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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3. 압도적인 전과 (94/326)

  < 93. 압도적인 전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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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독창적인 전략을 즐겨 사용하는 카이사르였지만, 헬베티족과의 전투에서는 정석적인 로마군의 운용을 선보였다.

  원래 정석이란 그게 통하는 상황에서는 최고의 위력을 보여주는 법이다.

  헬베티족과의 전투에서는 로마군의 장점이 눈에 띄게 돋보였다.

  로마군은 적의 근접보병들과 격돌하기 전에 필룸이라는 기다란 투창을 던졌다.

  이 필룸은 방패에 꽂히면 휘어버리는 구조라 헬베티족 병사들은 투창을 막은 방패를 버릴 수밖에 없었다.

  로마군은 총사령관이 전체적인 배치와 전략을 정하면 각 군단장과 대대장, 백인대장들이 그 전략에 따라 독자적인 판단으로 병력을 운용했다.

  마르쿠스는 헬베티족 전열이 필룸이 꽂힌 방패를 버리느라 무장이 빈약해진 지금이 공격할 적기라고 판단했다.

  "제 1열은 그대로 적들을 공격한다. 2열은 1열과 함께 공격하되 너무 앞으로 돌출되지 않도록 거리를 유지하고 있도록."

  12군단은 즉각 마르쿠스의 명령을 이행했다.

  스파르타쿠스가 이끄는 백인대가 가장 먼저 앞으로 뛰쳐들어갔다.

  "군단장의 명령을 따르라! 적들을 도륙하라!"

  막 방패를 버린 헬베티족 병사들은 갑자기 로마군이 달려들자 기겁했다.

  "으아악!"

  "허둥대지마! 맞서 싸워!"

  퍼억! 촤자작!

  몸을 방어할 수단이 없어진 헬베티족 병사들의 머리와 몸에 무자비한 칼날이 쏟아졌다.

  로마군이 다수와 싸울 때는 방패로 방어를 굳히고 적의 공격을 되받아치는데 치중한다는 편견이 있었으나, 이건 사실과는 달랐다.

  적의 공세가 단단한 경우라면 방어를 굳히고 있지만, 지금처럼 틈을 보이면 누구보다도 과감한 돌격을 하는 게 로마군이었다.

  이런 게 가능했던 이유는 역시 전투기술이 풍부한 백인대장들의 존재 덕분이었다.

  그들이 앞장서서 병사들을 이끌며 지휘하니 일반 병사들도 두려움 없이 전투에 임할 수 있는 것이다.

  특히 스파르타쿠스는 양 떼를 덮친 늑대처럼 종횡무진 적들을 휩쓸었다.

  등과 가슴, 어깨 부위는 강철판으로 보호받고 있으니 적들의 사소한 공격쯤은 방어할 필요조차 없었다.

  게다가 무기의 강도마저 천지 차이가 나니 헬베티족의 병사들은 제대로 된 방어조차 하지 못했다.

  "으아악!"

  "괴물이다!"

  푸욱! 촤아악!

  스파르타쿠스의 글라디우스가 살벌한 궤적을 그릴 때마다 경로에 있는 헬베티족 병사들의 몸이 여지없이 잘려나갔다.

  무기로 막으면 무기 자체가 쪼개지니 어떻게 할 방도가 없었다.

  공포에 질린 병사 하나가 발악을 하며 손도끼를 휘둘렀다.

  "우아악! 죽어라!"

  스파르타쿠스는 자신의 등을 노리고 오는 손도끼를 굳이 방어하지 않았다.

  대신 강철판을 덧댄 부위로 헬베티족 병사가 휘두른 도끼를 막아냈다.

  떠엉!

  날카로운 쇳소리와 함께 병사가 휘두른 손도끼가 그대로 부러지면서 튕겨 나갔다.

  무기를 휘두른 병사의 손아귀가 찢어져 선혈이 주르륵 흘러나왔다.

  이 광경을 지켜보는 모두의 입이 떡 벌어졌다.

  실전에서는 아직 검증을 해보지 않았던 로마군마저 벌어진 입을 도로 다물지 못했다.

  "괴, 괴물이다···괴물······."

  도끼를 휘두른 병사는 믿어지지 않는 현실에 완전히 전의를 상실했다.

  전투에 두려움 없이 임할 수 있는 건 상대방도 자신들처럼 도끼에 맞으면 죽는다는 확신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면에서 온 힘을 다해 후려쳐도 꿈쩍도 하지 않는 자들을 어떻게 이길 수 있다는 말인가.

  공포와 경악, 충격으로 멍하니 있는 병사를 향해 스파르타쿠스가 빙글 몸을 돌렸다.

  푸욱!

  번뜩이는 글라디우스가 병사의 목을 뚫고 나왔다.

  "으, 으아악!"

  그제야 정신을 차린 헬베티족 병사들이 허둥지둥 비명을 질렀다.

  반대로 로마군의 사기는 한층 더 고조됐다.

  마르쿠스가 제공한 신형 갑옷이 실전에서도 통용된다는 게 명백히 증명된 까닭이다.

  스파르타쿠스는 적의 사기를 떨구고 아군의 투지를 고취시키기 위해 일부러 공격을 피하지 않은 것이다.

  노림수는 제대로 적중했다.

  로마군의 괴물 같은 방어력에 질려버린 헬베티족은 섣불리 덤벼들 생각을 하지 못했다.

  도끼를 찍어봐야 자신들의 무기만 박살나는데 누가 앞장설 용기를 내겠는가.

  스파르타쿠스는 그 기세를 몰아 다섯의 병사들을 더 벤 뒤에 유유히 부하들의 곁에 돌아왔다.

  신들린 듯한 대장의 활약에 고무된 병사들은 더 거세게 헬베티족을 몰아붙였다.

  어깨와 몸통은 방어할 필요가 없다는 게 증명됐으니 그야말로 거칠 게 없었다.

  "놈들의 무기는 우리에게 닿지 않는다! 모조리 쓸어버리자!"

  "군단장님을 위하여!"

  12군단의 거침없는 공세에 우익의 헬베티족은 삽시간에 뒤로 밀려났다.

  그러자 헬베티족의 후방에 있던 타부족의 동맹군이 돌아 들어와 12군단을 협공했다.

  마르쿠스는 당황하지 않고 대기하고 있던 3열을 파견해 적의 공세에 맞섰다.

  로마군의 유기적인 3열 대형이 다시 한번 빛을 발하는 순간이었다.

  단, 3열에 배치한 병사들은 강철판으로 장비하지 못했기 때문에 수비적으로 임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그런 뒤 마르쿠스는 후방의 고지대로 올라가 전장을 둘러보았다.

  '전황은···순조롭게 흘러가고 있나 보군.'

  놀랍게도 로마군은 2배나 더 많은 헬베티족을 역으로 밀어붙이고 있었다.

  특히 전투개시 1시간 만에 우익이 궤멸될 수준까지 몰린 헬베티족의 인원 배분에 문제가 생겼다.

  급한 대로 후방 병력을 끌어다가 지원을 보냈으나 그들도 별 성과를 내지는 못하는 중이었다.

  3열의 병사들이 적의 지원을 막는 사이 1,2열의 병사들이 적의 우익을 유유히 초토화 시켰다.

  카이사르는 마르쿠스가 맡은 우익이 선전하는 걸 보고 즉각 후방에 배치한 병력을 좌익으로 돌렸다.

  중앙 부분은 최대한 방어를 굳히고 적의 공격을 막아내라 명령했다.

  이렇게 되자 어떻게든 싸우고 있던 좌측의 균형도 완전히 무너져 버렸다.

  일자로 늘어선 횡진에서 날개 부분이 꺾이는 건 가장 위험한 신호다.

  좌우 날개가 무너지면 버티고 있는 중앙도 둘러싸여 순식간에 무너질 수밖에 없다.

  헬베티족은 필사적으로 저항했으나 로마군의 우익에게 급속도로 무너지는 좌익을 도저히 재건할 수가 없었다.

  중앙이나 우익에서 병력을 보충해 보려고 해도 그들도 간신히 버티고 있는 실정이라 지원이 불가능했다.

  헬베티족의 족장이 나팔을 불며 필사적으로 악을 썼다.

  "안 돼! 모두 버텨라! 여기서 무너지면 전멸이다! 우리를 믿고 있는 부족들의 미래를 위해서라도 여기서 질 수는 없다!"

  전황을 뒤집어보기 위해 필사적으로 머리를 굴리는 그의 얼굴이 점점 어두워졌다.

  아무리 부하들을 독려하고 전의를 끌어올리려고 해도 양군의 기본적인 체급 차이가 너무 컸다.

  특히 좌익은 대체 뭐가 문제인지 모를 정도로 아군이 추풍낙엽처럼 쓰러지고 있었다.

  그는 입이 바싹 마르는 심정이었다.

  여기서 물러나면 부족의 미래는 그야말로 끝이다.

  절대로 패배하면 안 되는 싸움이지만 도무지 이길 가능성이 보이지 않았다.

  "으아아아! 이 빌어먹을 로마 새끼들!"

  어찌나 분했는지 무기를 잡은 손이 부르르 떨리기까지 했다.

  그리고 전투가 시작한 지 정확히 3시간 정도가 지났을 무렵, 헬베티 족장의 귓가에는 무언가가 우지끈 무너지는 굉음이 들리는 것만 같았다.

  일방적으로 도륙당하던 좌익이 더 버티지 못하고 무너지는 소리였다.

  족장의 귀에는 병사들이 바닥에 쓰러지는 소리가 마치 세상이 무너지는 소리마냥 끔찍하게 들렸다.

  "안 돼! 여기서 좌익이 무너지면 균형이 무너진다. 버텨, 버티란 말이다!"

  보다 못한 족장이 직접 무기를 꺼내 들고 좌익을 지원하기 위해 나섰다.

  그를 호위하는 병사들이 뒤를 따랐다.

  헬베티족 제일가는 전사인 오르노릭스까지 중앙에서 데려왔다.

  족장이 병사들을 몰고 가는 사이에도 좌익을 무너뜨린 로마의 12군단이 무차별적으로 헬베티족 병사들을 도륙하고 있었다.

  "이놈들!"

  족장이 거대한 도끼를 움켜쥐고 뛰어가는 동안 또 한 명의 병사가 목숨을 잃었다.

  족장의 시선은 아까부터 도살자마냥 병사들을 학살 중인 한 로마인에게 고정되어 있었다.

  투구의 모양이 다른 걸 보니 백인대장이라 불리는 지휘관인 게 틀림없어 보였다.

  바로 스파르타쿠스였다.

  "저놈이다! 오르노릭스! 저놈을 막아라! 저놈을 죽이면 적의 우익의 기세를 조금이라도 늦출 수 있을 것이다."

  이미 전세는 거의 기울었으나 헬베티족은 그 누구도 후퇴할 마음이 없었다.

  여기에서 물러나면 어차피 그들은 죽은 목숨이었다.

  그럴 거라면 여기서 끝까지 저항하다가 명예롭게 죽는 게 더 나았다.

  "이놈!"

  오르노릭스는 당장 손에 든 도끼를 거머쥐고 스파르타쿠스를 향해 달려갔다.

  전장에서 일대일 대결을 하는 상황은 거의 일어나지 않지만, 그의 기세가 워낙 맹렬했기에 로마군도 잠시 멈칫했다.

  오르노릭스의 의도를 알아챈 스파르타쿠스가 신호를 보내자 로마군사들이 몇 걸음 뒤로 물러섰다.

  오르노릭스는 의외라는 표정을 지었다.

  승기를 잡은 로마군이 굳이 오르노릭스와 일대일 대결을 벌여줄 이유가 없었기 때문이다.

  평온하기 그지없는 상대방의 표정을 본 오르노릭스의 가슴이 순간적으로 철렁했다.

  강자는 강자를 알아보는 법.

  지금까지 수많은 사선을 넘어온 오르노릭스는 스파르타쿠스가 만만치 않은 자라는 걸 본능적으로 알아차렸다.

  '로마 놈들은 떼로 뭉쳐있지 않으면 아무것도 못 하는 자들이라고 들었는데···제법 강단이 있는 전사가 있었나 보군.'

  오르노릭스는 도끼를 쥔 손아귀에 한층 힘을 더했다. 여기서 저자를 죽인다고 전쟁에서 이길 수 있는 건 아닐 테지만, 적어도 무너져가는 아군의 사기를 끌어올릴 수는 있을 터.

  그의 거구가 덩치에 어울리지 않는 속도로 쇄도했다.

  담담하던 스파르타쿠스의 표정에 처음으로 변화가 생겼다.

  그가 만족스럽다는 듯 방패를 땅에 던지고 글라디우스를 집어넣었다.

  일대일 대결에서 날이 짧은 글라디우스는 스파르타쿠스가 선호하는 무기가 아니었다.

  대신 애용하는 날이 긴 스파타를 꺼내 들었다.

  당연히 이 검은 마르쿠스의 장인들이 혼신의 노력을 기울여 제련한 강철제의 명품이었다.

  이 고대 시대에서는 신이 벼린 전설 속의 검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양손으로 검을 쥔 스파르타쿠스의 검이 놀라운 속도로 한 줄기 섬광을 그렸다.

  그는 자신을 향해 날아오는 오르노릭스의 도끼를 정확히 요격했다.

  쩌엉!

  도끼와 검이 맞부딪치며 거센 충돌음이 울렸다.

  그리고 이 한 번의 격돌만으로 우위가 명확히 드러났다.

  오르노릭스가 휘두른 도끼의 날이 반으로 쪼개진 채 튕겨 나갔다.

  도낏자루를 움켜쥔 손에서는 시뻘건 피가 뚝뚝 새어 나왔다.

  스파르타쿠스는 균형을 잃어버린 오르노릭스가 자세를 바로잡기도 전에 결정타를 날렸다.

  그의 검이 아름다운 궤적을 그리며 허공에서 수직으로 떨어져 내렸다.

  반사적으로 도끼로 검을 막아보려 했으나 소용이 없었다.

  서걱!

  스파르타쿠스의 검이 도끼째로 오르노릭스의 몸을 양단했다.

  헬베티족 최고의 전사라 칭송받는 그의 몸이 어깻죽지부터 골반 아래까지 쭉 찢어졌다.

  "커흑! 괴······."

  최후의 순간 무언가 말하려던 오르노릭스의 말은 더 이어지지 못했다.

  그러나 근처에 있던 병사들은 그가 무슨 말을 하려는지 알았다.

  분명 괴물이라는 말을 하려고 했던 것이리라.

  그런 찬사를 듣기에 마땅한 스파르타쿠스는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중얼거렸다.

  "무기의 차이가 아니었다면 즐거운 검투를 벌일 수 있었을 텐데···하나, 이건 전쟁이니 너무 억울하게 생각하지는 마시오."

  오르노릭스의 기량이 스파르타쿠스보다 아래이긴 했어도 두합 만에 목숨을 잃을 하수는 아니었다.

  그러나 무기 차이에 대한 정보의 유무가 승패를 허무하게 가르는 원인이 됐다.

  스파르타쿠스는 몸이 반으로 조각난 오르노릭스를 뒤로한 채, 스파타를 집어넣고 방패를 도로 주웠다.

  누구도 감히 덤벼들 수 없는 기세가 우러나오고 있었다.

  로마 최강 검투사의 위용을 다시 한번 목도한 로마군의 가슴이 흥분으로 끓어올랐다.

  반면 최강의 전사를 허무하게 잃은 헬베티족은 믿기지 않는다는 듯 멍하니 서 있었다.

  너무나도 현실감이 없는 장면이라 안타까운 단말마조차 내뱉은 사람이 없었다.

  한 사람의 투사에서 다시 군인으로 돌아온 스파르타쿠스가 글라디우스를 꺼내 헬베티족을 겨누었다.

  "대형을 갖추고 계속해서 적을 몰아쳐라! 승리의 영광을 군단장님과 임페라토르께!"

  "우오오오! 군단장님을 위하여!"

  "임페라토르를 위하여!"

  완전히 불이 붙은 12군단은 이제 누구도 막을 수 없는 상태가 됐다.

  12군단을 앞세운 로마의 우익은 어느새 헬베티족의 후방을 타격할 수 있는 위치까지 이동했다.

  다급해진 족장은 포위당하는 상황을 막기 위해 조금씩 군을 뒤로 물릴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영원히 뒤로 물러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쭉쭉 뒤로 밀려나는 헬베티족은 어느새 그들의 군수물자가 있는 진지까지 몰렸다.

  이곳을 빼앗기면 헬베티족은 이제 최소한의 물자마저 지킬 수 없게 된다.

  모든 힘을 다 짜내 응전해보았으나 이미 헬베티족은 한계에 달해 있었다.

  사기도 떨어질 대로 떨어졌고, 사망자가 너무 많아 수적으로도 로마에게 우세를 점하지 못했다.

  한 번 전의가 꺾인 군대는 전장에서 사냥감이 될 수밖에 없다.

  정오에 시작된 싸움은 반나절이 지나자 완전히 윤곽이 드러났다.

  헬베티족은 마지막까지 용감히 싸웠지만 결국 막대한 사망자만을 남긴 채 도주했다.

  카이사르는 후퇴하는 헬베티족을 굳이 추격하지 않았다.

  그들의 진지를 점령했으니 이미 그들은 고립무원의 상태나 마찬가지다.

  거기에 도주에 성공한 자들은 소수에 불과했다.

  대다수의 전투가 가능한 인원들은 조금 전의 전투로 고혼이 되었다.

  마지막까지 도끼를 휘두르며 싸운 족장도 스파르타쿠스의 글라디우스 앞에 명을 달리했다.

  헬베티족은 사실상 재기불능의 타격을 받은 셈이었다.

  상황이 이런데 굳이 무리하게 적을 쫓아 부하들의 피로를 누적시킬 필요는 없었다.

  헬베티족의 진지로 들어간 기수는 헬베티족의 깃발을 바닥에 내팽개치고 그 자리에 로마군의 깃발을 꽂았다.

  그리고 있는 힘을 다해 목이 터지도록 승리의 함성을 내질렀다.

  "헬베티 놈들이 도망쳤다. 만세! 임페라토르 카이사르 만세! 로마 인빅타!"

  그에 호응하듯 백인대장들도 무기를 하늘 높이 들어 올리며 임페라토르의 이름을 연호했다.

  "임페라토르 카이사르!"

  "카이사르 만세!"

  백인대장들에 이어 병사들도 발을 쿵쿵 구르며 위대한 승리를 거둔 지휘관의 이름을 드높였다.

  8개 군단이 포효하는 우렁찬 소리가 하늘 높이 울려 퍼졌다.

  그중에서도 가장 피해가 적었던 12군단은 임페라토르의 이름만이 아니라 은근슬쩍 자신들 군단장의 이름을 끼워 넣어 만세를 불렀다.

  "위대한 승리자 임페라토르 카이사르와 불카누스의 아들 마르쿠스에게 영광을!"

  "카이사르 만세! 마르쿠스 만세!"

  카이사르는 두 팔을 활짝 펼치고 만족스럽게 부하들의 칭송을 음미했다.

  그는 자신의 옆으로 모인 군단장들을 둘러보며 일일이 공을 치하했다.

  특히 마르쿠스에게는 직접 어깨 위에 손을 올리며 진한 애정을 드러냈다.

  "이번 대승리에는 자네의 공이 그 누구보다도 더 컸네! 완벽했어."

  "카이사르 님의 군 배치와 좌익을 보강하는 판단이 정확했던 것이죠. 그리고 저보다는 사력을 다해 싸워준 제 군단병들의 공로가 더 크다고 생각합니다."

  "그들이 그렇게 힘을 내면서 싸울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한 게 바로 자네가 아닌가. 자네의 군단에서 사용한 새로운 갑옷과 개선된 무기, 정말로 인상 깊게 잘 보았네. 그 부분에 대해서는 이따가 따로 이야기를 나누도록 하지."

  마르쿠스가 환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공치사가 끝나자 군단장들은 자신들의 군단병들을 수습하기 위해 다시 흩어졌다.

  마르쿠스도 아직까지 승리의 기쁨에 취해 환호하는 자신의 병사들을 향해 몸을 돌렸다.

  자신의 이름을 부르는 병사들의 환호에 가슴속으로부터 무언가가 벅차오르는 느낌이었다.

  관전자에 불과했던 노예 반란 때나 동방원정 때와는 사뭇 기분이 달랐다.

  군단을 직접 지휘해 임한 전투에서 처음으로 얻은 값진 승리였다.

  앞으로 숱한 승리를 거둔다고 해도 지금의 성취감은 영원히 머릿속에서 지워지지 않을 것이다.

  가슴을 펴고 병사들에게 돌아가는 그의 얼굴에는 어느 때보다도 충만한 미소가 떠올라 있었다.

  < 93. 압도적인 전과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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