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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8. 사위와 장인의 각본 (79/326)

  < 78. 사위와 장인의 각본 >

  78.

  마르쿠스는 케레스 여신 감사제를 3월이 지나서 개최하기로 했다.

  이탈리아 전역에서 농민들이 몰릴 테니 충분한 기간을 둔다는 게 이유였으나, 실상은 조금 달랐다.

  4윤작법을 도입한다고 해도 농사를 지을 땅이 없으면 자영농을 육성할 수가 없다.

  혁신적인 농사법을 뒷받침해줄 수 있는 제도가 필요한 것이다.

  그러나 안찰관에 불과한 마르쿠스는 아직 그런 법안을 입안할 수 있는 위치가 아니었다.

  그래서 삼두 연합의 존재가 필요했다.

  마르쿠스는 로마의 미래를 위해 자영농을 육성할 필요가 있었다.

  폼페이우스는 퇴역병들에게 국유지를 나눠줘야 면목이 서는 상황이었다.

  카이사르는 집정관으로서 연합의 이익을 최대한 대변할 의무가 있었다.

  삼두 연합은 위 두 가지 사항을 따로 처리하는 게 아니라 한꺼번에 묶어서 진행하기로 했다.

  폼페이우스의 밑에서 종군한 병사들과 토지가 필요한 농민들 모두가 이익을 누릴 수 있도록 농지법을 개정하기로 한 것이다.

  워낙 방대한 분량의 법안이었기 때문에 지금은 아직 다 정리가 되지 않은 상황이었다.

  그래도 카이사르는 3월 중으로 법안을 제출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전해왔다.

  이게 바로 마르쿠스가 3월 이후 감사제를 개최하기로 한 이유였다.

  농지법은 기득권층의 이익이 복잡하게 얽혀 있어서 평범한 방법으로는 통과가 불가능했다.

  실제로 그라쿠스 형제의 개혁 이후로 농지법이 논의될 때마다 로마 정계에는 유혈사태가 발생했다.

  그래서 마르쿠스와 카이사르는 이 법을 확실히 통과시키기 위해 이용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다 쓰기로 했다.

  이탈리아 전역에서 농민들이 모여들고 폼페이우스의 퇴역병들까지 합세하면 원로원이라고 해도 대놓고 반대는 못 할 것이다.

  서로 무력을 사용하지는 않기로 했지만, 흥분한 시민들이 들고일어나는 건 논외였기 때문이다.

  감사제까지는 아직 여유가 있었기에 마르쿠스는 일단 위생의 개선에 한층 더 박차를 가했다.

  대부분의 일은 안찰관의 권한으로 즉시 집행했으나 가끔은 원로원의 동의를 구해야 하는 사안도 있었다.

  물론 원로원은 마르쿠스를 전폭적으로 지원해주었다.

  돈이 드는 사업은 마르쿠스가 일단 사비로 해결하고, 효과가 입증되면 예산을 투입한다.

  이런 합의가 바탕이 된 덕분에 사업 대부분이 거침없이 통과됐다.

  "하수도를 통해 넘어온 인분을 그대로 거름으로 사용하는 건 위험합니다. 법령을 제정해서 인분을 퇴비화하는 작업을 해야 합니다. 시설은 제가 만들겠지만, 퇴비화에 관한 법령이 필요합니다. 집정관께서 이 점을 고려하시어 법령을 입안해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새해의 국정을 담당하는 집정관은 카이사르였다. 그가 흥미롭다는 기색으로 물었다.

  "퇴비화를 하지 않은 인분을 그대로 사용하면 몸에 해로운가?"

  "예. 그것도 제가 자료로 정리해두었습니다. 퇴비화를 하지 않은 인분을 거름으로 사용한 곡식을 먹은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더욱 자주 복통에 시달립니다. 이는 인분에 남아있는 좋지 않은 독성이 그대로 곡식에 스며들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장기간 퇴비화를 해서 독성을 제거해줘야 합니다."

  원래 진짜 이유는 독성보다는 기생충에 있었지만, 그렇게 설명해봐야 더 헷갈리기만 할 것이다.

  실제로 대다수의 의원은 마르쿠스의 알기 쉬운 설명에 고개를 끄덕이며 납득했다.

  카이사르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

  "그럼 인분의 퇴비화에 관한 법령만 제정하면 되는 것인가?"

  "아닙니다. 하는 김에 거리의 위생을 관리하는 법안도 새로 정비할 필요가 있습니다. 수부라에 가면 인술라에서 각종 오물을 그냥 창밖으로 버려버리는 이들이 종종 목격됩니다. 이건 미관상만이 아니라 실제 위생에도 좋지 않습니다."

  수부라에서 오랜 기간 살아왔던 카이사르에게는 아주 익숙한 광경이었다.

  "그래. 고층 건물에서 몰래 오물을 버리는 건 별로 새삼스러운 광경도 아니지. 사실 어떻게든 손을 볼 필요가 있는 행위이긴 했어."

  "예. 그렇다고 마냥 금지만 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몰래 버리는 걸 선택할 겁니다. 인술라 고층에 사는 사람들도 폐수나 오물을 더 편리하게 처리할 수 있는 방안을 같이 마련해줘야 합니다."

  "일리가 있는 말일세. 충분히 고려해서 법안을 만들도록 하지."

  카이사르는 명문 귀족임에도 이례적으로 평민들의 삶에 이해도가 높았다. 머릿속에 즉각 여러 가지 해결방안이 떠올랐다.

  그가 좌중을 둘러보며 물었다.

  "마르쿠스가 요구한 사안에 추가발언을 하실 분 계십니까? 없다면 바로 표결에 들어가겠습니다."

  메텔루스 스키피오가 손을 들고 발언을 요청했다.

  발언권을 받은 그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반대하려는 건 아닙니다만, 인분을 장기간 보관하고 관리하려면 당연히 추가적인 예산이 필요합니다. 한번은 크라수스 가문에서 댄다고 해도 그다음부터는 어떻게 할 겁니까?"

  마르쿠스가 설명하려고 입을 열기도 전에 카이사르가 먼저 선수를 쳤다.

  "지금의 세수를 보면 충분히 추가 예산을 편성할 수 있습니다. 재작년에 한 세제개편으로 작년 세수가 눈에 띄게 상승했으니까요."

  "아······."

  "세수를 투명하게 하고 부담을 현실적으로 줄여줬으니 세수가 더 걷히는 건 당연한 일이지요. 어쨌든 이걸로 대답은 되었으리라 믿습니다."

  너무나 당연한 사실을 간과하고 있던 메텔루스는 얼굴을 붉히며 도로 자리에 앉았다.

  마르쿠스가 제안한 조세개혁은 로마의 세수를 한 차례 크게 증가시켰다.

  처음에 원로원 의원들이 결과보고를 받았을 때는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몇 번이나 다시 확인했을 정도였다.

  그들은 세수에 엄청난 구멍이 생기리라 내심 확신하고 있었다.

  그 이상을 크라수스 가문이 보충해주리라 생각했으니 반대를 하지 않았을 뿐이다.

  그러나 실제로 결과가 나왔으니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그때를 기점으로 마르쿠스의 말에는 상당한 힘이 실리게 됐다.

  원로원의 신뢰가 한층 더 깊어졌음은 물론이다.

  메텔루스 이후로는 더 발언하려는 사람은 없었다.

  마르쿠스의 공공위생에 관한 법률은 결국 만장일치로 통과되었다.

  회의가 끝났다고 판단한 의원들이 자리에서 막 일어나려고 했을 때다.

  "아직 추가로 다룰 안건이 남았습니다."

  카이사르의 나지막한 목소리에 의원들의 이목이 훅 집중됐다.

  언제라도 거부권을 행사할 준비가 된 비불루스가 퉁명스레 물었다.

  "뭔가 할 말이 더 남았습니까?"

  "예, 친애하는 의원 여러분. 제가 원로원에 들어온 지도 어언 10년이 흘렀습니다. 그동안 저는 훌륭한 식견을 가진 수많은 지식인의 연설에 감동하고 많은 깨달음을 얻었습니다.

  그리고 그건 지금도 변하지 않았습니다. 호르텐시우와 키케로, 카토 같은 논객들의 훌륭한 웅변이 사람들의 기억 속에 서서히 풍화되는 건 너무나 아쉽습니다. 그래서 저는 집정관 통달이라는 형태로 실시한 회의록을 작성해 대중에게 공개할 예정입니다. 물론 비공개회의 내용은 공개되지 않습니다.

  "

  즉각 반론을 펼치려던 비불루스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도로 입을 다물었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반대를 할 이유를 찾지 못했던 까닭이다.

  공개회의는 지금도 문을 활짝 열어두고 진행되고 있었다.

  당장 회의장의 밖에는 이 회의내용을 듣기 위해 진을 치고 있는 몇몇 시민들이 있었다.

  보통 이런 사람들은 회의가 끝나면 포로 로마눔으로 쪼르르 달려가 자신들이 들은 내용을 전했다.

  하지만 그 누구에도 이 방대한 회의내용을 하나도 틀리지 않고 전하는 건 무리였다.

  종종 왜곡이 일어나기도 했고 정확성도 떨어졌다.

  카이사르는 이런 점을 개선하겠다고 밝힌 것이다.

  실제로 여러 차례 발언을 왜곡 당한 적이 있는 의원들은 쌍수를 들고 찬성했다.

  물론 논란이 될 만한 발언을 여러 차례 한 적이 있는 의원들은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카토처럼 카이사르가 하는 일에는 무조건 반대를 하고 보는 사람도 있었다.

  그래도 카이사르의 결심은 확고했다.

  당장 오늘부터 집정관의 권한으로 회의의 내용을 속기사들이 기록해 포로 로마눔 광장에 붙여두기로 했다.

  이렇게 된 이상 비불루스도 손을 쓸 수 없었다.

  만약 그가 국정을 담당하는 기간에 집정관 통달을 철폐해 버리면 세간에 어떤 식으로 비칠지 뻔히 보였기 때문이다.

  이런 식의 정보공개는 한번 한 이상 다시 되돌리지는 못한다.

  심각하게 대의에 어긋나는 일이라면 모르겠지만, 카이사르의 행동은 분명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이었다.

  비불루스와 카토는 그저 카이사르의 영악함을 욕하며 속으로 분을 삭일 수밖에 없었다.

  물론 원로원은 고작 이런 소소한 행위로 타격을 입지는 않았다.

  그저 카이사르에게 치적을 하나 안겨줬다는 게 짜증이 날 뿐이었다.

  씩씩거리며 퇴장하는 카토와 비불루스를 바라보는 마르쿠스가 의미심장하게 웃었다.

  그 표정은 흡사 앞으로 일어날 소란을 기대하는 악동의 미소처럼 보였다.

  ※※※※

  카이사르와 원로원이 신경전을 벌이는 동안 마르쿠스는 신경도 쓰지 않고 계속해서 자신이 할 일을 해나갔다.

  최대한 빠르게 일을 처리한다고 했는데도 벌써 1달이라는 시간이 지나버렸다.

  1년이라는 임기는 마르쿠스의 구상을 모두 실현하기에는 턱없이 짧았다.

  최대한 빠르고 효율적으로 움직일 필요가 있었다.

  다행히 1달 만에 로마 시내의 사람들의 위생관념은 많이 올라갔다.

  아직 이탈리아 전역으로 확산되려면 몇 년이 더 걸리겠지만 예상보다 추이가 좋았다.

  원시적인 비누가 이미 있었다는 게 가장 큰 요인이었다.

  미지의 물건을 가져와서 하나부터 열까지 다 설명해야 했다면 시민들이 이토록 빠르게 적응하지는 못했을 것이다.

  덕분에 미리 인수한 비누공장들도 엄청난 판매 호조를 보였다.

  마르쿠스는 여기에서 멈추지 않고 올리브 오일을 사용한 고급 비누를 생산했다.

  아직 생산기술이 좋지 않아 상당히 값이 나갔으나 부유한 귀족들에게는 불티나게 팔려나갔다.

  안찰관직을 수행하면서 지출한 상당한 액수의 자금이 곧바로 다시 보충될 정도였다.

  거기에 마르쿠스는 안찰관의 권한을 사용해 귀족들 사이에 만연한 납중독 문제까지 손을 댔다.

  로마의 상류층은 납 용기에 담은 포도주를 가열해 얻은 연당을 주로 조미료로 사용했다.

  당연히 이 연당에는 납 성분이 농축되어 있고 이걸 먹은 로마인들의 몸에는 점점 납 성분이 쌓였다.

  장기적으로 보면 송수관도 교체해야겠지만, 석회질 물이 송수관을 코팅해주었으니 일단 그 문제는 뒤로 미뤄두었다.

  마르쿠스는 연당의 대체재로 개발한 설탕을 소개하기 위해 소규모의 축제를 개최했다.

  그동안 꾸준히 시연회를 거쳐 품질을 다듬어왔기에 이미 상당한 완성도를 자랑했다.

  설탕의 맛을 본 사람들은 처음 느껴보는 달콤한 맛에 완전히 마음을 빼앗겼다.

  "그러니까 이 설탕이란 물건은 연당처럼 몸에 나쁘지 않다 이 말인가?"

  단순히 단맛에 정신을 못 차리는 시민들과 달리 원로원 의원들의 반응은 극적이었다.

  사람이 장시간 납에 노출되면 통풍에 걸릴 확률이 기하급수적으로 올라간다.

  통풍의 고통은 관절 자체가 뜯겨나가는 느낌이라고 할 정도로 상상을 초월한다.

  로마인들에게 이 통풍은 공포의 대상이나 마찬가지였다.

  나이가 많고 부유한 귀족일수록 주변에 통풍환자를 쉽게 접할 수 있었다.

  특히 가족이 통풍으로 고생하는 걸 본 이들은 언제 자신도 저렇게 될지 모른다며 공포에 떨었다.

  그러니 이 확률을 극적으로 낮출 수 있다는 마르쿠스의 말에 귀족들이 지대한 관심을 보이는 게 당연했다.

  현직 집정관인 비불루스는 물론, 메텔루스 가문의 스키피오, 전직 집정관인 실라누스와 키케로, 아프라니우스 등등 온갖 저명한 인사들이 모두 몰려왔다.

  "연당을 쓰지 않으면 저 악마 같은 병에 걸리지 않는 게 확실한 것인가?"

  "통풍에 걸리는 요인은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비만이나 영양의 과다 섭취도 꽤 영향을 미친다고 합니다. 하지만 확실한 건 저 연당을 먹으면 통풍에 걸릴 확률이 급격히 높아진다는 겁니다."

  마르쿠스는 셉티무스에게 두루마리 한 장을 가져오게 했다.

  연당을 사용한 요리를 즐겨 먹는 귀족들과 검소하게 살아가는 스토아학파 귀족들 중 통풍에 걸린 사람들의 비율을 정리한 자료였다.

  "보시면 아시겠지만 연당을 거의 섭취하지 않은 쪽이 통풍에 걸리는 비율이 압도적으로 적습니다. 하지만 이 연당은 조미료로 너무 널리 쓰이고 있죠. 이미 단맛에 길들여진 귀족분들이 하루아침에 이걸 끊기는 힘들 겁니다. 그래서 저는 이 설탕을 만든 겁니다."

  엄밀히 말해 설탕과 연당의 단맛은 성질이 조금 다르긴 했다.

  그래도 통풍의 공포에서 해방될 수 있다고 믿은 귀족들에게 그런 사소한 차이는 아무래도 좋았다.

  게다가 농축된 단맛으로만 보자면 설탕은 연당보다도 더 우월했다.

  귀족들은 벌써 이 설탕을 어떤 식으로 요리에 활용할지 상상하며 입맛을 다셨다.

  다른 귀족들처럼 설탕의 맛을 음미하던 키케로가 문득 중대한 질문을 던졌다.

  "그런데, 마르쿠스. 이 설탕이란 물건의 공급은 충분한 건가?"

  귀족들의 시선이 일제히 마르쿠스에게 쏠렸다.

  설탕의 값은 상당히 높게 책정됐지만. 이 자리에 있는 귀족들에게 그 정도는 문제가 되지 않았다.

  진짜 문제는 자신들이 필요한 만큼의 양을 공급받을 수 있느냐는 것이었다.

  마르쿠스는 모호한 미소를 지으며 머리를 긁적였다.

  "꽤 장시간에 걸쳐 준비한 덕분에 생산체계는 확실히 갖춰놨습니다. 하지만 예상보다 수요가 많으면 공급이 부족해질 우려가 있긴 합니다. 물론 여기 계신 분들에게는 최우선으로 공급해드리겠습니다."

  마르쿠스는 이탈리아에서만이 아니라 소아시아 속주에서도 대규모로 사탕수수를 재배하고 있었다.

  이번에 재무관으로 당선되어 소아시아 속주로 파견된 동생 푸블리우스의 임무 중 하나가 대규모 경작지를 관리하는 것이다.

  그러나 소아시아에서 생산되는 설탕의 태반은 로마로 건너오지 않았다.

  동방의 국가들과 무역을 하는데 중대한 재료로 사용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특히 현재 가장 큰 공을 들이고 있는 파르티아 귀족들과 연줄을 만드는데 설탕이 큰 도움이 됐다.

  이 시대에는 아직 원산지인 인도도 설탕의 결정화 기술이 없던 시기였다.

  파르티아의 귀족들은 로마 상인들이 가져온 단맛이 나는 신문물에 엄청난 감동을 받았다.

  로마 상인들과 가까워지면 설탕을 얻을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은 귀족들은 너나 할 것 없이 타디우스의 부하들과 안면을 트려 했다.

  심지어 비단과 설탕을 교환하자는 제안도 심심치 않게 받았다.

  설탕은 역사적으로 산업혁명기가 오기 전까지는 고가의 기호품에 속했다.

  기원전 시대에 만들어진 설탕은 그야말로 부르는 게 값이었다.

  이 설탕의 파급력은 마르쿠스가 상상하는 것 이상이었다.

  '고대 시대에서 감미료가 가지는 위상이 엄청날 거라고는 예상했는데···그래도 설마 이 정도일 줄은.'

  그는 설탕이 워낙 흔한 시대에서 살았으니 지식으로는 알고 있었어도 체감이 되지 않았던 것이다.

  어쨌든 생각지도 못한 변수로 동방에서의 계획은 예상보다도 더 빠른 시기에 성과를 맺었다.

  로마에서의 개혁도 예상에서 벗어나지 않고 착착 흘러가고 있었다.

  원로원은 아직 자신들이 주도권을 쥐고 있다고 생각했으나 이미 그들의 기반은 서서히 붕괴하고 있었다.

  비불루스는 자신이 국정을 담당하는 1개월을 거의 아무것도 하지 않고 허송세월을 보냈다.

  카이사르를 반대한다는 것 외에는 목적이 없었으니 당연한 일이었다.

  그가 집정관 권한으로 한 일이라고는 마르쿠스에게 필요한 법안을 통과시켜준 것뿐이었다.

  그리고 마침내 다시 카이사르가 국정을 담담하게 된 3월, 원로원은 상상도 하지 못한 공격을 받게 됐다.

  지금까지 로마에 숱한 유혈사태를 몰고 온 분쟁의 화신.

  농지법이라는 이름의 도전장이 원로원의 앞에 날아든 것이다.

  < 78. 사위와 장인의 각본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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