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52. 동방의 지배자 ← 여기부터 유료분 시작입니다 (53/326)

  < 52. 동방의 지배자 ← 여기부터 유료분 시작입니다. >

  아르메니아가 사실상 무조건 항복을 선언하자 미트리다테스는 아무것도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60이 훌쩍 넘은 몸으로 험준한 카프카스 산맥에서 계속 있으려니 체력도 점점 떨어졌다.

  그래도 그는 티그라네스처럼 항복할 마음 따위는 품지 않았다.

  평생을 걸쳐 로마와 싸웠다는 자부심 하나로 살아온 이다.

  항복할 바에야 차라리 스스로 목숨을 끊는 게 낫다고 생각했다.

  미트리다테스는 이번이 마지막이라는 각오로 최후의 수단을 짜냈다.

  조달할 수 있는 모든 재산을 전부 사용하고 부하들의 노예들까지 동원해 군대를 재편성했다.

  카프카스까지 미트리다테스를 따라온 부하들을 더하면 수는 3만 6천이 넘어갔다.

  일단 그렇게 구색을 갖춘 미트리다테스는 폼페이우스에게 사절을 보냈다.

  당시 폼페이우스는 미트리다테스 따위는 안중에도 없다는 듯 군단을 둘로 나눠서 움직이고 있었다.

  폼페이우스가 이끄는 6개 군단은 파르티아와 경계선으로 삼기로 한 유프라테스강 서쪽에 진을 치고 겨울을 보냈다.

  파르티아와의 협정을 준수할 테니 그쪽도 잊지 말라는 효과적인 시위였다.

  그렇게 해가 기원전 66년에서 65년으로 넘어갈 무렵, 미트리다테스가 파견한 사절이 진영에 도착했다.

  "미트리다테스가 서신을 보냈다고?"

  폼페이우스는 사절이 가지고 온 편지를 읽어보더니 코웃음을 쳤다.

  "헛소리를 길게도 하고 있군."

  "어떤 제안을 하고 있기에 그러십니까?"

  "자네도 한 번 봐볼 텐가?"

  폼페이우스가 서신을 아무렇지도 않게 마르쿠스에게 건넸다.

  마르쿠스가 힐끗 돌아보니 사절로 온 자의 표정이 미미하게 굳어졌다.

  한 나라의 왕이 보낸 제안을 이토록 가볍게 다루는 건 예의가 아니다.

  폼페이우스가 그런 법도에 어두운 자도 아니니 이는 고의적이라고밖에 해석할 수 없었다.

  물론 마르쿠스의 눈에도 미트리다테스의 제안은 얼토당토않은 소리로 보이긴 했다.

  "이제 와서 로마의 패권을 인정할 테니 동맹국의 지위를 달라···진심으로 이게 받아들여질 거라 생각한 걸까요?"

  "내 말이 그 말일세. 이건 뭐 자신을 어디까지 과대평가하고 있는 것인지."

  "폐하께서는 새로 군대를 재편성하셨습니다. 서신을 보시면 아시겠지만 우리에게는 여전히 3만 6천이 넘는 대군이 있습니다. 최후의 항전 정도는 충분히 할 수 있다는 말입니다."

  이를 악문 사절의 반박을 폼페이우스는 귓등으로 흘렸다.

  그의 입을 통해 흘러나오는 건 오직 비웃음뿐이었다.

  "그거 정말 무섭군. 그 첩첩산중에서 억지로 모은 병력의 질이 얼마나 대단할지 벌써부터 모골이 송연한걸. 그 3만 6천 중 무기를 다룰 줄 아는 자가 절반은 되나?"

  사절은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폼페이우스는 이미 미트리다테스의 머리 꼭대기 위에 있었다. 어설픈 허세나 자존심 세우기가 통할 리가 없었던 것이다.

  "내가 자네의 왕에게 해줄 말은 딱 한 가지뿐일세. 티그라네스 2세처럼 항복을 하게. 그러면 폰투스의 국왕으로서 돌아올 수 있게 해줄 테니."

  "폐하께서 항복은 절대 불가능하다고 하셨습니다."

  "그러면 뭐 카프카스 산맥에서 죽을 때까지 있어야지 별수 있겠나. 가서 잘 생각해보라고 전하게."

  폼페이우스는 협상의 여지 따위는 없다고 단언했다.

  결국 사절은 어깨를 축 늘어뜨린 채 돌아갔다.

  "괜찮겠습니까? 그래도 3만이 넘는 머릿수는 마냥 얕잡아볼 수는 없을 텐데요. 그런 자들을 후방에 남겨두면 남하하는데 지장이 생기지 않을까요."

  "걱정 말게. 미트리다테스는 감히 남하할 생각조차 못 할 테니까. 폰투스에 새로운 왕을 세울 계획이거든. 미트리다테스는 새로운 왕이 알아서 견제해줄 걸세."

  "새로운 왕이라면 미트리다테스의 아들을 말씀하시는 겁니까?"

  "그래. 파르나케스가 폰투스의 새로운 국왕이 될 테니 자네가 그를 한 번 만나보게."

  의외의 제안에 마르쿠스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제가 파르나케스 왕자를 만나라고요?"

  "그래. 자네가 이번에 베푼 선행 덕분에 폰투스는 크라수스 가문에 꽤 우호적이라네. 그러니 파르나케스에게 로마의 패권을 인정하고 밑으로 들어오라고 설득을 해주게. 대신 폰투스의 정당한 지배자로 인정해주겠다고 약속하면 아마 넘어올 걸세."

  "알겠습니다."

  마르쿠스는 새어 나오려는 웃음을 참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이건 마르쿠스가 먼저 부탁해서라도 맡고 싶었던 역할이었다.

  아무리 로마의 속국으로 전락하게 된다고 해도 폰투스는 저력이 있는 국가였다.

  거기에 파르나케스는 야심과 능력을 갖춘 젊은이였다.

  원 역사에서 슬금슬금 힘을 키운 그는 카이사르와 폼페이우스의 내전을 기회로 삼아 반란을 일으키게 된다.

  명분은 폼페이우스를 도와 카이사르를 단죄한다는 것이었다.

  물론 카이사르에게 대패하고 그 유명한 '왔노라, 보았노라, 이겼노라.'의 희생양이 되지만, 그건 상대가 좋지 않았다고 봐야 한다.

  한 번 망조가 든 국가를 다시 일으키는 건 어지간한 능력으로는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마르쿠스의 미래 계획에서 파르나케스는 꽤나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장기 말이었다.

  포섭할 필요까지는 없지만 일단 얼굴을 익혀둬서 손해 될 건 없으리라.

  마르쿠스는 곧바로 파르나케스와의 협상을 위해 폰투스로 말머리를 돌렸다.

  파르나케스는 폰투스의 왕성에서 이미 반쯤은 왕처럼 지내고 있었다.

  왕의 정무를 보는 대전을 떡하니 차지하고 있는 그는 마르쿠스를 반갑게 맞이했다.

  "오오, 기다리고 있었소. 그대가 폼페이우스 장군의 대리인인가?"

  각진 턱과 힘이 느껴지는 목소리가 강한 인상을 풍기는 사내였다.

  감추려고 해도 숨겨지지 않는 야심이 깃든 눈동자도 눈길을 끌었다.

  '딱 봐도 그 아들에 그 아버지로군.'

  마르쿠스는 본심을 숨기고 정중히 예를 표했다.

  "마르쿠스 리키니우스 크라수스입니다. 폼페이우스 님께서 이번 전하와의 회담은 저에게 전권을 맡기셨습니다."

  "오, 그러면 자네의 뜻이 곧 폼페이우스 사령관의 뜻이라고 생각해도 되겠나?"

  "물론입니다."

  파르나케스는 신기하다는 표정으로 마르쿠스를 관찰했다. 그는 로마의 제도를 상당히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아직 스무 살 정도밖에 되어 보이지 않는 청년이 이런 중대한 역할을 맡았다는 게 좀처럼 믿기지 않았다.

  폼페이우스가 자신을 얕보고 이런 행동을 한 것인가 하는 의심까지 들었다.

  하지만 한 박자 늦게 마르쿠스의 성이 크라수스임을 인지한 그는 현 상황을 이해했다.

  "크라수스 가문이라면 나도 잘 알고 있네. 로마 최고의 부호이자 집정관까지 지낸 가문이라지? 게다가 이번에 우리 백성들에게도 큰 은혜를 베풀었다고 하니 우선 이 자리를 빌려 감사를 표하겠네."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입니다. 많은 부를 소유한 사람일수록 더 많은 책임을 져야 하는 법이라고 생각하니까요."

  "오오, 예상보다도 더 고결한 품성의 소유자로군. 내 확실하게 말해두건대, 만약 내가 옥좌에 앉는다면 자네가 베푼 선행을 두고두고 기억할 걸세."

  마르쿠스가 희미하게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왕위에 오르실 생각이 있으시다면 이야기가 빠르겠군요. 폼페이우스 님께서는 파르나케스 님이야말로 폰투스의 차기 국왕에 어울리다 생각하고 계십니다."

  "로마에서 내 정통성을 인정해주겠다 이 말인가?"

  "물론 로마의 친구로 남겠다는 맹세를 확실히 이행해주셔야 합니다. 정식으로 협정을 체결할 필요도 있겠고요."

  로마의 친구라는 것은 곧 로마의 패권을 인정한 동맹국을 의미한다.

  속주는 아니기 때문에 로마에 세금을 낼 의무는 없다.

  그러나 상호방위조약을 맺기 때문에 로마의 적으로 규정된 국가와 싸울 때는 병력을 제공할 의무가 있었다.

  물론 로마의 친구가 다른 국가에 침공을 받는다면 로마가 구원군을 보낼 의무를 진다.

  파르나케스로서는 거부할 이유가 없는 제안이었다.

  엄밀히 말해 폰투스는 로마에게 전쟁을 걸었다가 진 패전국이었다.

  자치권을 남겨준다는 제안만으로도 감지덕지 받아들여야 했다.

  "나로서는 그 제안에 불만이 없네. 한데 정말로 그 정도만으로도 괜찮겠나?"

  "물론 한 가지 더 있습니다. 로마의 적으로 규정된 전대 왕의 처우를 이 자리에서 결정지어야 합니다. 왕위에 오르시면 전하의 가장 큰 정적은 그자가 될 테니까요."

  "그렇지···그자는 내가 폰투스의 왕좌에 오르는 걸 절대 인정하지 않을 거야."

  파르나케스는 미트리다테스의 자식이었으나 부자 관계는 최악에 가까웠다.

  권력욕이 강하고 장수하는 왕의 권력에 아들이 위협되는 건 비교적 흔한 일이다.

  미트리다테스는 지금까지 자신의 권력에 위협이 된다고 판단한 아들을 넷이나 처형했다.

  파르나케스가 폰투스의 왕위에 오르면 미트리다테스는 또다시 아들을 죽이려 들 것이다.

  파르나케스는 위치상으로나 심정적으로나 아버지를 아버지라고 여길 수 없었다.

  "미트리다테스는 카프카스 산맥 근처의 요새 하나를 점령했다고 합니다. 거기서 파르티아의 왕에게 협력을 호소하고 있다고 하는군요."

  "멍청하긴. 파르티아가 들어줄 리가 없을 텐데."

  "예. 단칼에 거절당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이제는 흑해 일대의 부족들에게 알프스를 넘어 로마로 쳐들어가자는 선동을 하고 다닌다는 소문이 있습니다."

  파르나케스의 얼굴에 자연스레 비웃음이 서렸다.

  과거에는 그토록 총명했던 영웅이 이제는 완전히 노망이 들었다고밖에 볼 수 없었다.

  그의 마음속에 미약하게 남아 있던 아버지에 대한 두려움이 완전히 사라졌다.

  "그런 허무맹랑한 소리나 하는 노인네라면 이쪽에서도 충분히 처리할 수 있겠군. 문제는 군대를 소집할 자금인데······."

  "원하신다면 제가 빌려드리겠습니다. 소량의 이자는 받겠지만 최저금리로 빌려드리지요."

  "정말인가? 그렇다면야 내가 토벌을 못 할 이유가 없지. 꼭 좀 부탁하겠네."

  빌린 돈쯤이야 미트리다테스를 쓰러트리면 얼마든지 상환할 수 있었다.

  군대를 조직하는데 재산을 거의 다 썼다는 소문도 돌았지만, 그건 회수 가능한 자금을 말할 뿐이다.

  미트리다테스가 폰투스 곳곳에 숨겨둔 재산은 아직도 상당히 많이 남아 있었다.

  파르나케스는 미트리다테스를 사로잡아 그 재산을 전부 흡수할 계획이었다.

  머릿속으로 대충 계산을 끝낸 그는 우선 약식으로 문서를 작성했다.

  파르나케스는 로마의 패권을 인정하며 전대 왕 미트리다테스를 제압한다.

  그 과정이 모두 끝나면 로마는 파르나케스가 폰투스의 정당한 지배자라는 사실을 인정한다.

  부당하게 빼앗은 영토를 원래 주인에게 반환하는 걸 수락한다.

  세부사항들은 좀 더 많았지만, 핵심은 그런 내용이 담긴 계약서였다.

  30세의 젊은 야심가인 파르나케스는 마르쿠스가 돌아가자마자 즉각 행동을 개시했다.

  그는 자신이 정당한 폰투스의 군주라는 점을 설파하며 군단을 소집했다.

  미트리다테스의 밑에 있다면 폰투스는 파멸로 갈 뿐이라는 호소는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얻었다.

  미트리다테스는 수십 년이란 긴 시간을 로마와 전쟁하는데 쏟았다.

  승자의 입장인 로마 시민들도 전쟁에 지쳤는데 패자인 폰투스 국민들의 마음은 더 볼 것도 없다.

  순식간에 미트리다테스 이상의 군대가 파르나케스의 밑에 집결했다.

  심지어 미트리다테스의 병사들마저 하나둘 탈영해 왕자의 군대에 합류했다.

  흐름이 자신에게 넘어왔다고 판단한 파르나케스는 곧바로 아버지인 미트리다테스를 급습했다.

  카프카스 산맥을 나와 인근의 요새에 주둔하고 있던 미트리다테스는 재차 쫓겨난 신세가 됐다.

  그는 피눈물을 흘리며 또다시 험준한 카프카스 산맥에 들어가 은둔할 수밖에 없었다.

  파르나케스는 거기서 멈추지 않고 아직도 로마에 반항하는 도시들을 점령해나갔다.

  그 소식을 들은 폼페이우스는 정식으로 파르나케스가 로마의 친구가 되었다고 선포했다.

  이제 소아시아 남쪽으로 원정을 가는 데 걸림돌이 될 만한 것은 전무했다.

  유프라테스 강에서 주둔하고 있던 폼페이우스의 본대는 다시 행군할 준비를 시작했다.

  그러던 찰나, 폼페이우스가 예상치 못했던 말을 불쑥 꺼냈다.

  "마르쿠스, 자네는 지금 시리아 인근을 제압하고 있는 별동대를 지휘해보게."

  "예?"

  너무나 상식과 동떨어진 이야기라서일까.

  마르쿠스만이 아니라 다른 군단장들도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폼페이우스를 바라보았다.

  모두의 시선이 집중되자 그는 왜 그러냐는 표정으로 가볍게 어깨를 으쓱했다.

  "유프라테스 강에 주둔하는 6개 군단을 제외한 4개 군단이 현재 남쪽을 제압중이지 않나. 그중 2개 군단을 자네가 지휘하란 말일세."

  "하지만 저는 군단장도 아닌데······."

  마르쿠스는 진심으로 곤혹스러운 반응을 보였다.

  다른 군단장들도 반대의견을 냈다.

  "폼페이우스님, 마르쿠스는 군단장은커녕 백인대장도 맡아본 경험이 없습니다. 그런데 바로 2개 군단을 지휘하는 것은 시기상조가 아닐까 합니다."

  "내가 처음으로 군단을 지휘한 건 18살 때 일이었네. 23살 때는 3개 군단을 지휘해 마리우스파를 쓸어버렸고."

  "그, 그건 폼페이우스님이라 가능했던 일······."

  "물론 나도 마르쿠스에게 군단을 이끌고 전쟁을 하라는 건 아닐세. 지금까지 그가 보인 공적을 치하하는 의미에서 군공을 쌓을 기회를 주려는 거라네. 어차피 현재 셀레우코스 왕조는 뼈대만 남은 허수아비에 지나지 않아. 그런 지역을 점령하는 건 누구라도 할 수 있을 거라 보는데 내 말이 틀렸나?"

  군단장들은 별다른 반박을 제기하지 않았다.

  전혀 위험부담이 없는 곳에서 경험을 쌓게 해주려는 의도라면 그들도 납득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폼페이우스가 군단장들에게서 시선을 거두고 마르쿠스를 향해 말을 이었다.

  "옆에서 지켜보기만 하는 것과 실제로 지휘를 해보는 것은 상당한 차이가 있네. 자네가 헤매더라도 옆에 있는 군단장들이 충실히 보좌해줄 테니 너무 긴장하지 말고 해보게."

  "영광스러운 기회를 주셔서 감사합니다. 혼신의 힘을 다해보겠습니다."

  생각지도 못했던 기회를 연달아 받게 됐다. 마르쿠스는 깊숙이 허리를 숙여 진심으로 감사의 뜻을 표했다.

  그 모습을 흐뭇하게 보고 있는 폼페이우스에게 한 군단장이 의문스러운 목소리로 질문을 던졌다.

  "그런데 폼페이우스님, 셀레우코스 왕조를 병합하는 건 물론 손쉬운 일이겠지만···원로원의 허가는 떨어진 겁니까?"

  원로원과 민회가 폼페이우스에게 부여한 권한은 어디까지나 동방 전선의 책임자였다.

  여기서 남쪽으로 진군하는 건 월권행위로 해석될 여지도 있었다.

  당연히 폼페이우스는 그런 문제 따위는 신경도 쓰지 않았다.

  "원로원에게는 이미 통보를 해두었네. 사실 동방에 분쟁이 생기게 된 원인이 무엇인가. 셀레우코스 왕조가 이미 힘을 잃어 통제력을 상실했기 때문이 아닌가. 이대로 계속 놔둔다면 이번엔 아르메니아가 아니라 파르티아에게 병합당할 걸세."

  "확실히 일리가 있는 말씀입니다."

  "그러니 이제 셀레우코스 왕조를 확실히 로마의 영향력 아래에 둬야 하는 시기가 온 것이네. 이런 중대한 사안까지 원로원의 승인을 기다릴 필요는 없겠지. 사후통보만으로 충분하지 않겠나."

  당연한 말이지만 폼페이우스는 처음부터 허가를 받을 생각 따위는 하지 않았다.

  군단장들도 딱히 사령관의 의견에 반대는 하지 않았다.

  그들에게는 원로원의 노인들보다 폼페이우스의 명령이 수십 배는 우선순위가 높았던 까닭이다.

  모두의 의견이 통일되었다고 판단한 폼페이우스는 곧바로 행동을 개시하기로 했다.

  마르쿠스는 스파르타쿠스와 함께 자신이 이끌기로 한 2개 군단이 있는 지역으로 향했다.

  그동안 수많은 경험을 했으나 정식으로 군대를 지휘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가벼운 흥분으로 기분 좋게 뛰는 심장의 고동이 잠시 동안 가라앉을 줄을 몰랐다.

  < 52. 동방의 지배자 ← 여기부터 유료분 시작입니다.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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