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6. 유대 폭동 >
126.
유대인들의 폭동은 주기적으로 꾸준히 일어났지만, 그렇다고 그 규모가 작은 건 아니었다.
다신교인 로마인과 일신교를 신봉하는 유대인들은 서로를 결코 이해하지 못했다.
이 기본적인 관념의 차이는 작게는 폭동으로 끝날 때도 있었으나, 전쟁으로 격화되는 사태도 종종 일어났다.
실제로 유대는 역사상 최고 전성기를 구가하던 제정 초기의 로마에게 100년 사이에 3번의 전쟁을 일으키는 기염을 토했다.
그 결과 로마의 황제 하드리아누스는 모든 유대인을 예루살렘에서 쫓아내는 초강수를 두게 된다.
이런 사실을 잘 알고 있는 마르쿠스는 유대인들이 일으킨 폭동을 결코 가볍게 취급할 수 없었다.
특히 원래 역사에서는 지금 유대인들이 폭동을 일으켰다는 기록이 없어 더욱 이해가 되지 않았다.
"어째서 유대인들이 갑자기 들고일어난 것이지? 대체 이유가 뭐야?"
행정관이 올린 서류를 쭉 훑어본 셉티무스가 조심스러운 어조로 입을 열었다.
"···크라수스 님이 관련되어 계신 것 같습니다."
"아버지가?"
"그분께서 파르티아 원정을 위한 군단을 편성하실 때 유대인들의 지성소에 보관되어 있는 황금을 모조리 징수했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그걸 돌려달라고 항의를 하는 건가?"
마르쿠스는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본래 로마 총독이 군단을 편성할 때 속주의 재화를 임의로 사용하는 건 흔한 일이었다.
술라도 그리스 신전에 보관되어 있는 보물을 털어 군비를 조달한 적이 있었다.
물론 타인과 스스로에게 모두 엄격했던 술라는 전쟁이 끝난 뒤 신전에 적절한 보상을 해주었다.
그러나 크라수스는 술라가 아니었다.
기록에 따르면 그는 예루살렘의 지성소에서 황금 2천 탈렌툼을 약탈했다.
대제사장 힐카누스는 이 무도한 행위에 분노해 신의 이름으로 크라수스를 저주했다고 한다.
이후 크라수스가 카르헤 전투에서 사망해 지성소의 황금이 반환되는 일은 없었다.
그러나 그때도 유대인들은 폭동을 일으키지 않았다.
그런 자들이 어째서 지금 난리를 치는지 이유를 짐작할 수 없었다.
"아, 로마가 전쟁에서 이겼으니 황금을 돌려받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 건가? 그런 거라면 납득이 좀 가는데."
"제가 알기로는 황금은 이미 전부 반환됐습니다. 크라수스 님께서 로마로 귀환하시기 전에 이미 다 처리를 끝내셨을 겁니다."
"아버지가 징수한 돈을 다시 돌려주셨다고? 세상에···아니, 그러면 그놈들은 왜 저렇게 날뛰고 있는 거야? 말이 안 되잖아."
크라수스가 황금을 도로 반납했다는 사실도 놀라웠지만, 그게 사실이라면 유대인이 들고일어날 이유가 더더욱 없지 않은가.
혼란스러워하는 마르쿠스의 심경을 헤아린 셉티무스가 직접 읽어보라며 보고서를 가져다주었다.
"어디보자···폭동이 발생한 지역은 역시 예루살렘이고 폭도들이 요구하는 건···뭐야, 이게? 장난하는 건가?"
마르쿠스는 어째서 셉티무스가 곧바로 이유를 말해주지 않았는지 깨달았다.
원인으로 추정되는 이유가 너무나도 어이가 없었기 때문이다.
"원금에 붙어야 할 마땅한 이자를 누락했다···이건 명백한 차별 행위이며 자신들을 무시하는 폭거다. 진짜로 이런 구호를 외치고 있다는 건가?"
"믿을 수 없으시겠지만 사실입니다."
"말이 안 나오는군."
의식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헛웃음이 나왔다.
저 이자 타령이 어째서 튀어나왔는지는 대충 짐작이 됐다.
마르쿠스가 자신을 도와준 시리아의 귀족들에게 보상해줄 때 원금에 이자를 더해서 줬기 때문이다.
그 소식을 들은 유대인들은 그걸 자신들에 대한 차별이라 받아들인 게 틀림없었다.
유대인들은 자신들의 주장과는 달리 주변국들에 이류 민족으로 취급당하는 경향이 있었다.
그래서 선민사상으로 자신들을 무장한 것인지, 아니면 그런 선민사상 때문에 주변의 반감을 사는 것인지 마르쿠스도 확실히 알지 못했다.
확실한 건 유대인들은 자신들을 무시하는 자들을 결코 용납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어처구니가 없긴 해도 이게 그들의 트라우마를 자극했다면 폭동이 일어날 수도 있겠구나 싶긴 했다.
하지만 어딘가 석연치 않은 느낌이 드는 것도 사실이었다.
뭔가 그럴싸한 이유를 붙여 억지로 조장된 분노에 가까워 보였다.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즉각 예루살렘으로 군단을 파견할까요?"
"아니, 그러기 전에 유대 지역의 상황을 자세히 알아봐야겠어."
마르쿠스는 예전에 폼페이우스가 유대 지역을 시리아의 속주로 편입하는 과정을 바로 옆에서 지켜보았다.
유대의 왕이었던 아리스토불로스는 로마에 대항한 죄로 왕의 자리를 잃고 포로로서 로마로 끌려갔다.
폼페이우스는 자신에게 항복한 대제사장 힐카누스와 행정관 안티파트로스를 유대 지역의 책임자로 삼았다.
이 두 사람은 새로운 총독이 부임한 뒤에도 로마의 명령을 그럭저럭 잘 따랐다.
그러나 크라수스가 부임하기 전까지 시리아를 관할한 총독들은 그렇게 유능한 자들이 아니었다.
그나마 폼페이우스의 부관 가비니우스가 좀 나았지만, 그는 행정가라기보다는 군인에 가까웠다.
그는 반항하는 아리스토불로스의 아들 중 한 명을 강제로 찍어눌러 로마로 송환하는 것으로 의무를 다했다고 생각했다.
한번 본때를 보았으니 앞으로는 잠잠해질 거라고 지레 짐작한 것이다.
대다수의 로마인들은 유대인에 대한 이해도가 많이 부족했다.
역사적으로 봐도 유대인들이 수그리는 건 그때뿐이었다.
근본적인 원인이 해결되지 않는 한 이들은 언제까지고 계속해서 문제를 일으킬 것이다.
다른 민족들처럼 쉽게 로마에 융화되지 않는다는 뜻이다.
마르쿠스는 우선 온 유대 지역과 예루살렘의 상황을 면밀히 정리했다.
그리고 이번 폭동이 예상보다 심각한 사태로 발전할 수도 있겠다는 판단을 내렸다.
"아무래도 힐카누스와 안티파트로스가 예루살렘을 제대로 통제하지 못하는 것 같군. 우선 두 사람을 불러들여서 자초지종을 보고하게 해야겠어."
"즉시 소환 명령을 내리겠습니다."
시리아 총독의 인장이 찍힌 서신이 예루살렘으로 급파됐다.
마르쿠스는 두 사람이 오는 걸 안티오키아에서 멍하니 기다리지 않았다.
현재 예루살렘의 상황은 꽤 심각했다.
상당수의 시리아 상인들이 목숨을 잃었고, 로마 시민권을 지닌 상인마저 구타를 당했다.
당장이라도 유대인들을 징벌하라는 목소리가 들불처럼 번져가고 있는 상황이었다.
마르쿠스는 총독으로서 이 사태를 해결하고 있다는 모습을 보일 필요가 있었다.
즉각 2개 군단을 편성한 그는 안티오키아를 떠나 남쪽의 다마스쿠스로 향했다.
안 그래도 다마스쿠스를 시리아 속주의 중심으로 삼으려고 했던 그는 이번 출병에 식솔들을 대동했다.
사실 어떻게 보면 유대 지역의 폭동 문제보다 이게 더 중요했다.
하지만 안티오키아에 만족하고 있던 다른 사람들은 마르쿠스의 결정을 쉽사리 이해하지 못했다.
"안티오키아가 건재한데 굳이 다마스쿠스로 속주의 중심을 옮길 필요가 있나요?"
율리아가 마르쿠스의 명령으로 새롭게 지어진 총독 관저를 살펴보며 물었다.
로마와 알렉산드리아의 뒤를 이어 세계 최고의 대도시 중 하나인 안티오키아는 현재 인구가 거의 50만에 가까웠다.
메소포타미아 지역까지 로마로 합병됐으니 앞으로의 중요도도 올랐으면 올랐지, 떨어질 일은 없었다.
다마스쿠스는 과거 셀레우코스 왕조와 프톨레마이오스 왕조의 사이에 끼인 입장이라 그다지 안정적인 처지가 아니었다.
도시의 지배권은 전쟁의 결과에 따라 수시로 바뀌었으며, 점점 중요성이 떨어졌다.
이 도시가 주목받는 건 2세기 이후 남방의 대도시들이 발전하면서부터였다.
거기에 새롭게 로마의 영역으로 들어오는 페트라나 팔미라를 통해 남아라비아로 향하는 교역로가 뚫린다는 것도 영향을 미쳤다.
그러나 마르쿠스는 단순히 상업적인 이유만으로 속주의 중심을 옮기려는 게 아니었다.
안티오키아를 계속 발전시킬 수 없는 훨씬 더 심각하고 근원적인 문제가 존재했다.
바로 앞으로 150년쯤 뒤에 벌어질 거대한 지진이다.
"안티오키아는 터가 그리 좋지 않아. 언제까지고 중요한 시설들을 그곳에 둘 수는 없어."
"터가 좋지 않다는 게 무슨 의미인가요?"
"말 그대로의 의미야. 훗날 재앙이 찾아오기 쉬운 장소라는 뜻이지."
"그건 계시의 일종인가요?"
"계시라기보다는 합리적인 근거로 도출한 객관적인 사실이야."
율리아는 영문을 모르겠다며 고개를 갸웃거렸으나, 반박을 하진 않았다.
이 시대에서 종교적인 신호의 의미는 굉장히 컸다.
그리고 마르쿠스는 로마에서 12신들의 축복을 한 몸에 받은 사람으로 인식되고 있었다.
율리아 역시 그가 신들에게 사랑받는 사람이라는 것이 틀림없다고 믿었다.
살아있는 사람을 신격화하는데 익숙한 아르시노에는 마르쿠스를 아예 서방의 신으로 인식하고 있었다.
그는 지금껏 몇 번이나 쉽사리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보였고, 그때마다 결국 자신의 행동이 옳았음을 증명해 보였다.
"그런데 안티오키아의 기득권층이 순순히 말을 따를까요? 아무래도 지금까지 시리아의 중심이었다는 자부심이 강할 텐데요."
"그들의 거점을 다마스쿠스 인근으로 옮길 수 있도록 실질적인 지원책을 마련해야겠지."
기록에 따르면 서기 115년에 일어난 대지진으로 안티오키아는 거의 괴멸적인 타격을 입게 된다.
사망자가 최대 26만에 달할 정도였다고 하니 피해가 얼마나 컸을지는 대강 짐작이 갔다.
이후 로마의 황제들은 갖은 노력을 기울였으나 도시의 쇠락을 막지는 못했다.
이후 안티오키아는 로마가 분열된 뒤 재부흥의 때를 맞이하는 듯 했으나, 또다시 대지진이 발생해 30만에 가까운 인명피해를 입게 된다.
게다가 안티오키아의 존재 가치인 오론테스 강도 시간이 지날수록 강바닥이 높아져 커다란 배가 드나들 수 없게 될 것이다.
이 시대의 건축 기술로는 아무리 튼튼하게 건물을 지어봐야 지반이 뒤집히는 대지진을 예방할 수 없다.
특히 석조건물이 대다수인 로마는 지진의 피해를 한층 더 크게 입을 수밖에 없었다.
이렇게 닥쳐올 재앙이 명백하게 기록되어 있는 이상 안티오키아를 계속 고집하는 건 미련한 일이다.
물론 150년 뒤에 대지진이 벌어진다고 해봐야 아무도 믿지 않을 게 뻔하다.
마르쿠스는 마침 시기적절하게 터진 유대 폭동을 동방 속주 재편성의 기회로 활용할 생각이었다.
다마스쿠스는 어디까지나 남쪽의 중심일 뿐이다.
동쪽과 북쪽, 서쪽의 거점이 될 주요 도시들의 후보군도 이미 머릿속에 있었다.
어쨌거나 지금은 눈앞에 당면한 문제부터 해결해야 한다.
다마스쿠스의 관저에서 며칠 정도 업무를 처리하고 있으니 안티파트로스와 그의 두 아들이 마르쿠스를 찾아왔다.
"위대한 총독님을 뵙습니다. 저는 유대의 행정장관이라는 과분한 역할을 허락받은 안티파트로스라고 하옵니다. 이쪽은 제 장남 파사엘과 차남 헤로데입니다."
마르쿠스보다 10살 정도 어려 보이는 두 청년이 공손하게 머리를 조아렸다.
파사엘은 부리부리한 눈매와 꽤 큰 키 때문인지 상당히 호전적으로 보이는 인상이었다.
반면 헤로데는 상대적으로 키가 작고 아직 젊은 나이인데도 노회한 분위기를 풍겼다.
마르쿠스는 파사엘보다는 헤로데 쪽에게 관심이 더 쏠렸다.
그가 바로 성경에도 나오는 그 유명한 헤롯이기 때문이다.
어린 아기 예수의 출현을 막기 위해 베들레헴의 아기들을 살해하라고 명령을 내렸다는 이야기는 굉장히 유명하다.
실제로 그런 명령을 내렸는지 아닌지는 의견이 분분하지만, 어쨌든 이 일화는 기독교에 관심이 없는 사람도 한 번쯤은 들어봤을 정도로 인지도가 높았다.
내심 신기한 기분으로 헤로데를 살피던 마르쿠스가 무미건조한 어조로 물었다.
"분명 힐카누스와 자네를 함께 호출했던 것 같은데 대제사장의 모습은 어째서 보이지 않는 거지?"
"대제사장은 교리상 예루살렘을 떠날 수 없게 되어있습니다. 종교적 금기에 해당하는 행위이니 너그러이 자비를 베풀어주시길 청하는 바이옵니다."
"그렇다면 어쩔 수 없지."
마르쿠스는 순순히 납득했다.
로마에서도 종교적인 관습은 엄격히 지키고 있었으나, 유대교는 그 수준이 한층 더 남달랐다.
게다가 지금처럼 유대인들이 폭동을 일으키는 상황이라면 긁어 부스럼을 만들 필요는 없었다.
"그럼 거두절미하고 본론으로 들어가지. 자네와 힐카누스는 로마 원로원의 이름하에 유대를 통치할 권리를 보장받았네. 하지만 그건 다시 말해 유대 지역의 평화를 유지해야 할 의무가 있다는 뜻일세. 시리아 남부가 안정되지 않으면 로마는 불필요한 신경을 쓸 수밖에 없으니까."
"예, 지당하신 말씀입니다."
"그런데 자네와 대제사장은 주어진 의무를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고 있는 듯 보이는군. 이번에 일어난 폭동으로 세 명의 로마인이 크게 다치고 스무 명이 넘는 시리아와 그리스의 상인들이 목숨을 잃었네. 수많은 여성들이 모욕을 당했고, 재산의 피해도 심각하단 보고가 잇따르고 있던데 변명할 말이라도 있나?"
마르쿠스의 싸늘한 물음에 안티파트로스와 두 아들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었다.
유대의 행정장관이라는 직함은 로마의 총독 앞에서는 먼지만큼의 의미도 가지지 못했다.
안티파트로스는 어디까지나 로마가 유대 지역에 직접 신경 쓸 수고를 덜기 위해 임명한 자일 뿐이다.
효용 가치가 없다고 판단되면 지금 이 자리에서 해임해도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았다.
그는 눈앞의 총독이 예전에 폼페이우스와 함께 예루살렘을 방문했던 젊은이라는 걸 알아차렸다.
재빠르게 무릎을 꿇은 안티파트로스는 이마를 땅바닥에 대고 절절한 목소리로 외쳤다.
"우선 이유를 말씀드리기에 앞서 저희가 의무를 다하지 못했음을 인정하고 사죄부터 드리겠습니다. 총독님께서도 알고 계시겠지만 유대인들은 기질이 까다로우면서도 주변 국가들과 다른 관습을 지니고 있습니다. 이번 폭동을 주도한 건 소수의 급진파인데 이들의 과격함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라 저희도 제어하는 데 난항을 겪고 있습니다."
"자네의 아들들이 순수한 유대인이 아니기 때문인가?"
파사엘의 눈가가 순간적으로 움찔했다.
반면 헤로데는 표정을 무너뜨리지 않고 여전히 담담한 신색을 유지하고 있었다.
안티파트로스는 장남에게 경동하지 말라는 신호를 보내고 세차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것도 부정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제 아내 키프로스는 나바테아의 공주라 자식들을 인정하지 않는 보수파 유대인들이 상당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번 폭동은 그것과는 관련이 없습니다."
"그렇다면 대체 뭐가 문제라 이자를 주지 않았다는 웃기지도 않는 이유로 이 난리를 떨고 있다는 말인가."
"폭동을 선동하는 이들은 정말로 이자를 받으려는 게 아닙니다. 그들은 이게 로마가 유대를 차별하는 증거이며, 앞으로도 이런 현상은 점점 더 심화될 거라고 사람들을 선동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예루살렘이 로마의 속주가 되면서 시리아와 그리스 상인들이 갑자기 물밀 듯 이 들이닥친 영향도 컸습니다.
특히 그리스인들과 유대인은 달라도 너무 다른지라 소규모의 충돌이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아무래도 로마인들은 유대인보다는 그리스인을 더 좋게 대우하는 게 사실인지라······.
"
마르쿠스는 안티파트로스의 말을 딱히 부정하지 않았다.
로마가 그리스인들을 유대인보다 더 우대한다는 건 굳이 부정할 필요가 없는 사실이었던 까닭이다.
동시에 어째서 이런 분쟁이 일어났는지도 이해할 수 있었다.
마르쿠스는 십년 전부터 타디우스를 통해 동방 속주에 상권을 형성해 놓았다.
거기에 파르티아와 실크로드를 이용하며 오가는 돈의 액수가 상상을 초월하는 수준이 됐다.
당연히 원래 역사보다 훨씬 더 상업이 번성했고 상인들의 이동도 빈번해졌다.
원래부터 타민족에 베타적인 유대인들의 불만이 축적되기 더 쉬운 상황이 조성된 것이다.
"자네가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는 대충 알겠네. 그러니까 이번 폭동은 어느 정도 배경이 조성된 상태에서 그걸 부채질하는 세력이 있다 이 말이로군."
"예. 그들이 무슨 의도로 그러는 것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상식적으로 로마의 심기를 대놓고 건드려서 좋을 게 없다는 건 자신들도 잘 알 텐데 말이죠."
유대인들이 자랑하는 예루살렘의 성벽은 폼페이우스에게 철저하게 박살 난 뒤 방치된 상태였다.
로마가 성벽을 재건해 예루살렘을 요새화하는 걸 허락해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성벽이 없는 예루살렘쯤이야 로마가 마음만 먹으면 당장이라도 짓밟을 수 있었다.
그러나 마르쿠스는 섣부르게 행동하지 않았다.
이번 폭동을 주도한 세력은 왠지 그걸 유도하는 듯 보였던 까닭이다.
"유대의 폭동이 격화되면 이득을 얻을 수 있는 세력이 아예 없다고는 못하겠지. 당장 자네와 대제사장은 자리를 보전하지 못할 테니 반사이익을 누리는 자들이 있지 않겠나."
"···그, 그건 분명 그렇긴 합니다."
"아리스토불로스의 아들 중 한 명이 예루살렘에 남아있다고 들었네. 그자는 지금 뭘 하고 있나?"
"안티고노스 말입니까? 그자는 자신이 하스몬 왕조의 직계라고 하며 종종 저와 힐카누스의 정통성을 문제 삼곤 했습니다. 하지만 이번 폭동이 일어난 뒤로는 한마디도 하지 않고 잠잠히 있는 상황입니다."
마르쿠스가 조소를 흘렸다.
"그것 참 이상하군. 평상시에 자네를 그렇게 비판한 인사가 물어뜯을 최적의 거리가 생겼는데 역으로 조용해졌다고? 오히려 지금이야말로 자네의 무능함을 규탄하고 자리에서 물러나라고 목소리를 높여야 할 때가 아닌가?"
"듣고 보니 그렇군요. 그러면 총독님은 안티고노스를 의심하시는 겁니까?"
"아니. 그냥 생각해볼 수 있는 후보들 중 하나라는 말을 하고 싶었을 뿐일세. 그래도 떠볼 가치는 있을 것 같군."
안티파트로스가 혀로 메마른 입술을 축이며 조심스레 물었다.
"안티고노스는 조심성이 많은 사람입니다. 작정하고 숨죽이며 지내는 그를 떠보는 건 쉽지 않을 겁니다."
"걱정 말게. 좋은 생각이 있으니까."
마르쿠스는 대수롭지 않게 답하며 안티파트로스에게서 시선을 거두었다.
그리고는 아르시노에가 머무는 별채로 향해 고개를 돌렸다.
자존심 하면 유대인과도 비교가 안 될 정도로 높다고 알려진 이들이 바로 알렉산드리아의 왕족이다.
너구리를 굴에서 기어 나오게 하기 위한 미끼로 이보다 더 적합한 인물은 없을 것이다.
'단순히 폭동의 주모자를 잡아서 해결하는 것만으로는 안 돼. 근원적인 문제를 뿌리 뽑지 않으면 언제든 비슷한 일이 일어날 수 있을 테니까. 이걸 기회로 삼아서 확실하게 손을 봐줘야겠어.'
별채를 바라보던 마르쿠스의 눈이 무릎을 꿇고 있는 안티파트로스를 돌아 훗날 3대 종교의 성지로 칭송받는 약속의 땅, 예루살렘이 있는 곳을 향했다.
< 126. 유대 폭동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