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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3. 태동 (74/326)

  < 73. 태동 >

  크라수스 가문에 성별이 다른 쌍둥이가 태어났다는 소식에 각계각층에서 축하선물이 도착했다.

  폼페이우스는 출산과 육아를 관장하는 유노 여신의 조각상을 보내주었다.

  키케로는 아이들이 건강하게 자라기를 바란다는 축사를 무려 양피지 10장 분량에 적어 선물했다.

  그런데 내용을 읽어보니 마르쿠스의 아들이 자신처럼 똑똑해지길 바란다는 말이 주 내용이었다.

  너무나도 키케로다운 축하에 율리아는 배를 잡고 웃었다.

  그렇게 율리아가 산후조리에 힘쓰고 마르쿠스가 갓 태어난 쌍둥이들을 돌보는 동안 폼페이우스의 개선식이 열렸다.

  마르쿠스는 율리아와 아이들을 돌봐야 한다고 개선식에 참여하지 않았다.

  크라수스와 율리아는 굉장히 아쉬워했지만 마르쿠스는 개의치 않았다.

  "지금 이건 폼페이우스 님의 개선식이지 제 개선식이 아니니 아깝지는 않습니다. 언젠가는 제가 직접 세운 공으로 개선식을 할 수 있을 테니까요."

  "그래? 네가 그렇게 생각한다면 나도 이견은 없다."

  깔끔하게 납득한 크라수스와 달리 율리아는 풀이 죽어 자책했다.

  "괜히 저 때문에 그러시는 게 아닌지······."

  "아니라니까. 게다가 건강한 아이를 한 명도 아니고 두 명이나 무사히 낳은 당신의 공에 비하면 개선식 따위 우습지. 그렇지 않습니까, 아버지?"

  크라수스도 동감한다는 듯 크게 고개를 끄덕였다.

  요새 그의 삶의 낙은 원로원 회의가 끝나면 손주와 손녀의 잠든 모습을 감상하는 것이었다.

  내심 가문을 이을 수 있는 손자를 원하고 있었는데 거기에 손녀까지 생기니 하루하루가 행복했다.

  이런 즐거움을 준 며느리에 대한 총애도 날이 갈수록 더 깊어졌다.

  "그럼, 그럼. 자신이 총지휘관의 자격으로 참가하지 않는 개선식 따위 아무런 의미도 없다. 그런 의미 없는 행사에 가느니 여기서 손자와 손녀를 돌보는 게 백배는 더 생산적이지."

  "감사합니다, 아버님."

  애정이 잔뜩 담긴 크라수스의 말에 율리아도 다시 미소를 되찾았다.

  마르쿠스가 시아버지와 며느리의 화기애애한 대화를 듣는 와중, 포로 로마눔 광장이 있는 방향에서 엄청난 함성이 들려왔다.

  크라수스가 미묘한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개선식 행렬이 근처까지 왔나 보군."

  최대한 감정을 자제했지만 미세하게 실려 있는 부러움과 질투가 느껴졌다.

  평생토록 원했으나 한 번도 할 수 없었던 크라수스와 달리 폼페이우스는 이번이 세 번째의 개선식이다.

  거기에 자신이 태어난 날에 개선식을 한다는 최고의 영예까지 누리고 있다.

  크라수스로서는 그저 부럽고 또 부러울 뿐이었다.

  돌이켜보면 지금까지 로마인으로서 누릴 수 있는 모든 영예를 다 누렸다.

  집정관도 해봤고, 원로원에서도 강력한 영향력을 끼치고 있으며, 뛰어난 자식에 현명한 며느리, 귀여운 손주들까지 봤다.

  이제 개선식만 해볼 수 있다면 죽어도 여한이 없을 것 같았다.

  크라수스의 생각을 훤히 꿰뚫어 본 마르쿠스가 담담하게 위로를 건넸다.

  "기운 내세요, 아버지. 아직 기회는 남아있으니까요. 언젠가는 반드시 당당히 개선식을 치르실 수 있을 겁니다."

  "그런 날이 온다면 좋겠지만 글쎄···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저 개선식이라는 게 평생토록 나를 피해 다니는 게 아닌가 싶구나. 어쩌면 나는 전쟁의 신께 별로 사랑받는 사람이 아닐지도 모르겠어."

  "아버지······."

  "아, 그렇다고 노예 반란을 제압했을 때 스스로 개선식을 포기한 걸 후회하지는 않는다. 어차피 원로원은 나에게 개선식을 허용하지 않았을 테니까."

  바람을 타고 들려오는 환호성에 크라수스는 자조 섞인 미소를 지었다.

  로마 역사상 가장 화려한 개선식이 어떨지 실제로 눈으로 보고 싶기는 했다.

  하지만 동시에 절대로 보고 싶지 않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래서 손주들을 돌봐야 한다는 그럴싸한 핑계를 대며 가지 않았다.

  크라수스는 그럴 수 있는 핑계를 만들어준 율리아에게 진심으로 감사했다.

  폼페이우스는 지금쯤 유피테르 신전이 있는 카피톨리노 언덕을 오르고 있을 것이다.

  3번이나 개선식을 치르는 폼페이우스의 심정이 어떨지 상상도 가지 않았다.

  동시에 미치도록 부러웠다.

  만약 개선식을 올릴 기회가 온다면 그는 어떻게 행동할 것인가.

  스스로 자문해볼 거리조차 아니었다.

  지금이야 초연한 척하고 있으나 그때가 되면 물불 안 가리고 기회를 잡기 위해 돌진하리라.

  크라수스의 시선은 개선식의 종착점인 유피테르 신전이 있는 곳을 향해 한참이나 머물러 있었다. 두 눈동자에 아직도 다 떨쳐내지 못한 미련과 욕망이 진하게 피어올랐다.

  그런 아버지를 바라보는 마르쿠스는 현실로 다가올 미래를 바꿀 수 없음을 직감했다.

  저렇게나 개선식을 원하고 있으니 설령 마르쿠스가 말린다고 해도 결심을 꺾긴 어려울 것이다.

  '아직 8년이나 남았으니···출전을 막을 수 없다면 대비라도 철저히 해놔야겠지.'

  진하게 한숨을 쉰 크라수스가 뒤를 돌아 집으로 들어갔다.

  기운이 빠진 시아버지를 위로하기 위해 걸음을 옮기는 율리아가 마르쿠스의 두 눈에 비쳐들었다.

  그는 두 사람의 뒷모습이 완전히 사라진 뒤에야 발을 뗐다.

  그 발걸음에는 비극적인 역사를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굳은 결의가 담겨 있었다.

  ※※※※

  이틀에 걸쳐서 치러진 폼페이우스의 개선식은 소문대로 역사상 가장 호화로운 축제가 됐다.

  폼페이우스가 동방에서 거둬온 금은보화가 어찌나 많았는지 재화를 실은 수레가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긴 행렬을 만들었다.

  폼페이우스가 동방에서 이룬 업적이 하나씩 나열될 때마다 시민들은 발을 구르며 환호를 보냈다.

  그리고 약속이라도 한 듯 환호를 보내는 군중들을 향해 아낌없이 은화의 비가 내렸다.

  위대한 자를 뜻하는 '마그누스'라는 폼페이우스의 별칭이 이틀 내내 로마 전역에 울려 퍼졌다.

  개선식을 성공적으로 끝낸 폼페이우스는 덕분에 자신감을 회복했다.

  그는 당장 문란한 생활로 평판이 좋지 않은 아내와 이혼하고 정계에 복귀하겠노라 선언했다.

  개선식에서 시민들에게 뿌린 은화 덕분에 시민들의 지지도 전에 없을 정도로 뜨거웠다.

  그러나 의욕적으로 원로원 회의에 참여한 폼페이우스가 다시 좌절하기까지는 일주일도 채 걸리지 않았다.

  이건 딱히 그가 무능력해서가 아니었다.

  폼페이우스는 집정관도 아니었으며, 수족처럼 부릴 수 있는 호민관도 없었기 때문이다.

  그는 다른 의원들처럼 집정관에게 자신의 요구를 허락받는 식으로 의정활동을 해야 했다.

  집정관 칼푸르니우스와 발레리우스는 당연히 폼페이우스의 제안을 어물쩍 넘어가기 바빴다.

  그들의 말은 항상 이런 식이었다.

  "지금 그 문제를 논하는 건 조금 적절치 않은 것 같군요."

  "그럼 대체 언제 내 제안을 진지하게 검토해줄 생각이오!"

  "그거야 지금 밀려있는 법안들이 통과되어야 논의를 하겠지요. 보시다시피 지금 밀린 일들이 너무 많습니다."

  "그럼 빨리빨리 밀린 사안을 논의하고 결정을 내려야 할 게 아니오!"

  인내심이 바닥난 폼페이우스가 버럭 소리를 질렀다.

  "그럼 폼페이우스 마그누스의 요구대로 지금 논의해야 할 안건을 살펴봅시다."

  칼푸르니우스가 느릿느릿 서류를 뒤적거렸다.

  보는 사람이 복장이 터질 정도로 느긋한 움직임이었다.

  "어디 보자···아, 작년에 있었던 베스타 여사제들의 요구가 아직도 처리되지 않고 있었군요. 수석 여사제 리키니아가 직접 원로원에 부탁한 내용입니다.

  최고 사제인 카이사르가 속주 총독으로 나가게 되었기 때문에 종교 행사에 공백이 생길 수밖에 없다. 그러나 사제들이 자의적으로 일을 처리하면 차후 책임 소지가 불분명해지니 이를 보완할 법을 제정해 달라고 하는군요.

  "

  "카이사르는 이미 진즉 히스파니아로 떠났소! 이런 중요한 내용을 아직도 처리하지 않고 있었다니 제정신이오?"

  "아아, 그러니 지금 처리하자는 것 아닙니까. 어디, 이 사안에 대해서 발언하실 분 있습니까?"

  "제가 한 말씀 올리겠습니다."

  카토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네, 발언하십시오. 포르키우스 카토."

  발언 허가를 받은 카토는 작정하고 시간을 끌었다.

  자리에서 일어난 그는 토가 자락을 매만지고, 심호흡을 한 뒤, 신들에게 기도를 한 번 올렸다.

  그런 뒤 다시 머리를 매만지고 헛기침을 몇 번인가 한 뒤 또다시 토가 자락을 매만졌다.

  울화통이 터진 폼페이우스가 뭐라고 한소리를 하자 카토는 그제야 입을 열어 장광설을 늘어놓기 시작했다.

  "친애하는 의원 여러분, 우리는 이 사안을 논하기에 앞서 먼저 땅에 떨어진 로마의 비도덕성을 돌아봐야 합니다.

  사람들의 신앙심은 날이 갈수록 옅어지고 있습니다. 세상에, 작년에 일어난 보나 여신제를 떠올려 보십시오.

  게다가 그 범인은 재판에서 무죄를 받았다는 이유로 멀쩡히 거리를 활보하고 있습니다. 심지어 그런 자가 민중을 대표하는 호민관이 되어 원로원을 사사건건 방해하고 있다는 말입니다!

  "

  "그게 지금 우리가 토론해야 하는 주제와 무슨 상관이란 말이오!"

  "종교에 관련된 문제입니다. 당연히 먼저 날이 갈수록 비종교적이 되는 로마의 현실을 냉정히 되돌아봐야지요.

  자, 여러분 다시 이야기로 돌아가겠습니다. 로마인들은 점점 더 신을 두려워하지 않고 있습니다. 그러니 온갖 비도덕 직인 일을 저지릅니다. 불륜을 저지르는 게 당연한 것처럼 여겨지고 있고, 일종의 자랑처럼 되고 있습니다. 그러니 카이사르 같은 자들이 나타나 활개를 치는 겁니다.

  "

  카토는 이후로 한 시간가량을 더 로마인들의 비도덕성과 카이사르에 대한 비판으로 지새웠다.

  도저히 참지 못한 폼페이우스가 목에 핏대를 세우며 삿대질을 했다.

  "이건 명백한 의사진행 방해요! 집정관, 카토의 발언을 멈추게 하시오!"

  카토가 펄쩍 뛰며 항변했다.

  "의사진행 방해라니요! 저는 엄연히 이런 일이 벌어진 배경을 설명하는 겁니다!"

  "카토의 말이 옳은 것 같습니다."

  집정관 칼푸르니우스는 은근슬쩍 카토 편을 들어주었다.

  계속하라는 신호를 받은 카토는 의기양양한 미소를 짓고는 말을 이었다.

  "이렇게 방종과 탐욕, 색욕으로 점철된 시대가 됐으니 카이사르 같은 자가 최고 사제로 당선된 겁니다. 우리는 도덕이 실종된 로마에 살고 있습니다.

  저는 언제나 제 삶의 기준을 위대하신 증조부님께 맞추고 있습니다. 그분은 절대 남의 여자를 탐하지 않았고, 누구보다 신앙심이 깊었으며, 공화정의 질서를 위해 삶의 모든 열정을 불태웠습니다.

  저는 그렇게 살고 싶습니다. 그분이 만약 이토록 추악하고 더럽게 변해가는 로마를 보았다면 절대 가만히 계시지 않았을 겁니다.

  하지만 저는 이 흐름을 막지 못했습니다. 아아, 너무나 비통하고 수치스러울 뿐입니다! 만약 로마가 과거로 돌아갈 수 있다면 저는 당장 테베레강에 빠져 죽어도 한이 없을 겁니다. 아니, 그렇게 되는 게 저 카토의 유일한 소망입니다!

  "

  "지금 나도 한 가지 강렬한 소망이 생겼소, 카토!"

  폼페이우스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외쳤다.

  "바로 당신의 소망이 지금 당장 이뤄지는 거요. 알겠소? 지금 바로 당장!"

  카토는 폼페이우스의 반응을 신경 쓰지 않고 포효했다.

  "이럴 수는 없습니다! 우리 로마가 이렇게 계속 타락의 길로 빠질 수는 없습니다! 물론 아직 완전히 늦지 않았습니다. 그러니 우리가 먼저 해야 할 일은······."

  카토의 장광설은 중천에 떠올랐던 해가 뉘엿뉘엿 서편을 향해 저물 때까지 멈추지 않았다.

  머리끝까지 분노가 오른 폼페이우스가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어디 언제까지 이따위로 국정을 운영할 수 있는지 한 번 봅시다!"

  그가 회의장을 떠나자 다른 의원들도 하품하며 자리를 빠져나갔다.

  카토의 연설은 해가 완전히 떨어지고 회의를 폐할 시간이 되었을 때였다.

  마지막까지 자리에 남아있던 사람은 집정관인 칼푸르니우스와 연설을 한 장본인 카토, 그리고 이미지 관리에 열심인 마르쿠스 뿐이었다.

  다음 회의도, 그리고 그다음 회의도 카토의 장광설은 멈추지 않았다.

  원래 그는 꼬장꼬장하고 청렴을 지나치게 강조하는 성격 탓에 대중에게 큰 인기를 끌지는 못했다. 그 때문인지 일정 이상의 관직에 선출되어 본 경험도 없었다.

  그런 그가 원로원의 중심인물로 여겨질 수 있었던 점은 바로 이런 강철 같은 체력 덕분이었다.

  지치지 않는 체력과 쉬지 않는 성대를 보유한 그는 며칠이라도 쉬지 않고 연설을 할 수 있었다.

  그래서 폼페이우스가 법안을 처리하자고 집정관을 압박해도 의미가 없었다.

  카토가 해가 지도록 발언을 멈추지 않는 방식으로 원로원을 마비시켰기 때문이다.

  원래대로라면 집정관이 카토의 발언을 끊을 수 있었지만, 한통속인 칼푸르니우스는 그럴 마음이 없었다.

  원로원의 이런 지연 작전 때문에 폼페이우스는 결국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매번 연설을 끝까지 듣고 있는 마르쿠스에게도 이건 고역이었다.

  카토는 알고 싶지도 않은 시시콜콜한 사항들을 끝도 없이 늘어놓고, 늘어놓고, 계속해서 늘어놓았다.

  이제 그의 집에 식기와 잔이 몇 개나 있는지 모르는 의원들은 없을 것 같았다.

  아침마다 마당을 청소하는 노예의 이름이 포르키오라는 사실도 모두가 다 알았다.

  '그냥 이미지 관리고 뭐고 나도 중간에 뛰쳐나갈까······.'

  오늘도 여지없이 이어지는 카토의 장광설을 보니 마르쿠스조차 치가 떨렸다.

  폼페이우스는 카토의 연설이 시작하자마자 자리를 떴기에 보이지 않았다.

  1시간도 채 되지 않아 원로원 의석이 절반이 텅 비어버렸다.

  썰물처럼 빠져나간 의원들을 바라보는 마르쿠스의 눈이 부러움으로 물들었다.

  진심으로 이제 그만 여기서 나가고 싶었다.

  기진맥진해서 저택으로 돌아온 그날 저녁, 마르쿠스는 히스파니아에서 날아든 카이사르의 서신을 받았다.

  <마르쿠스, 이 편지가 언제쯤 자네에게 도착할지는 모르겠지만, 사실 언제가 됐더라도 로마는 그리 변한 게 없겠지.

  수도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은 나도 듣고 있네. 원로원이 어째서 클로디우스가 내 명령을 듣고 있다고 착각하는지는 모르겠으나 그 치들이 착각하는 건 하루 이틀이 아니었으니 이제 와서 놀랍지도 않네. 어쨌든 지금 폼페이우스는 자네와 나의 예상대로 크게 궁지에 몰린 것 같더군. 그의 정치력으로는 이 난관을 극복할 수 없을 게 확실히 보이네. 아마 스스로도 그 사실을 느끼고 있겠지.

  그렇다면 결국 이전에 자네가 말한 대로 폼페이우스 쪽에서 먼저 접촉을 할 텐데 알다시피 나와 폼페이우스는 아직 균형이 맞지 않는다네. 내가 아무리 집정관이 된다고 해도 폼페이우스라는 이름값을 넘어서기에 나는 아직 실적이 부족하니까.

  물론 나도 놀고만 있지는 않았네. 히스파니아에서 루키우스 코르넬리우스 발부스라는 친구를 영입했는데 아주 총명하더군. 로마로 돌아가면 자네에게도 소개해줄 테니 이야기를 나눠보게. 자네도 마음에 들 거야.> '발부스라···분명히 페니키아계의 금융 전문가였을 텐데.'

  안 그래도 이제 본격적으로 문을 열 은행에서 활약할 인재가 필요했던 참이다.

  추가로 인재를 끌어올 수 있다면 마르쿠스로서는 대환영이었다.

  그는 즉각 발부스를 자신의 진영으로 포섭할 계획을 궁리하기 시작했다.

  물론 인재를 유출 당하는 카이사르 입장에선 유쾌하지 않겠지만, 그에게도 적절한 보상을 쥐여주면 납득할 것이다 예상외의 인재발견으로 들뜬 마르쿠스는 계속 편지를 읽어 내려갔다.

  <나는 속주 총독의 권한으로 군단을 편성해서 아직 정복이 완료되지 않은 히스파니아 서남쪽을 완벽히 제압했네. 이 정도의 군공이라면 로마에서도 나에게 개선식을 허용해 줄 수밖에 없을 거야, 여기에서 단숨에 인지도를 높인 뒤 집정관이 되어 개혁을 시작할 계획일세. 자네도 겉으로 드러낼 수는 없더라도 뒤에서 날 지원해줄 거라 믿고 있겠네. 아 참, 율리아가 쌍둥이를 낳았다는 말은 들었네. 딸아이와 자네 모두에게 정말 축하한다고 전하고 싶군. 나도 하루라도 빨리 손자와 손녀를 보고 싶은 심정이라네. 꼭 그래서는 아니지만 나는 최대한 빨리 로마로 돌아갈 걸세.

  아마 내년 5월이 되기 전에는 로마에 당도할 수 있을 거야. 그때 밀린 이야기를 자세히 나누도록 하지. 다시 한번 두 아이의 아버지가 된 걸 진심으로 축하하네.>

  마르쿠스는 나중에 율리아에게 건네주기 위해 편지를 고이 접어서 보관했다.

  카이사르가 점령한 지역은 현대로 치면 포르투갈에 해당하는 지역 일부였다.

  이곳의 지역 부족들을 무릎 꿇렸다면 개선식을 열기에 충분한 업적이었다.

  물론 원로원은 원래 역사에서도 그랬듯이 순순히 카이사르의 요구를 들어주지 않을 것이다.

  이번에는 특히 카이사르를 밟아줘야 한다고 여기는 의원들이 많을 터.

  어쩌면 집정관 출마 자체를 막으려고 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어느 쪽이 됐든 대세에는 지장이 없다.

  이번에는 원로원이 한 방 먹을 차례가 왔다.

  이 정도면 폼페이우스도 마르쿠스의 충고를 무시한 대가를 충분히 치른 셈이다.

  무엇보다 마르쿠스가 카토의 장광설을 앞으로도 쭉 참아줄 자신이 없었다.

  '주역은 모두 준비가 끝났으니 이제 무대의 막이 올라가기만 기다리면 되는 건가.'

  카이사르, 폼페이우스, 크라수스.

  시대를 이끌어 갈 자들의 영향력이 시운의 흐름을 타고 한 점에 모여 마침내 화려한 불꽃을 피울 때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 불꽃을 점화하게 될 이는 다른 누구도 아닌 마르쿠스가 되리라.

  차디찬 빗방울이 메마른 로마의 땅바닥을 적시는 기원전 61년 12월, 원로원은 상상도 하지 못하는 장소에서 하나의 구상이 태동하고 있었다.

  < 73. 태동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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