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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 개선식 (123/326)

  < 122. 개선식 >

  122.

  아르메니아의 속주화는 별다른 문제 없이 무난하게 이루어졌다.

  마르쿠스의 예상은 이번에도 적중했다.

  거듭된 전쟁에 지쳐있던 백성들은 패권국인 로마의 점령을 오히려 반기는 눈치였다.

  적어도 속주세만 내면서 살아가면 앞으로 다시는 전쟁의 화마에 휩쓸릴 일은 없을 거라고 여겼기 때문이다.

  귀족들의 경우 기존의 영지와 재산을 모두 인정받고 추가로 시민권까지 얻게 되었으니 오히려 환영하는 눈치였다.

  반대로 메소포타미아 지역을 완전히 로마화 시키는 건 아직 조금 더 시간이 필요해 보였다.

  메소포타미아 유역에 자리를 잡고 있는 파르티아 귀족들은 아르메니아 귀족들과는 성향이 달랐다.

  파르티아는 아르메니아처럼 이미 국운이 쇠락한 나라도 아니었고, 페르시아의 후예를 자처할 만큼 자존심이 드높은 국가였다.

  비록 로마에 대패하고 영토의 태반을 헌납하는 걸 동의했지만, 긍지만큼은 굽히지 않겠다고 여기는 자들이 많았다.

  게다가 오로데스를 개선식의 포로로 데려가는 것도 많은 파르티아 귀족들의 반발을 샀다.

  아무리 무능한 왕이었다고 해도 엄연히 파르티아의 샤한샤였던 인물이다.

  그런 사람을 시민들의 구경거리로 삼는다고 하니 반발이 나오지 않을 리가 없었다.

  물론 마르쿠스는 어디까지나 사나트루케스의 허가를 받아 오로데스를 로마로 압송하는 것이었다.

  그 때문에 마르쿠스를 비판하는 여론보다는 그걸 허락해준 사나트루케스를 좋지 않게 보는 자들이 더 많았다.

  사나트루케스가 사적인 원한을 풀기 위해 오로데스에게 굴욕을 안겨주는 거라 여겼던 까닭이다.

  이래저래 불만이 가득한 메소포타미아 유역의 귀족들은 로마 시민권을 줄 테니 귀화하라는 마르쿠스의 제안도 거절했다.

  그들 중 몇몇은 파르티아가 인더스강 유역을 점령하면 그곳의 토지를 우선적으로 배분받아 이주하기로 협약을 맺었다.

  아무리 커다란 이권을 보장해준다고 해도 로마의 밑으로 들어가지는 않겠다는 의지의 표명이었다.

  물론 모두가 그런 행동을 보이는 건 아니었다.

  파르티아의 귀족들 중에서도 적극적인 친로마파로 돌아선 이들이 결코 소수는 아니었다.

  특히 오래전부터 로마와 교역을 해온 이들은 대다수가 이미 친로마파로 돌아섰다.

  "로마가 지배한 땅을 착취하거나 차별하는 것도 아닌데 굳이 고집스레 버틸 필요가 있나? 차라리 로마 귀족이 되어서 지금의 부와 명예를 더 불려 나가는 게 최선이라고 보네."

  "옳은 말일세. 끝까지 자존심 세워봐야 결국 자신만 손해일 뿐일세. 전쟁에서 이기고 이렇게 온건한 융화책을 쓰는 나라가 얼마나 있나. 로마의 생각이 바뀌기 전에 빠르게 그들의 체제에 합류하는 게 상책이라고 생각하네."

  마르쿠스는 이런 친로마파에게 메소포타미아 속주의 중책을 맡겼다.

  반로마파 귀족들에 대해서는 아직 직접적인 탄압에 들어가지 않았다.

  이런저런 분쟁의 씨앗이 싹트고 있다는 건 알았지만, 단시간에 처리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었다.

  물론 마르쿠스가 크라수스의 개선식 때문에 로마에 돌아갔다가 와야 한다는 사실이 가장 큰 원인이기도 했다.

  본래 크라수스가 동방의 총독으로서 있을 수 있는 기간은 아직 3년 이상이 더 남아 있었다.

  바로 이게 가장 큰 문제였다.

  총독 임기가 3년이 남았다는 것은 크라수스가 개선식을 치르는 시기도 최소 3년 뒤라는 뜻이다.

  그러나 크라수스는 3년이나 동방에서 기다릴 생각이 없었다.

  단순히 그가 성격이 급해서가 아니었다.

  3년이라는 시간은 너무나 길다.

  지금이야 로마가 동방에서 거둔 전과에 열광하지만 이런 환호가 3년 뒤에도 똑같을 확률은 전무했다.

  게다가 3년 뒤에는 카이사르도 로마로 귀환하게 된다.

  크라수스와 달리 카이사르의 정복 활동은 여전히 실시간으로 진행 중이었다.

  만약 두 사람의 귀환 시기가 겹치면 오래전에 정복 활동을 완료한 크라수스가 상대적으로 손해를 볼 가능성이 높았다.

  그는 3년이나 남은 속주 총독 자리에는 일말의 미련조차 없었다.

  그저 60이 넘도록 꿈꿔왔던 개선식이라는 무대를 최고의 형태로 맞이하고 싶을 뿐이었다.

  원로원은 이런 크라수스의 바람을 들어주기로 했다.

  그들로서도 크라수스의 개선식을 발판으로 다음 해의 선거를 싹쓸이하려는 계산을 세웠던 까닭이다.

  동방 속주에 있는 군단도 개선식을 치르기 위해 일시적으로 귀환했다.

  하지만 그들은 동방에서 아직 해야 할 일이 많았으므로 군대 해산, 개선식, 다시 재편성이라는 괴이한 절차를 따르게 됐다.

  크라수스는 여기에 마르쿠스도 자신과 함께 개선장군의 마차에 오를 수 있도록 허가해 달라고 요청했다.

  원로원은 이 요구도 흔쾌히 받아들였다.

  덕분에 마르쿠스는 가솔들과 함께 브룬디시움으로 향하는 배에 올라 잠깐이지만 로마로 귀환하게 됐다.

  아르시노에와 클레오파트라도 당연히 동행했다.

  이제 각각 15살과 14살이 된 두 공주는 앳된 소녀의 모습이 남아 있으면서도 여인의 향기를 조금씩 자아내고 있었다.

  아르시노에는 이전처럼 마르쿠스에게 다짜고짜 안겨들지 않았다.

  오히려 조금 허둥지둥하며 머리와 장신구의 모양을 신경 쓰기 시작했다.

  이전에 이집트에서 로마로 가는 배에서 비웃었던 클레오파트라와 비슷한 행동을 정작 본인이 하고 있는 것이다.

  "···마르쿠스 님, 개선식을 치르게 되신 걸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감사합니다. 그러고 보니 공주님께서는 개선식을 보시는 게 처음이시겠네요."

  "예. 그래도 로마인들에게 개선식이 어떤 의미인지는 이제 잘 알고 있습니다."

  옆에서 이야기를 듣고 있던 클레오파트라가 자연스레 대화에 끼어들며 말했다.

  "그리고 로마인 중에 마르쿠스 님처럼 젊은 나이에 개선식을 치른 사람은 손으로 꼽을 정도로 적다고 하더군요."

  "운이 좋았을 뿐입니다."

  "단순히 운으로 이런 엄청난 성과를 올릴 수는 없죠. 무엇보다 마르쿠스 님은 아직 로마의 권력자들이 보기엔 어리다고 해도 좋은 나이죠. 이제부터 시작이니 더 대단한 게 아닐까요?"

  클레오파트라의 말은 확신에 가득 차 있었다.

  아르시노에의 기다란 속눈썹이 가볍게 떨렸다.

  그녀가 하려고 했던 말을 가로채 간 클레오파트라는 태연한 표정으로 마르쿠스와 계속 대화를 이어나가고 있었다.

  예전이었다면 막무가내로 마르쿠스에게 안기다시피 해서 클레오파트라를 떼어놓았겠지만, 지금 이 상황에서 그러기엔 너무 창피했다.

  이제 결혼을 해도 충분한 나이가 됐는데 경박한 여인으로 보이는 건 절대 사절이었다.

  어떤 때라도 최대한 품위 있게, 파라오의 혈통답게 우아한 모습을 보여야만 한다.

  그녀가 목청을 가다듬고 화제를 전환하려고 했을 때.

  이제 제법 자란 마르쿠스의 아들 트라야누스가 아르시노에를 발견하고 쪼르르 달려와 손을 흔들었다.

  "아르시노에 누나, 이리 와서 나랑 놀자."

  "응? 잠깐만 기다려 줄래? 나는 마르쿠스 님과 할 얘기가······."

  "에이, 나랑 놀자! 빨리빨리, 카드도 다 준비해 놨어."

  "어, 아르시노에 언니 여기 있었네. 같이 가서 놀자. 트라야누스 얜 너무 약해서 재미가 없어."

  어느새 남동생을 따라온 소피아도 아르시노에에게 매달려 졸라댔다.

  결국 아르시노에는 두 쌍둥이에게 질질 끌려가다시피 배 안쪽으로 사라졌다.

  마르쿠스는 그 모습을 흐뭇한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공주님이 제 아이들과 꽤 친해졌나 보군요."

  "정신연령이 비슷하니 금방 친해진 게 아닐까요?"

  "······그래도 많이 어른스러워지셨더군요. 이제 함부로 머리를 쓰다듬어주거나 하면 안 되겠어요."

  "이제야 왕족으로서의 자각이 생긴 거겠지요. 그동안 너무 비상식적이었던 것이고요."

  마르쿠스는 어색하게 웃음을 흘렸다.

  잔잔하게 흔들리는 바다를 바라보는 두 사람이다.

  잠깐의 침묵이 이어졌다.

  클레오파트라가 다시 입을 열었다.

  "마르쿠스 님은 개선식이 끝나면 다시 동방으로 돌아가시겠죠?"

  "아버지는 로마에 남아계실 것 같은데 저는 아마 돌아가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아직 전후처리가 다 끝나지 않아서요."

  "그렇군요. 그럼 아르시노에나 율리아 님도 따라가겠네요."

  "공주님께서는 로마에 남으실 건가요?"

  클레오파트라는 곧바로 대답하지 못했다.

  사실 지금 이 순간까지도 계속 고민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녀는 새하얗게 부서져 내리는 파도에서 눈을 떼고 마르쿠스에게 시선을 돌렸다.

  "고민 중이랍니다. 제가 로마에 남아도 될지 아닐지."

  "안 될 이유가 어디 있겠습니까. 공주님께서 마음이 가시는 대로 하십시오. 만약 로마에 남겠다고 결정하신다면 저번에 말씀드린 대로 적합한 후견인을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네. 감사한 마음으로 고민해보겠습니다."

  클레오파트라의 머릿속에 자신을 둘러싼 모든 상황과 인물의 관계도가 거미줄처럼 퍼져 나갔다.

  격변하는 시대 속에서 어떤 선택을 하고, 무엇을 쫓아 살 것인가.

  찬연하게 빛나는 햇살과 일말의 쓸쓸함이 담긴 가을 바다가 그녀의 마음에 커다란 파도가 밀려 오고 있었다.

  ※※※※

  브룬디시움에 상륙한 크라수스는 일단 군단을 해산시켰다.

  개선식이 끝난 뒤 바로 재편성될 군단이라 사실상 요식행위에 불과했으나 절차는 지켜야 하기 때문이다.

  엄청난 환영인파에 둘러싸여 로마까지 당도한 크라수스는 성벽 밖의 마르스 평원에 거처를 마련했다.

  원로원은 크라수스가 불편해하지 않도록 최대한 빠르게 개선식의 날짜를 잡았다.

  폼페이우스가 원정에서 귀환했을 때와는 너무나 다른 태도였다.

  어쨌든 개선식이 열릴 때까지 개선장군은 성벽 안으로 들어올 수 없다.

  크라수스와 마르쿠스는 얌전히 평원에서 기다리며 매일같이 찾아오는 축하 인파를 맞이했다.

  크라수스는 인생 첫 개선식이라는 명예를 맞이해 그 어느 때보다도 더 들떠 있었다.

  사실상의 명예와 영광은 마르쿠스가 가져가는 형태였지만 크라수스는 오히려 더 만족스러웠다.

  이미 60을 넘긴 나이에 집정관과 총독, 개선식이라는 모든 영예를 누린 사람이 바로 그였다.

  이제 와서 본인이 모든 공을 독식하고 싶다는 마음은 없었다.

  거기에 가문의 후계자를 잘 키워내는 게 미덕으로 여겨지는 로마 사회인만큼 아들의 공은 곧 아버지의 공이기도 했다.

  실제로 크라수스에게 축하 인사를 건네는 동년배의 귀족들이 가장 부러워하는 건 다름 아닌 마르쿠스의 존재였다.

  로마인에게 최고의 명예라 여겨지는 개선식이 부럽지 않다면 거짓말일 것이다.

  하지만 이제 가문을 물려줘야 하는 가장들에게는 가문의 영광을 더욱 빛나게 할 후계자의 존재가 더 부러운 게 사실이었다.

  마르쿠스는 일부러 자신이 젊은 귀족들을 접대하며 크라수스가 그를 부러워하는 원로들과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배려해주었다.

  날아갈 듯 기분이 좋아진 크라수스는 심지어 폼페이우스의 방문마저 기분 좋게 받아들일 수 있었다.

  "늦은 감이 있지만 드디어 첫 번째 개선식을 치르는군."

  "하하하, 그렇게 됐네. 자네의 개선식 못지않은 화려하고 웅장한 규모로 치러질 거라고 하더군."

  묘하게 경쟁심리가 발동한 폼페이우스가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흔들었다.

  "나는 이미 3번이나 개선식을 치렀지만 말이지."

  "역시 위대한 폼페이우스 마그누스답군. 하하하, 대단한 업적일세."

  크라수스는 폼페이우스의 비아냥 아닌 비아냥에도 아무런 타격을 입지 않았다.

  지금 그는 어떤 말이라도 웃어넘겨 줄 수 있을 정도로 관대한 기분이었다.

  반응이 이렇게 돌아오니 당황한 쪽은 오히려 운을 뗀 폼페이우스였다.

  "자네 나이나 군사적인 재능을 고려하면 이제 두 번째 개선식은 없다고 해도 틀린 말은 아닐 텐데. 나와 맞먹는 군공을 올리고 싶은 게 아니었나?"

  "그런 생각을 하지 않았던 건 아니지. 아니, 지금도 할 수 있다면 그러고 싶은 마음은 있네. 하지만 뭐, 어쩌겠는가. 사실 지금 이 개선식도 아들을 잘 둔 덕분에 업혀 가는 건데 더 이상 바라는 건 과욕이겠지."

  이 사람이 과연 그 크라수스가 맞는 것일까.

  전혀 그답지 않은 말에 폼페이우스가 눈을 휘둥그레 떴다.

  하지만 이것도 오직 대화 상대가 폼페이우스였기 때문에 털어놓을 수 있는 이야기였다.

  결코 사이가 좋다고는 할 수 없는 두 사람이었으나, 오랜 시간을 경쟁하고 협력하며 쌓여온 묘한 동질감 같은 게 있었다.

  말없이 이야기를 듣고 있던 폼페이우스가 나직한 목소리로 물었다.

  "지금 자네의 말은 마치 은퇴를 앞둔 사람의 말처럼 들리는군. 개선식이 끝나면 정계에서 물러날 생각인가?"

  "아니. 마르쿠스가 로마에 없는 이상 내가 조율을 해줘야 하니 은퇴를 할 수는 없지. 하지만 나는 이제 내가 하고 싶었던 모든 목표를 이뤘다네. 이제는 그저 느긋하게 아들이 어디까지 도달할 수 있는지 지켜보고 싶은 마음일세."

  "아들이라···확실히 자신을 뛰어넘는 재능을 가진 아들을 바라보는 기분은 각별할 것 같군. 그것만큼은 나도 자네가 부러울 따름이라네."

  폼페이우스의 두 아들 역시 어디 가서 부족하다는 소리를 듣는 이들은 아니었다.

  하지만 아버지인 폼페이우스와 비교하면 아무래도 군사적인 면에서는 많이 부족할 수밖에 없었다.

  정치적인 능력도 같은 세대 중 마르쿠스라는 걸출한 인재와 비교될 정도는 아니었다.

  객관적으로 봤을 때 후계구도에서는 폼페이우스가 크라수스에게 뒤처지는 형국이었다.

  크라수스는 진심으로 놀랐다는 듯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

  "천하의 폼페이우스 마그누스에게 부럽다는 말을 듣다니 역시 인생이란 오래 살고 볼 일이란 말이야."

  폼페이우스가 피식 웃으며 크라수스의 앞에 놓인 잔에 포도주를 따라주었다.

  크라수스 역시 비어있는 폼페이우스의 잔을 손수 가득 채워주었다.

  두 사람은 잠시 말없이 포도주로 목을 축이며 서로를 바라보았다.

  문득 크라수스가 묘하게 감성적이면서도 씁쓸한 어조로 중얼거렸다.

  "늙었군. 자네도, 나도."

  "늙었지. 하지만 그래도 나는 아직 50대라네. 술라는 지금 내 나이에 미트리다테스에게 압승을 거두고 전쟁을 종결지었지 않나. 나는 지금도 확신하고 있네. 아직 아무것도 끝나지는 않았다는 걸 말일세."

  "아무것도 끝나지 않았다라···아직 4번째 개선식을 꿈꾸고 있는 것인가?"

  "나에겐 아직 그럴 능력이 남아 있다고 보고 있네. 그래도 역시 다음이 폼페이우스 마그누스의 마지막 원정이 되겠지. 과연 내게 어울리는 최후의 전장이 어디가 될지 주의 깊게 찾아볼 생각이네. 마르쿠스와 상담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군."

  크라수스는 한참 동안 대답을 하지 못했다.

  저 밖에서 마르쿠스에게 축하 인사를 건네는 젊은 귀족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중 태반이 마르쿠스에 대한 찬사와 칭송이었다.

  기분 좋게 눈을 감고 있던 크라수스는 천천히 입을 뗐다.

  아직도 정력이 남아 있는 폼페이우스에게 비꼬는 말은 하지 않았다. 그럴 마음조차 이제 들지 않았다.

  "자네라면 할 수 있겠지. 어쨌거나 그 폼페이우스 마그누스가 아닌가."

  "살면서 천하의 크라수스에게 격려를 다 받게 될 줄이야······."

  묘한 웃음기가 서린 목소리가 새어 나왔다.

  같은 시대를 공유하고 이제 새로운 시대가 도래하고 있음을 깨닫는 두 사람.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그들의 입가에 얇은 호선이 그려졌다.

  꾸며낸 웃음이나 조소가 아니라, 진심에서 우러나온 미소였다.

  폼페이우스가 잔을 내려놓으며 중얼거렸다.

  "자네 말이 맞아. 인생이란 참 오래 살고 볼 일이로군"

  화창하게 내리쬐는 햇볕이 초록의 평원 위에 부서져 내렸다.

  세월의 무상함과 신비함을 머금은 바람이 어느새 하얗게 센 머리카락을 스치고 지나가고 있었다.

  < 122. 개선식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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