하고 있지만."
"도구가···맞으니까요."
재훈은 지그시 그녀의 눈을 바라보았다. 억지로 꾸며낸 게 아니라 정말로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 표정이었다.
그것이 세상의 법칙이다.
노예의 신세를 저주하는 이들도 자신을 옭아매는 이 법칙을 부정하지 못했다.
약육강식.
강한 쪽이 취하고 약한 쪽은 먹힌다.
지중해의 패권자인 로마가 그보다 약한 나라와 민족을 다스리는 건 당연한 일이다.
힘의 우위가 반대였다면 지금 당하고 있는 사람들도 태연히 같은 일을 했을 테니까.
"정말로 그렇게 살고 싶어? 나는 지금 너에게 선택의 기회를 주는 거야. 생각을 포기하고 시키는 대로만 살아가는 노예가 될 것인지. 아니면 세상에 진지하게 물음을 던질 수 있는 존재가 될 것인지."
"해방을 원한다면 해방을 시켜주시겠다는···그런 말씀이신가요?"
"그거랑은 조금 달라. 사실대로 말하자면 나도 지금 선택의 기로에 서있거든. 너의 대답으로 내가 나아갈 방향을 정할 거야."
재훈의 말을 이해하지 못한 다나에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해시킬 생각도 없었으니 당연한 반응이다.
그가 얻고 싶은 건 스스로의 선택에 대한 확신이었다.
신념만으로 이겨낼 수 있다면 누군들 시대의 개혁가가 되지 못하겠는가.
노예들로 떨어진 이들이 뼛속까지 새겨진 공포에 굴종하고 있다면 개혁은 시도해볼 필요도 없다.
'누가 그렇게 해달라고나 했어요? 노예든 뭐든 등 따습고 배부르게 먹을 수만 있으면 상관없지.'
라는 말이 돌아온다면 평범한 멘탈을 지닌 재훈은 아마 버티지 못할 것이다.
"네가 원한다면 남성들과 동등한 교육을 시켜줄 거야. 스스로의 가치를 증명한다면 해방도 될 수 있겠지.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너는 결국 트라키아 출신의 해방노예고 거기에 여자야. 네가 가진 지식이 늘어나고 세상을 보는 눈이 넓어질수록 좌절감은 깊어질 지도 몰라. 그냥 아무것도 모르는 배부른 노예로 자라는 게 나았다는 생각이 들 수도 있어."
"······."
"나는 하늘에서 쏟아지는 비를 바라는 나무처럼 가만히 서있기만 하는 사람들을 위해 굳이 나서고 싶지는 않아. 하지만 그럼에도 네가 물건이 아닌 누군가가 되고자 하다면. 내 선택이 틀리지 않았다는 상징적인 결과로 성장해준다면······."
재훈의 입에서 다시 주워 담을 수 없는 선언이 흘러나왔다.
"내가 이 로마를 바꿔주마."
단순한 노예해방을 말하는 게 아니다.
완전한 노예해방 따위는 가능하다고 생각하지도 않고, 할 마음조차 없다.
그저 최소한 사람다운 대우를 받을 수 있게 하는 정도만으로도 족하다.
사람을 사람답게 대하는 건 재훈이 바꿀 로마의 한 단면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현대에서 세계 문명의 주도권을 잡고 있는 쪽이 서구문명권이라는 건 부정할 수 없는 진실이다.
그리고 로마는 그 서구문명의 뿌리도 같은 곳.
경제, 정치, 사회.
그 어느 쪽이든 로마가 변한다면 세계가 변한다.
"저, 저는······."
다나에의 목소리가 떨렸다. 재훈의 말은 지금껏 그녀가 밟고 살아온 세상 전체를 뒤흔들었다.
겉멋만 든 귀족의 허세 따위가 아니었다.
잔혹한 현실에 짓눌려 있던 그녀의 눈에 총기가 돌아왔다. 그리고 입술이 바르르 떨렸다.
이내 갈색 눈동자에 눈물이 젖어들더니 얼굴을 타고 주르륵 흘러내렸다. 그리고 막혀 있던 둑이 터진 것처럼 오열을 했다.
많은 의미를 내포한 울음소리였다.
노예로 떨어진 운명과 자신을 그렇게 만든 주변에 대한 원망.
희망을 되찾은 것에 대한 안도감과 사람답게 살고 싶다는 간절한 바람.
재훈은 몸을 내밀어 그녀의 등을 가볍게 두드려주었다.
"대답은 들은 걸로 하지."
"죄, 죄송···해요. 그리고 정말로 감사합니다."
"몸이 나아지는 대로 네가 해야 할 일을 알려줄게. 열심히 배우고 시야를 넓혀두렴."
다나에는 딸꾹질을 몇 번 하더니 간신히 울음을 멈추었다.
"저기···도련님의 성함을 아직 듣지 못했습니다. 다른 분들도 그냥 도련님이라고 부르셔서······."
"내 이름?"
재훈이 천천히 몸을 떼고 똑바로 섰다.
안뜰을 통해 들어오는 눈부신 햇살이 그를 비추었다.
이재훈은 스스로에게 결심하듯 자신의 이름을 입에 담았다.
그렇다. 자신은 이제 이재훈이 아니다.
"마르쿠스 리키니우스 크라수스. 그게 내 이름이다."
이재훈이라는 이름은 버리고 마르쿠스로서 살아갈 것이다.
확고한 결심을 내린 그는 몸을 돌려 방을 나섰다.
타오르는 열기만을 다나에의 가슴속에 깊이 남겨둔 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