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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8. 후계자들 (139/326)

  < 138. 후계자들 >

  138.

  로마에서 온 귀빈들을 맞이하기 위한 행렬이 안티오키아 항구에 집결했다.

  워낙 거물급 인사들이 많이 왔는지라 총독인 마르쿠스가 직접 부하들을 이끌고 하객들을 맞이했다.

  원로원 대표의 자격으로 가장 먼저 배에서 내린 카토가 환하게 웃으며 마르쿠스에게 다가왔다.

  "마르쿠스, 아니 이제 이렇게 부르면 자네에게 실례가 되려나? 위대한 메소포타미쿠스여."

  "그렇게 격식을 차리시면 오히려 제가 더 민망합니다. 편하게 부르세요."

  "정말 겸손도 하지. 권력 좀 얻으면 바로 목에 힘이 들어가는 자들이 부지기수인데 자네는 참 한결같다는 말이야. 그래서 내가 자네를 좋아하는 거지만."

  "언제나 믿고 지지해주시는 카토 님께는 그저 감사할 뿐입니다."

  마르쿠스는 현지 귀족 한 명과 필경사를 오직 카토만을 위해 붙여주었다.

  문화재와 기록물에 관심이 많은 카토를 안내하고 접대하는 게 그들에게 내려진 임무였다.

  카토는 보람찬 관광을 즐길 생각에 신이 나서 껄껄거렸다.

  만족스러워하는 카토를 마차에 태워 보낸 뒤, 마르쿠스는 마침내 섹스투스와 폼페이아의 얼굴을 볼 수 있었다.

  두 사람은 정중하게 고개를 숙이며 마르쿠스에게 예를 표했다.

  "위대한 동방의 정복자 메소포타미쿠스를 뵙습니다. 폼페이우스 마그누스의 아들 섹스투스 폼페이우스 마그누스 피우스라고 합니다."

  "폼페이우스 가문의 장녀 폼페이아 마그나라고 합니다. 총독님을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마르쿠스가 활짝 웃으며 두 사람의 인사를 받았다.

  그런 뒤에 고개를 숙인 섹스투스의 어깨에 손을 올리고 친근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안티오키아에 온 걸 환영하네. 혹시라도 머물면서 불편한 점이 있다면 기탄없이 말해주게."

  "알겠습니다. 그리고 이건 약소하지만 총독님께 드리는 선물입니다. 부디 받아주십시오."

  섹스투스는 노예들에게 신호를 보내 미리 로마에서 준비해온 마르스의 황금상을 가져오게 했다.

  한눈에 봐도 이름 있는 장인이 만들었음을 알 수 있는 걸작이었다.

  "결혼식에 와주는 것만으로도 고마운데 뭘 이런 것까지······."

  "총독님께서 동방을 정벌하신 업적을 기리기 위해서라면 이 정도의 작품은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다른 누구도 아닌 군신 마르스의 화신이라 칭송받는 총독님이니까요."

  사실 이 조각상은 몇 년 전부터 폼페이우스가 자신을 위해 제작하도록 의뢰한 것이었다.

  그러나 상황이 상황인 만큼 섹스투스는 아버지의 허락을 받아 이 조각상을 마르쿠스에게 줄 선물로 둔갑시켰다.

  여기엔 자신은 그나이우스와는 다르다는 걸 알아달라는 의미도 담겨 있었다.

  마르쿠스는 흔쾌히 조각상을 받고 두 사람을 자신과 같은 마차에 동석시켰다.

  명백한 특별대우에 섹스투스와 폼페이아의 입가에 흐뭇한 미소가 걸렸다.

  물론 마르쿠스가 이들과 같은 마차에 오른 건 단순히 그들을 접대하기 위서만은 아니었다.

  대화를 통해 섹스투스의 성향을 파악하고, 그나이우스와 확실히 저울질을 해보려는 의도에서였다.

  "폼페이아는 로마의 사교계에서 굉장히 유명하다는데 안티오키아에의 사교계에도 관심이 많겠군. 그렇지?"

  폼페이이아로서는 자신이 먼저 이야기를 꺼낼 틈만 보고 있었던 질문이었다.

  "아무래도 신경이 많이 쓰이는 건 사실입니다."

  "그럼 내 아내 율리아에게 일러둘 테니 당분간은 함께 다니게. 그녀가 안티오키아의 사교계를 꽉 쥐고 있으니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걸세."

  "친절하신 제안 감사히 받아들이겠습니다. 총독님께서는 너무나 배려심이 깊으세요."

  안 그래도 과거 로마의 사교계를 주름잡았던 율리아를 꼭 한번 보고 싶었던 폼페이아였다.

  무엇보다 율리와와 함께 다닌다면 외지에서 온 사람에게 향하는 특유의 텃세에도 시달릴 일이 없으리라.

  폼페이아가 씰룩이려는 입가를 억누르며 웃음을 참았다.

  그녀에게서 시선을 돌린 마르쿠스가 자연스럽게 섹스투스에게 말을 걸었다.

  "안티오카아에 온 느낌이 어떤가? 역시 로마에 비하면 이국적인 느낌이 물씬 풍기지?"

  "어렸을 때부터 아버지의 무용담을 들으며 자랐기 때문에 언젠가 한 번 꼭 와보고 싶었습니다. 실제로 보니 로마 못지않은 대도시고, 거리에도 활기가 넘치는군요. 이것도 총독님께서 훌륭히 이곳을 다스리고 계시다는 증거가 아닐까 싶습니다."

  "아직 그 정도는 아닐세. 사람들이 들떠 있는 건 아마 결혼식의 영향이 크지 않을까 싶네. 그러고 보니 자네는 이 결혼식을 어떻게 보고 있나?"

  섹스투스의 눈에 이채가 감돌았다.

  질문에서 어딘가 자신을 떠보려는 듯한 느낌을 받았던 까닭이다.

  그로서는 오히려 바라던 바였다.

  성급하게 대답하지 않고 한 차례 숨을 고른 뒤 천천히 대답을 늘어놓았다.

  "이번 결혼식은 여러모로 의미가 깊다고 생각합니다. 우선 원로원에도 언급이 되었지만, 파라오가 로마로 귀화하고 로마의 풍습에 따라 결혼을 하는 건 시민들의 자긍심을 크게 고취시킬 겁니다. 실제로 로마에서도 굉장히 여론이 좋습니다."

  "그건 반가운 소식이로군."

  "이번 결혼으로 총독님의 명성은 로마와 동방에서 한층 더 솟구치겠지요. 과장을 조금 보태면 더 이상 올라갈 곳이 없을 정도라도 해도 무방하다고 봅니다."

  "그 정도는 아닐세. 사실 현지 귀족들 중에는 여전히 로마에 불만을 품은 자들이 꽤 있거든. 대놓고 반항한다면 그냥 쓸어버리면 되는데 그건 또 아니니 골치가 아픈 상황이라네."

  섹스투스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었다.

  "감히 총독님에게 반대하는 자가 있다는 말입니까?"

  "왜 없겠나. 이곳에서 수백 년간 뿌리를 내리고 있었던 귀족들은 굴러온 돌인 내가 지배력을 행사하는 게 마음에 들지 않을 거야."

  "아···그렇군요. 세상에는 실리보다 자존심이 우선인 사람들도 많으니까요."

  "정확한 표현일세. 가진 능력에 비해 자존심만 드높은 이들이 너무 많아. 언제나 문제를 일으키는 건 그런 자들이지."

  섹스투스가 짐짓 고개를 끄덕였다.

  가끔 그런 자들이 있다. 상황 파악을 못 하는 건 아닌데 그래도 스스로 파멸을 자초하는 이들 말이다.

  따지고 보면 그의 형인 그나이우스도 그랬다.

  그냥 적당히 참아 넘기면 되는 걸 그렇게 하지 못해 그 사달을 냈다.

  그러나 섹스투스는 달랐다.

  원래 가문의 후계자가 될 수 없을 거라고 반쯤 마음을 내려놓았던 그는 필요 이상으로 자존심을 세울 마음이 없었다.

  섹스투스는 신중한 남자였다.

  그는 마르쿠스의 말에 담긴 의도를 이해하기 위해 쉴 새 없이 머리를 굴렸다.

  어쩌면 지금 마르쿠스의 말은 형처럼 행동하지 말라는 경고성의 발언일지도 몰랐다.

  "자신의 위치를 확실히 자각하게 되면 대부분의 사람은 콧대가 꺾이는 법입니다. 이번 결혼식에는 마르쿠스 님을 지지하는 수많은 귀족들이 자리를 메울 겁니다. 그 위엄과 장중함을 접하게 되면 속내가 꼬인 귀족들도 정신을 차릴 거라 믿습니다. 어쩌면 마르쿠스 님은 이미 그런 의도로 이번 결혼식을 주최하신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드는군요."

  마르쿠스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고는 잠시 입을 다물었다.

  그 틈을 놓치지 않은 폼페이아가 재잘재잘 수다를 늘어놓으며 화제를 돌렸다.

  마르쿠스는 대화가 끊기지 않도록 적당히 맞장구를 쳐주며 섹스투스에게서 시선을 거두었다.

  눈치도 적당히 빠르고 나름대로 그럴듯한 그림을 그릴 줄 아는 자였다.

  마르쿠스의 환심을 사기 위해 애를 쓰는 기색도 굳이 숨기지 않았기에 확실히 느낄 수 있었다.

  '하긴, 형과는 다르다는 걸 확실히 보여주고 싶겠지.'

  로마 최고의 권력을 지닌 가문을 적법하게 이어받을 기회가 생긴다면 누구라도 눈이 뒤집혀 달려들 것이다.

  그런 상황을 고려하면 섹스투스는 끝까지 균형을 잘 잡은 편이었다.

  아직 어린 나이임에도 흔들림 없는 모습이 형보다 훨씬 뛰어난 자질을 지녔다고 봐야 할 것이다.

  '아직 어린 유망주들을 평가하는 건 아직도 영 어색하단 말이야. 고려할 게 꼭 한두 가지는 더 필요하니.'

  마르쿠스는 아무에게도 들리지 않게 살짝 혀를 찼다.

  이렇게 어린 후계자들이 자신에게 잘 보이기 위해 애쓰는 모습을 보면 환경이 달라졌음을 실감할 수밖에 없었다.

  과거에는 그도 지금의 섹스투스와 다른 바가 없었다.

  이미 일가를 이룬 폼페이우스나 키케로의 앞에서 자신의 가치를 평가받는 입장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자신이 과거의 폼페이우스와 같은 위치가 되었으니 세월의 흐름이 실감이 되고 감회가 남달랐다.

  앞으로 섹스투스만이 아니라 수많은 귀족의 후계자들을 만나고 그들을 평가하게 될 것이다.

  마르쿠스의 시선이 문득 저 뒤에서 따라오고 있는 작은 마차를 향해 돌아갔다.

  '그러고 보니 한 명 더 봐야 할 사람이 있었지.'

  예정에 없었던 변수 때문에 생각이 많아지는 하루였다.

  그래도 마르쿠스는 새로운 바람이 불어오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왕궁에 도착할 때까지도 그의 시선은 누구도 신경 쓰지 않고 있는 작은 마차에서 떨어질 줄을 몰랐다.

  ※※※※

  아티아의 가족을 초대한 만찬은 귀빈들을 맞이한 다음 날 진행되었다.

  신경이 쓰이긴 해도 일정을 당기면 자연히 이목이 쏠리게 된다.

  마르쿠스는 굳이 그렇게까지 해서 옥타비아누스의 존재를 노출시키고 싶지 않았다.

  일단 초대의 대상은 어디까지나 율리아의 사촌인 아티아였다.

  그녀는 장녀 옥타비아와 옥타비아누스를 데리고 자리에 참석했다.

  율리우스 가문의 여인들이 보통 그렇듯 아티아는 현숙하고 교양이 넘치는 여성이었다.

  마르쿠스보다 한 살 어린 그녀는 두 아이의 어머니였음에도 아직도 우아한 아름다움을 잃지 않았다.

  "이렇게 식사에까지 초대해주시다니 비할 데 없는 영광입니다."

  "동생의 결혼을 축하해주기 위해 이 먼 곳까지 와주었는데 오히려 내 쪽에서 감사를 표해야지. 오히려 아내의 사촌을 더 빨리 맞이하지 못해 미안한 마음이라네."

  "이전에 선물해 주신 별장에 비하면 이 정도는 감사를 받을 일도 아닙니다. 자, 너희들도 총독님께 인사를 올리렴."

  아티아의 말이 떨어지자 기다렸다는 듯 옥타비아와 옥타비아누스가 예의 바르게 고개를 숙였다.

  "옥타비아라고 합니다. 총독님과 함께 식사를 할 수 있게 되어 영광입니다."

  "그래, 만나서 반갑다. 네가 아직 아이였을 때 한 번 봤었던 것 같은데 정말 훌륭하게 자랐구나. 우리 소피아도 너처럼 교양있는 숙녀로 자라면 좋겠는데."

  "과찬이십니다."

  옥타비아가 살짝 상기된 얼굴을 감추려는 듯 고개를 더욱 깊숙이 숙였다.

  십대 후반인 그녀는 율리아처럼 빼어나게 아름답지는 않았지만, 보는 사람의 마음이 편해질 정도로 선한 인상을 가진 매력적인 여인이었다.

  "가이우스 옥타비우스 투리누스입니다. 메소포타미아를 평정한 위대한 지배자와 같은 식탁에 앉을 수 있는 영광을 허락해 주신 데에 깊은 감사의 말씀을 올립니다."

  누이의 뒤를 이어 옥타비아누스가 격식을 갖춰 허리를 굽혔다.

  그는 아직 카이사르의 양자로 입적되지 않아 평민식 이름인 옥타비우스를 사용하고 있었다.

  그러나 아직 앳된 모습이 그대로 남아있는 10대 초반의 평민 소년의 몸에 밴 예절은 여느 명문 귀족 부럽지 않아 보였다.

  아티아가 교육에 얼마나 힘을 쏟았을지 쉽게 짐작이 갔다.

  마르쿠스는 티가 나지 않는 선에서 옥타비아누스를 상세히 살펴보았다.

  아직 귀엽기만 한 꼬마였음에도 로마 최초의 황제라는 사실을 의식해서인지 평범하게 보이진 않았다.

  아니, 객관적으로 봐도 비슷한 나이 또래인 이집트의 왕자와 확연히 차이가 났다.

  "그래. 네가 막 태어났을 때 한 번 본 적이 있는데 넌 기억하지 못하겠구나. 아주 총명해 보이는 게 나중에 훌륭한 정치가로 성장하겠어."

  "감사합니다. 최선을 다해 노력하겠습니다."

  "그런데 안색이 조금 좋지 않구나. 몸이 좋지 않은 게냐?"

  "저, 그것이······."

  최대한 의연하게 보이기 위해 애쓰는 옥타비우스였으나, 아직 그는 10대 초반의 어린아이에 불과했다.

  그의 얼굴에 숨길 수 없는 수치심이 스쳐 지나갔다.

  옥타비아누스가 우물쭈물하고 있자 아티아가 대신 이유를 알려주었다.

  "이 아이가 오는 길에 뱃멀미를 심하게 해서 아직 몸이 다 회복되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심한 멀미는 아니었어요. 그냥···속이 좀 매스꺼웠던 것뿐이에요."

  예전부터 하도 몸이 약하다고 타박을 들었던 옥타비아누스의 표정은 썩 편치 않았다.

  상무적 기상이 강한 로마에서 남자라면 당연히 신체가 강인해야 한다는 인식이 있었다.

  제아무리 지식이 뛰어나고 교양이 있더라도 군공을 세우지 못하면 최고의 자리에는 설 수 없다.

  현재 로마의 최고 권력자로 꼽히는 폼페이우스, 마르쿠스, 그리고 카이사르 역시 예외 없이 군사적으로 자신의 기반을 확실히 굳힌 인물들이었다.

  옥타비아누스는 내심 자신의 허약한 신체에 열등감을 지니고 있었다.

  오죽하면 아티아와 재혼한 마르키우스 필리푸스조차 어린 그에게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

  덕분에 옥타비아누스는 옥타비아와 함께 외할머니의 손에서 자랐다.

  그리고 이번에야말로 남자다운 모습을 보여 주변의 인정을 받으려 했는데 배에 오르자마자 뱃멀미로 쓰러져 버린 것이다.

  어린 옥타비아누스는 자신이 너무 한심해 눈물이 핑 돌 지경이었다.

  그런 그의 속내를 꿰뚫어 본 마르쿠스는 부드럽게 옥타비아누스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타고난 몸이 약한 건 부끄러워할 일이 아니란다. 오히려 자신의 부족함을 알고 그걸 극복하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이야말로 자랑스러워해야 할 일이지. 넌 지금처럼 네가 자신 있어 하는 분야에 힘을 쏟으면 되는 거란다. 그러면 장차 누구도 널 무시하지 못하게 될 거야."

  "감사합니다. 총독님. 명심하겠습니다."

  옥타비아누스가 새어 나오려던 눈물을 삼키고 고개를 끄덕였다.

  "자, 그러면 이제 즐겁게 식사를 즐겨봅시다."

  자연스럽게 화제를 돌린 마르쿠스가 먼저 자리에 앉았다.

  다른 이들도 각자 지정된 자리에 앉아 화기애애하게 만찬을 즐겼다.

  율리아는 주로 아티아나 옥타비아와 이야기를 나누었다.

  여인들이 자기들끼리 수다를 떠는 동안 마르쿠스는 섹스투스에게 던졌던 것과 거의 똑같은 질문을 옥타비아누스에게 물어보았다.

  "안티오키아에 온 느낌은 어떻더냐? 로마와 비하면 조금 이질적이지?"

  "네. 하지만 다양한 민족이 섞여 살아가고 있다는 점에서는 더 흥미로웠습니다. 로마에도 타민족이 많긴 하지만 아무래도 시민권자와 비시민권자로 확 양분되는 느낌이거든요."

  "흥미로운 감상이구나. 그러면 네 눈에는 다양한 민족들이 혼재해 있는 이 안티오키아가 어떻게 보였느냐."

  "생각이 다르고 문화가 다른 민족들이 대등한 관계로 엮여 있다면 여러 가지 상승효과가 발생할 거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만큼 충돌의 가능성도 커지니 이들을 다스리는 총독님께서 균형을 잘 잡으셔야 하지 않을까···그런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대단하구나. 아직 어린데 그런 부분까지 생각이 미치다니."

  마르쿠스는 진심으로 놀랐다.

  십대 초반의 아이가 처음으로 이국의 대도시에 와서 느낀 감상이라고 하기에는 지나치게 정치적이지 않은가.

  도시의 화려함과 규모에 주목했던 섹스투스와는 완전히 관점이 달랐다.

  흥미가 동한 마르쿠스는 곧장 추가 질문을 던졌다.

  "너도 이번 결혼식에 대해서는 많은 이야기를 들었을 거다. 솔직한 감상을 듣고 싶으니 한번 말해보려무나."

  "선전용으로나 과시용으로나 이보다 더 좋은 결혼식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다만?"

  옥타비아누스가 잠깐 눈치를 보더니 자신 없는 목소리로 천천히 입을 열었다.

  "총독님께서 이 지역을 평정하신지 아직 오랜 시간이 지나지 않았다는 게 걸립니다. 시리아야 문제 없겠지만, 메소포타미아는 로마의 영토였던 적이 없으니까요.

  그쪽에서 오랜 시절 살던 귀족들은 뭐라고 해야 할까···조금 불편한 기분이 들지 않을까요? 그리고 그런 사람들 입장에서는 온통 시선이 결혼식 쪽으로 쏠려 있을 테니 불온한 생각을 지닌 사람들이 있다면 움직이기도 쉬울 것 같고요. 물론 이건 제 상상에 지나지 않습니다. 예측이라기보다는 그냥 그럴 수도 있다는······.

  "

  우연히 아들의 말을 듣게 된 아티아가 깜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녀가 황급히 마르쿠스의 안색을 살피며 대화에 끼어들었다.

  "죄송합니다, 총독님. 아직 이 아이가 어려서 아무 말이나 생각나는 대로 내뱉는 경향이 있습니다. 아직 아무것도 모르는 아이의 철없는 소리라 여기시고······."

  "아니, 아주 흥미롭게 이야기를 듣고 있으니 걱정하지 말게. 옥타비우스, 그러면 그런 자들에겐 어떻게 대처하면 좋다고 생각하느냐."

  "거기까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그래도 막연하게 말해보자면···역시 현지 귀족들의 이권을 서로 충돌시켜서 합치지 못하게 하는 게 최선이 아닐까요."

  만족할만한 대답을 들은 마르쿠스가 만면에 환한 미소를 지었다.

  섹스투스도 분명 나쁘지 않은 인재라고 느꼈었지만, 옥타비아누스는 그와는 차원이 달랐다.

  눈앞의 이 아이는 확실히 권모술수의 천재로 자라날 싹이 보였다.

  거기까지 생각이 닿자 오랜만에 가슴 속 한구석에서 치밀어 오르는 것이 있었다.

  스스로 굴러들어온 보석을 결혼식이 끝난 뒤에 다시 로마로 돌려보내고 싶지 않았다.

  마음을 굳힌 마르쿠스는 최대한 태연한 목소리로 아티아에게 거부할 수 없는 제안을 건넸다.

  "옥타비우스가 나이에 비해 참으로 총명한 것 같은데 당분간 안티오키아에서 머물며 유학을 시켜보는 게 어떤가. 내가 직접 옆에 두고 이 아이를 가르쳐 보겠네."

  < 138. 후계자들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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