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2 31. 은화의 폭우 ──────────────── 실력 있는 농부는 파종만이 아니라 수확에도 각별한 신경을 기울이는 법이다.
마르쿠스는 곧 시행할 신규 사업만이 아니라 셉티무스에게 맡긴 기존 사업도 세심하게 챙겼다.
"검투사 관련 사업은 어떻게 되어가고 있지? 얼마 전에 시범경기를 가지지 않았나?"
"예. 순위전을 치러서 지역대항전에 대표로 나갈 검투사를 뽑았습니다. 대표 선발전에 들어가니 시민들의 관심이 이전과는 차원이 다르더군요. 최근에 도입한 순위전과 티툴루스(타이틀) 경기의 덕을 톡톡히 봤습니다. 이건 스파르타쿠스의 공이 컸죠."
"그 정도는 예상했던 결과잖아. 지금 스파르타쿠스는 로마 최고의 스텔라니까."
스파르타쿠스를 주제로 한 연극이 상연된 후 그의 인기는 엄청나다는 말로도 표현이 안 됐다.
경기가 있는 날이면 원형경기장에 감당이 안 될 정도로 사람이 몰렸고, 좋은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싸움이 벌어질 정도였다.
덕분에 스파르타쿠스는 거리에 나갈 때 자신의 얼굴을 가려야만 하는 처지가 됐다.
물론 그래도 귀신같이 알아보고 따라붙는 사람들 때문에 귀찮은 일이 생길 때도 있었다.
마르쿠스는 기분 좋게 웃으며 그게 인기인의 삶이니 일정부분은 감수해야 한다고 말해주었다.
스파르타쿠스는 처음에는 자신이 이런 열광적인 인기를 얻는 데 어색해했으나, 지금은 많이 익숙해졌다.
마르쿠스는 이제 스파르타쿠스의 경기 수 자체를 극단적으로 줄여버렸다.
경기의 희소성을 위해서였다.
이런 인기를 발판삼아 지역 간의 교류전까지 성사시킬 수 있던 것이다.
로마를 대표할 검투사의 선발부터 검투사들의 이동과 컨디션 조절, 그리고 경기의 홍보와 상대 도시와의 일정 조율까지.
아오크토르들을 총괄하는 셉티무스는 연이은 과로로 눈이 퀭한 상태였다.
그래도 성과가 엄청났던지라 피로에 찌든 몸과 달리 표정은 생기가 넘쳤다.
"시범 경기를 할 지역과 접선하는 게 가장 큰 문제였습니다만, 다행히도 폼페이가 꽤 관심을 보였습니다. 덕분에 홍보도 괜찮게 됐고, 시합하는 것도 상당히 수월하게 진행됐습니다."
"그래서 반응은? 제법 반향이 있던가?"
"고작 그 정도가 아니었습니다. 솔직히 저는 이러다가 큰일이 날 수도 있겠구나 싶은 생각이 들었으니까요."
셉티무스가 혀를 내두르며 고개를 흔들었다.
폼페이는 200년도 더 전부터 로마의 동맹시였다.
그러나 약 20년 전 동맹시 전쟁 때 술라에게 정복당해 완전히 로마에 종속되었다.
그런 배경이 묘한 경쟁심을 불러일으킨 것일까.
폼페이 시민들이 보인 반응은 이전의 검투경기와는 차원이 달랐다.
"지역을 대표해서 싸운다는 건 상징성이 상당하니까. 어느 정도는 예상했던 바 아니야?"
"그 정도가 아닙니다. 이건 직접 본 사람이 아니면 결코 이해를 할 수 없을 겁니다. 일단 무조건 안전요원의 수를 확충해야 합니다. 저는 폼페이가 패배했을 때 시민들이 폭동이라도 일으키는 게 아닐까 조마조마했었습니다."
"어쨌든 시합의 결과는 로마의 승리였나 보네?"
"예. 최종적으로는 저희가 이기긴 했습니다. 그래도 폼페이가 고르고 고른 정예들을 내보냈는지 제법 팽팽하게 경기가 흘러갔죠. 그들이 이긴 경기에서는 원형경기장이 무너지는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흥분하더군요."
"그 정도로 반응이 뜨겁단 말이지······."
마르쿠스가 팔짱을 끼고 고개를 까딱까딱 움직였다.
역시 이 시대의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애향심은 현대와는 차원이 달랐던 모양이다.
'이거 이탈리아 최초의 훌리건을 내가 탄생 시켜 버린 건가?'
셉티무스는 도박판에 쏟아지는 은화의 양도 평상시와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고 보고했다.
수수료로 가져가는 것만 세도 눈이 휘둥그레질 정도의 액수가 나왔다.
패배한 검투사들은 욕을 바가지로 먹긴 했어도 죽으라는 말까지는 듣지 않았다.
정예 검투사답게 패배했더라도 치열하게 싸우며 좋은 승부를 펼쳤기 때문만은 아니다.
머리에 피가 올랐어도 시민들은 냉정했다.
타 지역을 대표해서 온 검투사에게 자신들의 지역 대표를 죽이라고 하는 건 뭔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화난 건 화난 거지만 일단 다음 경기는 이겨야 할 게 아닌가. 죽여 버리면 결과적으로 자신들의 전력을 약체화시킬 뿐이다. 시민들은 양성소에 검투사들을 더 강하게 키워내라고 독촉했다.
이 부분은 마르쿠스가 예상했던 그대로였다.
"지역대항전의 결과는 벌써 여기저기 소문이 난 모양입니다. 카푸아와 아프루티움, 타란툼에서 먼저 연락을 보내왔습니다. 꼭 자신들도 끼워달라고 부탁하고 있습니다. 심지어 북쪽의 메디올라눔이나 시칠리아의 아그리겐툼까지 관심을 보이는 중입니다."
"그래? 이거 생각보다 규모가 훨씬 커지겠네. 그런데 아무리 그래도 아그리겐툼이랑 메디올라눔은 너무 먼데······."
메디올라눔은 이탈리아반도의 최북단, 아그리겐툼은 이탈리아반도 아래의 시칠리아에 자리 잡고 있다.
교통이 발달한 현대면 몰라도 고대시대의 운송수단으로는 도저히 무리다.
그렇다고 참가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도시들을 내치는 것도 아까웠다.
순간 마르쿠스의 머릿속에서 번뜩이는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지역대항전 리그가 꼭 하나일 필요는 없지 않은가. 현대 미국이나 일본의 야구 리그처럼 두 개로 나눠서 진행하면 그만이다.
마르쿠스가 지도를 펼쳐놓고 손으로 쭉 선을 그었다.
"북부와 남부로 포에두스(리그)를 나누자. 그리고 각 지역의 승자끼리 마지막에 결승전을 치르게 하면 돼. 북부와 남부를 여러 번 왕복하는 건 힘들지만 한 번 정도라면 충분히 가능할 거야."
"과연···마지막 시합은 진정한 최강의 도시를 가리는 결전이 되겠군요. 얼마나 분위기가 달아오를지 상상도 가지 않습니다."
"달아오르는 분위기만큼이나 은화도 쏟아질 거고. 우리는 그걸 즐거운 마음으로 감상하면 되겠지."
"도련님의 수완은 정말 놀랍습니다. 요새는 놀라는 횟수가 너무 많아져서 오히려 무덤덤해질까 봐 무서울 정도입니다."
사실 현대까지 축적된 인류의 지혜를 사용하고 있을 뿐인 마르쿠스는 살짝 양심이 찔렸다.
그가 헛기침을 하며 자연스럽게 화제를 돌렸다.
"이 얘기는 이쯤 하도록 하고, 그 외에도 내가 말한 준비는 잘 되어 가고 있겠지?"
"밀의 대량 구입을 위한 사전준비 말씀입니까? 일단 명하신 대로 적합한 상인을 구해놓았습니다. 그리고 밀을 저장할 창고도 건조한 지역에 대량으로 구매하는 중입니다."
"좋아, 잘했어. 올해가 끝나면 밀을 있는 대로 사들일 예정이니까 지장이 없도록 확실히 준비해줘. 그리고 무엇보다 보관에 신경을 써야 해."
"조금 더 기다리는 게 좋지 않을까요? 어차피 동방이 평정되면 밀 값도 장기간에 걸쳐 안정화가 될 텐데 굳이 내년에 바로 뛰어들 필요가 있을지······."
셉티무스는 실로 오랜만에 마르쿠스의 의견에 이의를 제기했다.
일단 시키는 대로 따르긴 했으나 아무리 생각해 봐도 이해가 가지 않았던 것이다.
마르쿠스는 이런 셉티무스를 탓하지 않았다.
냉철한 사고력을 가진 이라면 당연히 이런 반응을 보여야만 한다.
다나에나 스파르타쿠스처럼 맹목적으로 따라주는 사람들도 필요하지만, 셉티무스 같은 부하의 존재는 필수적이었다.
마르쿠스는 신이 아니기에 실수를 할 때도 있다. 그럴 때 객관적으로 지적을 해줄 수 있는 사람의 존재는 굉장히 소중했다.
"네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충분히 이해해. 그렇게 느끼는 게 당연할 거야. 하지만 모두가 그런 생각을 가지고 있으니 엄청난 액수의 돈을 벌 수 있는 거지."
"한탕주의는 언제나 끝이 좋지 않은 법이라고 알고 있습니다만."
"이건 도박이 아니야. 확신을 가지고 하는 사업이지. 내년이 가면 너도 자연스레 이해할 수 있을 거야. 일단 나를 믿어 봐."
"···예. 사실 아직도 납득은 가지 않지만, 도련님의 말씀이니 그대로 시행하겠습니다."
누적된 신뢰란 이래서 중요한 법이다.
몇 년 전이었다면 결사반대를 했을 셉티무스도 일단은 마르쿠스의 말을 따라주었다.
밀은 수분활성도가 낮기 때문에 실내에서도 2년은 거뜬히 보관할 수 있고, 건조한 환경을 유지만 해주면 3년까지도 충분하다.
이번 기회를 잘 활용 한다면 자산을 배로 불리는 것도 가능하리라.
그러나 마르쿠스는 자신이 직접 나서지 않고 다른 상인을 통해 밀을 전매하기로 했다.
밀은 로마인들의 주식이기 때문이다. 이런 필수 식료품으로 재산을 부풀리면 그리 좋지 않은 시선을 받을 우려가 있었다.
경영이란 단기간에 높은 수익을 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이상으로 멀리 내다볼 줄 알아야 한다.
수익률이 조금 줄더라도 대신 욕을 얻어먹어 줄 사람을 구하는 게 훨씬 나아 보였다.
"자, 그럼 이제 마지막으로 마차와 수레의······."
마르쿠스는 말을 이어가려다가 말고 힐끗 시선을 돌렸다.
문 틈새로 조심스레 고개를 내민 스파르타쿠스의 아내, 셀리니 때문이었다.
그녀는 김이 모락모락 나는 그릇을 든 채로 방 입구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스파르타쿠스와 정식으로 결혼하고 마음이 한결 편해져서인지 그녀는 이전의 미태를 거의 다 되찾았다.
다나에도 클수록 미녀가 되어가는 걸 보면 트라키아인은 원래 다 예쁜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바쁘시다면 조금 있다가 다시 올까요? 식기 전에 맛을 보시는 게 좋을 것 같아서 가지고 왔는데······."
"아니, 마침 잘 왔어. 나머지는 잠깐 한숨 돌리고 이야기하자."
마르쿠스가 손짓을 하자 셀리니는 들고 있는 그릇을 책상 위에 올려놓았다.
그릇에는 마르쿠스가 즐겨 먹었던 돼지국밥과 굉장히 흡사하게 생긴 국물이 담겨 있었다.
냄새는 미묘하게 달랐지만 일단 비주얼만 보면 합격이었다.
"뜨거우니 조심하세요. 맛은 저번보다 훨씬 더 괜찮을 거예요. 도련님이 원하시는 맛인지는 아직 잘 모르겠지만요."
"오, 고마워. 잘 먹을게."
마르쿠스는 기대 반, 걱정 반의 마음으로 신중하게 그릇을 들어 입으로 가져갔다.
살짝 다르긴 했어도 이전보다는 훨씬 더 기억 속의 맛에 근접한 느낌이었다.
마르쿠스는 만족스럽게 그릇을 싹싹 비웠다. 그가 텅 빈 그릇을 셀리니에게 건네며 물었다
"조금 다르긴 해도 아주 만족스러워. 저번이랑은 비교도 안 되게 좋아졌는데 어떻게 한 거야?"
"저번에는 뼈에서 제대로 피를 빼지 않아서 후추를 뿌려도 냄새가 제대로 잡히지 않았던 거였어요. 그래서 이번에는 철저하게 핏물을 빼고 향이 나는 월계수 잎과 후추를 넣었어요. 그리고 펄펄 끓으면 불을 줄여서 위에 뜨는 찌꺼기를 걷어냈고요."
"이야, 손이 많이 갔겠네."
요리에 무지했던 마르쿠스는 그냥 돼지 뼈를 고아서 국을 만들기만 하면 되는 줄 알았다.
그렇게 부탁을 했더니 당연히 냄새가 진동해서 도저히 먹어줄 수가 없는 결과물이 나왔다.
셀리니는 본인의 지식으로 그 결과물을 개량해 이 정도의 성과를 낸 것이다.
물론 로마의 후추 값을 고려해보면 이 국밥은 절대 서민용이라고 할 수 없는 음식이었다.
'서민용이 아닌 국밥은 의미가 없지···아니, 애초에 밥이 없으니까 국밥도 아니잖아?'
이탈리아반도에서 쌀이 생산되기 시작한 시기는 15세기 무렵이다.
마르쿠스는 리소토를 생각하고 이탈리아에는 당연히 쌀이 있을 거라 착각하고 있었다.
그래서 급한 대로 쿠스쿠스와 비슷한 방식으로 밥 대용의 음식을 만들었는데 이걸로는 뭔가 미묘했다.
'그래. 이참에 그냥 동쪽에서 쌀을 들여와서 재배할까? 리소토 같은 요리를 만들어서 팔면 로마인들도 꽤 좋아할 것 같은데······.'
잠시 실없는 망상을 하던 마르쿠스는 이내 고개를 휙휙 흔들어 우선순위를 바로잡았다.
지금은 쌀 같은 거에 시간을 뺏길 때가 아니었다.
안 그래도 들여와야 할 작물은 산더미처럼 많았던 까닭이다.
마르쿠스는 이왕 떠오른 거 예전에 이야기했던 주제를 다시 확인해 보기로 했다.
"셉티무스, 내가 전에 들여오라고 했던 작물은 어떻게 되고 있지?"
"아, 그 사탕수수라는 물건 말이군요. 상인들을 보내긴 했는데 아시다시피 너무 멀어서 아직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최대한 많은 수량을 가지고 오라고 했으니 충분히 여기에서도 재배할 수 있을 겁니다."
"그래, 그래. 그건 정말로 각별히 신경 써야 해. 로마의 식문화를 뿌리째 바꿔버릴 수 있는 중요한 물건이니까."
사탕수수의 줄기를 짜서 채취한 자당을 활용하는 방식은 이 당시에도 인도에서 활용되고 있었다.
이를 활용해 만든 설탕이 유럽에 본격적으로 전해진 것은 십자군 전쟁 이후로 아직 한참 먼 미래의 일이었다.
하지만 마르쿠스는 그 무엇보다도 이 사탕수수를 먼저 로마로 들여와야 한다고 느꼈다.
단순히 설탕을 판매해 돈을 얻기 위해서가 아니었다.
로마 귀족들 사이에 심각하게 퍼져있는 납중독 문제 때문이었다.
로마는 산업혁명 시기의 유럽에 맞먹을 정도로 어마어마한 납을 생산했고, 그만큼 실생활에도 이 납을 많이 사용했다.
물을 끌어오는 송수관조차 납으로 만들어 놓았을 정도였다.
그래도 이건 그리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 석회질 성분의 물이 표면을 코팅해주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평민들은 납 중독 문제로 고생하는 경우가 거의 없었다.
문제는 이 납을 식재료로 사용하는 부유층이었다.
납 용기에 포도주를 담아 열을 가하면 연당이 생기는데 로마인들은 요리에 이 연당을 조미료로 사용했다.
이런 음식을 계속 먹으면 당연히 납 중독이 생길 수밖에 없다.
마르쿠스는 실제로 이 연당을 요리에 사용하는 걸 보고 경악을 금치 못했다.
그날부로 크라수스 저택에서 납을 사용한 요리는 전부 금지됐다.
그리고 마르쿠스는 이 문제를 해결하고 막대한 돈을 벌 수 있는 일석이조의 방법을 떠올렸다.
그게 바로 설탕의 도입이었다.
다행히 사탕수수의 북방 재배한계선은 지중해 인근이라 로마에서도 충분히 수확할 수 있었다.
"셉티무스, 사탕수수가 재배될 때쯤에 연당을 먹고 건강이 심각하게 상한 사람들을 최대한 많이 조사해둬. 납중독의 폐해를 직접 보여줘야 사람들도 대체품을 찾을 테니까."
"예. 그런데 정말 그런 식물의 갈대에서 단 맛이 나는 겁니까?"
"그리스의 기록을 보면 확실해. 알렉산드로스 대왕도 갈대에서 꿀을 얻는 지역이 있다는 말에 놀랐었다고 하니까."
"그건 누구라도 놀랄 것 같긴 합니다."
"그러니까 혁명이지. 내가 괜히 돈을 퍼부어서 그 먼 데까지 사람들을 보냈겠어?"
초기 설탕의 가격은 높을 수밖에 없겠지만, 어차피 그걸 소비할 계층은 귀족과 기사계급일 테니 문제없다.
오히려 서민들은 먹지 못하는 값비싼 제품을 먹는다는 우월감을 즐길 것이다. 역사적으로도 그랬으니까.
검투사 지역대항전과 밀의 매점매석, 거기에 설탕의 생산까지.
마르쿠스의 머릿속에 은화가 비처럼 쏟아지는 환상이 자연스레 스쳐 지나갔다.
물론 여기에서 끝이 아니다. 마르쿠스가 심혈을 기울여 만들어낸 개선품이 아직 한 가지 더 남아있었다.
그는 셀리니가 가져온 과일로 입가심을 한 뒤 자리에서 일어났다.
"쉴 만큼 쉬었으니 다시 업무 이야기로 돌아가 볼까? 마침 셀리니도 왔으니 이건 실물을 직접 보고 감상을 들어보는 게 좋겠어. 두 사람 모두 따라와."
"예?"
"호오, 벌써 시제품이 나온 겁니까?"
어리둥절해하는 셀리니와 달리 셉티무스는 상당한 관심을 보이며 마르쿠스의 뒤를 따라붙었다.
"그래. 오늘 막 완성했다고 연락을 받았어. 기대해도 좋아. 머지않아서 로마에 존재하는 모든 마차와 수레가 이 신형으로 대체될 거니까."
마르쿠스가 자신감 가득한 미소를 지으며 두 사람을 비트루비우스의 연구실로 안내했다.
판스프링 서스펜션을 장착한 신형 마차가 드디어 완성된 것이다.
등자와 편자에 이어서 또 한 번 로마의 사회에 커다란 충격을 안겨줄 순간이 다가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